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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4 남북공동선언이 발표되었다. 10·4 남북공동선언의 발표로 남과 북은 통일을 지향하는 관계로 더욱 강하게 결속됐다. 이로 인해 남북은 정치·군사·경제·문화 등 사회전반에 걸친 다방면적인 교류와 협력이 줄을 이을 것이라고 한다.

 

흥미로운 사실은 2007 남북정상회담을 계기로 북한의 서해유전이 주목받는다는 점이다. 공동선언문을 보더라도 5항에서 남북은 "남과 북은 경제협력을 위한 투자를 장려하고 기반시설 확충과 자원개발을 적극 추진하며 민족내부협력사업의 특수성에 맞게 각종 우대조건과 특혜를 우선적으로 부여하기로 하였다"고 합의햇다. 남과 북은 자원개발을 적극 추진하기로 한 것이다.

 

서해유전에 눈길 돌리는 남과 북

 

정상회담 이전까지 정부는 서해 유전지대 개발사업 참여를 공식 부인해왔다. 8월 29일 산업자원부 장관 김영주는 명동 은행회관에서 열린 국가경영전략연구원 주최 강연에서 북한 서해유전이 정상회담에서 논의될 가능성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게다가 북한 서해유전은 이번 10·4 남북공동선언문에도 직접 적시되지 못했다. 이번 선언문에는 백두산 관광, 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 한강하구공동이용, 경의선철도 공동이용 등 구체적인 합의가 분명히 나타난 것이 중요한 특징이지만 정작 서해유전은 공동선언문에 기입되지 못한 채 "자원개발을 적극 추진하며"라는 다소 모호한 발언에 그쳤다.

 

이렇게 되자 일각에서는 정상회담에서 서해유전에 대한 논의가 없었던 것이 아니냐는 추측과 나아가 북한에 유전 자체가 없는 것 아니냐는 성급한 판단이 나왔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김영주 산업자원부 장관의 8월 발언을 자세히 살펴보면 한국정부가 석유를 의제로 삼지 않은 것은 북한에 유전이 없어서가 아니라 다른 고려가 있음을 알 수 있다. 북한 서해유전에 대해서는 김영주 장관 스스로도 "서한만 분지구조가 중국 보하이만과 유사해 석유·가스가 매장돼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는 긍정적 견해를 밝혔던 것이다.

 

다만 김영주 장관은 북한과 중국이 체결한 서해유전 지대 개발을 위한 양해각서를 고려했다. 한국정부가 북-중 양해각서와 관련된 내용과 북한의 입장을 모른 채 의제로 채택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다시 말해 외교적 고려에 의해 한국정부가 서해유전을 의제로 채택하지 않은 것이다.

 

40억~50억 배럴 추정도... "북한은 엄청난 석유국가"

 

그렇다면 과연 북한에는 석유가 있는가.

 

북한 서해유전 개발에 뛰어드는 주변국의 움직임이 매우 적극적인 것도 서해유전이 실제로 존재한다는 유력한 근거다. 중국은 2005년 12월 24일에 북-중간 해상원유 공동협정을 체결함으로써 북한 석유개발에 본격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중국의 관영언론은 서한만 인근의 발해만에 660억배럴의 석유가 매장돼 있을지 모른다고 보도하기도 하였다.

 

또한 북한 석유탐사 사업에 참여했던 영국 석유기업 아미넥스는 2005년 "대 북한투자가 정치적 위험이 있지만 수십억 배럴의 매장 가능성을 감안하면 해볼 만한 투자"라고 밝혔다. 아미넥스의 브라이언 홀 최고경영자는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북한에서의 성공이 아미넥스를 변화시킬 것"이라며 "(사업을) 매우 낙관한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에서 채굴할 수 있는 석유매장량을 40억~50억배럴로 추정하면서 "수억배럴이 아니라 수십억 배럴이다, 북한은 엄청난 석유국가"라고 강조했다는 것이다.

