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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04년 12월 24일, 서울 영등포 일대 빈민지역인 일명 '쪽방촌' 성탄예배에 모인 빈곤 노인들(자료사진).
 지난 2004년 12월 24일, 서울 영등포 일대 빈민지역인 일명 '쪽방촌' 성탄예배에 모인 빈곤 노인들(자료사진).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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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일자리 창출이 아니라 일자리의 질을 보장해야 한다

2007년 대한민국에 사는 국민 5명 중 1명은 상대 빈곤층이라 한다. 과거에 빈곤층은 일할 능력이 없어서 빈곤하게 되었다. 그래서 일자리만 있으면 빈곤상태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희망을 가질 수 있었다.

그러나 이제는 일할 능력이 있고, 일을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빈곤상태를 벗어나지 못하는 현실 속에서 이들은 그나마 가졌던 희망을 상실하기에 이르렀다. 우리는 이들을 근로빈곤층이라 부른다.

일해도 빈곤하다, 어떻게 해야하나

참여정부 초기에 외환위기 이후 줄곧 증가하는 근로빈곤층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일을 통한 빈곤탈출'을 빈곤정책의 핵심전략으로 삼았다는 것은 적절한 정책선택이었다.

그리고 사회서비스 영역(가사·간병·보육·장애인 및 노인 보호등과 같이 개인 또는 사회 전체의 복지증진 및 삶의 질 제고를 위해서 사회적으로 제공하는 서비스)에서 일자리를 창출하여 부족한 사회서비스 공급 문제를 해결하려는 시도 역시 긍정적 평가를 받을 수 있다.

그래서 사회서비스 일자리 창출은 이용자들에게는 삶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고, 근로빈곤층들에게 '희망의 조건'을 만들어주기 위한 사회적 실험이라 할 수 있다.

2006년부터 기획예산처를 필두로 보건복지부·노동부 등 일자리 관계부처들은 '사회서비스 확충'과 '일자리 창출'이라는 두 마리의 토끼를 잡기 위한 전방위적 노력을 계속하고 있다.

2007년 2월에 개최된 '사회서비스 일자리 보고회'에서는 중기 사회서비스 일자리 창출을 위하여 2007년부터 2010년까지 시장부문과 재정지원을 통해 매년 20만개씩 80만개의 사회서비스 일자리를 신규 창출하겠다는 거대한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1차년도인 올해에는 국비 1조2945억원을 포함하여 총 2조2703억원을 투자하여 신규일자리 9만개를 포함 20만개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는 것이다.

특히, 복지부는 금년에 사회서비스의 공급방식으로 바우처(서비스 이용권 제도) 방식을 도입하여, 사회서비스 이용자 확대 및 만족도 제고, 그리고 공급자간의 선의 경쟁을 유도하여 서비스 내용의 질적 제고를 도모하겠다는 야심찬 포부를 내보이기도 하였다.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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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윤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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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8시간 일하고 40만원 받는 '사회적 일자리'가 희망?

그렇다면, 근로빈곤층들에게 희망의 조건을 만들어주겠다는 정부의 사회적 실험의 현주소는 어떤가? 사회서비스 일자리 창출 사업의 일환으로 실시되고 있는 장애인 활동보조사업 참여자들은 월평균 노동시간은 68시간 정도이고, 월평균 수입은 40만원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라 한다.

노인 돌보미 사업에 참여하고 있는 A씨는 거동이 불편한 어르신 4분을 돌보면서 월평균 55만~60만원의 수입을 얻고 있다. 이들 중 상당수는 4대 사회보험가입으로부터 배제되어 있다.

현애자 의원실에 따르면, 상황이 나은 상태라고 하는 노인 돌보미 사업의 사회보험 가입율을 보면 산재보험, 46.8%, 고용보험 46.9%, 건강보험 40.5%, 그리고 국민연금 39.8% 수준으로 50% 수준에 못 미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게다가 이들에 대한 사회적 인식은 그저 '허드렛을 거두는' 일자리라는 거의 냉대에 가까운 시선을 느낀다고 한다.

근로빈곤층의 희망의 조건을 만들기 위해 시작된 사회서비스 일자리 사업은 외형적으로 여성들의 노동시장참여를 유인해내고, 부분적으로 가게에 도움이 되고 있다. 그리고 차가운 사회적 시선에도 불구하고, 이용자들의 삶의 질 향상을 도모하고 있다.

그러나 이 면을 보면 '저임금, 고용불안정, 사회적 배제'라는 3중고를 겪는 우리시대의 일그러진 근로자상을 만들고 있는 것은 아닐까?

