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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변 회장을 지낸 최병모 변호사. 그는 "김앤장문제나 삼성문제를 규제하지 못한다면 민주주의 국가로서 실패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민변 회장을 지낸 최병모 변호사. 그는 "김앤장문제나 삼성문제를 규제하지 못한다면 민주주의 국가로서 실패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 오마이뉴스 구영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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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조계에서도 '김앤장 문제'를 입에 올리는 일은 쉽지 않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회장을 지낸 최병모 변호사도 "김앤장을 비판적으로 얘기하면 그것을 김앤장에 대한 질투 때문이라고 할 사람이 있어 얘기하기가 편치 않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지난 21일 법무법인 덕수 사무실에서 만난 최 변호사는 "빈부격차가 격심해질수록 재벌, 대기업, 소수의 부자들은 독점적인 이익을 누린다"며 "그런 과정에서 김앤장이 급성장했다"고 말문을 열었다. 

최 변호사는 "사건을 유리하게 끝내고 싶더라도 사회적으로 용납되는 법적 기준이 있는데 그 기준을 넘어가면서 사건을 유리하게 이끌려고 한다면 사회시스템에 손상이 가해진다"며 "김앤장의 경우가 그렇다"고 김앤장의 소송처리 방식을 비판했다.

"김앤장을 하나의 로펌으로 보고 동일하게 규제해야"

최 변호사는 "김앤장은 법률상 로펌(법무법인)의 형식을 취하지 않고 있으면서 로펌으로 행동하고 있다"며 "(조직의) 법적 형식과 실질적 형식이 일치하지 않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렇게 김앤장이 이중적 조직형태를 취하고 있는 이유에 대해 "조세문제 해결 등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확실한 것은 쌍방대리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점"이라며 "SK-소버린사건의 경우, 김앤장 소속 변호사가 SK를 자문했다가 나중에 상대방인 소버린을 변호하더라도 배임이 안된다고 얘기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최 변호사는 "국세청이 김앤장 소속 개별 변호사가 아닌 김앤장을 성실납세자로 표창하는 게 옳은 것인지, 또 표창을 했다고 해서 김앤장에 소속된 모든 변호사에 대해 세무조사를 면제한다는 것이 옳은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유리한 측면에서는 김앤장을 하나의 회사처럼 취급하면서 쌍방대리문제 등 다른 측면에서는 다수 변호사의 집합으로 취급하는 것은 일관성이 없다"며 "쌍방대리문제에서도 김앤장을 하나의 로펌으로 취급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한 최 변호사는 "고위공직자들이 퇴직 후 돈을 더 벌기 위해 이름을 파는 것은 사회가 건전하지 않다는 징표"라며 "(로펌으로 간) 그들의 경험과 능력이 과연 불편부당하게 공공의 영역을 위해 쓰이는지 의문"이라고 김앤장의 고위공직자 영입 행태를 비판했다.

특히 그는 "군사독재 정권 아래서 협력한 기술관료에게 반복해서 고위공직을 맡기는 풍조가 있어 왔다"며 "이러다 보니 (노무현 정부도) 과거 무슨 자리에 앉아 있다가 김앤장에 간 사람들을 다시 쓰게 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국회에서 변호사법을 개정해 고위공직자를 (로펌의) 고문으로 영입하는 것을 엄격하게 제한한다든가 김앤장을 로펌으로 간주해 동일한 규제를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김앤장 문제가 제대로 교정되지 않으면 우리의 미래는 걱정스럽다"고 강조했다.

또한 최 변호사는 "삼성과 김앤장은 치외법권적인 권력을 누리고 있다는 점에서 비슷하다"며 "우리 사회가 삼성과 김앤장의 문제를 규제하지 못한다면 민주주의 국가로서 실패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김앤장이 거대해진 것은 독점자본과 연맹을 맺어 가능한 일"이라고 일갈한 뒤, "IMF 이후 삼성이나 김앤장이 거대하게 자라 권력화되는 데서 이 사회가 몰락하고 있다는 징후를 본다"며 "그런 점에서 이번 삼성특검은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고 말했다.

