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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 사설과 칼럼을 읽을 때에는 무작정 글쓴이의 생각을 무비판적으로 수용하지 말고, 그의 주장과 논리적인 근거가 타당한지 따져보아야 한다.
▲ "사설-칼럼도 잘못 읽으면 오히려 독!" 신문 사설과 칼럼을 읽을 때에는 무작정 글쓴이의 생각을 무비판적으로 수용하지 말고, 그의 주장과 논리적인 근거가 타당한지 따져보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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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 사설·칼럼을 잘 쓴 글이라고 보는 사람이 많다. 글솜씨가 있다는 언론인이나 작가, 교수들이 이런 글을 쓰기 때문에 일반인들의 글보다 훨씬 더 좋다고 여기는 것이다. 그런데 그것이 부분적으로 맞다고 하더라도 사설·칼럼이 논술문의 모범글이라고 할 수는 없다. 거의 대부분의 사설·칼럼은 논술시험에서 요구하는 글의 형식과 거리가 먼데다 문장론에서 볼 때 엉망인 글도 많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일부에서는 사설·칼럼을 베껴쓰면서까지 논술공부를  한다고 하니 정말로 안타까운 일이다. 사설·칼럼은 그 자체가 논술 공부에 좋은 게 아니라 그것을 제대로 활용해야만 효과적이다. 그렇다면 사설·칼럼을 어떤 방식으로 읽어야 할까?

첫째, 논술에 도움이 되는 내용을 담은 사설·칼럼인지 확인하는 게 좋다. 일부는 특정 정치세력에 대해 욕설 수준의 비난을 퍼붓는 내용 위주로 담겨있다. 신문사마다 어느 정도 정치적인 색깔을 드러낼 수는 있지만 험담으로 일관한 사설·칼럼은 논술 수험생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 자칫 실제 논술시험에서도 감정적이고 극단적인 억지논리를 펼치면 낭패를 볼 수 있다. 이런 사설·칼럼들은 논술 시험에 출제되는 주제와 거리가 먼데다 학생들에게 특정 시각을 무비판적으로 수용하게 할 염려가 있다. 따라서 정파의 이해관계가 담겨 있는 글인지 아니면 정치권력에 대해 건설적으로 비판한 글인지 구분하는 눈이 필요한 것이다. 정치·경제·사회·문화·역사·정보화·과학기술 등 여러 방면의 현안에 대해 논의한 사설·칼럼은 눈여겨 보는 게 마땅하다.

둘째, 사설·칼럼의 주제가 선명하게 드러나는지 점검하면서 읽는다. 글쓴이가 글에서 독자에게 나타내고자 하는 으뜸생각이 무엇인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는 말이다. 그것을 파악하지 않는다면 글을 읽는 의미가 없다. 우리가 글을 쓰는 목적은 글쓴이의 생각과 주장과 정보를 독자에게 전달하는 데 있다. 따라서 글쓴이의 근본 의도가 무엇인지 파악하면서 읽는 것은 글 읽기의 기본이다. 이런 방식으로 사설·칼럼을 읽으면 수능언어의 비문학 독해 실력을 쌓는 데에도 도움이 된다. 일부 사설·칼럼은 신경을 곤두세우고 읽어야 글쓴이가 전하려는 바를 겨우 파악할 수 있을 정도로 엉망이다. 이런 글을 찾아내면서 글을 읽어야 생산적이다.

셋째, 글쓴이의 주장에 대한 논리적인 근거가 무엇인지 파악하면서 읽어야 한다. 곧 단락 전개의 강조성의 원리를 지켰는지 점검할 필요가 있다. 이 원리는 단락마다 소주제가 설득력이 있도록 충분히 뒷받침하는 것을 말한다. 사설과 칼럼을 읽을 때에 글쓴이가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제시한 논거가 납득할만한지 비판적으로 살펴보면 된다. “왜?”라는 질문에 답하지 못하는, 설득력 없는 글이 아닌지 점검하라는 말이다. 일부 사설·칼럼을 보면 글쓴이의 주장을 일방적으로 전달할 뿐 그것이 왜 타당한지에 대한 논거가 부족하다. 이런 글은 독자들의 공감을 받기가 어렵다.