진정 희망의 조건을 만들기 위해서 이제 관심을 돌려보자. 일자리 창출에서 벗어나 괜찮은 일자리 창출을 위한 우리 사회의 새로운 사회적 실험이 필요한 것이다. 최고의 임금수준과 완벽한 근로조건을 요구하는 것은 아니다. 근로기준법, 최저임금, 그리고 생존권적 기본권에 부합하는 일자리면 된다.

달리 말하면 일자리 창출이 아니라, 고용과 임금의 안정성이 보장되는 '괜찮은 일자리'를 만드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 필요한 사회적 장치는 무엇인가?

사회서비스라는 특성에 부합하는 적정한 임금기준 및 근로기준 그리고 4대 사회보험 적용과 같은 사회적 보호 장치를 마련하여야 한다. 동시에 제공하는 서비스 수준을 보장하기 위한 교육훈련과 자격증 교부와 같은 시스템 정비가 필요하다.

여전히 양으로 승부하는 후보들

권영길 민주노동당 대선후보가 26일 여의도 증권거래소 앞에서 시위중인 코스콤 농성장을 찾아 전국비정규사업장 위원장단과 간담회에서 삼성 특검 및 비정규직 문제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있다.
 권영길 민주노동당 대선후보가 26일 여의도 증권거래소 앞에서 시위중인 코스콤 농성장을 찾아 전국비정규사업장 위원장단과 간담회에서 삼성 특검 및 비정규직 문제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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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정권에서는 이렇게 양질의 사회서비스 일자리 창출 가능성은 어느 정도일까? 일단 우려스럽다. 각 당의 대선후보가 제시한 일자리 창출공약을 보면, 여전히 양으로 승부하고 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그것도 삶의 희망을 잃고, 사회적으로 소외되고 있는 근로빈곤층을 위한 구체적 공약은 거의 전무한 상태이다. 이인제·이회창 후보는 이와 관련한 공약 자체를 찾아 볼 수 없었다.

이명박 후보는 기본적으로 성장을 통한 일자리 창출을 제시하고 있다는 인상이다. 각종의 규제완화와 감세, 그리고 지방 산업에 대한 투자활성화를 통해서 일자리를 창출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이렇게 창출된 일자리에 근로빈곤층을 위시한 사회적 취약계층이 비집고 들어가기 위해서 필요한 특별한 사회적 배려 혹은 사회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점을 외면하고 있다. 용취약계층을 위한 맞춤형 일자리 창출을 언급하고 있지만, 이것이 괜찮은 일자리가 되기 위해서 필요한 제도적 방안이 미흡하다.

정동영 후보는 중소기업과 서비스업을 중심으로 50만개 일자리 창출을 제시하고 있으며, 사회서비스 일자리의 경우 여성 일자리 정책의 일부로 제시하고 있다. 부족한 사회서비스도 공급하고, 여성 일자리 창출도 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양적인 창출에 집중하고 있고, 현 정부의 일자리 창출 정책 속성에서 벗어나고 있지 못하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남는다.

권영길 후보는 생애주기형 사회서비스 공급을 목표로 접근성을 높일 수 있는 방안으로 각 지자체별로 '사회서비스센터'를 설립하고, 이를 통해서 서비스 질을 관리하겠다는 공약을 내세우고 있다. 그리고 이 센터를 활용하여 사회서비스 노동자를 직접고용 하여 근로조건을 개선을 도모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괜찮은 일자리 창출이라는 측면에서 볼 때 가장 높은 평가를 받을 수 있는 공약이다.

문국현 후보는 별도의 사회서비스 일자리 공약을 찾아 볼 수 없다. 문 후보 일자리 공약에서 차별성은 양적으로 다른 후보와 분명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1년 100만개씩 5년 재임기간 동안 500만개의 일자리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일자리 창출 특별법을 제정하여 사람에 대한 투자를 유도하고, 통합고용서비스를 지원한다는 공약이 주목된다.

대선후보, 근로빈곤층 위한 일자리 공약 전무

사회서비스 일자리는 사회서비스의 공급과 일자리 창출이라는 사회적 과제의 기계적 결합이 아니다. 그것은 서비스 이용자와 창출된 일자리에서 서비스를 제공하는 참여자 생존의 문제이다. 그들은 유권자이고, 또 유권자의 이웃이기도 하다. 따라서 이번 대선 후보들의 사회서비스 일자리에 대한 공약에 대한 관심은 4명의 유권자가, 1명의 유권자를 위한 책임이고 의무라는 점을 명심하여 한 표를 행사해야 한다.


태그:#대선공약, #대선시민연대, #공약 검증, #사회일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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