지난 99년 옷로비 특검을 맡았던 최 변호사는 "검찰이 만든 특별수사본부(특본)가 더 위력적인 수사를 할 수 있었을 것"이라며 "그런 점에서 삼성비자금건이 특검으로 간 것은 삼성으로선 고마운 일일 것"이라고 에둘러 삼성특검에 아쉬움을 나타냈다. 

다음은 최병모 변호사와의 인터뷰 전문이다.

"SK-소버린 사태에서 김앤장이 배임했을 가능성 있다"

최병모 변호사.
 최병모 변호사.
ⓒ 오마이뉴스 구영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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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송 등과 관련 김앤장과 인연이 있나?
"인연은 거의 없다. 진로그룹에 대한 법정관리신청사건 항소심에서 진로측을 대리한 적이 있다. 그때 법정관리신청을 했던 회사는 골드만삭스가 세운 페이퍼컴퍼니 세나인베스트먼트였고, 그 대리인은 김앤장 소속 변호사가 아니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그런데 임종인·장화식 공저 <법률사무소 김앤장>에 언급되었듯이 여러 가지 정황으로 보아 실제로는 김앤장이 뒤에 있는 것으로 추측됐다. 제가 알기로는 김앤장이 본래 진로의 화의신청을 대리했고 법률자문도 했다. 골드만삭스는 진로의 재정자문을 했다.

그 내막은 정확히 모르겠지만, 이런 관계임에도 나중에 실질적으로 김앤장이 골드만삭스 측을 대리해 진로를 상대로 법정관리신청을 한 것이라면 용납될 수 없는 배임행위가 될 수 있다. 결국 이 사건에서 진로는 법정관리로 넘어갔고 화의결정은 취소되었다.

당시 법무법인 덕수에서 장진호 회장에 대한 형사사건도 변호했다. 장진호 회장은 골드만삭스와 김앤장의 변호사를 배임혐의 등으로 고소했는데 장진호 회장이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고 형사 항소심 진행중에 고소를 취하했다. 김앤장을 고소해서 자기한테 유리할 게 없다는 판단이었다."

- 당시 장진호 회장이 김앤장에 대해 얘기한 게 있나?
"장 회장은 '억울하지만 집행유예라도 받자면 김앤장에 대한 고소를 취하할 수밖에 없다'는 취지로 말했던 것으로 전해 들었다. 김앤장과 대립한 상태에서 자신의 양형에 문제가 있겠다 싶어서 고소를 취하한 것으로 안다."

- 진로그룹 쪽 소송을 맡고 있을 때 상대편인 김앤장쪽으로부터 '유혹'은 없었나?
"그 당시에는 없었다. 다만 그 전에 SK-소버린사태가 언론에 보도됐다. 저는 이것은 한국기업이 외국투기자본에 부당하게 공격을 당하는 심각한 문제라고 생각했다. 여기에서 김앤장이 배임을 했을 가능성이 있다.

왜냐하면 김앤장은 이전에 SK를 자문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었고, 처음에는 SK를 대리했다. 자문하면서 SK의 재정상황 등 비밀스러운 내부정보를 알고 있었을 텐데, 더구나 처음에는 SK를 대리한 김앤장이 후에 소버린을 대리하는 것은 배임 아니냐는 문제가 언론에서도 제기됐다.

그때 제가 대한변협 집행부 측에 'SK-소버린사태와 관련해서 이렇게 보도되고 있는데 소속 법률사무소의 배임문제를 변협 윤리위에서 다루어야 하지 않느냐'고 얘기했다. 제 얘기가 원인이 됐는지 모르지만 김앤장이 대한변협 윤리위에 회부됐다.

하지만 윤리위에서 무혐의 결정이 났다. 당시를 전후해서 김앤장 측에서 저에게 몇 사람을 통해 김앤장이 잘못이 없다는 내용으로 설득하려 했다."

