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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콩쿠르를 수상하고 맹활약 중인 성악가들과 조수미가 한 무대에 서서 노래한다.
 국제 콩쿠르를 수상하고 맹활약 중인 성악가들과 조수미가 한 무대에 서서 노래한다.
ⓒ 오마이뉴스 조은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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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페라보다 콘서트를 더 하고 싶다. 콘서트는 투어 시간이 오페라보다 짧고 집에 있을 시간이 더 많다. 성악가 모습도 좋지만, 한 여자로 집에서 더 보내고 내 시간을 더 가지고 싶다."

소프라노 조수미가 앞으로 오페라보다 콘서트에 주력할 생각이라 밝혔다.  20일 오전 금호아트홀에서 열린 <sumi jo& winners> 콘서트 기자간담회에서 조수미는  "책도 읽고 글도 써보고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과 시간을 좀 더 보내면서, 내 음악이 좀 더 깊어지고 내 영혼을 달래고 싶다"며, "못 해본 일들인 부엌일이나 빨래도 하며 여자로서 나날을 보내고 싶다"고 말했다.

새로 유니버설 뮤직 코리아와 5년 전속계약을 맺고 맹활약을 예고한 조수미는 또 "노래가 재능과 테크닉만으론 오래 갈 수 없다"며, "내가 나눠줄 수 있는 게 많을 때 그 사람이 하는 노래는 감동으로 다가온다"는 말로, 음악가에게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수많은 국제 콩쿠르에서 우승한 뒤, 세계 무대에서 활약 중인 젊은 성악가들과 한 무대에 서는 <sumi jo& winners> 공연은 지난 16일 이미 광주에서 시작했다. 군포, 부산 등을 거쳐 내년 1월 3일 서울 공연을 끝으로 막을 내린다. 소프라노 신지혜, 메조소프라노 이아경, 테너 이정원, 정호윤, 바리톤 한명원, 강형규가 참석한다. 이들과 함께 조수미는 <세빌리아의 이발사> <카르멘> <라 트라비아타> 같이 널리 알려진 유명한 오페라 아리아들을 부를 예정이다.

다음은 성악가 조수미와 나눈 일문일답.

세계적인 민속음악을 한국식으로 편곡해 음반 낸다

- 워너에서 유니버설로 음반사를 바꾼 이유가 있나?
"앞으로 유니버설과 굉장히 재미있는 프로젝트가 많다. 2008년 1월에 나올, 세계 민속음악을 모은 포크송을 준비 중이다. 나름대로 해석하고 편곡해, 고급스럽고 편하게 들을 음악을 준비 중이다. 희귀 오페라 발굴해 음악적으로 남기고 싶은 욕심도 있다. 다른 계획도 있다. 1년에 하나씩 여러분께 차곡차곡 펼쳐드릴 거다."

- '수미 조와 위너스' 콘서트를 만든 이유가? 성악가들은 어떻게 선정했나?
"20주년 끝나고 가장 하고 싶었던 게 '조수미와 위너스' 콘서트였다. 제가 밟았던 길을 가고 있는 훌륭한 젊은 성악가들이 있다. 한국 관객들이 이들을 더 알 수 있고, 서로 노래하면서 북돋워주는 자리를 마련하고 싶다 늘 생각했다. 이들을 소개할 수 있어 기쁘다.

조수미.
 조수미.
ⓒ 오마이뉴스 조은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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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위너스'라는, 국제 콩쿠르에서 1등한 분을 위주로 뽑았다. 국제무대에서 활동했고 하는 분들, 앞길이 촉망받는 분들을 뽑았다. 뽑기 힘들었다(웃음). 레퍼토리는 힘든 아리아가 아니라 모든 분들이 들어보고 아는 곡들로 많이 준비했다.

<카르멘>이나 <세빌리아의 이발사> <춘희>라 오페라 잘 모르는 분들도 와서 감상하기 좋다. 앞으로 시간 될 때마다 젊은 성악가들과 같이 무대에 서고, 이들이 성장하는 과정을 여러분께 보여주고  싶다."

- 이번 공연에서 대중이 쉽게 알 오페라 아리아 위주로 레퍼토리를 선정한 걸로 안다. 조수미씨가 좋아하는 곡들도 선정했나? '위너스'팀이 프로젝트 그룹이라 했는데 2기 3기도 구성할 건가? 그때도 다른 레퍼토리로 할 건가?
"'조수미와 위너스'에서 원래 제가 많이 안 부르려고 했다. 저는 사실 아리아 몇 곡에 듀엣, 제가 서포트 하는 그런 역할을 하고 싶었다. 그런데 제가 노랠 안 부르면 티켓이 많이 안 팔린다고 그래서(웃음) 안타까운 마음으로 제가 노랠 많이 하게 됐다. 죄송하게 생각하고 후배 성악가들도 그 면을 많이 이해하고 있다. 본의 아니게 내가 노래를 많이 한다.

