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의장대원들이 해외 독립지사 영정을 안고 안장식장으로 향하고 있다. (가운데 의장대원이 안은 차도선 의병장의 위패와 훈장. 남아있는 영정이 없어 위패와 훈장으로 대신했다) 가짜 유족으로 밝혀진 차상옥씨가 의장대 뒤편 유족대표 행렬에 참석했다(손녀 월겸씨는 '검정양복 대열 두 번째 줄 가운데 키 작은 사람'이 차상옥이라고 가리킴)고 밝혔다.
 의장대원들이 해외 독립지사 영정을 안고 안장식장으로 향하고 있다. (가운데 의장대원이 안은 차도선 의병장의 위패와 훈장. 남아있는 영정이 없어 위패와 훈장으로 대신했다) 가짜 유족으로 밝혀진 차상옥씨가 의장대 뒤편 유족대표 행렬에 참석했다(손녀 월겸씨는 '검정양복 대열 두 번째 줄 가운데 키 작은 사람'이 차상옥이라고 가리킴)고 밝혔다.
ⓒ 차월겸

관련사진보기


국가보훈처(이하 보훈처)가 해외 독립지사의 유해를 봉환-안장시키는 과정에서 가짜 후손이 유족대표로 둔갑, 묘소 비석에 가짜 후손이 손자로 등재되고 독립지사의 출생지가 엉뚱한 곳으로 바뀐 사실이 12년 만에 밝혀졌다.

홍범도 장군과 함께 항일무장투쟁에 나섰던 차도선(1863년~1939년) 의병장의 유해가 가짜 종손이 유족대표로 참석한 가운데 안장되고, 출생지가 뒤바뀌는 등 수난당한 사실이 국립묘지 대전현충원을 취재한 결과 드러났다.

지난 5일 차 의병장의 유해가 안장된 대전국립묘지 애국지사 제1묘역 36번째 비석을 확인한 결과 보훈처의 기록과 달리 '충남 청양'에서 출생한 것으로 되어 있었다. 보훈처의 공훈록과 묘소편람에는 '함남 갑산'(함남 북청군 풍산면 출생설도 있음)에서 출생한 것으로 기록되어 있다.

뿐만 아니라 가짜 손자인 차상옥(사망, 연안차씨 중앙총본부 전 사무총장)씨의 이름이 진짜 손자 이름과 함께 손자 명단에 등재돼 있다. 게다가 의병장의 친손자 '일천'(셋째 아들 원복의 맏아들)이 '일선'으로, 종손자 '광이'(원복의 둘째 아들 '금겸'의 외아들)는 '광의'로 잘못 기재되는 등 오류투성이라고 진짜 유족들이 지적했다.

차 의병장의 남한 거주나 직계 친족 여부는 밝혀진 바가 없다. 이로 인해 1962년 정부가 추서한 '건국공로훈장'을 보훈처가 관리했다. 이 훈장은 2003년 6월 손녀 차월겸(63 차 의병장의 셋째 아들 '원복'의 4녀)씨에게 전달됐다.

"진짜 종손자 아니라고 했지만 묵살"-"크게 이의 달지 않았다"

가짜 유족으로 밝혀진 차상옥씨가 95년 중국에 거주하던 차도선 의병장의 손녀 월겸씨에게 보낸 편지
 가짜 유족으로 밝혀진 차상옥씨가 95년 중국에 거주하던 차도선 의병장의 손녀 월겸씨에게 보낸 편지
ⓒ 조호진

관련사진보기


보훈처가 95년 차도선 의병장을 비롯한 해외 독립지사 유해봉환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첫 번째 가짜 유족이 등장한 것으로 보인다.

당시 종친회 사무총장이었던 차상옥씨가 의병장의 손자임을 자처하고 나선 것이다. 차씨는 95년 2월 9일 중국 길림에 거주하던 의병장의 친손녀 월겸씨에게 보낸 편지에서 자신은 차 의병장의 종손자라고 주장, 유해봉환을 맡겠다며 가족사항을 물어왔다.

보훈처 '국외독립유공자 유해봉환' 업무담당자는 95년 1월 월겸씨에게 보낸 편지에서 "한국에 살고 있는 차상옥(차도선 지사의 동생 손자)씨가 보훈처를 찾아와서 자기가 차도선 지사의 종손자이므로 유해봉환 문제를 중국에 거주하고 있는 유족들과 협의하여 결정하겠다고 했다"고 알려왔다.

월겸씨는 "95년 중국에 거주할 때 차상옥이란 사람이 종손자라고 주장하며 수차례 편지를 보내오고, 유해 안장식 사진도 보내왔다"면서 "차상옥씨는 진짜 종손자가 아니라고 보훈처에 여러 번 전화도 하고 편지도 했지만 어찌된 일인지 우리 의견은 묵살됐다"고 말했다.

보훈처 관계자는 "오래된 일이라 유족대표가 돼 안장식에 참여한 과정을 알 수 없다"고 말했으며, 당시 유해봉환을 담당했던 관계자는 "중국에 있는 손녀들이 차상옥씨에 대해 특별하게 이의를 달지 않은 것으로 기억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보훈처 관계자는 "보훈처는 유해 봉환하는 일까지만 했고 비문을 새기는 일은 국방부가 처리했다"고 책임을 전가했다.

