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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은 밤, 베란다 아래를 쳐다보던 ‘혜수’는 이상한 이유로 추락하고 만다. 열세 살의 나이에 죽은 것이다. 혜수의 영혼은 황당하게 일어난 이 일을 두고 말도 안된다고 주장하지만 저승사자들은 냉정하기만 하다. 영혼을 놔주지 않는다.

 

그리하여 혜수의 영혼은 염라국 입국 심사과에 가게 되는데 여기서 어처구니없는 사실을 알게 된다. 혜수가 죽을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혜수는 기뻐서 방방 뛴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 혜수 대신 끌려와야 할 사람이 혜수의 오빠 ‘장수’라는 것이 밝혀진다.

 

이번에도 혜수는 안된다고 주장하지만 염라국에서는 도와줄 수 없다고 한다. 장수가 자살을 하려고 하기 때문이다. 공부 잘 하는 장수가 무슨 이유로 자살하는 걸까? 혜수가 염라국에서 얻은 시간은 일주일. 그 시간 동안 오빠가 자살하는 이유가 무엇인지를 알아내고 해결해야 한다. 길다면 긴 시간이지만 짧다면 정말 짧은 시간이다. 더군다나 혜수는 진짜 혜수가 아니라 영혼으로 다닌다.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그동안 이현이 언제 첫 장편동화를 내놓을 것인지 궁금해하는 사람이 많았다. 또한 내놓는다면 어떤 내용일지도 궁금증을 자아냈다. 그도 그럴 것이 이현은 단편 동화집 <짜장면 불어요!>와 청소년 소설 <우리들의 스캔들>로 이 분야에서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감각적인 글쓰기는 물론, 요즘 아이들의 문화를 체험이라도 한 듯 생생하게 그려내는 솜씨는 이제까지 봤던 동화나 청소년 소설과 다른 독특한 재미를 안겨줬다. 남녀노소가 모두 읽을 수 있는 재밌는 글쓰기를 선보였던 것이다.

 

그 작가가 장편 동화의 소재로 선택한 것은 오빠를 살리려는 동생의 모험 아닌 모험이다. 사실 줄거리만 본다면, 익숙한 것으로 여겨질 법 하다. 하지만 이현이 누구인가. 그렇게 허투루 글을 쓸 작가가 아니다. 이현은 이승과 저승을 오가는 내용으로 분위기를 색다르게 만들었다. 내용은 어떤가. 현대사회를 날카롭게 꼬집는 것이 녹록치 않다. 거기에 이승을 떠도는 영혼이나 무당 등이 약방의 감초처럼 등장해서 <장수 만세!>를 돋보이게 만든다.

 

감각적인 이현의 글쓰기가 빛을 내는 것은 또 어떤가. 이야기 자체로만 본다면 상당히 음침하고도 우울한 분위기가 될 법한 것이다. 하지만 이현은 그것을 적당한 유머와 따뜻한 감동으로 유쾌하면서도 따뜻하고 즐겁게 읽을 수 있게 만들었다. 심각한 주제를,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모두 흔쾌히 읽을 수 있게 쓴 것이다.

 

오빠의 말 못할 비밀은 무엇일까? 일주일의 시간 후, 오빠는 죽지 않고 계속 살아있을까? 절대 절명의 위기에서 혜수는 어떤 방법으로 오빠의 자살을 막으려고 할까? 새롭게 떠오르는 동화작가 이현의 첫 장편동화 <장수 만세!>, 말하는 내용은 물론 말하는 방법까지, 기다렸던 사람들의 기대에 부응하고도 남는다.


장수 만세!

이현 지음, 변영미 그림, 창비(2013)


태그:#이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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