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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나라에서 송현이가 걸어서 돌아오고(오늘날로 따지면 철인경기에 참가해도 될 듯한 체력을 지니고 있음), 왕인 영조가 치매 증상을 보이고, 이것을 교묘하게 이용한 정순왕후 덕분에 유배지에서 떳떳하게 걸어나온(!) 김귀주의 재등장으로 드라마 <이산>은 갈수록 흥미를 더해가고 있다.

특별히 35회와 36회에서 예능 프로그램인 <무한도전> 맴버들이 <이산>에 출연했다는 사실로 더욱 흥미를 끌었지만, 개인적으로 36회는 무한도전 맴버를 찾는 ‘숨은 무한도전 맴버 찾기’에 빠지지 않고 드라마에 몰입했다.

"역사보다 거대했던 한 남자의 꿈" 그러나 아쉬운 것은 그 꿈을 함께 꾸는 자가 없었다는 것이다.
▲ 드라마 <이산> "역사보다 거대했던 한 남자의 꿈" 그러나 아쉬운 것은 그 꿈을 함께 꾸는 자가 없었다는 것이다.
ⓒ 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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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이산>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갈등구조와 역사적 사실을 추적하다 보면 상당히 흥미로운 사실들을 많이 발견하게 된다. 드라마에 등장하는 인물들이 실제 역사 속에서는 어떤 생각, 어떤 가치관을 갖고 살았는지에 대해 궁금한 경우가 많이 있다.

특별히 드라마 <이산>에 등장하는 사도세자의 아내이자 이산의 어머니로 등장하는 혜경궁 홍씨는 역사적으로 어떠한 삶을 살았을까?

드라마에서 혜경궁 홍씨는 시아버지(영조)에 의해서 남편(사도세자)을 일찍 여의고 아들 이산이 왕위에 오르는 것을 바라보고 평생을 살고 있다. 아들을 모함하는 세력에 직접적으로 대항하지는 않지만 항상 아들의 안위를 걱정하고 근심하는 어머니의 모습이다.

그녀는 아들의 앞길에 방해가 되는 송현이를 청나라로 보내버릴 정도로 아들이 왕위에 오르는 길에 방해가 되는 것은 제거해야 한다는 신념을 가진 인물이다. 그러나 드라마를 보는 시청자의 입장에서 혜경궁 홍씨는 아들이 왕위에 오르는 것만을 원했지, 아들이 어떠한 꿈을 갖고 어떠한 군주가 되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생각이 없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녀는 아들이 왕위에 오르는 것을 꿈꾸었다. 그러나 거기까지였다. 왕위에 올라서 위대한 군주가 되라는 덕담은 자주 한 것으로 나타나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군주가 되어야 한다는 생각에는 도달하지 못했던 것이다. 그저 아들이 왕위에 오르는 그 꿈이 실현되었을 때 혜경궁 홍씨의 꿈은 거기에서 멈춘 것이다. 이것이 그녀의 한계이다.

혜경궁 홍씨는 아들이 왕위에 올라 이루려는 새로운 세상은 보지 못했다. 아니 본다고 하더라도 그것을 이해할 수 없었다. 아니 이해한다고 하더라도 그것을 받아들일 수는 없었다. 혜경궁 홍씨의 한계는 그저 아들이 조선이라는 나라를 다스리는 군주가 되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것을 통해서 자신과 자신의 일가가 아들 덕을 보면서 편안하게 권세를 누리는 것을 꿈꾼 것이다.

역사적으로 아들 이산이 왕위에 오르며 그녀의 평생 소원이 이루어지는 듯 했지만, 결과적으로 그녀는 ‘이루어진 꿈’ 때문에 이후의 삶이 그다지 편치 못했다. 그녀의 집안은 정적들의 모함을 받았는데, 사도세자의 죽음에 대한 불분명한 입장(홍봉한)과 정조의 즉위에 대해 반대한 입장(홍인한)으로 곱지 않은 시선을 받아야 했다.

그녀는 후에 <한중록>을 통해서 자신의 심경을 토로했는데, 사도세자의 죽음에 직간접으로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주변의 주장에 대해서 ‘사실이 아니다’라는 것을 강하게 항변하고 있다. <한중록>을 통해서도 남편과 아들이 꿈꾸었던 세상에 대한 이야기는 없고, 그저 남편의 죽음에 자신의 가문이 깨끗하다는 주장을 강하게 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드라마 <이산>을 보면서 조선의 르네상스를 꿈꾸었던 뛰어난 군주인 정조의 일대기를 다시 한 번 생각해 본다. 그는 백성들이 잘사는 나라를 꿈꾸며 왕위에 올랐다. 백성의 어려움을 자신의 어려움으로 인식하고 그들이 받는 고통을 덜어주기 위해서 조선이라는 전근대적인 나라를 새롭게 개혁해 보려는 의지를 가진 임금이었다.

그런데 그를 반대하는 사람들은 당연히 그가 꿈꾸었던 것을 반대하고 나섰고, 그에게 우호적인 생각을 가진 사람들조차도 그의 꿈을 완벽하게 이해하지 못했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미디어다음, 뉴스큐, U포터뉴스, 티스토리블로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이산, #한중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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