- 왜 무혐의 결정이 났나?
"거의 모든 (사회)영역에 김앤장 소속 변호사가 참여하고 있다. 인맥이 대단하다는 얘기다. 대한변협 쪽에도 참여를 하고 있었다. 어떤 변호사는 김앤장을 윤리위에 회부하는 것 자체를 몹시 반대하고 이의를 제기했던 것으로 전해들었다. 김앤장의 보이지 않는 힘이 결국 문제라고 생각한다."

'법률 권력' 김앤장을 바라보는 두 가지 시각

- 법무부의 정책자문위원회에서 활동할 때도 내부에서 김앤장 변호사를 참여시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던 걸로 알고 있다.
"제가 법무부 정책자문위원회 위원장을 했을 때 거기에 김앤장 소속 변호사가 들어왔다. 저는 찬성하지 않았지만 법무부 쪽의 요청이 있었다. 그쪽 일을 맡고 있던 검사들이 김앤장을 넣는 것이 좋다고 해서 결국 그것이 관철된 것으로 안다."

- 그런 상황을 직접 겪으면서 김앤장이 어떤 집단이라고 느꼈나?
"김앤장은 법원, 검찰, 변호사업계 등 법조계의 모든 영역에서 실제 영향력을 행사한다고 알려져 있다. 사람들은 공정거래위나 재경부 등 공적 영역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생각한다. 저도 그렇다고 생각한다."

- 법조계에서는 김앤장을 어떻게 보고 있나?
"두 가지 견해가 있다. 김앤장이 변호사라는 공적 직업의 윤리나 의무를 저버리고 적절치 않은 방식을 통해 업무를 처리하고 있다고 보는 견해가 있다. 또 지금은 신자유주의라는 시장개방 시스템 속에서 어떤 영역이든 자기 실력으로 업무를 개척해 능력을 발휘하는 것이 왜 문제인가 하는 의견도 있다. 변협의 무혐의 결정은 후자에 속한다고 할 수 있다."

- 김앤장을 '성공모델'로 보는 시각이 강하다.
"2006년 말 기준으로 비정규직이 874만명에 달했다고 한다. IMF 이후 이렇게 빈부격차가 극심해지고 우리 사회가 신자유주의에 복속되는 상황이다. 빈부격차가 격심해질수록 재벌, 대기업, 소수의 부자들은 독점적인 이익을 누리게 된다. 그런 과정에서 김앤장이 급성장을 한 것이다.

그런 점을 문제라고 생각하는 쪽이 있는가 하면, 기득권층에 속하는 쪽은 그것은 자본주의 체제에서 당연한 권리라고 생각한다. 미국발 신자유주의의 전도사라 할 수 있는 IMF, 세계은행, WTO, 다국적 기업, 국제 투기자본 등은 후자의 견해를 따르고 있다.

최근에 읽은 <미국문화의 몰락>(모리스 버만)이란 책에서는 '선택된 소수들에게는 국가의 몰락이 오히려 비즈니스에서 절호의 기회가 된다'는 말이 나온다. 극심한 빈부격차로 인해 사회가 붕괴하는 과정에서는 기득권층이 더 큰 이득을 보는데 그게 교정되지 않아 결국 그 사회의 붕괴로 나간다는 의미를 포함하고 있다.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생각한다.

97년 IMF 이후 크게 성장한 김앤장이 그런 경우다. 분배가 어느 정도 평등하게 이루어지고 사회가 자기 정화, 자기규제 시스템을 가지고 있다면 그런 사태는 제어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걱정스럽다."

- 다른 로펌에 비해 김앤장의 승소율이 높은 것은 사실이지 않나?
"그건 브랜드 가치가 주는 환각효과 같은 것도 있다고 생각한다. 김앤장이 처리했는데 잘못되면 다른 수단이 없다는 변명이 되고, 잘되면 김앤장이어서 잘됐다는 브랜드 효과가 있다는 것이다. 또 인적 네트워크를 장악해 실제로 영향력을 미칠 수 있다는 믿음이 있다. 그런 것이 법 질서나 법적 정의에 부합하지는 않는다고 생각한다."