넷째, 논리적인 근거를 제시한 방법을 살펴보는 것도 의미있다. 논거에는 크게 사실논거와 소견논거, 선험논거가 있다. 사실논거는 자신의 직접적인 경험이나, 통계 수치나 실험결과와 같은 객관적으로 검증될 수 있는 구체적인 사실, 역사적인 자료 등을 말한다. 소견논거는 전문가 및 권위있는 사람의 의견이나 증언, 일반적인 여론을 말한다. 선험논거는 실험이나 조사를 하여 증명하지 않더라도 일반적으로 인정되고 있는 이론이나, 윤리, 상식 등에 기초하여 ‘참’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사실을 말한다. 사설과 칼럼을 읽을 때에 글쓴이가 어떤 방식으로 논거를 제시했는지를 파악하고, 그 논거가 타당한지 여부를 평가하면 된다. 글쓴이의 논거에 끊임없이 문제제기를 하면서 글을 읽어야 한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사설-칼럼의 내용과 구성을 하나하나 따져가면서 읽으면 글을 쓸 때에도 응용할 수가 있다. 잘못된 점을 분석해 가면서 사설-칼럼을 읽는 습관을 들여 보자.
▲ 글을 잘 쓰려면... 사설-칼럼의 내용과 구성을 하나하나 따져가면서 읽으면 글을 쓸 때에도 응용할 수가 있다. 잘못된 점을 분석해 가면서 사설-칼럼을 읽는 습관을 들여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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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째, 문장과 문장, 단락과 단락이 매끄럽게 연결되는지 파악하면서 읽을 필요가 있다. 문장들이 물흐르듯 매끄럽게 이어지도록 글을 써야 글쓴이의 생각을 능률적으로 전달할 수 있다. 모름지기 우리가 글을 쓰는 목적은 그 무언가를 전달하는 데 있기 때문에 독자들이 이해하기 쉽도록 배려해 가면서 글을 써야 한다. 문장과 문장은 논리적으로, 시간적으로, 공간적으로 합당하게 연결되어야 하는데 이것을 단락 전개의 3대 원리 중 연결성의 원리라고 한다. 이것은 한 단락에서 소주제를 선명하게 드러내도록 하기 위해 선택된 자료를 효과적으로 배치하는 원리를 말한다. 아무리 훌륭한 재료라도 제 자리에 쓰이지 않으면 소기의 목적을 달성할 수 없다. 단락 구성에 있어서도 각 문장이 제멋대로 놓여서는 소주제를 선명하게 부각시키지 못한다.

여섯째, 단락 전개의 통일성의 원리를 지켰는지 파악한다. 곧 한 단락에 한 가지 중심생각을 담아 단락의 소주제와 그것을 떠받들어 서술하는 모든 재료가 내용적으로 일치하는지 살펴보라는 말이다. 가령, 단락의 소주제(화제)가 “청소년 문제의 해결방안”이라고 한다면 그 단락에 쓰이는 모든 재료들은 그것과 관련된 것이어야 한다. 그 주제와 무관하거나 거슬리는 내용을 담아서는 안 된다. 그런데 사설·칼럼에는 서로 이질적인 내용들이 한 단락 안에 담겨 있는 바람에 소주제가 선명하게 전달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사설·칼럼을 읽을 때 이런 점을 하나하나 분석하면서 읽는 게 좋다.

여기서 셋째와 다섯째, 여섯째 항목은 단락을 전개하는 3대 원리로, 전통적으로 수사학의 3대 원리라고 지칭된다. 글을 전개하는 것은 사실상 각 단락을 펼치는 것이기 때문에 이 원리는 모든 글을 짓는 데 일반적으로 적용된다. 이것이 제대로 갖추어지지 않은 글은 그 기본 기틀이 갖추어지지 않은 글로 평가된다. 이런 점에서 이 수사학의 3대 원리는 모든 글의 평가에서 적용되는 근본 기준이 되기도 한다.

