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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생님, 우민이는 책에다 낙서를 해요.”
  “낙서한 것 아니다. 책에다 문제를 푼 것이지.”

 

  성민이의 볼멘소리에 우민이는 즉각적인 반응을 나타낸다. 학습에 열중하고 있음을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우민이의 행동 하나하나가 관심의 표적이 되고 있는 성민이에게는 무엇 하나 그냥 넘어갈 수가 없는 것이다. 무엇이나 비교가 될 수밖에 없고 우민이에게 지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성민이의 경쟁의식은 대단하다.

 

  이곳은 초등학교 2학년 교실.


  열다섯 명이 공부를 하고 있다. 그들에게는 본능적으로 잘 하고 싶은 욕심이 앞서고 있다. 공부는 말할 것도 없고 운동과 그림 그리고 하는 일마다 잘하고 싶은 것이다. 그리고 자신이 한 일에 대해서 인정받고 싶은 것이다. 잘 하고 있다는 것은 보여주고 칭찬을 받고 싶어 하는 것이다. 교실이니, 당연 선생님으로부터 인정을 받고 싶다.

 

 

 

  인정받고 싶고 칭찬받고 싶은 욕심은 앞서지만, 그것이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인정을 받기 위해서는 절차가 있고 기준을 넘어서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해져 있는 기준을 통과하기가 그렇게 쉽지가 않다. 그러니 늘 채워지지 않는 것이다. 가슴에서 불타오르고 있는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하여 긴장하고 있는 것이다.

 

  초등학교 2학년에서 넘어야 할 기준은 구구셈이다. 구구셈을 9단부터 시작하여 2단까지 다 외웠지만, 실제로 문제를 풀 때에 적용하기란 쉽지가 않다. 그래서 선생님을 바라보게 되고 선생님에게 인정을 받고 싶은 것이다. 학습은 말할 것도 없고 행동 하나하나에 대해서 인정을 받고 칭찬을 받고 싶어 한다.

 

  열다섯 명 중에서 가장 뛰어난 어린이가 둘이다. 그들이 바로 성민이고 우민이다. 들의 열정과 능력이 비슷하다. 우열을 가리기가 쉽지 않을 정도로 경쟁이 치열하다. 이들의 경쟁의식이 과열되다 보니, 학습 이외의 부분에까지 확산이 되고 있는 것이다. 이럴 때마다 욕구의 방향을 교정하기 위하여 노력한다.

 

  우민이는 엄마 아빠의 사랑을 독차지하고 있고 성민이는 할머니 할아버지의 사랑을 받고 있다. 가정환경이 다르니, 생각하는 것도 다르고 지향하는 것도 차이가 있다. 성민이가 사랑스러운 것은 구김살이 없다는 점이다. 할머니하고 살고 있지만, 그런 내색이 겉으로 조금도 나타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생각이 깊은 성민이가 그렇게 대견스러울 수가 없다.

 

  아름다운 경쟁.


  우민이와 성민이의 경쟁은 아름답다. 조금이라도 더 잘 하기 위하여 열심히 노력하고 있는 모습이 우뚝하다. 조금 과열이 되어 엉뚱한 방향으로 흐를 때가 있기는 하지만, 그 것은 얼마든지 수용할 수가 있다. 경쟁이 아름다운 것은 자극을 받기 때문이다. 경쟁이 없으면 발전이 없다. 이들의 경쟁을 바라보면서 구절초를 생각한다.

 

 

 

  구절초의 모습이 경쟁이 얼마나 아름다운 것인지를 보여준다. 조금이라도 더 아름다워지려고 혼신의 힘을 다 하는 모습이 돋보인다. 햇살을 조금이라도 더 받기 위하여 고개를 내밀고 있는 꽃의 모습이 그렇게 사랑스러울 수가 없다. 경쟁은 서로를 자극하게 되고 이런 자극이 발전을 가져다주는 것이다.

 

  우민이와 성민이의 아름다운 경쟁을 통해서 성장하고 있는 모습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 처음 2학년이 되어 상기되었던 모습이 떠오른다. 1년이 지나간 지금 그들의 모습은 놀랍기만 하다. 그들의 발전이 상호 경쟁을 통해 자극을 받은 결과이다. 자극을 통해 발전은 앞으로도 지속될 것이 분명하다. 이들이 그렇게 사랑스러울 수가 없다.<春城>

덧붙이는 글 | 사진은 전북 완주에서


태그:#경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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