"법률상 로펌이 아니면서 로펌처럼 행동하고 있어"

마지막 성역으로 불려온 김앤장의 실체를 최초로 해부한 <법률사무소 김앤장>(임종인·장화식 공저).
 마지막 성역으로 불려온 김앤장의 실체를 최초로 해부한 <법률사무소 김앤장>(임종인·장화식 공저).
ⓒ 후마니타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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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앤장의 '실력'이 실제보다 과장돼 있다고 생각하나?
"의사는 모든 수단을 다해 사람의 병을 고치면 되는데, 거기에 수단 자체에는 윤리적 문제가 없다. 하지만 법은 사회질서다. 사건을 유리하게 끝내고 싶더라도 사회적으로 용납되는 법적 기준이 있다. 그 기준을 넘어가면서 사건을 유리하게 이끌려고 한다면 사회 시스템에 손상이 가해진다는 것이다. 김앤장의 경우가 그렇다.

변호사가 변론을 할 때 거짓말을 하면 안된다는 원칙 같은 것이 그것이다. 설사 피고인을 위한 것이라도 거짓인 줄 알고도 거짓말을 하는 것은 (변호사) 윤리상 허용이 안된다. 사람을 죽였으면 죽인 걸 인정한 뒤 정상을 참작해 달라고 해야지, 살인을 안한 걸로 판결을 받으려고 하는 것은 용납될 수 없다.

소송을 게임이나 시합으로 보면 이기는 것이 지상목적이 될 수 있다. 그러면 윤리적인 기준을 일탈하기가 쉽다. (변호사를 가리키는 말로) '허가받은 도둑놈'이라는 말이 있지 않나? 김앤장은 수임료를 지나치게 많이 받고, 사건을 처리하는 방법도 적절하지 않다는 점에서 문제가 있다.

승소율이 높다는 것이 개인에게는 이익이 될 수 있지만 그것이 사회에 더 적합한지 고려해봐야 한다. 이런 얘기를 하면 김앤장에 대한 질투 때문이라고 할 사람도 있을 것 같아 얘기하기가 편치 않다."

- 일반인들은 김앤장이 법무법인(로펌)인 줄 알고 있지만 김앤장은 변협에 로펌으로 등록하지 않았는데.
"김앤장은 법무법인으로 등록이 안돼 있다. 소속 변호사, 회계사 등이 각각 개인사업자로 등록돼 있는 것으로 안다. 각각 개인사업자로 독립해서 업무를 하면서 건물만 같이 쓰는 걸로 돼 있다. 그런데 우리가 알기로 김앤장은 소속 변호사, 회계사, 외국변호사 등 모든 소속 직원이 한 집합체로서 일사불란하게 활동하는 걸로 알고 있다.

법률상 로펌의 형식을 취하지 않고 있으면서 로펌으로 행동하고 있는 것이다. 법적 형식과 실질적 형식이 일치하지 않는다. 이것은 적절하지 않다."

- 김앤장의 조직형태는 변호사법에도 근거가 없는 것 아닌가?
"김앤장은 다수의 개인변호사다. 다수의 개업변호사가 모여 있는 사무실이다. 법률사무소의 형태를 취하고 있다. 그런데 함께 협의하고 일도 같이 한다. 외부에서 보기에는 로펌이라는 단일한 조직체로서 행동한다."

"소송대리인란에 '김앤장'이라고 쓸 방법이 없다"

- 왜 김앤장은 법률상 로펌이 아니면서 로펌처럼 행세하고 있다고 생각하나?
"조세문제 해결 등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것이다. 하나 확실한 것은 쌍방대리 문제가 해결된다는 점이다. 하나의 법무법인이라면 한쪽을 대리하면 상대방을 대리할 수 없다. 하지만 각자가 개인사업자라면 이런 문제는 생기지 않는다. 이렇게 쌍방대리 문제가 해결되는 것이다.

김앤장 소속 A변호사가 어떤 사건을 맡았는데 또다른 김앤장 소속 B변호사가 상대방을 대리할 수 있게 된다. 일반 로펌은 쌍방대리를 할 수 없다. 어찌 됐든 그런 (조직)형태를 취하고 있으면 (A와 B 변호사가) 서로 관계없다고 주장할 가능성이 있다.