일곱째, 서두를 어떤 방식으로 시작했는지 점검하는 것도 좋다. 학생들이 논술문을 쓸 때 시작 부분을 어떻게 할지 고민하다 시간을 낭비하곤 한다. 따라서 글을 시작하는 다양한 방식을 익혀두면 요긴하게 활용할 수가 있다. 서론에서는 본론에서 논의할 내용으로 독자를 안내하고, 논점을 제시하면서 문제 제기를 하면 된다. 흔히 서론을 쓰는 방법에는 ▲사건 제시 ▲주제 제시 ▲문제 제기 ▲용어(개념) 설명 ▲일화·격언·속담 제시 등이 있다. 이 중 어디에 해당하는 방식으로 서론을 썼는지 분석하라는 말이다.

신문 사설과 칼럼을 비판적으로 분석해 가면서 읽어야 논술 공부에 도움을 받을 수 있다.
▲ "비판적으로 분석하라" 신문 사설과 칼럼을 비판적으로 분석해 가면서 읽어야 논술 공부에 도움을 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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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일부 글은 서두를 생략하고 곧장 본론으로 들어가는 경우도 있다. 요즘 논술시험에는 300자, 400자, 500자, 600자, 700자 정도로 답안을 짧게 쓰게 하는 문제가 자주 등장한다. 이런 경우에는 상투적인 서론을 쓸 필요가 없이 곧장 논점으로 들어가면 된다. 서론 없이 본론으로 시작한 사설·칼럼도 있으니 꼼꼼하게 살펴보라.

여덟째, 결론을 처리한 방식도 눈여겨 보는 게 낫다. 결론 단락에는 ▲본론의 전체 내용을 요약하기 ▲중심 주장을 재강조하기 ▲주장대로 실천할 것을 촉구(결의)하기 ▲주장대로 실천할 때의 전망 제시하기 등의 내용이 실린다. 사설·칼럼의 마무리가 어떻게 되었는지 점검하면 글쓰기에 응용할 수가 있다. 물론 결론을 생략한 채 본론 마지막 단락에 결론의 기능을 곁들인 경우도 있다.

아홉째, 글의 구성을 파악하라. 곧 도입단락(서론)부터 일반단락(본론) 종결단락(결론)이 어떤 식으로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는지 살펴보면 된다. 다양한 글의 구성을 파악해 두면 학생들이 글을 쓸 때에 응용할 수가 있다. 사설·칼럼의 구성이 부실하다고 판단되면 어떤 식으로 고치면 좋겠는지 개요를 짜 보는 것도 좋다.

신문 글이 무조건 모범적인 글이라는 생각을 갖고 그 내용과 형식을 본받을 필요는 없다. 사설·칼럼을 읽을 때 점검해야 할 사항은 위에서 설명한 항목 외에도 무척 많다. 하지만 위의 아홉 가지라도 신경을 써서 글을 읽으면 비문학 독해능력은 물론 작문 실력을 쌓는 데에도 도움이 된다. 글쓴이의 주장과 논거가 합당한지, 글의 구성이 효과적인지 조목조목 따져가면서 사설·칼럼을 읽어 보라. 여러분이 직접 글을 쓸 때에도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사설·칼럼은 그 자체가 효과적인 논술 교과서가 아니다. 제대로 활용할 때에만 논술 지침서가 될 수 있다.
첨부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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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전직 신문기자 출신으로, 글쓰기 교육에 대해 연구하고, 취재하는 프리랜서 기자입니다. 논술(글쓰기)도 가르치고 있습니다. 좀더 깊이있는 내용을 알고 싶거나 질문할 게 있으면 쪽지나 편지를 주십시오.



태그:#신우성, #논술, #글쓰기, #대치동, #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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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출신 글쓰기 전문가. 스포츠조선에서 체육부 기자 역임. 월간조선, 주간조선, 경향신문 등에 글을 씀. 경희대, 경인교대, 한성대, 서울시립대, 인덕대 등서 강의. 연세대 석사 졸업 때 우수논문상 받은 '신문 글의 구성과 단락전개 연구'가 서울대 국어교재 ‘대학국어’에 모범예문 게재. ‘미국처럼 쓰고 일본처럼 읽어라’ ‘논술신공’ 등 저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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