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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김장철만 되면 언제쯤 해야 할지, 언젠가는 해야지 하는 부담감으로 생각만 해도 미리부터 몸살이 날 지경이다. 해마다 하는 일이지만 여자들에겐 부담이 큰 게 당연.

 

'그래도 김장은 시골에서 해야 제 맛이 난다'는 지론을 가지고 있던 터라, 매번 부모님댁에서 김장을 했다. 하지만 부모님께 부담을 드리는 것이 죄송했고, 이번에 그렇게 하지 않으려고 다짐했지만 어찌하다보니, 부모님댁에서 김장을 하기로 결정됐다. 날짜는 12월 첫째 주 토요일인 1일. 사실 부모님은 시골에서 살고 계시지만, 배추 농사를 짓지 않으시기 때문에 배추를 사서 김장을 담가야 한다.

 

아버님은 서울에서 교직 생활을 하시다 정년퇴임하여 고향으로 내려가셨기 때문에 제대로 농사를 지어보시지 않았다. 무를 심었지만 심는 시기를 놓쳐 무가 자라지 않았다. 남편과 어머니는 밭에서 김치에 넣을 무와 갓을 뽑아 모은다.

 

 

그래도 아버님이 지으신 농사이기 때문에 정성스럽게 뽑아 다듬고 절여 맛있게 담글 예정이다. 흐뭇해하시는 아버님의 모습을 보니 나 역시 행복해졌다.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하나하나 배워 가시는 모습은 우리들이 봐도 행복해 보인다.

 

해마다 1년 먹을 김치를 담가야 하기 때문에 동네에 사시는 분들의 도움을 받았었다. 그래서 우리는(동생네와 우리) 김치 통만 가지고 가, 속을 채워오기만 했다. 그렇지만 이번 김장은 지난 번과는 다르다.

 

요즘 시골엔 젊은 사람들이 없다. 모두 도시로 떠났기 때문이다. 그래서 시골엔 나이 드신 할아버지와 할머니들만 사신다. 어르신들은 너무 연로 하셔서 큰일을 하더라도 도와줄 수 있는 형편이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올해는 우리 가족끼리 해야 할 형편이 된 것이다.

 

사정이 사정인지라 우리집 남자들도 함께 동참하기로 한 것이다. 근엄한 모습으로 부엌일은 여자들의 몫이라고 생각 하셨던 아버님도 팔을 걷어 붙이셨다. 미나리를 다듬으시는 아버님은 "미나리 향이 참 좋다"시며 향기를 맡아보신다.

 

 

 

올해는 배추 값이 비싸서 모두들 '금치'라고 하지만 김치는 우리나라의 고유 음식으로 없어서는 안 될 반찬이다. 때문에 비싸도 해야 한다. 어머니께서는 속이 노란 배추를 농사 지으시는 분께 부탁해 놓으셨단다. 그곳에서 절이고 씻어서 가져 오기로 했다고.

 

배추가 도착했다. 속 양념을 버무려야 하는데 많은 양을 한꺼번에 해야 하기 때문에 엄두를 내지 못하고 망설이는데 시동생이 고무장갑을 끼고 힘차게 버무리기 시작한다. "남자 힘으로도 어려운 것을 어떻게 여자들이 다했나요?"하면서 힘을 모은다.

 

다른 때 같았으면 낚시 간다고 낚시도구를 챙겼을 시동생이 이번에는 적극적으로 도와준다. 참고로 시동생은 밥 먹는 것보다 낚시를 즐기는 사람 중에 하나다. 김장을 위해서 몸을 아끼지 않아 다음날 몸살이 나기도 했지만 우리 가족은 김장을 통해 서로 끈끈한 정을 다진 것은 물론 서로를 위하는 따뜻한 마음까지 읽었다.

 

 

 

주시고도 모자라 더 주시고 싶어 하시는 부모님 사랑을 어찌 다 알수 있을까마는, 그래도 조금씩 나이가 들면서 부모님의 사랑을 깨닫게 되는 것이 인지상정이리라.

 

올해 4인 가족 기준 김장 김치 값이 16만8200원 정도 든다는 통계가 나왔다. 김장 담그는 것이 힘들고 예전보다 돈이 많이 든다 해도 온 가족이 힘을 합쳐 김장을 하면, 그것이 크나큰 사랑의 연결 고리로 이어져 가족애를 느끼게 되는 좋은 계기가 되지 않을까?

 

아버님 댁 마당에 까치밥으로 남겨둔 감이 빨갛게 익어 홍시가 되어 있는 것을 보면서 자연과 하나되어 가시는 부모님께서 늘 건강 하시길 기원해본다.  


태그:#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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