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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희 정권 시절 지은 것이 아닐까. 그때는 초가 지붕을 걷어내고 슬레이트를 얹는 것도 대단히 힘들었다.
▲ 노무현 대통령 생가 박정희 정권 시절 지은 것이 아닐까. 그때는 초가 지붕을 걷어내고 슬레이트를 얹는 것도 대단히 힘들었다.
ⓒ 정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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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대 대선, 그 결과는 여권의 참담한 패배였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우리 선거 역사상 이 보다 더 참담한 패배는 없었다"고 슬픔을 표시했다. 여권 패배의 모든 화살은 노무현 대통령을 향하고 있다. 김해시 진영읍 본산리 봉하 마을 노무현 대통령 생가에 비치해 놓은 방명록을 열면 속표지에 "콱 뒈져라 인간아"란 저주가 용수철처럼 튀어 오른다.

이 나라에서 노무현 대통령이 웃음거리가 된 것은 오래 전 일이다. 월드컵이 끝난 후 어떤 사람이 '사는 재미가 없다'고 하자 '이제는 노무현 씹는 재미로 살아야지'라고 했다지 않는가. 이제는 노무현 대통령에게 저주를 퍼붓는 일이 그의 생가 방명록에까지 오르고 있다. 놀라운 일이다.

그렇지만 노무현 대통령을 존경하는 사람이 없는 것은 아니다. 김해 진영읍 노무현 대통령 생가를 찾는 많은 사람이 이를 말하는 것은 아닐까. 노무현 대통령 생가를 찾아서 저주를 퍼붓는 사람도 있지만 대부분은 노 대통령을 존경하는 마음으로 생가를 찾을 것이다.

방문 위에 한자로 대통령의 이름을 써 액자로 걸어 놓았다. 예전에 시골 장터에서 이름을 그림으로 그려 해설하는 사람이 있었다. 노무현 세 글자를 어떻게 해석한 것일까 궁금하다.
▲ 노무현 대통령 생가 방문 위에 한자로 대통령의 이름을 써 액자로 걸어 놓았다. 예전에 시골 장터에서 이름을 그림으로 그려 해설하는 사람이 있었다. 노무현 세 글자를 어떻게 해석한 것일까 궁금하다.
ⓒ 정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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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명록 속표지에 '콱 뒈져라'란 저주의 말이 써여져 있다. 누구의 저주일까. 대통령에게 이렇게 저주를 받고도 용납이 된다니 과거에는 상상도 못할 일이다.
▲ 방명록 방명록 속표지에 '콱 뒈져라'란 저주의 말이 써여져 있다. 누구의 저주일까. 대통령에게 이렇게 저주를 받고도 용납이 된다니 과거에는 상상도 못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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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자년 새해, 노무현 대통령 생가를 찾았다. 차창 밖으로 보이는 하늘은 너무 맑다. 역시 겨울은 맑은 계절이다. 겨울의 하늘은 거울처럼 환하다. 온 산천이 맑기만 하다.

국민의 혈세로 노무현 타운을 만든다고 비난하는 목소리가 높다. 15억이면 서울에서 아파트 한 채 값에 지나지 않는 돈이다. 그런데도 실패한 대통령에게는 그것이 지나친 일일까. 가수 조영남씨의 집은 백억이 넘는다고 한다. 대한민국 전직 대통령이라면 인기 가수 정도의 대접은 받아도 되는 것이 아닐까.

전두환 전 대통령은 재산이 29만원 밖에 안된다고 하니 노무현 대통령이 15억원 짜리 집에 사는 것은 용납되지 않는 것이 정상일지도 모르는 일이다. 노무현 대통령의 15억 사저를 비난하는 <조선일보> 방상훈 사장의 대저택은 수백억이 넘을 것 같다. 그런데도 방 사장의 집은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유산이고 노무현 대통령의 재산은 국민의 세금이라고 하면서 비난의 목소리를 낮추지 않는다.

쉬는 날이라서 문을 닫고 공사도 쉬는 것일까. 집 밖에까지 작업하는 소리가 들리고 있었다. 1월 20일 준공을 앞두고 쉬는 날 없이 작업을 하는가 보다.
▲ 노무현 대통령의 사저 쉬는 날이라서 문을 닫고 공사도 쉬는 것일까. 집 밖에까지 작업하는 소리가 들리고 있었다. 1월 20일 준공을 앞두고 쉬는 날 없이 작업을 하는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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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화산은 산책정도로 등산을 즐길 수 있는 낮으막한 산이었다. 사자암 바위 바로 곁에 봉화대가 있었다.
▲ 봉화산 등산 안내도 봉화산은 산책정도로 등산을 즐길 수 있는 낮으막한 산이었다. 사자암 바위 바로 곁에 봉화대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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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당나라 황후의 꿈에 한 청년이 나타나 괴롭히자 신통력 있는 스님을 불러 바위틈에 넣게 했다. 그 청년이 봉화산 석불이 되었다고 하는 데 너무 억지스런 전설같다. 중국에서도 이런 전설이 전할까 궁금하다.
▲ 마애불상 중국 당나라 황후의 꿈에 한 청년이 나타나 괴롭히자 신통력 있는 스님을 불러 바위틈에 넣게 했다. 그 청년이 봉화산 석불이 되었다고 하는 데 너무 억지스런 전설같다. 중국에서도 이런 전설이 전할까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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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비난의 목소리는 이미 이성을 잃은 것 같다. 오천년 역사에서 지금보다 더 잘 살았던 때가 있었던가. 우리나라의 경제 규모는 지금 세계 10위권 안에 들어서 있다. 국내총생산(GDP)이 2만 달러라면 이미 선진국 수준이 아닌가. 코스피 지수도 2000의 문턱을 넘어선지 오래되었다.