SK-소버린사건의 경우, 김앤장 소속 변호사가 SK를 자문했지만 나중에 상대방인 소버린을 변호하더라도 배임이 안된다고 얘기할 수 있다. 한마디로 변호사 A와 B는 전혀 다른 변호사라는 것이다."

- 그래서 소송 대리인란에 '김앤장'이 아닌 '○○○ 변호사'로 표기한다고 들었다.
"김앤장이라고 쓸 방법이 없다. 로펌이 아니기 때문에 그렇다. 김앤장을 쓰려면 '법무법인 김앤장'이라고 써야 하는데 로펌이 아니기 때문에 그 명칭은 사용할 수 없을 것이다."

- 그런데 국세청에서 성실납세자 표창을 할 때는 김앤장 이름으로 받는다고 하는데.
"국세청이 김앤장 소속 개개의 변호사가 아닌 김앤장을 성실납세자로 표창하는 것이 옳은 것인지, 또 표창을 했다고 해서 김앤장에 소속된 모든 변호사에 대해 세무조사를 면제한다는 것이 옳은 것인지 의문이다.

김앤장을 유리한 측면에서는 하나의 회사처럼 취급하면서 쌍방대리 문제 등 다른 측면에서는 다수 변호사의 집합으로 취급하는 것은 일관성이 없다. 쌍방대리문제에서도 김앤장을 하나의 로펌으로 취급해야 한다."

법률권력으로 성장한 김앤장은 세금문제, 쌍방대리 등을 해결하기 위해 이중적 조직형태를 취해왔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법률권력으로 성장한 김앤장은 세금문제, 쌍방대리 등을 해결하기 위해 이중적 조직형태를 취해왔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 김앤장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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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앤장은 변호사 윤리에 기초한 법률가 집단이라고 볼 수 있나? 일부에서는 "법률가집단이라기보다 장사꾼 집단"이라고 평가절하 하는데.
"법률을 비즈니스 차원으로 만든 것 자체가 문제는 아니다. 법률업 자체가 사적 영역의 성격을 가지고 있다. 다만 법률은 그 자체로 하나의 권력이다. 법률을 가지고 돈을 벌더라도 법률적 기준에서 일탈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 김앤장은 보편적 법의 기준을 일탈하고 있다고 보나?
"제가 판단하기 이전에 이미 수년 전부터 외환은행 매각 등 여러 사건에서 그런 의심을 충분히 할 만한 것들이 있었다. 이러한 문제들은 언론에 여러 차례 보도되었다."

"고위공직자들의 경험이 과연 불편부당하게 쓰이고 있나?"

- 검사·판사·관료 등 고위공직자들이 김앤장의 고문이나 전문위원 등으로 취업하는 것을 어떻게 보나?
"건전한 사회가 되기 위해서는 '노블리스 오블리제'가 지켜져야 한다. 높은 지위와 명예를 부여받은 사회의 지도층 인사일수록 그 사회에 더 무거운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이다. 국무총리든 대법원장이든 국세청장이든 장관이든 고위공직자들은 퇴직한 이후에도 사회에 이익이 되는 쪽으로 처신해야 한다. 그래야 사회가 건전하게 유지된다.

미국은 그런 사회가 아니다. 소수 지배층이 국가권력을 통해 지대(rent, 사익)를 추구하는 사회다. 부통령이라는 사람이 무슨 회사의 고문으로 있었고, 그 회사가 이라크에 들어가 독점적 이익을 취하고 있는데도 이런 것들이 문제가 안되는 사회가 미국이다.

장관, 검찰총장 등 고위공직자들은 사회에서 최고의 대우를 받으며 명예를 얻은 사람들이다. 일반 시민들보다 먹고 살 만하다. 그런데 퇴직 후 돈을 더 벌기 위해 이름을 파는 것(賣名)은 사회가 건전하지 않다는 징표다. 그런 행위가 스스로 제어되지 않는다면 이 사회 시스템이 그걸 막아야 한다.