대전현충원 관계자는 "(차상옥씨가) 보훈처 직원과 함께 (차 의병장의)유해를 가지고 왔기 때문에 유족대표로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면서 "유족대표로 온 차상옥씨가 제시한 내용으로 비문을 새겼다"고 해명했다.

95년 당시엔 국방부가 대전현충원을 관리했으며, 2006년 2월 보훈처로 관리 업무가 이관됐다.

또 나타난 의병장 종손... '이번엔 내가 진짜 종손자'?

월겸(왼쪽)씨와 여동생 옥겸(59)씨가 가짜 유족 차상옥씨가 손자로 둔갑, 비석에 새겨져 있는 부분을 가리키며 어이없어 했다.
 월겸(왼쪽)씨와 여동생 옥겸(59)씨가 가짜 유족 차상옥씨가 손자로 둔갑, 비석에 새겨져 있는 부분을 가리키며 어이없어 했다.
ⓒ 조호진

관련사진보기


손녀 '월겸', '옥겸'씨가 차도선 의병장의 뒤바뀐 출생지를 가리키고 있다.
 손녀 '월겸', '옥겸'씨가 차도선 의병장의 뒤바뀐 출생지를 가리키고 있다.
ⓒ 조호진

관련사진보기

차 의병장의 종손자를 자처하는 두 번째 인물이 월겸씨 앞에 나타났다. 두 번째 종손자 역시 첫 번째 가짜 종손자처럼 종친회 간부였다.

월겸씨는 광복 55주년을 맞아 진행된 해외거주 독립유공자 후손 초청의 일환으로 2000년 8월 11일 조국을 처음 방문했다. 이날 공항으로 마중 나온 차재명(54 원주시연안차씨종친회 총무)씨는 숙소인 호텔까지 쫓아와 '보훈처에 가서 종손자임을 증거서 달라'고 계속 졸랐다는 것이다. 그러나 월겸씨가 광복절 행사를 마친 뒤 종적을 감추면서 연락이 두절, 차씨의 시도는 일단 중단됐다.

차재명씨는 2006년 12월 종친회장 차화준과 연명으로 대전현충원에 진정서를 제출했다. 차상옥은 가짜 유족이며 자신이 진짜 유족이라는 주장과 함께 차 의병장의 ▲생년월일(1863. 1. 29일을 1878. 10. 12일로 정정) ▲출생지(충남 청양군을 함남 정평군으로 정정)를 바꿔달라는 민원을 제기했다. 함남 정평은 차씨 집안의 본적지로 밝혀졌다.

차재명씨는 민원 제기에 그치지 않고 종손자 보증을 서달라고 압박을 가했으며 종친회 관계자까지 가세했다고 월겸씨는 밝혔다. 월겸씨는 지난 1월 대전현충원에 보낸 편지에서 "차재명은 차도선과 관계없는 분"이라며 "(차재명 요구대로) 비석을 고칠 수 없다"고 못 박았다.

월겸씨는 "차씨의 종손자 보증문제로 차씨는 물론 종친회 간부에게까지 너무 많이 시달렸다"면서 "한국엔 도와줄 사람이 아무도 없었고, 계속 거부하면 해칠까봐 두려워 '본적지 변경을 해 준다'는 공증을 서주었다"고 말했다.

차재명씨는 뿐만 아니라 집안의 3대를 의병장의 직계 가족으로의 변경을 시도했다. 차재명씨가 작성해 월겸씨에게 건넨 '묘비 변경 요구서'에 따르면 자신의 할아버지 두 명을 차 의병장의 형제로, 아버지 형제 네 명을 손자로, 자신을 비롯한 네 명의 형제를 종손으로 등재하려고 준비했던 것이다.

국립현충원은 차재명씨의 부친이 의병장의 손자인지 확인되지 않는 점과 월겸씨의 반대의견을 이유로 지난 2월 5일 묘비 정정 불가 통보를 했다.

종친회 차상규 총무는 "차상옥은 조작된 가짜 유족이지만 재명씨는 호적등본과 재산등기대장으로 볼 때 차도선의 자손이 맞다"고 주장했다. 종손임을 주장하고 있는 차재명씨는 "돈에는 관심이 없다, 뿌리 찾기에만 관심이 있다"고 말했다.

차도선 의병장의 종손이라고 주장하고 있는 차재명씨가 진짜 손녀 '월겸'씨에게 건넨 '묘비 변경 요구서'(붉은 선 안에 있는 이름이 차재명씨의 할아버지 형제 2명, 아버지 형제 4명, 자신을 포함한 형제 4명이다)
 차도선 의병장의 종손이라고 주장하고 있는 차재명씨가 진짜 손녀 '월겸'씨에게 건넨 '묘비 변경 요구서'(붉은 선 안에 있는 이름이 차재명씨의 할아버지 형제 2명, 아버지 형제 4명, 자신을 포함한 형제 4명이다)
ⓒ 조호진

관련사진보기



태그:#가짜 독립유족, #차도선 의병장, #국가보훈처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