메뉴 건너뛰기

close

561돌 한글날을 앞두고 한글학회(이사장 김계곤)에서 '제1회 전국 초·중·고등학생 글짓기 대회'를 추진하다 지난 1일 오후 내년으로 전격 연기했다.

 

참가 신청 마감일이 5일로, 연기 발표 당시 아직 신청 기간이 남아 있었는데도 "참가 신청자가 매우 부족하다"는 이유를 들어 사실상 올해 대회를 취소했다.

 

이미 전국의 각 초·중·고에 관련 공문이 모두 전달됐고 참가신청자가 상당수 있는데도 한글학회가 글짓기 대회를 취소한 데에는 다른 속사정이 있었다.

 

대회를 앞두고 글짓기 대회의 문제점에 대한 논란이 일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먼저 참가 학생과 지도교사의 개인정보를 지나치게 요구한 것이 문제가 됐다. 

 

한글학회 측에서는 참가 학생의 소속 학교 연락처와 학년·반·이름 외에도 지도교사의 이메일과 휴대전화를 비롯해 참가학생의 이메일까지 요구한 것이다. 일부 참가 신청자들은 이것이 "필요도 없는 개인 정보를 지나치게 요구하는 것" 이라고 주장한다.

 

이러한 주장에 대해 한글학회 글짓기 대회 ㄱ본부장은 "미처 거기까지는 생각 못 했다, 불순한 의도는 없으며 시정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개인정보 과다 요구... 대회 취지에 안 맞는 시상내역도 논란

 

논란은 또 있다. 글짓기 대회의 시상내역을 보면  초·중·고 각 1명의 학생에게 '조선일보사장상'을 수여하는 것으로 돼 있다. 그런데 <조선일보>는 국어문화운동본부(회장 남영신, 아래 운동본부)에서 지난 1월부터 8월까지 6대 일간지를 대상으로 한 사설·국어 등의 문장평가에서 다달이 꼴찌를 했다.

 

문제를 제기하는 이들은 "(이같은 지적을 받은) 조선일보의 이름으로 상을 준다는 것은 ‘한글의 세계화와 함께 청소년들에게 우리 말글의 중요성을 되새기고 올바른 말글 사용에 앞장선다’고 밝힌 글짓기 대회의 취지에 맞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이에 대해 한글학회 측 ㄱ본부장은 "운동본부에서 그런 평가를 하고 있는 줄 몰랐다"고 말했으며, <조선일보>를 선택한 것에 대해서는 "국내 최대의 발행부수에 영향력이 가장 큰 신문이기 때문"이라고 대답했다.

 

그러나 발행부수나 영향력이 '한글의 세계화와 함께 청소년들에게 우리 말글의 중요성을 되새기고 올바른 말글 사용에 앞장선다'는 글짓기 대회의 취지와 어떤 상관이 있는지에 대해서는 대답하지 못했다.

 

입상한 학생을 지도한 교사에게 주는 지도교사상의 훈격이 '한국교총회장상'인 것도 논란이 됐다.

 

불특정 다수의 교사들에게 특정 교원단체장의 이름으로 상을 주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지적이다. 한국교총에서 주관하는 행사도 아니고 소속 회원인 교사들만 수상 대상에 해당되는 것도 아닌데 지도교사상의 훈격이 '한국교총회장상'인 것은 어울리지 않는다는 것.

 

그런데 한국교총 관계자는 "글짓기 대회에 '한국교총회장상' 후원을 약속한 적이 없으며 한글학회로부터 의뢰를 받은 적도 없다"고 밝혔다. 사실 확인을 위해 한글학회 ㄱ본부장에게 다시 확인한 결과 한국교총 측의 주장이 옳은 것으로 드러났다.

 

ㄱ본부장은 "사전에 한국교총에 '한국교총회장상' 협조 의뢰를 한 적이 없으며, 이는 준비과정의 잘못으로 한국교총 측에 사과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국교총의 사전 협조와 동의 없이 한글학회에서 임의로 한국교총회장의 명의를 사용한 시상 내역을 만든 것임을 인정한 것이다.

 

날아간 500만원 예산

 

한글학회는 어떤 단체인가?

한글의 연구·통일·발전을 목적으로 하는 민간 학술단체.

 

1921년 12월 3일 국어학과 국어운동의 선구자 주시경의 문하생 임경재 ·최두선 ·이규방 ·권덕규 ·장지영 ·신명균 등 10여 명이 휘문의숙에서 한국 최초의 민간 학술단체인 ‘조선어연구회’를 창립한 것이 시초다.

 

1931년 1월 학회 이름을 '조선어학회'로 고쳤고, 1949년 9월 현재의 '한글학회'로 바꾸었다.

 

1942년 10월부터 8 ·15광복까지 조선어학회사건으로 학회의 관계자 33인이 일본경찰에 검거되어 옥고를 치르는 수난을 겪었으며 1933년 확정 발표한 ‘한글맞춤법통일안’은 오늘날까지 국어표기의 준거가 된다.

 

최근 '시대와 처지를 정확히 읽지 못한다'는 비판과 함께 내부 개혁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으나  논란의 불씨를 안은 채 오늘에 이르고 있다. <포털사이트 네이버 참조>

결국 이러한 복합적인 이유로 한글학회 측은 지난 10월 1일 "글짓기 대회를 연기한다"는 공지글을 한글학회 인터넷 누리집에 올렸다. 불거지는 논란을 감당하기 힘들었기 때문이다.

 

ㄱ본부장 역시 기자와의 통화에서 "(한글학회가) 이번처럼 안 좋은 일로 구설에 올라서는 안 되기 때문에 대회를 연기했다"고 적접적인 취소 배경을 설명했다.

 

그러나 이미 이번 대회를 위해 홍보·인쇄비 등 의 비용으로 500만 원의 예산을 집행한 것으로 ㄱ본부장은 밝혔다. 소홀한 사전 점검으로 아까운 예산만 날려버린 셈이다.

 

허웅 전 이사장의 별세(2004년) 이후 개혁을 외면한다는 이유로 '경로당학회'라는 비판을 받고있는 한글학회가 한글날을 앞두고 벌어진 이번 사태를 어떻게 수습할 지 관심이 모아진다.


태그:#한글날, #한글학회, #조선일보, #한국교총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