고위공직자들이 경쟁적으로 그런 길을 가는데, 그들이 누구 편을 들겠는가? 심각한 문제다. 이것은 외환위기 이후 미국식 자유시장원리가 압도하면서 우리 사회가 몰락하고 있다는 징후다. 예전에 민변에서 활동할 때 장관이나 대법관을 한 뒤에는 변호사를 해서는 안된다는 성명서를 낸 적이 있다. 그런 정도의 윤리기준이 필요하다.

사회에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그들의 직책이나 영향력은 개인의 능력으로 얻은 개인의 전유물이 아니다. 국가권력과 권위의 일부를 분배받았을 뿐이다. 그것을 개인적으로 사용하면 안된다."

- 김앤장측은 이들의 영입을 '경험과 능력의 활용'이란 측면에서 설명하고 있는데.
"물론 그들의 영입을 정당화하기 위해 김앤장은 그렇게 주장할 것이다. 하지만 그 경험과 능력이라는 게 과연 불편부당하게 공공의 영역을 위해 쓰이느냐가 문제다. 사실 장관 등 고위공직을 거친 사람은 법률사무소에 들어가서는 안된다."

- '김앤장의 고문은 로비스트이자 브로커'라는 지적이 있는데.
"우리 사회는 대체로 그들이 로비를 한다고 보고 있다. 그래서 김앤장이 고액의 수임료를 받고 있는 것 아닌가?"

- 민주파 정부인 노무현 정부에서도 김앤장 소속 인사들이 청와대 등의 공직에 활발하게 진출했는데.
"나는 노무현 정부를 민주파 정부로 정의하는 데 동의하지 않는다. 실제 민주파와 보수파 사이에 본질적 차이는 별로 없다. 누가 더 보수적이냐, 덜 보수적이냐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이다. 미국에 대한 종속성을 극복하지 못한 것 때문에 김대중·노무현 정부에서 오히려 신자유주의 기조가 더욱 확대됐다. 그런 속에서 김앤장은 재벌과 함께 제일 큰 이득을 취했다.

(김앤장 소속 인사를 고위 공직에 앉힌 것과 관련) 먼저 노무현 정부가 개념이 없다. 이 사회를 어떻게 개혁할지, 무엇이 이 사회의 핵심의제가 되어야 하는지에 대한 비전이나 개념이 없었다. 또 김앤장이 이 사회의 가장 광범위한 인재풀이라는 점이 문제다. 하지만 노무현 정부가 개념이 있었다면 피할 수 있었다. 노무현 대통령은 사람이 없다고 하는데 사람은 찾으면 있게 마련이다.

여기에 한가지 덧붙이자면 과거부터 군사독재 정권 아래에서 협력한 기술관료에게 반복해서 고위공직을 맡기는 풍조가 있어 왔다. 기술관료에 기대서 통치를 해 온 결과다. 이러다 보니 과거 무슨 자리에 앉아 있다가 김앤장에 간 사람들을 다시 쓰게 되는 것 아닌가 싶다."

"김앤장문제를 규제하지 못한다면 민주주의 실패할 수 있어"

투기자본감시센터와 사무금융연맹 등은 17일 오전 서울 한남동 삼성특검 사무실 앞에서 "삼성의 불법비리에 관여한 김앤장 법률사무소를 수사하라"고 촉구했다.
 투기자본감시센터와 사무금융연맹 등은 17일 오전 서울 한남동 삼성특검 사무실 앞에서 "삼성의 불법비리에 관여한 김앤장 법률사무소를 수사하라"고 촉구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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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앤장을 '법조계의 삼성'이라고 부르던데.
"그렇게 볼 수도 있겠다. 임종인 의원의 말을 빌자면, 김앤장은 삼성보다 더 강하다. 삼성특검을 하는데 왜 김앤장은 조사하지 않나? 김용철 변호사의 폭로 내용을 보면 분명히 김앤장이 관여돼 있는데 말이다."

