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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한나라당 대통령후보가 BBK 의혹에 대한 검찰의 '무혐의' 결론으로 가장 큰 걸림돌을 제거한 가운데 본격적인 '당심' 모으기에 나섰다.

 

이 후보는 6일 오후 국회 본청에서 열린 '국회의원-당협위원장 연석회의'에서 "경선 과정에서 'BBK 문제 많다'고 주장한 의원들이 미안하게 생각할 수 있다"며 "(그러나) 복잡하게 생각할 것 없고 간단하게 생각해서 툭 털어버리고 열심히 하면 된다"고 당부했다.

 

이 후보는 지역에서 올라온 당협위원장들에게 "(돈) 봉투라도 나눠드려야 하는데"라며 너스레를 떤 뒤, 회의장 문 앞에서 참석자들과 일일이 악수를 나눴다. 애초 이날 회의는 의원총회 형식으로 진행될 예정이었지만, 참석자 범위를 확대해 연석회의를 열었다.

 

"복잡한 것은 대선 이후로 미루자"

 

의원들과 당협위원장들은 대부분 내년 총선을 목표로 하는 정치인들이다. 이 후보는 BBK 의혹을 털어낸 만큼 당심 모으기에 주력했다. 이 후보는 "모든 게 해결되니까 여러분들이 12월 19일보다 내년 4월을 걱정하는 분들이 있다면 그것이 걱정"이라며 총선 공천권을 염려하는 이들을 다독였다.

 

이 후보는 "우선 나라 사랑하는 마음을 갖는 게 좋다"면서 "일에는 순서가 있다, 이 정부가 왜 실패했느냐, 일의 순서와 중요성을 몰라서 그렇다"고 말했다. 이어 "복잡한 것은 19일 이후로 미루면 된다"며 "여러분이 다 털어버리고 함께 해달라"고 거듭 강조했다.

 

경선 당시 유승민 의원 등 박근혜 전 대표쪽은 경쟁자인 이 후보에 대해 'BBK 공세'를 퍼부은 바 있다. 하지만 검찰에 의해 BBK '뇌관'이 제거된 만큼 경선 과정의 '상처'에는 개의치 않겠다는 뜻이다. 
 
하지만 이날 회의에는 '친박근혜' 의원들이 대부분 박 전 대표의 강원지역 유세를 따라간 탓에 자리를 함께 하지 못했다. 이규택·김영선·김무성 의원 등이 참석했다.

 

이 후보는 또한 "지금 세 번째 의원총회지만, 오늘 당협위원장들의 표정이 가장 밝다"며 BBK 의혹을 덜어낸 뒤 속내를 드러냈다.

 

이 후보는 "그동안 부족한 저 때문에 마음 한 구석에 늘 초조함과 불안감이 있었던 것을 안다"며 "오랫동안 저도 어쩔 수 없이 속앓이를 한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어 "여러 과정을 보면서 마음을 놓을 상황이 아니었지만, 결과가 그렇게(우려한 대로) 나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 후보는 "모든 것이 깨끗이 밝혀졌지만 국민께 심려를 끼친 원죄가 있다"며 "지금부터 더욱 낮은 자세로 국민들에게 다가가겠다, '그 봐라, 뭐가 문제였냐'는 식의 자세는 맞지 않다"고 몸을 낮췄다. 

 

이 후보는 검찰과 '전면전'에 나선 여권을 향해 "대한민국 검찰보다 범죄자의 말을 더 믿는 세상이 됐다"며 "그런 분들이 대통령이 되겠다는 것은 위험한 일 아니겠느냐"고 꼬집었다. 이 후보는 "사실 제가 검찰, 국정원, 국세청으로부터 최대의 피해자"라면서 "그러나 일부의 사람이 그렇다고 해서 대한민국 전체를 불신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말했다.

 

 

"이럴 때 위험... 방심하면 사고난다"

 

한편 대통합민주신당과 이회창 대통령 후보 등이 거리에서 검찰 규탄대회를 열고 있는 가운데 한나라당은 국회 안에서 '공작정치·흑색선전과의 전쟁'을 선포했다.

