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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부장이 9월 11일 서울 대치동에서 벌인 김포외고 설명회 강연 동영상을 갈무리한 모습.
▲ 9월 11일 동영상 이 부장이 9월 11일 서울 대치동에서 벌인 김포외고 설명회 강연 동영상을 갈무리한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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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이 김포외국어고 입학 시험지 유출 당사자로 지목한 이아무개 입학홍보부장이 사건 50여일 전 학부모 앞에서 벌인 '입학설명회' 등 동영상 자료 3건이 15일 발견됐다.

동영상에서 이 부장은 2008학년도 '위장 시간표 운용'과 '자연계반 진행' 등 김포외고 차원의 편법 계획을 드러내놓고 밝히고 나서 충격을 던져주고 있다. 7개 외고의 자연계반 진행에 대해서는 이미 교육부가 적발한 바 있지만 정규 수업시간에 '위장 시간표'까지 운용한 사실이 공개적으로 드러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자연계 운영하면 지정 취소' 발표한 교육부 대응 주목

교육부는 지난 10월 29일 내놓은 '특목고 종합대책'에서 '외국어고(외고)의 자연계 과정 편법 운영시 지정 취소'하기로 결정한 바 있어 대응이 주목된다.

특목고 전문학원 2개 사이트에서 입수한 이 부장이 등장하는 동영상은 모두 3건이다.

올해 9월 11일 서울 강남구 대치3동 문화센터에서 연 설명회(58분 20초 분량)와 9월 1일 한 특목고 전문학원이 진행한 것으로 추정되는 인터뷰(22분 20초 분량), 그리고 지난해 9월 23일 김포외고 다목적실에서 연 설명회(1시간 30여분 분량) 모습이 그것이다.

이 부장은 9월 11일 학부모 설명회에서 학교 차원의 '위장 시간표' 편법 운용 방법에 대해 다음처럼 자세히 설명했다.

"2학년 1반은 월요일 1교시가 정치, 2반은 화학이라고 치자. 시간표를 그렇게 짠다. …이과 진학할 아이들은 다른 데로 가서 화학 수업을 받는다. 시간표에는 그렇게 되어있지만 문과 아이들은 정치만 네 시간을 받게 되고, 이과는 화학만 네 시간 하게 된다. 한 학기에 (진도를) 떼게 될 것을 반 학기에 떼게 된다."

시간표는 무늬뿐이고 수업은 다르게 진행한다는 설명이다. 법으로 규정된 국가교육과정을 정면으로 무시한 발언인 셈이다.

더구나 특수목적고제도에 따른 설립특혜와 입학특혜 등 각종 혜택을 받는 외고에 대해서는 교육부가 '이과반'(자연계반) 운용을 엄격히 금지하고 있다. 설립 취지에 반하는 교육과정이기 때문이다.

시간표는 무늬뿐... 위장 수업 진행

한 특목고 학원이 이 부장을 인터뷰한 것으로 보이는 동영상 갈무리 모습.
▲ 9월 1일 동영상 한 특목고 학원이 이 부장을 인터뷰한 것으로 보이는 동영상 갈무리 모습.
ⓒ 윤근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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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부장은 9월 1일 인터뷰 동영상에서는 한 발 더 나아가 교육부 지침을 정면으로 거스르는 발언을 한다.

"법적으로 외고에서 자연계 수업을 못한다는 것 자체가 이상한 것이다. 나라에서 그렇게 하니까 어쩔 수 없는데 김포외고는 자연계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2학년들 상당수가 자연계 수업 받는다. …문과 학생 시간표와 같은 시간대에 편성을 해서 이동수업을 통해서 정규수업시간에 한다."

학원과 유착을 의심하게 하는 발언도 있었다.

이 부장은 9월 11일 동영상에서는 "솔직히 말씀드려 어느 학교나 1기생은 학원에서 특목고 많이 보냈다하는 실적 위주이기 때문에 (학생 수준이) 조금 약해진다"면서 "학교가 안정되는 학교이면 (학원이 수준 높은 학생을 보내) 강해지는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이 부장이 지난해 9월 23일 김포외고에서 연 공식 입학설명회에서 '김포외고의 목표는 서울대, 연고대 64% 입학'이라고 밝히고 있다.
▲ 지난해 9월 23일 동영상 이 부장이 지난해 9월 23일 김포외고에서 연 공식 입학설명회에서 '김포외고의 목표는 서울대, 연고대 64% 입학'이라고 밝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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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교훈이 '성실'인 김포외고가 왜 이 같은 편법운용을 벌이는 것일까.

그 까닭에 대해 이 부장은 '본교는 2년 반 후에 서울대, 연고대 진학률 64%를 이루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2006년 9월 23일 이 학교에서 공식 진행한 입학설명회 자리에서다.

"우리 학교는 3, 5년 안에 톱3에 들려는 계획을 갖고 있다. 경기도에서 50억, 김포시에서 10억을 지원했다. …본교는 2년 반 후에 어느 정도 성적이냐 하면 서울대, 연고대 진학률 64% 정도에 걸렸으면 한다."

이 부장은 올해 9월 11일 설명회 동영상에서도 "우리 학교는 2학년부터 입시체제에 들어간다. 고1 영어수업 네 시간 가운데 한 시간은 EBS 고3 수능특강 교재로 공부한다"면서 "밤 12시에 자고 새벽 4시 반에 기상해서 5시면 교실에서 공부한다"고 자랑하기도 했다.

이 학교는 교육부가 금지한 0교시 수업은 물론, 토일 수업, 야밤 수업도 강행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 학교 모든 학생들은 기숙사 생활을 하며, 한 달에 두 번만 집에 갈 수 있다. 일부 스파르타식 사설학원의 경영형태인 '자물쇠'형 방식을 취하고 있는 것이다.

"열심히 공부한 자만이 들어올 수 있다"더니...

이 부장이 김포외고 공식 입학설명회에서 연설하는 동영상 갈무리.
▲ 2006년 9월 23일 동영상 이 부장이 김포외고 공식 입학설명회에서 연설하는 동영상 갈무리.
ⓒ 윤근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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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포외고 장아무개 교장은 이 학교 공식 홈페이지 인사말에서 "김포외고는 정의감과 도덕성을 지닌 기본이 바로 선 지도자를 양성하고 있다"고 적었다. 하지만 정작 이 학교의 입시와 교육과정 운영은 이와 정반대였다.

이 부장도 지난 9월 1일 인터뷰 동영상에서 "김포외고는 금년 열심히 공부한 자만이 들어올 수 있는 어려운 문제를 낼 것"이라면서 "열심히 공부한 자만이 성공할 수 있다. 열심히 노력해서 내년에 좋은 관계로 만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현재까지 수사 진행상황을 보면 이 부장은 교단에 다시 설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열심히 공부한 자'만이 아니라 그가 학원에 빼 준 시험지 때문에 합격한 학생도 있는 것으로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한편, 김포외고 관계자는 이 부장의 '위장 시간표' 운용 발언과 관련 "학교에서는 그렇게 이중 시간표를 운영한 바가 전혀 없고 내년에도 그렇게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또다른 관계자는 "아마 이과반을 위해 운영한 시간은 내년에는 바뀔 것"이라고 말해 상반된 태도를 나타냈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인터넷<교육희망>(news.eduhope.net)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외고, #김포외고, #특목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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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에서 교육기사를 쓰고 있습니다. '살아움직이며실천하는진짜기자'가 꿈입니다. 제보는 bulgo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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