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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연대, 노동건강연대, 건강권실현을 위한 보건의료단체연합, 한국타이어노동자사망 유족대책위 자문의사단 등 총 5개 시민사회단체가 10일 오전 11시 종로구 통인동 참여연대 느티나무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8일 산업안전보건연구원이 밝힌 한국타이어 노동자 집단사망 역학조사 중간조사결과를 반박했다.

 

앞서 지난 8일 산업안전보건연구원은 "2006년도 한국타이어 노동자의 허혈성 심장질환으로 인한 사망률은 일반 인구 집단에 비해 5.6배 높고 협심증 유병률은 2.6배 높지만, 이러한 집단 사망의 공통적인 직업적 원인을 찾지 못했다"며 "향후 심장질환 사망과 직무 관련 요인에 대한 추가적인 평가를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또 발암물질과 관련해 "폐암은 고무공장의 작업환경요인으로 인해 발생했을 가능성이 있지만 작업환경측정결과 발암물질은 정량 한계 미만으로 검출되거나 검출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관련 시민사회단체와 사망한 한국타이어 노동자 유족들은 "연구원의 피상적이고 무책임한 조사로 집단 사망 원인 규명 작업이 더욱 혼란에 빠지게 됐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한국타이어노동자 집단사망 ... 아직 상황 종료된 것 아냐"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이상윤 노동건강연대 정책국장은 "상황은 결코 종료되지 않았고 새로운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데 일부 언론에서 마치 사건이 종료된 것처럼 보도되고 있다"며 "지금 연구원의 조사결과로도 자연적인 병사가 아닌데 그 원인을 모르겠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연구원은 조사결과 발표에 대한 기사가 나간 뒤 의도한 바가 아니라고 변명하고 있지만 이 같은 상황을 예측하지 못했다면 너무 순진했던 것"이라며 "연구원이 상세한 설명과 해석이 필요한 부분을 생략한 채 중간조사결과를 발표한 것은 다른 의도가 있는 게 아닌지 의심케 한다"며 다음과 같이 주장했다.

 

"연구원이 내게 비공식적으로 '추가로 암 발생 사례 5건을 더 발견했다며 우리가 생각해도 끔찍한 일'이라고 말했다. 새로운 의혹이 도출되고 있는 셈이다. 그런데 연구원은 지난 8일 이에 대해 제대로 밝히지 않았다."

 

일반인보다 건강할 노동자. 그러나 한국타이어노동자는 다르다?

 

유족대책위 자문의사단의 노상철 단국대 교수도 ▲이직자 및 퇴직자를 포함한 한국타이어 노동자의 10년간 사망사례에 대한 조사 부재 ▲암 발생과 공장 환경 요인 조사 결과 미흡 ▲엄격한 노무관리, 장시간 노동 등의 작업 특성 조사 부재 등을 짚고 기존 역학조사의 부실함을 지적했다.

 

"일반적으로 공장에서 근무하는 노동자들이 일반인보다 건강한 편이다. 영국 등에서 조사한 자료를 살펴봐도 일반인구집단에 비해서 한국타이어공장과 같은 직종의 노동자들의 사망률은 0.5배에서 0.7배로 나왔다. 그런데 현재 한국타이어공장에서 일하고 있는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한 역학조사단의 조사에서는 일반인구집단에 비해 사망률은 5.6배, 협심증 유병률은 2.6배나 높게 나왔다. 그런데 결과 발표 중 여기에 대한 원인 설명은 없었다."

 

그는 또 "지금 현재 근무하고 있는 노동자들 외에 퇴직한 노동자들까지 대상으로 한 조사가 이뤄질 경우 이 같은 통계가 더 높아질 것"이라며 "건강보험공단의 자료를 이용한 조사가 아니라 개개인에 대한 조사, 이직자 및 퇴직자들까지 포함한 조사가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발암물질과 관련해서도 "연구원은 "일상적인 작업환경 내에서 공통적 유해 요인을 찾을 수 없었다"고 발표했지만 이미 보도를 통해 알려진 것처럼 사측이 역학조사에 대비 작업장 환경을 개선했음을 고려해야 한다"며 "노출이 가능하고 발암존재위험성이 있는 물질에 대한 엄정한 조사가 이뤄져야 했다"고 지적했다.

 

"이번에 제대로 밝히지 못하면 산 송장이 공장을 걸어다니는 셈"

 

이후 시민사회단체 및 유족자문의사단은 기자회견문을 통해 "회사의 개입을 차단하거나 과거의 작업환경을 고려하지 않은 상태에서, 유족대책위 추천 전문가 참여와 노동자들의 증언을 배제한 채 진행된 역학조사의 결과는 이미 예상했다"며 진상규명과 공정한 역학조사 재실시를 촉구했다.

 

또 한국타이어공장의 작업환경을 관리·감독해야 할 지방노동청의 책임 문제를 엄정히 따질 것을 요구했다.

 

한편, 이날 기자회견장에 참석한 한국타이어 해직노동자 A씨(45)는 "한국타이어 노동자들의 집단사망원인이 정확하게 규명되지 않으면 죽은 15명만이 아니라 산 송장이 공장에서 걸어다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12년째 복직투쟁을 벌여오고 있는 그는 "금호타이어가 2명이 하나의 타이어를 만든다면, 한국타이어는 1명이 하나의 타이어를 만들고 온도유지를 위해 밀폐된 공장 안에 온갖 유해증기를 뒤집어쓰면서 일하고 있다"며 "연구원의 역학조사에 항의하는 수준만으로 문제가 개선되지 않는다"며 안타까워했다.

 

"지금 15명이나 죽었기 때문에 이 문제가 이만큼이나 알려진 것이다. 그러나 현장에는 비정규직 노동자도 1천명이나 있다. 이들은 정규직 노동자보다 1.3배는 더 강도 높은 노동을 하고 있다. 이들에 대해 면밀하게 검진해보면 더 경악한 결과가 나올 것이다."


태그:#한국타이어, #한국타이어노동자 집단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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