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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가 주최하는 '제2회 대학생 기자상' 응모 기사입니다. 최상진 시민기자는 충북대 심리학과 3학년에 재학중입니다. [편집자말]
김포외고 시험지 유출사건이 일파만파 커지고 있다. 시험지 유출에서부터 학교와 학원의 유착관계, 편법 수업, 모 학원생 47명의 불합격 처리문제까지 문제가 불어나고 있다. 위와 같은 김포외고 사태의 외적 문제도 심각하지만 정작 중요한 문제는 학생들과 학부모가 가지고 있는 교육에 대한 생각이다.

지난 11월 15일 문제의 중심에 선 목동 M학원에 자녀를 보내 김포외고에 합격시켰다는 김모(45)씨는 노컷뉴스와의 인터뷰에서 "그 학원에 다녔다는게 죄냐, 아이들이 자살까지 생각한다"고 말했다.

얼핏 보기에 이 인터뷰 내용은 문제의 쪽지를 보지 않고 합격한 학생의 부모가 안타까움에 말한 내용일 수도 있다. 하지만 자세하게 살펴보면 우리나라의 과열된 입시제도와 넘치는 학부모의 과열된 교육방식이 빚어낸 이야기라고 볼 수 있다.

문제유출 사건의 중심에 선 김포외고 홈페이지
 문제유출 사건의 중심에 선 김포외고 홈페이지
ⓒ 김포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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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작 고등학교 떨어졌다고 자살을 생각해?

한국 사회에서 과학고와 외고는 특수학교다. 특히 외고는 외국어에 유능한 인재를 선발하기 위해 만들었다는 취지가 무색해질 만큼 수재들의 대학 입시를 위한 학원 아닌 학원으로 전락해 버린지 오래다. 외고 입학이 곧 명문대 입학의 수순이라고 생각하는 만큼 학생들은 이들 학교에 진학하기 위해 초등학교부터 고액을 지불하고 학원을 다닌다.

물론 초등학생 때부터 과학고나 외고 등 특수 고등학교에 진학하기 위해 준비했고, 어이없이 불합격될 처지에 있다는 사실은 학생들에게 극심한 스트레스를 유발할 것이다. 하지만 '그 학생들이 김포외고 한 곳만을 보고 공부해왔을까?'라는 의문이 든다. 그들이 김포외고에 합격할 실력이 된다면 굳이 그 학교 뿐만 아니라 수도권 전역에 위치한 수많은 외고, 과학고에도 지원해 합격할 수 있지 않을까.

또한 고등학교 입시에서 한번 떨어진 것으로 자살을 생각할 정도로 학생들이 약하다면 장차 대입에서 실패하고, 취직에 어려움을 겪을 경우 더해질 심리적 압박감을 어떻게 이겨낼 수 있을지 걱정된다.

차라리 지금 M학원 출신 47명의 학생들이 '유출된 문제지를 보고 합격했다'는 오명을 들으며 김포외고를 다니는 것보다 다른 학교에 진학해 평범하게 학창시절을 보내라고 말하고 싶다. 외고가 아니라 일반 고등학교를 다닌다고 해서 명문대에 들어가지 못하라는 법은 없으니까.

학부모의 욕심, 목표의식 실종이 심리적 요인

'아이들이 자살을 생각한다'는 내용의 인터뷰 속에는 학부모들의 과열된 욕심과 학생들의 목표의식 실종이 담겨있다.

현재 대부분의 학부모들은 아이들이 말을 떼기가 무섭게 영어학원부터 속셈, 피아노, 바둑, 웅변, 논술 등 꼬리에 꼬리를 물며 학원을 보낸다. 수많은 학원들에서 아이들은 친구들과의 사교성을 기르는 법보다 공부하는법, 남들보다 무엇이든 잘하는 법부터 익히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한 초등학교에서 교생실습을 했던 서현진(23)씨는 "아이들이 청소시간에 자기가 앉았던 자리의 쓰레기만 줍고 마는 것에 충격이었다"며 "현재 아이들에게 공동체 의식이나 협동심을 가르치기 상당히 어려워 보였다"고 말했다.

