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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리우드'가 지척인 LA는 영화배우 샤를리즈 테론을 우연히 만날 수도 있는 도시다.
 '할리우드'가 지척인 LA는 영화배우 샤를리즈 테론을 우연히 만날 수도 있는 도시다.
ⓒ 영화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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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살 화창한 어느 날. 오랜만에 멋 좀 내보려 쇼핑몰을 찾은 당신은 세칭 '명품가방' 매장을 기웃거린다. 사자니 너무 비싸고, 포기하자니 너무 예쁘고. 그렇게 고민 중인 당신 앞에 금발여성 하나가 나타나 쏜살같이 가방을 고르고는 번개처럼 계산하고 사라진다.

너무나 짧은 시간이라 '저 여자가 누구지'라는 생각만 했을 뿐 미처 몰랐는데, 잠시 후 기억을 되살리니 그 여자는 바로 <이탈리안 잡>과 <몬스터>에 출연했던 2004년도 아카데미 여우주연상 수상자 샤를리즈 테론(32)이었다.

사건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았다. "사인이라도 받아둘 걸. 정말 후회되네"라는 혼잣말을 하며 차를 몰고 집으로 향하던 중 신호대기에 걸린 당신은 무심결에 오른편을 돌아본다. 눈에 익은 사내 하나가 씨익 웃으며 "헬로우~" 인사를 건넨다.

이런, 이게 누군가? 골든글로브 남우주연상 수상자이자, <대부>를 연출한 프란시스 포드 코폴라 감독의 조카인 영화배우 니콜라스 케이지(43)가 아닌가.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며 그의 인사에 응대하려는 순간, 그가 탄 최신형 람보르기니 스포츠카가 소리도 요란하게 곁을 스쳐 달려나간다.

가상의 설정이지만, 이런 설정이 현실로 일어날 수 있는 도시가 있으니 바로 할리우드가 자리한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LA)다.

영화팬들에게, 특히 막대한 제작비와 세계적으로 이름 높은 스타가 출연한 영화를 선호하는 관객들에게 '할리우드'는 영화의 대명사다.

바로 그 '영화의 대명사'가 인근에 위치한 도시 LA에서 영화를 공부하고, 시네마테크 운동에도 관여하고 있는 한 한국인이 책을 냈다. 이름하여 <길에서 영화를 만나다>(쿠오레).

저자인 이철승은 어릴 때부터 점심값을 아껴가며 영화를 보던 '할리우드 키드'. 많을 때는 3개월만에 100편의 영화를 보기도 했다는 그가 지금으로부터 10년 전인 1997년 LA에서 영화공부를 시작했다. 그에게 LA는 어떤 의미로 다가왔을까? 아래는 이 질문에 대한 그의 고백이다.

"학자들에겐 1781년에 생긴 인구 1300만 명의 도시라는 지루한 수치의 구성인 LA. 그러나, 내게는 <파리, 텍사스>의 트래비스가 길을 떠난 자리이며, <이레이저 헤드>에서 헨리의 기괴스러운 새 생명이 잉태된 곳이고, <아메리칸 지골로>에서 남창으로 쓰러졌던 리처드 기어가 <귀여운 여인>에서는 창녀를 신데렐라로 구원하는 곳이었다."

<길에서 영화를 만나다>는 이철승이 LA에서 거리를 걷거나, 식당에서 밥을 먹거나, 화장지나 맥주를 사러 들른 잡화점에서 떠올린 영화에 대한 단상이 시발점이 돼 만들어진 책이다.

ⓒ 쿠오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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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자유롭고, 분방한 필치로 영화에 관한 그의 사랑과 식견을 독자들에게 들려준다. 어렵지 않고, 전문적이지도 않지만, 그렇다고 만만한 잡문도 아닌 그야말로 '딱 재밌는' 스타일로.

LA를 촬영지로 했거나, LA가 배경인 영화. 거기에 LA에서 열리는 각종 영화제와 LA에서 일어날 수 있는 '영화와 관련한 놀라운 사건'들.

이철승의 안내에 따라 이것들과 만나다 보면 책장 넘어가는 속도가 예사롭지 않다. 300페이지가 넘는 제법 두툼한 책이지만, 사진과 결합한 흥미로운 영화이야기에 자연스레 빠져들면 하루 저녁만에 뚝딱 읽어낼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리스>처럼 이제는 고전의 반열에 든 영화에서부터 일본 영화 <자토이치>, 거기에 <멀홀랜드 드라이브> 같은 숭배받는 '컬트영화'까지를 두루 다루고 있는 이철승의 잡식성 영화편력이 놀랍기도 하다.

쥬세페 토르나토레가 감독한 <시네마 천국>. 늙은 영사기사 알프레도(필립 느와레 분)는 영화 역사에 길이 남을 굵고 짤막한 한마디를 남긴다.

"삶은 영화보다 훨씬 힘들어."

이 말에 무릎을 치며 동감할 수 있는 사람, 그 '힘겨운 삶'을 영화라는 '꿈'을 통해 극복하고자 하는 사람이라면 책읽기의 즐거움이 더욱 클 듯하다.


길에서 영화를 만나다

이철승 지음, 쿠오레(2007)


태그:#할리우드, #이철승, #길에서 영화를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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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꽃> <한국문학을 인터뷰하다> <내겐 너무 이쁜 그녀> <처음 흔들렸다> <안철수냐 문재인이냐>(공저) <서라벌 꽃비 내리던 날> <신라 여자> <아름다운 서약 풍류도와 화랑> <천년왕국 신라 서라벌의 보물들>등의 저자. 경북매일 특집기획부장으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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