- 김앤장이나 삼성은 우리 사회의 성역이지만, 삼성은 그나마 법·제도에 의한 사회적 규제를 받고 있는 반면, 김앤장은 제도·법 위에 있다는 정도의 차이가 있는 것 같은데.
"삼성과 김앤장은 치외법권적인 권력을 누리고 있다는 점에서 비슷하다. 삼성도 경영권 승계과정이 문제가 됐지만 아직까지 제재를 받지 않았다. 김앤장도 조직형태, 쌍방대리, 배임혐의 등 많은 문제가 제기됐지만 법적 규제를 받아본 적이 없다.

우리 사회가 이런 삼성과 김앤장과 같은 문제를 규제하지 못한다면 민주주의 국가로서 실패하게 되고, 사회시스템은 자정능력을 잃게 된다. 저는 IMF 이후 삼성이나 김앤장이 거대하게 자라 권력화되는 데서 이 사회가 몰락하고 있다는 징후를 본다. 그런 점에서 이번 삼성특검은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삼성이라는 재벌이 이 사회의 제도 위에 군림하는 행태는 독점자본의 승리다. 김앤장이 저만큼 거대해진 것은 독점자본과 연맹을 맺어 가능한 일이다. 김앤장은 수많은 재벌기업에 노조를 깨는 방법을 가르쳐 준 것 아닌가? '휴대폰 해고' 같은 것이 대표적이다."

- 삼성특검 대상에 김앤장이 포함돼야 한다고 생각하나?
"김앤장은 수사대상이나 피의자가 아니라서 압수수색도 할 수 없지 않나? 삼성특검을 제대로 하려면 기간을 2-3년쯤으로 하고, 수사범위를 넓혀야 한다. 그래야 뭔가 나올 것이다. 사실 검찰은 범죄 혐의가 있다면 수사할 수밖에 없다. 검찰에게는 수사기간의 제한도 없고 수단이나 대상도 확대할 수 있다.

검찰이 특별수사본부(특본)를 만들었는데, (특검보다) 특본이 위력있는 수사를 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그런 점에서 (섬성비자금건이) 특검으로 간 것이 삼성으로선 고마운 일 아닌가? 특검은 삼성이 보기에 가장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볼 수 있다."

"현행법으로도 김앤장 규제 가능하다"

- 법률권력으로 등장한 김앤장은 어떻게 통제되어야 하나?
"김앤장 역시 규제를 받아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변호사는 사기적 수법을 쓸 수 없고, 의뢰인의 신뢰를 배반하는 배임행위를 해서는 안된다거나, 세금을 포탈해서는 안된다는 것 등이 규제다. 저는 현행법으로도 규제가 가능하다고 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규제하지 못하는 지금의 상황이 참 걱정스럽다. 검찰 등 수사기관도 수사 의지가 없다.

또한 법적인 원칙을 위배한 사건수임이나 처리는 그 자체로 불법행위가 될 수 있다. 현재의 법제도만으로도 이러한 문제를 충분히 규제할 수 있다고 본다. 다만 법원이 이런 문제를 어떻게 판단할지 의문이다.

또 국회에서 변호사법 등을 개정해 고위공직자를 고문으로 영입하는 것을 엄격하게 제한하고 그것을 공개하도록 한다든가, 김앤장 같은 조직을 로펌으로 간주해 동일한 규제를 받을 수 있도록 할 수 있다. 국회가 사회적으로 이슈화된 김앤장문제를 조사하는 특위를 꾸릴 수도 있지 않을까 싶다.

김앤장 문제와 같은 문제가 제대로 교정되지 않으면 우리의 미래는 걱정스럽다. 공적인 영역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윤리적 일탈은 정말 큰 문제라고 생각한다."


태그:#최병모, #김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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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 전남 강진 출생. 조대부고-고려대 국문과. 월간 <사회평론 길>과 <말>거쳐 현재 <오마이뉴스> 기자. 한국인터넷기자상과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2회) 수상. 저서 : <검사와 스폰서><시민을 고소하는 나라><한 조각의 진실><표창원, 보수의 품격><대한민국 진보 어디로 가는가><국세청은 정의로운가><나의 MB 재산 답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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