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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오염·교통 혼잡·교통사고·주차난·에너지난 등 자동차 사용에 따른 피해는 엄청나다. 게다가 골목길까지 자동차가 점령하면서 보행자가 안전하게 걸어다닐 권리마저 사라진 상태다. 과연 대안은 없을까? 오래 전부터 생태공동체 실험을 이어가고 있는 서울 성미산 마을이 10월 7일 마을 단위로는 국내서 처음 시작한 '자동차 두레(카 셰어링)'는 이런 점에서 주목할 만한 시도다. 다섯 가구가 참여한 이 실험을 오마이뉴스가 소개한다. [편집자말]
10월 7일 자동차두레용 차로 정해진 차 앞에서 고사를 지내는 주민들.
 10월 7일 자동차두레용 차로 정해진 차 앞에서 고사를 지내는 주민들.
ⓒ 정선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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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살고 있는 곳이 '성미산마을'이라고 불린 지 10년이 지났다. 공동육아에서 출발한 공동체문화 속에서 우리 아이들의 고향을 만들 수 있으리라 희망을 품고 산 세월이다.

그리고 올해는 새롭게 '사람과마을'이라는, 마을을 위한 비영리단체도 만들었다. 어머니들의 마음으로 시작된 일들이 이제 체계적으로 사업화할 수 있는 기반이 되었으면 한다.

나는 이 비영리 단체인 '사람과마을'에서 환경분과 실무를 담당하고 있다. 그리고 크게 올해 환경분과에서 담당한 일 중 하나가 '자동차두레'(자동차 함께 쓰기, 카셰어링 또는 카쉐어링)였다.

사실 '자동차두레'는 '사람과 마을'이 생기기 전부터 마을 주민이 원했던 바다. 조금씩 준비를 하긴 했지만, 이를 본격적으로 준비하고 추진할 사람이 없어 미루던 일이었기에 이번 일이 환경분과 사업이 되는 것은 자연스러운 과정이었던 것 같다.

내가 좋아서 한 일인데, '실무자' 되어버렸네

그렇다고 내가 환경분야에 전문 지식이 있는 것은 아니다. 나는 공동육아 우리어린이집에 다섯 살짜리 딸아이를 보내고 있는 평범한 주부이고 엄마다.

그리고 마포구 성미산마을과 붙어있긴 하지만 행정구역상 서대문구에 살고 있으면서 성미산마을 사람이라고 하고 다닌다. 다만 음식물 쓰레기가 노란 봉투 속에 들어가는 것이 싫어 지렁이를 키우며 음식물 쓰레기를 해결하는 '멋진 지렁이'라는 소모임에 가입해 있고, 마을일에 조금씩 힘을 보태고 있을 뿐이다.

그래서 사실 나는 '실무자'란 말도 좀 어색하다. 그냥 내가 10년간 산 마을이고, 앞으로 내 아이가 살 마을에서 내가 좋아서 하는 일이다. 이미 공동체를 만들고 지속시켜온 시스템에 무임승차하는 기분이어서 나의 힘을 조금 보태기를 바랐던 마음으로 이 일을 맡았다.

'사람과마을'이 주도한 '자동차두레'에 대한 논의가 시작된 것은 지난 7월 중순께다. 그때 초동멤버로 가입하겠다고 한 가구는 지금처럼 6가구가 아닌 10가구였다. 그때 회의에서는 누구네 집 차를 팔고 누구네 집 차를 남길 것인가 하는 내용으로 1시간을 넘게 토론했다.

누구네 차는 연비가 좋으니 남겨야 하고 누구네 차는 크니까 마을 공적인 일에 쓰면 좋겠다 해서 남겨야 한다는 말이 나왔다. 수동은 운전할 수 있는 사람이 조금밖에 없으니 팔자는 이야기도 나왔다. 의견을 모으기가 쉽지 않았다. 아마 막상 처분하려니 아깝고 정들었던 것일까.