 

게다가 노르웨이 역시 서해유전 개발을 추진했는데, 노르웨이의 GGS사는 서한만 일대의 조광권을 2004년 봄까지 보유하고 있었다.

 

한국석유공사 역시 2004년 북한과 서해유전 개발 문제를 논의하기도 하였다. 고 정주영 현대그룹 회장 역시 여러 차례 북한 방문을 마치고 돌아온 뒤 "평양이 석유에 떠있다"며 "파이프라인을 통해 북한에 매장된 석유를 공급받기로 했다"고 남북공동의 석유개발 구상을 밝혀 관심을 끌기도 했다. <한겨레>는 10월 5일, 서한만 분지에서는 지금까지 13개 공을 시추해 1985년 한 곳에서 소량이기는 하나 하루 450배럴의 원유가 시험 생산된 바 있다고 보도하였다.

 

북한당국도 서해의 대규모 유전을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북한의 원유공업부 자료에 따르면 평안남도 남포의 앞바다인 서한만 일대에는 50억∼430억배럴의 원유가 매장돼 있다고 한다. 북한은 1993년 7월 원유탐사총국을 원유공업부로 승격시키면서 해상 3개, 육상 4개 등 7개 지역에서 유전탐사를 본격화한 것이다.

 

중국·영국·노르웨이 등 다양한 국가의 기업들이 공동의 협력사업을 추진하고 있으며 지난 시기 기업경영에 탁월한 수완을 발휘하였던 정주영 회장이 직접 거론하였고 한국정부에서도 산업자원부 장관이 매장가능성을 공식 인정하는 것을 보면 북한의 서해유전은 상당히 신빙성이 있으며 개발의 경제적 가치가 매우 높다고 할 수 있다.

 

퍼주기? 목마른 것은 바로 남한

 

북한 당국도 서해유전지대의 개발에 적극적이다. 북한은 올해 그들의 신년공동사설에서 "경제발전의 먼 앞날을 내다보면서 지질탐사사업을 앞세우고 에너지 및 자원개발 사업을 전망성 있게 해 나가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북한이 신년공동사설에 '지질탐사사업' '에너지 및 자원개발 사업' 등을 적시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정상회담 이후 권오규 경제부총리는 북한이 이번 회담에서 유전 공동개발에 관심을 표명하였다고 언급했다. 권오규 경제부총리는 10월 5일 오전 정부중앙청사 별관에서 가진 '남북 정상회담 관련 정부합동 보고'에서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한국 지역 유전과 가스 개발에 상당한 관심을 표명했고 우리측도 유전을 포함한 북한의 여러 가지 자원들에 대해 관심을 표명하는 등 양 정상간 유전 개발 등에 대해 서로 논의를 한 바 있다"고 밝혔다.

 

다만 권 부총리는 "이번에 합의된 경협 사업에 여러 가지 프로젝트가 광범위하게 포함돼 자원개발과 유전개발까지는 합의사항에 넣어서 추진하는 것으로 정리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양쪽 정상이 유전개발에 관심이 있다는 것을 확인했으므로 앞으로 부총리급 대표로 격상될 남북경제협력공동위원회에서 자세하게 논의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를 바탕으로 고려하면 공동선언 5항의 "자원개발의 적극 추진" 부분도 남북정상의 석유관련 담화가 반영된 것이라 추론할 수 있다.

 

권오규 부총리의 발언에 의하면 남북은 다가오는 11월에 개최될 남북경제협력공동위원회에서 서해유전지대의 공동개발을 자세하게 논의하게 될 것이다. 머지않아 남북은 석유를 가진 산유국의 통일한반도를 눈앞에 그리게 될 것이다.

 

북한의 서해유전 개발사업에 한국이 참여할 수 있다면 이는 한국경제에 있어 사막 속의 오아시스 같은 존재이며 넝쿨째 굴러들어오는 호박과 같은 횡재다.