위와 같이 자라난 아이들은 점차 자기중심적으로 변하는 경우가 많고 또래 친한 친구가 없어 우울증이나 인터넷, 게임중독에 빠져들 가능성이 높다. 게다가 부모의 기대치가 높고 잦은 성화가 이어질 경우 아이들은 심리적으로 약해질 수밖에 없는 처지에 놓인다.

따라서 어려서부터 사교성보다 공부능력 위주의 경쟁만 익혀 심리적으로 약해져 있는 아이들이 김포외고 사태와 같은 일을 겪을 경우 심각한 불안감과 자괴감에 빠져들게 되고 심지어는 위 인터뷰처럼 자살 이야기까지 할 수도 있게 되는 것이다.

부모의 적극적 경청, 공감형성, 올바른 진로지도가 필요

위와 같은 상황에서 무엇보다 부모들에게 필요한 것은 아이들에 대한 믿음을 보여주는 것과 적극적 공감, 그리고 올바른 진로지도다.

먼저 아이들이 부모의 욕구를 충족시켜주길 바라기 전에 아이들의 이야기를 적극적으로 듣고 공감을 형성하는 일이 필요하다. '숙제 했냐, 학원 가라' 등의 이야기보다 '학교에서는 친구들과 어떤 일이 있었니, 오늘 하루중 가장 즐거웠던 일은 뭐였니' 등을 물어보는 것이 현명하다. 단 며칠이라도 부모가 아이들의 이야기를 적극적으로 들으려 노력한다면 아이들은 지겨운 학교와 학원에 간다고 생각하기보다 어떤 재밌는 일을 만들어 부모님께 이야기해야 하나 하는 즐거운 고민을 하게 될 것이다.

또한 부모가 아이들을 절대적으로 신뢰한다는 태도를 보여주는 것도 중요하다. '형은 성적이 이런데 너는 이게 뭐냐, 옆집 철수는 이번에도 1등 했다더라, 공부 안하고 매일 옷타령이냐' 등의 이야기는 그나마 학교와 학원에서 받아온 스트레스를 증폭시키는 역할을 한다. 위 말 대신 '엄마는 우리 ㅇㅇ가 공부도 잘 하고 친구들과도 사이좋게 지냈으면 좋겠어, 엄마는 네가 공부를 잘하든 못하든 사랑해, 넌 엄마 아들이니까' 등의 말로 아이들에게 부모가 자신을 사랑한다는 믿음을 심어주기 바란다. 아이들은 부모의 믿음이 전달될수록 심리적 안정감을 찾게 된다.

아울러 부모들은 아이들의 장래 희망을 현실적으로 분석해 조언을 해야 한다. 많은 부모들이 무조건 외고나 과학고에 입학해야 한다거나 SKY에 진학해야 한다고 아이들에게 주입하고 있다. 부모의 기대에 따라 아이가 원하는 고등학교, 대학에 진학할 경우 정작 자신의 적성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해 대학생활에 적응하지 못하거나 여러 정신적인 문제를 일으킬 여지가 있다.

때문에 부모들은 어린 시절부터 아이들의 장래희망부터 듣고 꿈을 이루기 위한 현실적인 방안을 구체적으로 마련해 옆에서 조언해주는 역할을 하기를 바란다. 아이들은 구체적으로 설정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자율적으로 노력하게 될 것이다.

사람은 인격형성에 있어 부모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는다. 따라서 아동기부터의 부모의 양육방식에 따라 아이는 건강한 정신을 지닌 성인으로 성장하느냐 불완전한 정신상태를 보이냐는 것이 결정된다. 지금이라도 학교, 학벌주의 의식을 뒤로 하고 아이들에게 건강한 의식을 심어주는 것이 아이들의 성장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는 것임을 명심해야 한다.


태그:#김포외고, #교육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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