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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골목사 '국민 송상호'의 국회의사당 앞 1인시위
ⓒ 이필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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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 탓하기 앞서 나부터 참회를...

인사동 어귀에서 밥 먹는 모임이 열린 날이었다. 결국 밥 몇 술 뜨지 못하고 먼저 자리에서 일어섰다. 인사동에서 여의도로 가는 시내버스에 올라탔다. 시내 퇴근 길은 온통 막혀 남영역을 지나 여의도로 접어들기까지 한참이나 걸렸다. 여의도 국회의사당에 가는 길이다.

아침 일찍이 안성 송상호 목사에게서 전화가 왔다. 당당뉴스에 글을 올렸노라고. 읽어보니 17일 낮부터 19일 선거일까지 1인 시위를 하겠다는 글이었다. '거짓말이 난무하는 대선, 참회할 것을 제안합니다'라는 글이었다. 대강 편집해 당당뉴스에 올렸다. 그리고 이런 저런 일로 하루종일 분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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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도 국회의사당 앞에 한번 가봐야한다고 생각했다. 사진도 찍고 동영상도 찍을 참이었다. 국회의사당 앞 국민은행 앞에서 버스를 내려 멀리 보이는 국회의사당을 향하니 그가 혼자 서있었다. 옷을 잔뜩 껴입고 와서 낮에는 견딜 만했는데 밤이 되니 몹시 춥다고 했다.

그의 곁에는 별로 따뜻해 보이지 않는 침낭 하나가 놓여 있었다. 오늘 점심 때부터 1인시위를 시작했단다. 19일 대선 선거일까지 계속할 것이라기에 대통령 선거 투표는 안 할 거냐고 물었다. 투표는 하지 않을 거란다. 투표하지 않고 여기서 머물면서 나름대로 항의를 하겠다는 것이다.

그가 들고 있는 피켓에는 '거짓말 대통령 후보 낸 동시대인으로서 / 책임을 통감하며 / 이에 역사 앞에서 삭발단식 참회합니다. / 국민 송상호'라고 적혀 있었다. 비록 기독교 대안언론이라지만 인터넷 신문이라고 운영하면서도 정치에 관심도 없는 척 그저 걱정이나 하며 지냈던 필자는 부끄러웠고 뭉클했다.

이미 학습효과라면 신물이 났다. K목사는 횡령 등으로 징역을 살아도 교단은 공로 많아 죄없다고 했다. 그런 형국이니 S목사는 간통으로 10개월 징역 살고 나와도 구체적인 법 규정이 없다고 6개월 근신이 고작이다. 어느 대형교회 목사가 여론의 반대에도 앞장서 세습을 감행하니 이젠 세습은 죄도 아닌 모양이다. 

국민에 미치는 학습효과 생각해야

분명히 새빨간 거짓말을 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되는 어느 대선 후보가, 검찰 조사에서 자금 흐름이 발견된 것이 없다고 무혐의라더니, 결국 대선 며칠 앞두고 당사자 본인이 자신의 발언을 뒤집는 강연을 한 동영상이 떠서 난리다. 지금도 TV에선 그 후보가 나서서 그래도 실체적 진실이 아니란다.

이런 분이 대통령이 된다면 국민에게 미치는 학습효과가 대단할 것이리라. 너도 나도 그저 잘 살기에만 혈안이고 도덕과 윤리는 더 이상 맥을 추지 못할 것이다. 필자는 그것이 정녕 두렵다. 누가 대통령이 되건 크게 상관없을 터이지만 온통 국민을 기만하고 거짓말을 하는 분이 대통령이 된다면 그 나라와 국민은 어떨까?

송상호 목사는 국민의 신성한 한 표를 버리기로 하고 국회의사당 앞에서 낮밤을 지새우려고 한다. 잠시 함께 서있던 필자도 너무 추웠다. 이젠 밤이 늦었으니 어디 찜질방에 가서 쉬고 내일 새벽 다시 나오는 것이 좋겠다고 권면하고 지갑을 털었다. 다행히 몇 만 원은 되었다.

선관위 광고에서 최선이 아니면 차선이라도 투표하자고 을러댄다. 그래 내일 모레 투표장에 가서 최선이 아닌 차선이라도 투표를 해야 하나 아니면 송상호 목사처럼 버려야 하나. 오늘도 향린교회에서는 시국회의가 열렸고 광화문엔 촛불이 타올랐으며 원로들도 거짓말장이는 아니다고 성명을 했다.

아래는 송상호 목사가 1인 시위에 들어가면서 쓴 글이다.

송상호 목사는 자꾸만 눈을 감았다. 그는 길거리에서 무슨 기도를 자꾸만 하는 것일까?
 송상호 목사는 자꾸만 눈을 감았다. 그는 길거리에서 무슨 기도를 자꾸만 하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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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말이 난무하는 대선, 참회할 것을 제안합니다"

'거짓말 대통령후보를 낸 동시대인으로서 책임을 통감하며, 이에 역사 앞에서 삭발단식참회 합니다. 국민 송상호.'    

