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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일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가 교육관련 공약을 발표했다. 이와 관련해 <조선일보>를 비롯해 많은 신문들이 사설을 실었다. 논조는 신문사에 따라 찬반으로 나눠지기는 하지만 대선 공약에 대해 여러 신문이 사설을 싣는다는 것은 지지율 50%를 넘나드는 이명박 후보의 위상을 보여주는 좋은 사례이다.

이번 교육공약 발표가 아니더라도 신문들은 이명박 후보의 일거수 일투족을 지면에 싣는다. 신문 지면에서 이명박 후보는 때론 청소 수레를 밀기도 하고, 때론 강의를 하기도 하고, 때론 토론에 참여하기도 한다. 시장 상인들과 손 잡고 있는 모습이나 공장에서 안전모를 쓰고 있는 모습은 지겨울 정도다.

여성비하 발언 등 이명박 후보에게 극히 불리한 사안을 제외하면 그가 던지는 농담 한 마디까지 기사가 될 정도로 이명박 후보는 이번 대선 정국의 제일 가는 뉴스메이커다.

기사뿐만 아니라 신문 만평에서도 이명박 후보는 주요 소재다. 대선 100일 카운트다운이 시작된 지난 9월 10일 이후 3분의 1의 기간이 지난 10월 12일까지 이명박 후보가 만들어 낸 뉴스 거리는 아래와 같이 여러 신문 만평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이명박 후보 관련 <서울신문> <국민일보> <한겨레신문> 만평
 이명박 후보 관련 <서울신문> <국민일보> <한겨레신문> 만평
ⓒ 이봉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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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후보 관련 <경향신문> <한국일보> 만평
 이명박 후보 관련 <경향신문> <한국일보> 만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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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운 여자를 고르라'는 여성비하 발언, 김병준씨의 귀국으로 인한 BBK 관련 의혹 부상, 교육정책 공약 발표, '안창호씨' 발언 등 잇단 말실수, 부시와의 면담 무산 소동….

하지만 이렇게 주목 받는 이명박 후보를 철저히 외면하는 곳이 있다. <조선일보>와 <동아일보>의 만평이다. 지난 한 달간 <조선일보>와 <동아일보> 만평에는 단 한번도 이명박 후보의 모습이 등장하지 않았다. 이명박 후보와 관련된 기사가 넘쳐나고 사설에서도 이명박 후보에 대한 내용이 실려도 두 신문의 만평만큼은 철저히 이명박 후보를 비껴 나갔다.

<조선일보>만평에 등장하는 노무현 대통령
 <조선일보>만평에 등장하는 노무현 대통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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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만평에 등장하는 노무현 대통령
 <조선일보> 만평에 등장하는 노무현 대통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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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기간의 다른 신문 만평과 비교해 보면 <조선일보>와 <동아일보> 만평의 이명박 피해가기가 더욱 도드라진다. 다른 신문의 만평에는 최소 3회에서 최대 8회에 이르기까지 이명박 후보의 모습이 등장했다.

<조선일보>와 <동아일보> 만평에 이명박 후보가 없는 대신 노무현 대통령의 모습은 차고 넘친다. 노무현 대통령이 직접 등장한 만평이 각각 10회에 이른다. 다른 신문의 만평과 비교하면 두 배에 가깝다. 노무현 대통령이 직접 등장하지 않는 다른 만평 역시 그 소재는 ‘노무현 대통령, 참여정부, 민주신당, 신정아 사건, 북한’에 국한된다.

<동아일보>에 등장하는 노무현 대통령
 <동아일보>에 등장하는 노무현 대통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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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10일부터 10월 12일까지 각 신문사별 노무현 대통령과 이명박 후보의 등장 횟수. 만평에 해당 인물의 캐릭터가 그려진 경우를 1회로 계산했다.
 9월 10일부터 10월 12일까지 각 신문사별 노무현 대통령과 이명박 후보의 등장 횟수. 만평에 해당 인물의 캐릭터가 그려진 경우를 1회로 계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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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각 27건의 만평 중 이런 소재를 벗어난 만평은 두 신문 모두 추석을 소재로 한 것 하나씩 뿐이다. 소재의 편식도 이 정도면 병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신문 만평은 그 특성상 대상에 대한 비판적 시각을 기본으로 가지게 된다.  만평의 소재가 된다는 것은 곧 비판의 대상이 된다는 것이다. <조선일보>와 <동아일보>의 만평에서 이명박 후보가 외면 받는 모습은 이명박 후보에 대한 부정적 기사를 잘 싣지 않는 두 신문사의 평소 모습과 그대로 겹쳐진다.

기사로는 공약을 띄우고, 만평으로는 정적만 비판하는 행태는 언론의 모습이라기보다는 당보의 모습이다. 한나라당 당보가 유력 언론으로 대접받는 건 언론계 전체의 수치다.


태그:#이명박, #조선일보, #중앙일보, #만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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