또 다음 '위너스' 2기 후속 공연이 있을 때, 그때도 클래식으로 계속 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제 개인적 활동엔 크로스오버도 있고 영화음악도 있을 거다. 하지만 이 '위너스'를 하는 이유는 젊은 성악가들 진면모, 세계 속에서 멋지게 활동하는 성악가들 활동상황을 보여드리고 싶어서다. 그래서 크로스오버라든지 다른 음악을 보여드리진 않을 거다. 하지만 앵콜에선 쉽고 여러분이 좋아할 곡을 꼭 준비하니까, 앵콜도 빼놓을 수 없는 하이라이트가 될 거다."

- 어떤 계기로 세계 민요곡들 음반을 내는지 궁금하다. 어떤 레퍼토리가 들어가나?
"세계 유명한 민속음악이다. 하지만 전 세계인들이 알고 있는 음악을 나라마다 그 나라 언어로 노래하는데, 곡마다 해석과 음악적 편곡이 들어간다. 한국적 색깔이 깔려있는 편곡이 들어간다. 우리 국악 멜로디를 양악과 합쳐 만드는 음악을 생각중이라 이번 단계엔 실험단계로 몇 곡 들어갈 거다. 제 음악성을 걸었달까? 유니버설 뮤직과 첫 걸음이고 제겐 도전이다."

- 올해 <라트라비아타>에 처음 도전해 만족스런 성공이었다고 들었다. 내년에 또 오페라에 도전할 계획은 없나?
"올 해 <라트라비아타>하고 <연대의 딸> 두 개를 했다. 나름대로 준비과정이나 공연에서 많은 에너지와 시간 보냈다. 재밌고 기억에 남는 공연이었다. 2008년엔 새로 도전하는 역은 없다. 그 대신 음반 작업이나 투어가 많다. 제가 진짜 하고 싶은 건 콘서트다. 무슨 역을 맡는 게 아니라, 여러분과 음악적 공감을 나눌 수 있는 콘서트다.

지금까지 길들은 오페라 가수 역할이었지만, 앞으로는 리사이틀, 독창회나 콘서트 쪽으로 많이 활동하고 싶다. 그렇게 계획 짜고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오페라를 접는 건 아니고, 하고 싶을 때나 행복할 때, 그리고 음악적 성숙한 사람들과 같이 할 때만 오페라를 하고 싶다."

경제도 중요하지만, '문화'야말로 우리 사회에 꼭 필요

- 대선이 끝났다. 새 대통령에게 음악가로서 바라는 점이 있다면?
"제가 서울시 홍보대사 맡을 때, 이명박 당선자와 많은 시간을 가질 기회가 있었다. 만난 첫 소감은 실천을 하실 분이란 생각을 갖게 했다. 청계천 프로젝트 처음 나왔을 때도 저를 부르셔서 의심하고 불평하는 기자들한테 한 마디 하라고 하셔서, 제가 기자들한테 그랬다. '처음부터 불평만 하지 말고 기다려보십시다. 그리고 그 때 이명박 시장님께 따질 게 있으면 따지자' 내가 그리 말해서 기자들이 좋게 썼다고 이명박 시장님이 말했다(웃음).

소프라노 조수미가 후배 성악가들과 '수미 조&위너스' 콘서트를 연다.
 소프라노 조수미가 후배 성악가들과 '수미 조&위너스' 콘서트를 연다.
ⓒ 오마이뉴스 조은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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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문화를 사랑하고 이끌어간다는 한 사람으로 좋게 뽑은 당선자라 축하드린다. 물론 경제를 살려야 우리나라 잘 살고 혜택을 볼 수 있다 생각한다. 하지만 문화는 우리가 신뢰를 찾는 거라 생각한다. 우리 사회에 꼭 필요한 단어다. 따뜻하고 믿는 관계 속에 경제가 살고, 정서적으로 따뜻한 사회가 된다 생각한다. 어떤 식으로든 한국이 (제가) 필요하다면 다른 음악가들과 함께 도움이 되는 자리라면 언제든 달려오겠다. 아시다시피 제가 지금껏 살아온 인생에 목표랄까 그런 게, 한국인 그런 거기 때문에 그런 방면에 최선을 다하고 많이 도와드리고 싶다."

