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참새와 허수아비. 허수아비는 참새를 그리워하고 참새는 허수아비를 어루만진다. 인간은 둘의 관계를 적대적으로 만들었지만, 두 존재는 서로 그리워하며 서로 쓰다듬는다. 그래서 서로에게 사랑을 주기도 하고, 미움을 주기도 하며, 석별의 정을 나누기도 한다. 허수아비는 참새를 쫓아야 할 숙명을 안고 있지만, 참새를 그리워하는 역설을 안고 있는 존재다.

 

고풍스런 박물관 뜨락에 놓여 있는 허수아비라. 초등학교 아이들이 나름의 상상력을 발휘해 만든 허수아비들이 석물과 어울려 있는 모습은 참 신선했다. 허수아비도 그냥 허수아비가 아니라 군인, 신부, 축구선수, 알프스 소녀 등의 모습을 갖추고 있다. 재미있으면서도 신기한 허수아비들의 모습이라니! 그걸 만든 아이들의 천진난만함이 절로 느껴졌다.

 

게다가 박물관 앞뜰에 심어놓은 황금 들녘과 그 들녘 가운데에 우뚝 서 있는 허수아비는 어린 시절의 향수를 자아내기에 충분했다. 바닥에 떨어진 낱알을 먹느라 한 무리의 비둘기가 몰려온 것이 어이없기는 했지만.

 

아름다운 동심의 자락. 그 자락에서 흩날리는 허수아비들의 향연. 저들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자기들을 창조해낸 아이들의 손길을 그리워할까, 아니면 자기들을 찾아올 참새들을 생각할까?

덧붙이는 글 | 유포터에도 송고했습니다.


태그:#허수아비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소설가, 스토리텔링 전문가. <영화처럼 재미있는 부산>,<토요일에 떠나는 부산의 박물관 여행>. <잃어버린 왕국, 가야를 찾아서>저자. 단편소설집, 프러시안 블루 출간. 광범위한 글쓰기에 매진하고 있음.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