 

석유 한 방울 나지 않았던 한국은 지난 50년간 석유를 100% 가까이 수입해왔다. 한국의 석유 수입액은 지금 이 순간도 상승하고 있다. 한국은 세계 10위권의 에너지소비 대국, 세계 4위의 석유수입 대국이자 연간 3.4%의 에너지 소비증가율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한국의 한해 에너지 관련 수입액은 약 500억 달러를 상회하는데 이는 한국 총무역수입액의 20% 이상을 차지하는 막대한 비중이다. 매년 50조원에 달하는 천문학적인 자금이 중동의 산유국으로, 미국과 유럽 등지의 석유기업으로 흘러들어가고 있다.

 

정부도 석유자원을 안정되게 확보하기 위해 다양한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한국은 해외석유개발사업에 뛰어들어 올해 상반기에만 13억 달러를 해외유전개발에 투자하였다. 이는 1년 단위로 환산하면 약 3조원이라는 막대한 금액이다. 석유를 구하기 위해 1년에 3조원씩 투자해왔던 것이다.

 

만일 북한의 서해유전을 남북이 공동으로 개발하면 연간 50조원에 달하는 한국의 석유수입액은 획기적으로 줄어들 전망이다. 서해유전의 최소 매장 추정치인 50억배럴로 가치를 환산하더라도 서해유전의 경제적 잠재력은 약 250조원이 된다. 이는 그야말로 한국경제 역사상 한 번도 있어본 적이 없는 최대의 경사가 될 것이다.

 

잘 키운 서해유전 하나, 열 경부운하 안 부럽다

 

이쯤 되면 남북경협 재원을 문제삼으며 경제협력을 주저하는 일각의 주장은 경제적 투자감각이 미천하다고 보는 것이 맞다. 현재 한나라당은 10·4 남북공동선언에서 합의한 경제협력 사안을 이행하기 위해서는 약 30조5000억원이 들어간다며 그 재원 마련이 국민에게 부담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한나라당의 경협재원 부담설은 아무런 설득력이 없다. 최소 250조원의 보물이 묻혀있는 서해유전이 눈 위로 떠오르는 지금 시점에서 재원마련을 제기하며 남북경협을 외면하는 한나라당의 논리에 귀를 기울일 사람은 아무도 없다.

 

경협재원의 '국민부담' 운운하는 한나라당은 경부운하를 통해 '국운융성'의 방안을 찾겠다고 하고 있다. 이명박 후보 측은 경부운하가 24만개의 일자리를 창출하며 이는 삼성그룹 2개와 맞먹는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서해유전의 경제적 가치는 최소 250조원으로 이는 삼성전자의 1년 순이익의 25배와 같다.

 

이명박 후보는 운하관련 산업만으로도 매년 3조원의 경제적 가치가 생긴다고 주장하지만 서해유전이 개발되면 매년 3조원에 달하는 한국의 해외유전 개발비용을 아낄 수 있다. 무엇보다도 생산량에 따라 매년 50조원에 달하는 한국의 석유 수입액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는 것이다.

 

떠오르는 서해유전 관련 논의는 남북경제협력의 새로운 지평을 열고 있다. 남북정상간 협의되고 경제부총리가 직접 협의에 나서는 서해유전 개발사업은 남북경제협력이 우리민족에게 안겨주는 커다란 선물이 아닐 수 없다.

 

250조원의 잠재적 가치는 한국경제에 가뭄의 단비가 될 것이다. 서해유전만 개발되어 남북이 잘 관리만 하여도 국민소득 3만불은 어렵지 않게 달성될 수 있다. 이를 두고 재원마련 운운하는 것은 한나라당의 속좁음만 스스로 증명하는 격이다.

 

속된 말로 잘 키운 서해유전 하나는 경부운하 열개가 부럽지 않을 것이다. 앞으로 다양한 남북경제협력 사업에서 남북경제 주체간의 활발한 논의를 기대한다.

덧붙이는 글 | 곽동기 기자는 한국민권연구소 경제과학분과 상임연구원입니다. 


태그:#서해유전, #정상회담, #김정일, #노무현, #한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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