한국 사람들은 지금 온 세계를 다 휘젓고 다닌다. 세계 어디를 가든 한국 사람을 쉽게 볼 수 있다고 한다. 그것도 돈 벌러 간 사람들이 아니라 돈 쓰러 간 사람들이다. 미국에 유학하는 한국 학생은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한다. 초등학생들까지도 해외여행이다 유학이 예사가 되었다. 도무지 경제가 죽은 나라 사람들의 모습이라고는 볼 수 없다.

노무현 대통령의 생가. 너무도 보잘 것 없는 슬레이트집이다. 박정희 시절에 지은 집일 듯 싶다. 그때는 초가를 걷어내고 슬레이트를 얹는 것조차 엄청난 성취로 생각했다. 박정희 시절엔 쌀밥도 먹을 수 없었다. 시골 사람들은 도시 사람들이 입던 헌 양복을 사서 입어야 했다. 그렇지만 박정희 시절에 닦은 리어커 길은 김대중 정권이나 노무현 정권 시절의 고속도로보다 더 높게 평가받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얼마 안 있어 1월 20일이 준공 예정인 노무현 대통령의 사저는 터가 3991제곱미터에 지하 1층 지상 1층의 건물로 연면적 598제곱미터다. 물론 사저 말고 경호실과 함께 측근들이 살게 될 연립주택도 짓는다지만 그것은 노 대통령의 개인 재산도 아닌데 문제 삼을 수는 없을 것이다.

산 기슭에 보이는 짓고 있는 집이 노무현 대통령 사저이다.
▲ 봉하마을 산 기슭에 보이는 짓고 있는 집이 노무현 대통령 사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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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화산은 관광지로서 적당한 조건을 갖추었다. 사색의 숲에서 명상에 젖는 관광객을 생각해 본다.
▲ 사색의 숲 봉화산은 관광지로서 적당한 조건을 갖추었다. 사색의 숲에서 명상에 젖는 관광객을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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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세음 보살은 호미를 들고 심신개발, 사회개발, 경제개발, 사회개발을 일군다. 육이오 전쟁의 폐허에서 이 나라의 정신적 지주를 세우기 위해 노력한 젊은 불교 학자들의 염원은 오늘도 유효하다.
▲ 호미든 관음성상 관세음 보살은 호미를 들고 심신개발, 사회개발, 경제개발, 사회개발을 일군다. 육이오 전쟁의 폐허에서 이 나라의 정신적 지주를 세우기 위해 노력한 젊은 불교 학자들의 염원은 오늘도 유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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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화산에는 특별한 것이 있다. 호미를 든 관음성상이다. 불상이 호미를 든 것은 아마 세계 어디에서도 보기 힘들지 않을까. 진영에 호미 든 관음상이 있다는 말을 처음 듣고 원불교의 일하는 부처님과 같이 불보살도 노동을 하는 것인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다.

6·25 전쟁으로 폐허가 된 한국 땅, 국민의 고통이 말할 수 없었던 1959년, 불교는 대처 비구가 갈라져 싸우고 있었다. 이때 젊은 불교학도 31명이 심신개발·사회개발·경제개발·사상개발의 기치를 내걸고 호미 든 관음성상을 조성했던 것이다.

인조석 성상이 세월의 흐름을 이기지 못하여 부서지자 유리섬유강화플라스틱(FRP)으로 만들었다 다시 석재로 새로이 관음성상을 조성해서 불교 개혁의 정신을 더욱 새롭게 하고 있다. 지금 봉화산 정상에도 정토원 절에도 호미 든 관음성상을 모셔 놓았다.

봉화산 중턱 바위 사이에 끼어있는 불편한 마애불상(경남 유형 문화재 40호)을 본다. 이 불상에 얽힌 전설을 들어보자. 당나라 황후의 꿈에 한 청년이 나타나 황후를 괴롭혔다고 한다. 황후는 신통한 스님의 힘을 빌려 그 청년을 바위틈에 넣어 마애불이 되게 했다고 한다.

김해시에서는 노무현 대통령 생가가 있는 봉하 마을을 관광지로 개발하기 위해 생가를 복원하고 박물관과 공원을 만든다고 한다. 사자바위나 마애불, 그리고 숲이 관광지 조성에 필요한 조건을 갖추었다. 노무현 대통령은 '국민이 대통령입니다'라는 표어를 내걸고 국민을 섬기려고 애썼다. 그래서 대통령이 된 국민은 노무현을 말처럼 부려먹고 개처럼 학대를 하고 있다.

한 풍수가는 청와대가 있는 북악산은 신전이 들어서야 할 터라고 했다. 그래서 대통령이 현직에 있을 적에는 신과 같은 권리를 누리지만 청와대를 나오면 신전을 범한 죄로 화를 당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노무현 대통령은 청와대에 있는 데도 욕지거리를 바가지로 얻어먹는다. 그 대신 청와대를 나와서 평범한 국민으로 고향사람들과 어울려 살게 될 때는 사자와 같이 존경을 받게 되는 것은 아닐까 하는 기대를 사자바위를 바라보면서 해 본다.

사자처럼 생긴 바위다. 노무현 대통령도 사자와 같은 존경받는 전직 대동령이 되기를 바란다.
▲ 봉하마을 사자바위 사자처럼 생긴 바위다. 노무현 대통령도 사자와 같은 존경받는 전직 대동령이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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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dharmanet.net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무자년 새해 김해시 진영읍 본산리 봉하마을 노무현 대통령의 생가를 다녀왔습니다.



태그:#노무현, #봉하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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