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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차 맨 뒤에, 아이와 함께했던 춘천 여행을 다시 한번 되짚어봅니다.
 기차 맨 뒤에, 아이와 함께했던 춘천 여행을 다시 한번 되짚어봅니다.
ⓒ 방상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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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차 맨 뒤 꽁지에서 아이와 함께 유리창에 얼굴을 맞대고 멀어지는 철길을 하염없이 바라보았습니다. 옛날에는 이 뒤가 완전히 뻥 뚫려서 바람을 맞으며 달렸었다는 제 얘기를 듣는지 마는지, 아이는 마냥 창 밖만을 보면 재밌어합니다.

빠르게 지나가는 주위 풍경과 정신없이 멀어지기만 하는 철길을 바라보며, 오늘(12월 9일) 춘천 나들이가 저희 가족에게 또 다른 추억을 만들어 주었음을 확신하며 잠시 생각에 빠져 봅니다.

"출발 1분 전입니다!"

청량리 도착 오후 2시 24분. 아니, 정확히는 매표소에 도착한 시간이 그렇습니다. 춘천행 기차표를 끊으려는데, 직원의 말이 ‘지금 출발 1분 전입니다. 구입하시겠습니까?’라고 저희에게 다시 되묻습니다.

생각할 시간도 없이 “예”라는 말이 먼저 나가버리고, 저희는 승강장을 향해 줄달음질을 쳤습니다. 그리곤 기차가 얼핏 보이는 계단을 따라 내려가려는데, 마침 저희를 발견한 안내원의 손짓이 점점 빨라짐에 따라 저희 발걸음도 덩달아 빨라졌습니다.

오후 2시 25분. 기차는 저희가 자리를 잡기도 전에 덜컹거리며 승강장을 빠져나가기 시작했고, 저희는 몇 개의 차량을 지나서야 지정된 자리에 앉을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서로 가쁜 숨을 몰아쉬며 웃고 말았습니다.

오전에는 여행자들로 붐비고, 그 사람들이 흘려보내는 웃음소리로 시끌벅적했을 춘천행 기차. 아직도 그들의 온기는 남아있는 듯한데, 그 웃음소리는 이젠 찾을 수 없을 만큼 지금 이 시간 객차 안은 한산하기만 합니다.

강촌역 기둥엔 이젠 더 이상 낙서할 공간도 남지 않은 듯....
 강촌역 기둥엔 이젠 더 이상 낙서할 공간도 남지 않은 듯....
ⓒ 방상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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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시간 남짓 달리던 기차는 가평을 지나고 강촌을 지나 마침내 남춘천역에 도착했습니다. 저희는 우선 역에 도착하자마자 다시 집으로 돌아가기 위한 표를 끊고, 역 앞에 있는 버스 정류장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그런데 대중교통을 이용해 이곳 춘천에 오면 대부분 갈 수 있는 코스는 이미 정해져 있다고 생각됩니다. 기차역이나 시외버스터미널에서 소양 댐까지 가는 버스를 타고, 댐에 도착. 시원한 바람맞으며 소양 댐을 ‘휘’ 한바퀴 구경하고, 다시 시내로 나와 춘천의 명물 ‘닭갈비’를 먹고 집으로 돌아가는 코스 말이죠. 오래전에 아내와 그런 식의 여행을 자주 했었습니다.

오후 4시 25분, 드디어 남춘천역에 도착 도착했습니다
 오후 4시 25분, 드디어 남춘천역에 도착 도착했습니다
ⓒ 방상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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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지어 승객을 기다리는 택시를 뒤로하고 도착한 버스 정류장. 그곳에서 마침 기다리고 있던 버스에 몸을 싣고 소양댐을 향해 출발했습니다. 하지만 생각해보니 지금 댐까지 왕복하는 시간과 이것저것 구경하는 시간을 제하고 보면, 저녁 먹을 시간이 남지 않습니다. 저희가 돌아갈 기차는 저녁 8시 5분 차거든요. 지금 시간은 오후 5시입니다.

아내와 어찌할까 망설이다가 언뜻 결론을 내지 못하고 몇 정거장을 지나갔는데, 마침 소양강에 병풍처럼 둘러쳐진 산등성이 너머로 태양이 붉게 넘어가는 풍경을 보게 되었습니다. 순간적으로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저희는 버스에서 내렸습니다.

소양강 처녀상이 노을빛을 받아 더 애처로워 보이네요
 소양강 처녀상이 노을빛을 받아 더 애처로워 보이네요
ⓒ 방상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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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 저문 소양강에 황혼이 지면, 외로운 갈대밭에 슬피 우는 두견새야.”

저도 모르게 입에서 ‘소양강 처녀’ 노랫말이 흘러나옵니다. 정말로 해 저문 소양강에 황혼이 지고 있습니다. 갈대밭도 있고요. 이제 두견새 소리만 들려오면 되는데, 두견새는 간데없고 달리는 자동차 바퀴 소리만 요란합니다.

태양이 이제 막 산등성이로 넘어가려합니다
 태양이 이제 막 산등성이로 넘어가려합니다
ⓒ 방상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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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이 사라지니 붉은 기운이 한층 더 짙어집니다
 태양이 사라지니 붉은 기운이 한층 더 짙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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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양강은 이제 온통 붉은 빛으로 변했습니다
 소양강은 이제 온통 붉은 빛으로 변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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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가 저물어 버린 소양강을 뒤로하고 다시 버스를 타고 ‘명동’으로 나왔습니다. 시간은 오후 6시. 명동거리를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구경을 하고나니, 어느새 저희 발걸음은 닭갈비 골목으로 향하고 있었습니다. 아주 자연스럽게 말이죠. 그리곤 호객행위를 하는 가게를 피해, 아무도 부르지 않던 어느 구석진 식당으로 들어갔습니다.

춘천의 명동 닭갈비 골목
 춘천의 명동 닭갈비 골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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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천여행의 마무리는 푸짐한 닭갈비로....
 춘천여행의 마무리는 푸짐한 닭갈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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닭갈비로 저녁을 배불리 먹고 택시를 타고 남춘천역으로 다시 돌아왔습니다. 돌아가는 택시 안에서 기사아저씨는 이 겨울에 뭐 보려고 춘천에 왔냐고 묻습니다. 저희는 웃으며 이렇게 대답해 주었습니다.

“사람들이 많이 안 찾는 계절에 와야 한가롭게 둘러볼 수 있잖아요.”


태그:#소양강, #노을, #춘천, #춘천 기차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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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그리고 그 속에 담긴 이야기를 쓰고 있습니다. 여행지에서 만난 사람 이야기, 혹은 여행지의 추억 이야기를 들려드리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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