위의 참회 문구대로 내가 일인참회를 하고자 하는 이유는 모 정당 특정 후보의 거짓말과 비리를 고발하거나 규탄하고자 함이 아니다. 또 진실을 밝혀 후보를 사퇴하라고 하는 것도 아니다. 더구나 거짓말 대통령 후보가 아닌 후보를 선택하여 거짓말 하는 대통령 후보를 심판하자는 것은 더더욱 아니다.

위의 문구대로 진심으로 참회하고자 함이다. 거짓말 대통령 후보라고 말하는 것은 특정 후보만을 지칭하는 게 아니다. 모 후보가 거짓말 했다며 고발하는 후보들이 거짓말을 했거나, 아니면 그들의 주장대로 모 후보가 거짓말을 한 것임이 분명하다. 어쨌거나 우리 시대에서 거짓말 대통령 후보가 탄생한 것은 분명하다.

작금의 현실을 보면 사람들은 자기가 지지하는 후보를 따라서 이리 몰려다니고 저리 몰려다닌다. 이미 진실은 중요한 게 아니라는 느낌이 강하게 든다. 지지와 심판만 있지 진실은 없는 게다.

유럽 선진국이나 미국은 우리나라가 지금 하고 있는 소위 민주정치를 오랫동안 해서 정착한 나라로서 도덕에 조금이라도 흠이 있으면 감히 정치인 명함조차 못 내미는 그런 나라들인 것은 우리가 익히 알고 있다.

닉슨 미국 대통령이 거짓말 한 번에 대통령직에서도 물러나게 된 것을 보면 미국인들이 도덕성을 얼마나 따지는지를 알 수 있다. 그렇다. 아무리 미국을 욕해도 이런 풍토들이 미국의 힘인 것이다. 잊을 만하면 총기사건이 발생하고 인종차별이 어느 나라보다도 깊게 뿌리박힌 나라일지라도 최소한의 도덕성을 중시하는 나라이기에 그 나라가 서 가는 게 분명하다.

그러는 데는 분명히 이유가 있을 것이다. 민주정치를 몇 백 년 전부터 일찌감치 경험한 서양 문명사회는 사회의 존폐가 신뢰와 정직이라고 하는 도덕성이라는 데 국민 모두 이견이 없는 것이다. 말하자면 경제, 교육, 정치 등등 사회 전반의 적은 다름 아닌 ‘부패’임을 절감한 것이다. 그러기에 사회 전체가 그런 부분에 동의를 하고 합의한 것이다. 이것이 바로 성숙한 사회가 아니겠는가.

이쯤하고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하면 이렇다. 지금 모 특정 후보가 거짓말하고 비리를 저질렀다고 하면서 심판하고 비방하는 사람들은 그 사람만 대통령 후보직을 사퇴하거나 낙선되면 다 될 것처럼 주장하고 투쟁하고 있다.

정말 그러면 다 될까. 아니다. 모 정당의 특정 후보든 아니면 다른 정당의 다른 후보든 우리 시대의 도덕 수준을 고스란히 드러내놓은 이들에 불과한 것이다. 그러니까 한 사람을 무너뜨린다고 해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거짓말 대통령 후보(어느 쪽이든)가 버젓이 대선 경기에 뛰어 들어서 많은 지지를 받고 있는 우리 사회의 총체적 도덕 불감증이 문제라고 본다.

이에 누구의 책임이냐고 묻기 전에 진심으로 내 책임임을 통감하고 참회의 삭발단식을 하는 것이다. 내가 그렇게 살고 그렇게 추구했기에 이 사회가 이 모양이 된 것이라는 뼈아픈 참회를 하는 것이다. 거짓말 대통령 후보들이 난립하는 (어느 쪽이 거짓인가를 심증으로는 알겠지만, 아니라고 하니 그냥 이렇게 표현한다), 그래서 그런 후보를 낸 동시대의 사람으로서 누구도 아닌 내 책임임을 통감하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감히 국민들에게 제안한다. 내 이 생각에 동참하고 동의하는 국민들이라면 남을 보고 특정 후보를 볼 것이 아니라 자기 자신을 돌아보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며, 남은 대선 며칠이라도 이런 참회하는 심정으로 보낼 것을 제의한다.

남은 며칠이라도 진심으로 참회하고 자신의 잘못을 뉘우친 사람만이 역사 앞에서 떳떳하게 투표할 수 있지 않을까. 누구를 지지하고 누구를 심판하기에 앞서서 말이다. 나는 이 모든 진실들을 통감하며 참회하는 마음으로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2007년 12월 17일 정오부터 19일(대통령 선거 마치는 날 저녁 6시까지)까지 계속해서 일인으로 삭발단식 참회를 하고자 한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당당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이필완은 기독교 대안언론 인터넷신문 당당뉴스 운영자입니다.



태그:#DANGDANG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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