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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한복판에 던져지는 '이명박 특검' 폭탄은 과연 위력을 발휘할 수 있을까.

 

대통합민주신당은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의 `BBK 연루의혹'에 대한 특별검사제 법안을 오늘(3일) 발의하기로 했다. 신당은 다른 정당들과 공조하여 12월 임시국회를 소집해 `이명박 특검법'을 통과시키겠다는 입장이다.

 

민주당은 이미 특검법 찬성 의사를 밝힌 상태이고, 민주노동당까지 공조하면 국회 통과가 가능할 수 있기 때문에 단순한 엄포는 아닌 상태이다.

 

'이명박 특검' 추진의 배경

 

그런데 BBK 의혹에 대한 검찰의 중간수사결과 발표가 조만간 있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신당은 검찰 발표 이전에 특검법을 발의하는 초강수 카드를 들고 나온 셈이다. 검찰의 수사결과를 무시한다는 소리를 들을 수도 있고, 대선을 겨냥한 '정략적' 법안이라는 논란이 따를 수도 있다.

 

이러한 부담을 무릅쓰며 '이명박 특검법'을 추진하려는 이유는 무엇일까. 한마디로, 검찰수사의 결론에 상관없이 'BBK 의혹'을 이번 대선 끝까지 가져가겠다는 의사로 해석된다.

 

우선 검찰 수사결과가 이명박 후보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나올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명박 후보의 연루 여부에 대해서는 엇갈린 주장들이 계속 나오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검찰이 어떠한 결론을 내릴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은 상태이다.

 

그러나 신당으로서는 이명박 후보의 무혐의 결론이 내려질 경우의 상황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그렇게 되면 검찰의 발표와 함께 이번 대선은 사실상 게임 끝의 상황이 되어버리기 때문이다.

 

신당이 추진하는 특검법은 검찰이 그러한 결론을 내리는 상황이 되더라도, 그에 구애받지 않고 BBK 의혹을 대선 끝까지 밀고 가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보인다.

 

그리고 거기서 더 나아가, 설혹 이명박 후보가 당선된다 하더라도, '이명박 당선자'에 대한 특검을 하겠다는 이야기이다. 이명박 후보 자신이, 대통령이 되더라도 BBK 연루가 드러날 경우에는 책임지겠다는 공언을 한만큼, 그가 당선되더라도 중도사퇴 할 수 있다는 점을 알리는 의미도 담고 있다.

 

설혹 그러한 상황으로까지 발전하지 못한다해도, 내년 4월 총선에서 이 문제를 쟁점화시켜 한나라당을 압박하겠다는 포석도 깔려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명박 특검', 보수층 결집 낳을 가능성

 

이처럼 신당의 '이명박 특검' 카드는 다목적용이다. 검찰의 수사결과 발표가 이번 대선의 분수령이 될 상황에서, 신당으로서는 배수의 진을 치고 나서는 선택이 된다.

 

그러나 그에 따르는 논란과 부담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우선 대선을 겨냥한 정략적 특검이라는 비판이다. 민주노동당이 일단 유보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는 것도, 바로 '이명박 특검'이 대선전략용으로 비쳐진다는 점 때문이다.

 

특히 검찰의 발표가 나오기도 전에 무조건 특검을 하겠다고 나서는 것은 특검의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를 제약하고 있다. 검찰의 발표내용을 들어보기도 전에 이미 특검이 필요하다고 나서는 것은, 너무 의도가 들여다 보인다는 지적을 받을 수 있다.

 

검찰이 어떠한 근거로, 어떠한 결론을 내리든간에, 신당은 그것을 인정하지 않고 이번 대선에서 끝까지 문제삼겠다는 것이 된다. 그래서 '묻지마 특검' 소리를 들을 지도 모른다.

 

그리고 이같이 중대한 결정을 대선을 코 앞에 둔 시점에 하는 것에 대해서도 논란이 따를 수 있다. 이명박 후보는 현재로서는 당선가능성이 가장 높은 유력 후보이다. 그에 대한 특검은 결국 그가 당선되더라도 대통령직에서 물러나야할 상황이 있을 수 있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대통령 탄핵 시도에 버금가는 중대한 사안이 될 수도 있다. 이명박 후보가 당선되더라도 그가 대통령직에서 사퇴하도록 만들겠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도 있다.

 

2004년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탄핵시도가 노 대통령 지지층의 결집을 낳고, 17대 총선에 엄청난 영향을 준 바 있다. 현재의 상황에서 이명박 후보에 대한 특검의 추진은 보수층을 동요시키기 보다는 오히려 결집을 촉진하는 방향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야당의 유력 후보에 대한 끌어내리기 시도는, 대선에 나타날 민의에 불복하겠다는 자세로 받아들여지면서 예기치못한 정서적 반발을 확산시킬 수 있다. '이명박 특검' 카드가 자신들에게 약이 될지, 독이 될지, 신당측은 잘 따져보아야 할 것이다.

 

검찰 발표 지켜보는 것이 우선

 

이제 하루 이틀 사이에 검찰의 발표가 있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그 시간을 못 참고 이렇게 쫓기듯이 특검법을 발의할 일은 아니다.

 

우선은 검찰의 발표내용을 놓고, 문제가 있다면 구체적으로 무엇이 문제인가를 분명히 하면서 특검의 필요성을 거론해야 설득력이 있다.

 

그리고 신당의 입장에서 특검이 필요하다는 결론이 내려진다 하더라도, 그 추진 시점에 대해서는 별도의 정치적 판단을 해야 한다. 오는 19일 이후는 권력교체기가 된다는 상황을 감안할 때 이번 특검추진은 커다란 정치적 논란을 몰고올 수도 있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신당의 특검추진 여부에 상관없이 이번 대선의 판도는 결국 검찰의 발표내용에 따라 좌우될 것으로 예상된다. 잘못하면 신당은 특검법 발의로 기대했던 효과는 얻지 못한 채, 거꾸로 부담만 껴안고 갈 수도 있다.

 

무리한 대응에는 역풍이 부는 법인데, 지금의 신당은 그 역풍조차 견딜 힘이 없어 보이기 에 하는 말이다. 이번 대선 하나로 모든 것이 끝나는 것이 아니라면, 신당은 좀 더 설득력있는 선택을 해야 한다.


태그:#이명박 특검, #BBK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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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종양 수술 이후 방송은 은퇴하고 글쓰고 동네 걷기하며 지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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