 

한나라당은 이날 회의에서 ▲이 후보에 대한 정치공작에 대한 사죄 ▲장외집회 중단 ▲비전과 정책으로 경쟁하는 선거 등을 신당쪽에 촉구했다. 이들은 박영선·김현미·정봉주·서혜석 등 신당 의원들에 대해 명예훼손 혐의로 고발할 예정이다. 

 

한나라당은 이회창 후보에 대해서도 "지역주의를 부추기는 명분없는 출마를 즉각 포기하라"고 후보직 사퇴를 주장했다.

 

강재섭 대표는 "BBK에 대함 검찰 수사 결과가 발표되면서 모든 논란에 종지부를 찍게 됐다"며 "야구로 치면 '퍼펙트게임' 아니냐, '콜드게임' 승을 했다"고 평가했다. 이어 "BBK는 불발탄이었다"며 "그동안 변함없는 지지를 보낸 국민들께 감사드린다"고 밝혔다.

 

강 대표는 이날 오전 기자회견을 연 정동영 후보에 대해 "기자회견을 통해 상당히 반성하고, 정책선거에 임할 각오를 피력할 줄 알았는데 실망"이라며 "이번 대선이 '진실과 거짓의 대결'이라고 하는데, 국정 운영능력이나 국정을 책임질 비전이 없는 정 후보가 거짓 후보 아니냐"고 꼬집었다.

 

한편 안상수 원내대표는 "자만은 금물"이라고 당 내부를 추스렸다. 안 원내대표는 "BBK 결과 발표를 보고 '선거가 끝났다'는 인사를 많이 받을 것"이라며 "하지만 선거는 지금부터다, 결코 자만이나 방심해서는 안 된다"고 당부했다.

 

안 원내대표는 "'축하한다'는 인사는 우리에게 독이 될 수 있기 때문에 다시 한 번 긴장의 고삐를 조여야 한다"며 "이럴 때가 선거에서 가장 위험하다, 방심하고 자만하면 꼭 사고나 실수가 생긴다"고 말했다.

 

5선 정몽준 의원, 16년만의 의원총회

6일 오후 국회 본청에서 열린 한나라당 '국회의원-당협위원장 연석회의'에서 이명박 대통령후보만큼이나 환영을 받은 사람이 있었다. 지난 3일 이명박 후보 지지와 함께 입당을 선언한 정몽준 의원.

 

정 의원은 본격적인 회의 시작에 앞서 직접 의원들을 찾아다니며 악수를 청했다. 이명박 후보와 강재섭 대표 등은 정 의원을 추켜세우며 참석자들의 박수를 이끌어냈고, 참석자들은 환호성과 휘파람까지 불며 화기애애하게 맞았다.

 

강 대표는 앞에 앉아있던 정 의원을 향해 "이 후보를 도와서 정권교체를 위해서 힘을 합치기로 큰 결단을 내려준 정 의원에게 박수 한번 쳐달라"며 "정 의원은 아마 의원총회가 처음일 것"이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정 의원이 13대 국회부터, 국민당 시절을 제외하곤 줄곧 무소속 의원으로 지낸 탓에 이날 회의가 정 의원에게는 16년만의 의원총회였다. 마침 이날 의원총회는 국민의례 등을 생략한 채 신당을 규탄하는 구호를 외치는 등 다른 때와 사뭇 다른 분위기로 진행됐다.

 

정 의원은 "따뜻하게 맞이해서 감사한다"면서 "미력하나마 10여 일 남은 선거에서 힘을 합해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정 의원은 "5년 전 제기된 의혹들이 있었지만 도와주는 분이 없었고, 여러 의혹이 뒤집어 씌워졌는데 진실과는 너무 큰 차이가 있었다"며 "하지만 헤쳐나갈 준비나 힘이 없었다"고 말했다.

 

정 의원은 "여러 사람들이 아직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똑같은 수법으로 구태의연하게 하려는 것 같다"며 "이제는 한나라당 여러분이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못박았다. 정 의원은 "국민들도 이런 수작에 절대 놀아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태그:#이명박 , #정몽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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