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남과 북은 벌써 여러 차례 결혼의사를 확인했다. 1972년 남북공동성명, 1991년 남북기본합의서, 2000년 6·15공동성명 등이 바로 그것이다.

 

이처럼 남과 북은 국제질서가 잠시 이완되는 1970년대 데탕트, 1990년대 초반 및 2000년대 초반의 탈냉전 때에 약혼을 통해 서로 간의 통일을 약속했다. 그리고 마음도 확인했다.

 

그런데 최초의 약혼이 있었던 7·4 남북공동성명 이후 벌써 35년이 지났는데도 남과 북은 계속해서 결혼하자는 말만 할 뿐 정작 웨딩을 치루지 못하고 있다. 같은 분단국인 동서독은 벌써 십수 년 전에 결혼식을 올려, 사람으로 치면 자식이 벌써 중고등학교에 다닐 나이가 되었다. 

 

“우리의 소원은 통일”이라면서 통일을 입에 달고 사는 남과 북이 내년이면 나이가 ‘환갑’이 되는데도 아직까지 통일에 성공하지 못한 이유는 무엇일까? 거기에는 당연하면서도 중대한 한 가지 이유가 있다.

 

바로 국가보안법이라는 훼방자의 존재 때문이다. 국가보안법은 두 약혼 남녀를 서로 만나지도 못하게 할 뿐만 아니라 서로를 생각하지도 못하게 하고 또 칭찬도 못하게 하는 ‘희한한’ 법률이다. 이런 강력한 훼방꾼을 두고 통일을 성취할 수 있을까? 이런 상태에서는 통일이 안 되는 게 이상한 일이 아니라 통일이 되는 게 이상한 일일 것이다.

 

국가보안법의 통일 막는 훼방꾼

 

두 남녀가 약혼을 치루었다고 하여 곧바로 결혼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약혼자들도 데이트를 자주 하고 손목도 자주 잡아야 결혼에 성공할 수 있는 것이다. 약혼 이후부터 결혼 이전까지 끊임없는 데이트를 통해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고 친밀감을 증대시키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런데 이 데이트에는 여러 단계의 과정이 필요하다. 일단 머릿속에서부터 뇌세포들이 모여 상대방을 만나야겠다는 생각을 결집시켜야 한다(반국가단체조직죄). 그런 다음에 자신이 있는 장소를 떠나 상대방과 약속한 곳으로 떠나야 한다(잠입·탈출죄). 그리고 데이트 현장에서는 가급적 상대방의 좋은 면면을 찾아내어 칭찬도 하고 격려도 해야 한다(찬양·고무죄).

 

하지만 국가보안법은 이 모든 과정들을 불법화하고 있다. 각각의 행위를 반국가단체조직죄니 잠입·탈출죄니 찬양·고무죄니 하면서 불법화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상태에서 남과 북이 제대로 데이트를 즐길 수 있을 것이며 또 언제 손목 한 번 잡아볼 수 있을 것인가?

 

결혼을 앞둔 사이라면 상대방의 좋은 면을 칭찬하고 띄워주는 것이 당연하고 또 필요하다. 그런데 상대방을 비방하는 행위는 전혀 제재하지 않고 도리어 칭찬하는 행위만을 규제하고 있으니, 이 국가보안법이 과연 제대로 된 존재라고 할 수 있을까? 칭찬을 하지 않고서 어떻게 이성의 환심을 사란 말일까?

 

국가보안법이 유지되는 한, 남과 북의 교제는 지극히 비정상적인 일로 치부될 수밖에 없다. 그래서 두 약혼 남녀가 데이트를 즐기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인데도 불구하고, 남과 북 사이에는 이 데이트가 매우 비정상적으로 그리고 매우 드문드문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다.

 

정상적인 데이트가 지극히 비정상적인 일로 인식되고 있으니, 남과 북의 정상적인 데이트가 세계 언론의 초점이 되고 또 김정일의 한마디 한마디가 톱뉴스가 되는 것이 아닌가? .