- 앞으로 오페라보다 콘서트에 집중 하겠다 했는데, 그런 생각을 한 어떤 계기가 있었나?
"사실 오페라를 하면 집을 떠나 있는 시간이 굉장히 많다. 3주 내지 한 달을 집 밖에서 보내야 한다. 믿어도 좋고 안 믿어도 좋은데 내가 굉장히 집에 있는 걸 좋아한다. 앞으로 콘서트를 더 하고 싶은 이유는 콘서트는 투어 시간이 짧고 집에 있을 시간이 더 많다. 앞으로 성악가 모습도 좋지만, 한 여자로 집에서 더 보내고 내 시간을 더 가졌으면 한다. 그런 게 심리적으로 많이 작용한 거 같다.

오페라를 하면, 늘 음악적으로 미완성된 사람들, 나와 같이 노래를 안 했으면 하는 사람들과도 어쩔 수 없이 노래를 해야 하는 상황이 있다. 그럴 때면 마음 고생을 많이 한다. 오페라가 마음 코드가 맞아야하는데, 지휘자라든지 무대 감독이라든지 공연하는 테너 바리톤과 화합도 그렇고, 음악적으로도 준비가 안 됐는데 캐스팅 된 사람들이 있기 때문에, 그럴 때면 '아. 집에 있는 게 낫겠다' 그런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제가 좋아하는 사람들과 하는 음악적 활동이 더 도움이 되는 것 같다."

- 집에 있는 게 좋다고 했는데, 한국 투어가 집에 있는 개념에 포함되나?
"아닌 것 같다. 제 집은 이탈리아 로마다. 제가 살고 있는 곳이 그곳이다. 한국 오는 건
우리 음악 팬들에게 최고 연주를 보여주고 싶어서다. 집이란 의미보단 최고의 연주를 보여주고 싶은 나라, 그게 우리나라다."

여행이 가장 힘들어

- 집에 더 있고 싶다고 말하면서 여자로서의 삶이나 생활에서도 좀 더 누리고 싶단 의미로 받아들였다. 좀 더 설명 하면?
"제 라이프 중에서 가장 힘든 면이 여행 같다. 연주자들도 집을 떠나 있는 게 얼마나 고통스러운지 다 아실 거다. 보고 싶은 가족도 자주 못 보고, 그 호텔방에서 소리 어찌 잘못될까 나가지도 못하고 가습기 돌아가고, 목이 아플까, 감기라도 걸릴까, 사람답지 못한 삶을 사는 게 성악가들 삶이다. 특히 겨울에는. 우리가 선택한 삶이라 이런 희생 기꺼이 감수하고 살지만, 내 생활도 중요한데 이젠 내 시간을 조금 찾아가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저 사람이 어떤 마음으로 연주하는지 가장 잘 아는 게 바로 노래다. 내 자신이 얼마나 아름다운 사람이고, 내가 나눠줄 수 있는 게 많을 때 그 사람이 하는 노래는 감동으로 바로 우리에게 다가올 수 있다.

노래라는 건 아름다운 목소리로 반짝할 땐 3분 정도는 혹 할 수 있다. 하지만 그런 재능이나 테크닉만으론 오래 갈 수 없다. 내가 집에 있고 싶단 건, 그저 몸이 거기 있는다는 게 아니라 나만의 시간 나만의 공간을 좀 더 갖고 싶다는 소리다. 책도 읽고 글도 써보고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과 가족들과 시간을 좀 더 보내면서, 내 음악이 좀 더 깊어지고 내 영혼을 달래보면서, 여자로서 못 해본 일들 부엌일이나 빨래도 하며 여자로서 나날을 보내고 싶다(웃음). 계획은 만날 하는데 보니까 2007년 왜 이리 바빴나 모르겠다.

그런 시간 갖겠지만 앞으로 밸런스 있게 일도 하면서, 돌아 봤을 때 좀 더 아름다워졌구나 풍성해졌구나 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내 라이프를 아름답게 꾸미려 한다. 이 얘긴 후배들에게도 적용되는 이야기다. 이분들이 한국에 와 무대 섰을 때 여러분이 많이 찾아주고, 이분들이 굉장한 에너지와 우리들이 가진 저력을 많이 보여줄 수 있는 멋진 성악가로 발돋움 하길 바란다."


태그:#조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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