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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추어라고 하기엔 믿기지 않는다. 제대로 만들었다. 어떤 자기엔 훌륭한 그림 문양까지 들어가 있다. 모두 4개월에 걸쳐 총 20회를 연습한 예술 초보자들의 작품이라고 하기엔 대단하다. 게다가 그들이 의사소통에 어려움이 있는 농아인이라니.

 

“수화통역사가 있더라도 처음엔 조금 힘들었어요. 아시다시피 예술이란 게 말로도 표현하기가 까다롭고 미묘한 부분이 있잖아요. 하지만 자꾸 만나다보니 맘과 눈빛이 통하더라고요. 오히려 농아인(한국농아인협회 안성시지부)이라 일반인보다 더 집중을 잘하던 걸요. 그리고 청각에 어려움이 있으니 다른 감각(손 감각)이 뛰어나서 비장애인들보다 작품을 더 훌륭하게 만들더라고요.”

 

통상적인 우려를 잠식이라도 하듯 입에 침이 마르도록 농아인 제자들을 칭찬하는 양재석 도예가는 ‘성혜도방’의 주인이다. 안성시 보개면에 자리 잡고 있는 ‘성혜도방’ 작업실에 모여 그동안 갈고 닦은 실력들을 뽐내는 자리에 마음이 들떠있는 것은 오히려 양 도예가였다.

 

지난 14일 전시회 첫날에는 떡 케이크와 떡이 한상 차려졌다. 옛적부터 잔치에는 빼놓을 수 없는 ‘약방 감초’ 같은 떡 때문에 모두가 즐겁다. 옹기종기 모인 사람들 사이에 수화 화살들이 이리저리 날아다닌다. 수화로만 이야기하는 다수의 농아인들의 수다가 한창 시끄럽다. 얼굴엔 만면에 미소를 잃지 않은 채로. 이렇게 전시실에는 이야기꽃과 웃음꽃이 만발하며 넉넉한 오후 한때가 장식된다.  

       

 “태어나서 처음 시도한 일인데요. 만만하게 봤다가 혼났어요. 하면 할수록 어렵더라고요. 물레를 돌릴 때는 힘에 부쳐서 어려웠지요. 끝나고 나서 이렇게 작품을 전시하게 되니 너무 기분이 좋고요. 기회가 되면 계속 배우고 싶어요. 우리 농아인들의 이런 뛰어난 손재주를 정책적으로 사용해 주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번 도예교실에서 누구보다도 열심이었던 길경희 농아인의 소감이다. 수화 통역으로 이루어지는 인터뷰였지만, 한 눈에 봐도 신나있다는 걸 알 수 있다. 고려청자처럼 도자기를 만들어낸 여성 농아인 길경희씨는 양 도예가의 또 다른 자랑거리인 셈이다.

 

 

장애인과 비장애인 간에 소통하고 공유하는 문화가 어느 시대보다도 절실해진 요즘 그들이 보여준 아름다운 퍼포먼스는 우리 사회가 나아가야 할 나눔의 문화를 잘 보여준 한 편의 드라마라 할 것이다. 안성의 한 귀퉁이에서 벌어진 이런 프로그램이 전국 각지에도 보편화되기를 기대해볼 만한 문화인 게다.

 

농아인과 함께하는 이번 도예교실은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지원으로 이루어진 프로그램이며, 이번 전시회를 계기로 일단락된다. 전시회는 12월 14일부터 16일까지 안성시민회관 3층 전시실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덧붙이는 글 | 이 인터뷰는 지난 14일 안성시민회관 전시실에서 이루어졌다. 


태그:#도자기, #성혜도방, #양재석, #도예가, #농아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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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에서 목사질 하다가 재미없어 교회를 접고, 이젠 세상과 우주를 상대로 목회하는 목사로 산다. 안성 더아모의집 목사인 나는 삶과 책을 통해 목회를 한다. 그동안 지은 책으로는 [문명패러독스],[모든 종교는 구라다], [학교시대는 끝났다],[우리아이절대교회보내지마라],[예수의 콤플렉스],[욕도 못하는 세상 무슨 재민겨],[자녀독립만세]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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