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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의의 전당'으로 불리는 국회를 주먹질이 오가는 극악한 싸움판으로 변질시켰던 이른바 '이명박 특검법'이 17일 전격 통과됐다.

 

애초부터 이에 반대했던 한나라당 의원들은 불참한 가운데, 대통합민주신당과 민주노동당·민주당 의원 등이 참석의원 160명 만장일치로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 이명박의 주가 조작 등 범죄 혐의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을 통과시킨 것.

 

이번에 국회를 통과한 '이명박 특검법'은 "이 후보를 무혐의 처리한 검찰의 BBK 관련 수사를 신뢰할 수 없다"는 국민들의 의혹 속에서 추진됐다. 향후 진행될 특검의 수사 대상에는 이명박 후보의 BBK 주가조작 의혹 등 증권거래법 위반 혐의, 공금횡령 혐의, 도곡동 땅과 다스 지분 등 재산 누락 신고 혐의 등이 포함된다.

 

특검법이 국회를 통과한 다음날인 18일. <중앙일보>는 '이명박 특검' 진실의 힘을 보여주라는 제목의 사설을 통해 "한국사회는 특검이 새로운 시대를 위한 쓰디쓴 보약이 되도록 지혜를 모아야 한다"며 "이 후보와 한나라당은 대승적 차원에서 특검에 적극적으로 협조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와 함께 그간 실체적 진실 규명에 접근하지 못했다 평가받은 '도곡동 땅 실소유주 논란'을 언급하며 "차제에 특검은 소유주를 밝혀내는 것이 필요하다"고 썼다.

 

또 "(이 후보는) BBK 소유나 주가 조작에 관련이 있다면 책임을 지겠다고 했다. 만약 그가 당선되고, 그의 주장대로 결백한 것으로 드러나면 그는 족쇄의 상당부분을 걷어낼 수도 있다"면서도 "특검 수사 결과 (이 후보의) 상당한 거짓말이 드러난다면 그것 또한 우리 사회가 처연한 심정으로 현명하게 대처해야 할 중요한 운명"이라고 지적했다. 

 

<중앙> 사설은 "이명박 특검을 보면서 우리가 다시 생각하는 것은 진실의 힘이다. 움직일 수 없는 증거인 동영상이 특검을 부른 것처럼 움직일 수 있는 진실이 이명박에게 있다면 그는 두려워할 게 없을 것이다. 어느 쪽이든 이명박 특검은 한국사회가 성숙으로 나아가는 진통이다"라고 끝을 맺고 있다.

 

향후 특검의 수사방향을 예단하거나, 지레짐작하지 않는 <중앙>의 사설에 비해 <동아일보>의 18일자 사설은 "대선 연장전 노리는 '이명박 특검'"이란 제목에서부터 특검법을 추진한 세력들을 힐난하고 있다. 다시 말하면 17일에 이어 18일에도 사설을 통해 우회적 '이명박 후보 편들기'를 계속하고 있다는 것.

 

<동아>는 "특검법이 담고 있는 독소조항과 신당이 대선을 코앞에 두고 이를 추진한 정략적 의도에 대해서는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썼다. '이명박 특검법' 통과 과정을 두고도 "국회의 합의정신을 무시하고 다수의 힘으로 밀어붙인 것"이라 평가절하하고 있다. 또한 "명칭부터가 이 후보를 범죄자인양 단정하고 있다"고 힐난했다.

 

특검법 통과를 주도한 민주신당 의원들에 대한 비난은 이보다 수위가 더 높다.

 

"신당의 노림수는 특검 정국을 조성해 그(이 후보)를 압박하는 한편, 특검 찬성 세력을 하나로 묶어 내년 4월 총선에서 반(反)이명박 전선을 구축하겠다는 의도일 것이다…나라꼴이야 어떻게 되든 판을 흔들어 살아남고 보자는 정략적 발상이다."

 

'이명박 특검법'을 부른 근본적 원인은 '위법·탈법으로 의심이 갈만한 여러 가지 정황'을 만든 이명박 후보에게 있다. 그런데, 그 원인은 젖혀두고 특검법 통과 자체만을 이처럼 격한 목소리로 비판하는 <동아>의 논지를 국민들은 합리적이라고 생각할까?

 

"(이명박 후보가) 정권 인수인계와 새 정권의 기초를 다지는데 시간과 정열을 쏟아 부어도 부족할 판에 특검에 발목이 잡히게 생겼다. 극심한 혼란과 분열이 불을 보듯 뻔하다. 신당은 대선을 연장전으로 몰고 가 국민의 선택까지 뒤집을 생각인지 모르나 특검 결과에 대해서는 반드시 책임을 져야 한다."

 

위에 인용한 <동아> 사설의 끝대목은 '이명박 후보 걱정'과 '민주신당 비난'의 정점을 이룬다. "신당은 특검 결과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한다"고 일갈한다. '공평무사'를 원칙으로 하는 언론사라면 이 말을 이명박 후보에게도 똑같이 해야하는 게 아닐까.

 

한편, 같은 날 <조선일보>의 사설은 '대선 후 계속될지 모를 국가적 불안정을 걱정한다'는 제목으로 특검법이 통과됨에 따라 "대선이 끝난 뒤에도 국가적으로 불안정한 상황은 지속될 수밖에 없을 것이란 느낌"이라며, "투표가 끝나도 끝이 아닌 대선이 나라와 국민과 각 정당에 무엇을 가져올 것인가를 냉철하게 짚어봐야 할 때"라고 현 시점을 진단했다.


태그:#동아일보, #이명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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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꽃> <한국문학을 인터뷰하다> <내겐 너무 이쁜 그녀> <처음 흔들렸다> <안철수냐 문재인이냐>(공저) <서라벌 꽃비 내리던 날> <신라 여자> <아름다운 서약 풍류도와 화랑> <천년왕국 신라 서라벌의 보물들>등의 저자. 경북매일 특집기획부장으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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