 

이러한 기이한 현상의 출발점은 바로 국가보안법이다. 한두 번도 아니고 벌써 여러 차례나 결혼을 언약했음에도 불구하고 남과 북이 아직도 결혼 타령만 하는 것은 국가보안법이 남북의 정상적인 교제를 불법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국가보안법이 존재하는 한, 남과 북이 수없이 통일선언을 천명하고 수없이 정상회담을 한다 하더라도 통일은 결코 쉽게 이루어질 수 없을 것이다. 통일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한민족은 영원히 반쪽짜리 인생이 되어 중국·일본·러시아 등 주변 강국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므로 통일을 이루기 위해서 지금 당장 해야 할 일은 바로 국가보안법 폐지다. 최근 두 차례의 남북정상회담에서 확인된 바와 같이, 통일에 대한 한민족의 공감대는 이미 튼튼하게 형성되어 있다고 할 수 있다. 지금 급한 일은, 상대방의 결혼의사를 새삼스럽게 확인하는 일보다는 결혼의 훼방꾼인 국가보안법부터 제거하는 일일 것이다.

 

사랑하는 두 약혼 남녀의 데이트조차 훼방하는 국가보안법. 이 법을 제거하지 못하면, 남과 북은 내년 환갑잔치뿐만 아니라 칠순잔치(2018년) 때까지도 미혼자의 신세를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

 

이와 같이 국가보안법 폐지는 통일로 나아가기 위한 절대 당위의 명제라고 할 수 있다. 약혼 남녀의 손목도 못 잡게 하는 이 구태의연한 법률을 두고서는 아무 일도 성취할 수 없기 때문이다. 결혼하고 싶다는 말이 빈말이 아니라 진심이라면, 한민족은 결혼를 방해하는 족쇄인 국가보안법을 하루빨리 폐지하는 성의를 보여야 할 것이다.

 

국가보안법 폐지없인 남북정상회담 소용없다

 

 

그리고 국가보안법 폐지를 위한 노력은 쌍방향으로 전개되어야 한다.

 

하나는, 보다 더 확고한 국민적 공감대의 형성이다. 통일에 관한 한 이미 국내외적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지만, 국가보안법 폐지와 관련하여서는 아직 확고한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다고 할 수 없다.

 

지금 상황에서 국회가 이 법률을 폐지시킬 수 없는 것은, 상당수의 국회의원들이 보수적 유권자들의 눈치를 보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 상태를 개변시키려면, 국가보안법 폐지에 관한 국민적 공감대의 형성을 목표로 보다 더 강도 높은 노력을 전개할 필요가 있다.

 

또 하나는, 국가보안법 폐지에 대해 보다 더 강한 열의를 갖고 있는 정권의 창출이다. 통일의 분위기가 아무리 성숙하다 하더라도 국가보안법 존속을 통해 자신의 기득권을 유지하려는 인물과 집단이 권력을 잡는다면 남과 북은 ‘백골이 진토이 되도록’ 독신으로 살 수밖에 없을 것이다. 

 

국민적 공감대을 형성하고 보안법 폐지에 열의적인 정권을 창출함으로써 국가보안법을 하루라도 빨리 폐지하는 길만이, 두 약혼 남녀의 잦은 데이트를 성사시키고 또 결혼을 가능케 하는 단서가 될 것이다. 

 

“우리의 소원은 통일”이기 이전에 “우리의 소원은 국가보안법 폐지”여야 할 것이다. 왜냐하면, 뒤의 것이 성취되지 않고서는 앞의 것이 결코 이루어질 수 없기 때문이다. 


태그:#국가보안법, #통일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kimjongsung.com.일제청산연구소 연구위원,제15회 임종국상.유튜브 시사와역사 채널.저서:대논쟁 한국사,반일종족주의 무엇이 문제인가,조선상고사,나는 세종이다,역사추리 조선사,당쟁의 한국사,왜 미국은 북한을 이기지못하나,발해고(4권본),패권쟁탈의 한국사,한국 중국 일본 그들의 교과서가 가르치지 않는 역사,조선노비들,왕의여자 등.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