결국 토론 끝에 세피아와 카니발을 남기기로 했다. 그리고 카니발의 경우 대여를 함께 하자고 의견을 모았다. 예를 들면 어린이집에서 나들이를 갈 때 반드시 회원으로 가입하지 않아도 빌려줄 수 있겠다는 내용이었다.

갑자기 빠진 조합원... 자동차두레 다시 원점으로

10월 8일 자동차두레용 승용차를 타고 첫 운전에 나선 이경란씨.
 10월 8일 자동차두레용 승용차를 타고 첫 운전에 나선 이경란씨.
ⓒ 김대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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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초 2차 회의를 열었다. 2차 회의 때는 멤버가 10명으로 늘었다. 차 2대로 결정하면서 1대당 다섯 가구 정도가 적당한 선이라고 판단하고(지금 생각해 보면 사실 아무 근거는 없다) 주위 사람들에게 '자동차두레'의 취지에 대해 설명하고 회원을 모집했다.

이 2차 회의에서는 한 가구당 부담해야 하는 가입비와 차량구입비를 계산했다. 결과는 '도로 원점'이었다. 카니발의 중고차 가격이 800만 원선이었기 때문에 한 가구당 부담해야 하는 연회비가 부담이 되었다. 다시 방법을 논의하기로 하고 3차 회의 날짜를 잡았다.

3차 회의는 9월 4일 오전으로 잡혔다. 그리고 3일 오후 7시쯤 세피아를 남기기로 한 조합원에게 전화가 왔다. 집에서 의논한 결과 사정이 생겨 차를 팔 수가 없고 '자동차두레'에서 빠져야겠다는 내용이었다. 조금 당황스러웠다. 이 문제를 나 혼자 결정할 수는 없으니 내일 회의에서 이야기해보자고 하고 끊었다. 나는 속으로 역시 개인의 소유권을 공동으로 하는 것은 생각처럼 쉽지 않구나 하는 느낌이 들어 갑자기 우리 마을에서 '자동차두레'를 하는 것이 아직 이른 건가 하는 걱정이 생겼다.

그리고 다음날 회의. 세피아 소유주였던 조합원의 개인사정을 이야기하니 카니발 소유주인 조합원이 자기도 차를 팔 수가 없을 것 같다는 의사를 밝히고 초동멤버가 될 것을 보류하고 싶다고 한다.

다시 원점이 되는 시점이다.

잠시 모인 우리들은 당황하긴 했지만 결국 남의 시선이나 의무감에서가 아니라 이제는 절실히 '자동차두레'라는 제도가 필요한 멤버만 남기로 했다. 그 결과 10가구에서 6가구로 줄었고 그중 한가구를 생협 단체의 이름으로 가입하기로 했다.

차는 아반떼 1대를 남기고 나머지 가구가 갖고 있던 차는 모두 폐차했다. 9월 19일에는 '자동차두레'에 대한 해외 역사와 사례, 그리고 운영 시스템에 대한 강의를 들었다.

이렇게 우여곡절과 우왕좌왕을 겪은 끝에 지난 10월 7일 마을체육대회 날 마을 사람들 앞에서 고사를 지내고 '자동차두레' 용 승용차를 선보였다.

지나고 나서 생각하니 처음 하는 일이었고 사례가 있었던 일도 아니었기에 누구와 의논을 해야 하는지, 어떻게 하는 것이 잘하는 것인지에 대한 기준이 없었다. 그래서 초동멤버들에게 실질적 도움을 주지 못한 것 같아 미안한 마음이 크다.

자신들의 마이카와 안녕한 초동멤버들은 작지만 아름다운 실천을 한 용기있는 나의 이웃주민이다. 그리고 그들과 함께 성미산 마을과 살고 있어 나는 행복하다.

덧붙이는 글 | 김은주 기자는 성미산마을 '자동차두레'를 진행하는 단체 <사람과 마을> 환경분과 실무를 맡고 있습니다.



태그:#성미산마을, #카셰어링, #자동차두레, #환경, #이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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