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연곡천을 가로 질러 그물을 쳐놓았다. 그 옆에서는 채란이 끝난 연어가 강바람에 말라가고 있다.
▲ 연곡천 연어 체포장 연곡천을 가로 질러 그물을 쳐놓았다. 그 옆에서는 채란이 끝난 연어가 강바람에 말라가고 있다.
ⓒ 최백순

관련사진보기


강릉시 연곡면 연곡천 하류. 강을 가로질러 파란색의 그물이 두 줄 걸쳐져 있다. 강을 거슬러 오르는 연어들은 그물 사이를 배회하다 한 마리 두 마리씩 가두어지고 연어를 잡는 이들은 암수를 골라 그물망에 담는다. 채란을 시작하기에 앞서 싱싱한 암컷과 수컷을 분리해 놓아야 한다.

물속에서는 힘차게 퍼덕이는 연어를 몽둥이로 기절시켜 암수 다섯 마리씩 상자에 담아 운반한다. 먼저 암컷의 배를 가르면 붉은색의 앵두 같은 알이 흘러나온다. 배속이 비어져 버린 연어는 바닥으로 던져지고 다섯 마리 모두 배가 갈라지면 수컷의 흰 정액이 붉은 알 위로 뿌려진다.

성숙한 수컷의 정액은 세 마리면 충분하다. 나머지 두 마리는 여분이다. 개미나 벌의 교미처럼 수컷은 자신의 역할을 해보지도 못하고 스러져 간다. 수컷의 정액이 뿌려지면 알을 골고루 휘저어 물통에 담는다. 자연상태와 마찬가지로 수정이 진행되게 하기 위함이다.

거슬러오르는 연어를 몽둥이로 머리를 쳐 기절시킨다. 신선함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작업자의 지시에 따라 신속히 움직여야한다.
▲ 연어잡기 거슬러오르는 연어를 몽둥이로 머리를 쳐 기절시킨다. 신선함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작업자의 지시에 따라 신속히 움직여야한다.
ⓒ 최백순

관련사진보기


이 작업은 신속함이 생명이다. 몽둥이로 기절시킨 연어의 생명이 끝나기 전 가능한 한 빨리 배를 갈라야 하고 수컷의 정액을 뿌려줘야 한다. 또 햇빛에 직접 노출되지 않도록 해가림을 해야 수정률이 높다고 한다. 오늘 작업량은 150마리. 잠시 멈춤도 없이 부지런히 서둘러야 한다. 수정이 끝난 알들은 영동 내수면 연구소로 옮겨져 부화를 기다린다.

수 천 년 동안 계속되었을 연어의 귀향. 그 조상의 땅을 거슬러 올라온 연어는 이렇게 생을 마감한다. 연어는 깨끗한 물이 흐르는 자갈밭에 힘찬 몸부림으로 웅덩이를 파고 알을 낳을 것을 꿈꾸었을 것이다. 수컷은 단 한번의 사정을 위해 넓은 바다를 헤메다 사람들도 잘 기억하지 못하는 조그만 연곡천을 파고들었을 것이다.

그러나 인간은 새 생명을 이어가던 산란 터를 황폐화시키고 종족 번식마저 손에 쥐고 있다. 수컷은 단 한 번의 사정도 못해보고 생을 마감한다. 3년이 지나 돌아온 고향에서 이들은 빨간 속살을 드러내고 강바람에 말려진다.

자신이 태어난 강으로 돌아오는 연어는 평균 크기가 60∼70㎝이며, 무게도 평균 3∼4㎏에 달해 좀처럼 보기 드문 큰 물고기다. 양양군은 해마다 10월 중순이면 남대천 둔치 일대에서 연어축제를 열고 수렵채취하던 인간의 오래된 본능을 자극한다.

우리나라 최대 연어 모천인 양양 남대천에는 하루에도 수 백 마리의 연어가 거슬러 오르고 있다. 연어 가운데 70%가 남대천으로 몰리는 탓에 옛날부터 연어를 말려 조상의 제를 지낼 때 사용할 정도였다고 한다.

연어의 배를 가르고 알을 끄집어낸 후(왼쪽) 그 위에 수컷의 정액을 골고루 뿌리고 잘 저어 놓는다.
▲ 연어알 채란과 수정 연어의 배를 가르고 알을 끄집어낸 후(왼쪽) 그 위에 수컷의 정액을 골고루 뿌리고 잘 저어 놓는다.
ⓒ 최백순

관련사진보기


강릉 연곡천을 거슬러 오르는 연어도 그 수가 늘었다. 8일 현재까지 1000여마리의 연어가 잡혔다. 이달 말까지 20여일이 남아 있어 더 많은 연어가 잡힐 것으로 기대된다. 인근의 바다에서 잡히는 숫자까지 더하면 그 수가 더 늘어난다. 그러나 과거와 비교해보면 회귀량이 급감해 1984년 국립수산과학원 영동내수면연구소가 설립된 이후부터는 함부로 잡으면 안 되는 어종이 됐다.
 
우리나라의 연어 양식은 일제시대인 1913년 함경남도 고원에서 시작됐다고 한다. 이후 67년 삼척 오십천 등지에서 부화장을 건립해 연어 자원을 늘리기 위한 시도가 이뤄졌으나 본격화 된 것은 84년 양양내수면연구소가 설립되면서부터다.

처음에는 100만 마리를 방류하다가 97년 2000만 마리 방류시대를 맞았지만 이후 지구온난화 등의 영향으로 회귀율이 급감해 현재는 1000만 마리로 그 수가 줄었다. 하지만 올해 강원도 내 바다와 하천에서 잡힌 연어는 지난해보다 274%가 늘어난 7만 4500여 마리로 연어치어 방류사업이 성과를 거둔 것으로 나타났다.

8일 도환동해출장소에 따르면 올해 바다에 설치한 정치망과 정치성 구획어업에서 포획된 연어는 지난해보다 265% 증가한 5만 5600여 마리이다. 또한 강원도내 하천에서 포획된 연어는 모두 9개 하천에서 1만 8800여 마리로 지난해보다 308%가 증가함에 따라 연어 알의 경우 289%가 늘어난 1489만개의 알을 채란했다.

채란이 끝난 연어는 배를 갈라 강물 위에 널어서 말린다.
▲ 연어 말리기 채란이 끝난 연어는 배를 갈라 강물 위에 널어서 말린다.
ⓒ 최백순

관련사진보기

덧붙이는 글 | 최백순 기자는 자전거포를 운영하며 세상사는 이야기를 쓰고 있습니다.



태그:#연어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바로하면 바로된다는 신념으로 열심히 살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