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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말부터 해야 하나요. 행여나 보잘 것 없는 제가 세계 초일류 기업 삼성 그룹의 이건희 회장님에게 이처럼 공개편지를 쓰게 될지는 꿈에도 몰랐습니다. 하지만 전달이 될지 모르지만 더 이상 태안군민들의 억울한 죽음을 막아야 한다는 마음으로 이처럼 펜을 들어 봅니다.

 

‘더 이상 태안군민을 잡아먹지 마십시오.’

 

편지의 제목치고는 너무나 강한가요. 아니요, 태안 사람들은 지금 삼성이 태안반도를 집어삼키고 이제는 태안 사람들을 집어 삼키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왜요. 저를 비롯한 태안군민들은 그동안 태안반도의 아름다운 해안이 준 혜택으로 아무런 걱정 없이 살아가던 사람들입니다. 그런데 지난해 12월 7일 대통령보다 위에 있다는 '황제' 이건희 회장님의 수하 직원들이 강한 애사심으로(아마도 이것이 삼성 정신일까요) 폭풍우 속에서도 크레인 임차료를 아끼기 위해 거제로 출항을 합니다.

 

삼성중공업 간부의 지시가 있든 없든 그 직원들은 이미 회장님의 삼성 정신에 길들여진 사람들로 기상 조건이나 관제소의 제지는 회장님이 말하는 삼성 정신보다는 못한 것임을 자랑이라도 하듯 출항을 해 태안반도 앞바다에서 유조선과 충돌합니다. 태안에서는 음모론이니 별별 소문이 다 있지만 여타튼 기름 유출사고는 아마도 소정의 성과(?)를 본 듯 합니다.
 
이건희 회장님
 

옛 말에 ‘계란으로 바위치기’라는 말이 있습니다. 이 말을 요즘 말로 하면 아마도 세계 초일류 기업이라는  삼성그룹과의 싸움을 일컫는 말로 보면 어떨까요. 하지만  태안반도 사람들은 오늘부터 이 말을 ‘태안반도 기름으로 삼성치기’라는 말로 바꾸어 부르기로 했습니다.

 

오늘(23일) 서울로 올라온 태안 사람들이 삼성본관에서 이 말을 실천하고 왔습니다. 혹여 회장님도 보셨겠지요. 삼성 그룹의 상징인 본관 현관에 태안반도에서 수거한 기름을 던지고 왔습니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삼성이 태안반도에 고의(?)로 유출시킨 기름을 수거해 삼성에 돌려주고 왔지요.
 

 

명예와 자부심을 생명으로 하는 삼성의 이미지에 기름칠을 당하고 나니 어떠세요.오늘 우리 지역 주민들은 너무나 소중히 기른 물고기와 멸치, 김을 수거한 기름에 범벅 시켜 삼성의 현관에 던지며 울분을 토해내고 왔습니다.

 

또 도저히 발길이 떨어지지 않았지만 고 김용진 열사의 영정을  삼성 본관 앞에 놓고 왔습니다. 삼성은 다섯 분의 고귀한 태안군민의 생명을 앗아간 것은 아는지요. 다섯 분 중에 오늘 태안군민들은 김용진 열사의 혼이 담긴 영정을 삼성의 본관이 모셔 놓고 왔습니다. 고 김용진 열사는 이 시간부터 태안사람들을 대표해 삼성본관에서 태안 사람의 혼이 되어 1인 시위를 시작했습니다.

 

2월 언제까지인가 집회허가를 받아놓았다는 삼성 본관에 이처럼 많은 시위대가 온 것은 처음이라는 경찰의 말을 들으며 자존심 상했을 삼성의 모습이 떠올랐습니다.
이제 고 김용진 열사가 태안 사람들을 대표해 매일 삼성의 진정한 사고와 완전 배상 약속을 받아 낼 때까지 1인 시위를 할 것입니다.

 

이건희 회장님!

 

일말의 양심이 있다면 삼성 본관에 모셔진 고 김용진 열사의 혼 앞에 조문부터 하는 것이 우선 아닐까요. 삼성 본관 앞에 고 김용진 열사의 혼을 모셔놓고 돌아서는 태안군민들은 곧 더 많은 군민들과 함께 당당히 1인 시위를 벌이고 있을 열사를 만나러 오기로 약속을 하고 돌아왔습니다.

 

현재 복잡 다양한 문제로 머리가 아프시겠지만 조심하십시오. 잠깐 잠에 들었다가 꿈에 고 김용진 열사, 지창환 열사, 이영권 열사가 나타나 이 회장님에게 태안군민을 대표해 사과와 완전 배상을 요구하며 끈질기게 쫓아다닐지 모르기 때문입니다.

 

오늘 집회현장에서 제가 하는 일을 중단하고 시위대에 합류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지만 카메라를 들고 취재를 했습니다. 저는 태안지역의 지역신문인 태안신문 편집국장 신문웅이라고 합니다. 오늘은 첫 편지라 정중히 쓰지만 다음에는 이건희 회장님이 아니라 이건희씨, 아님은 이건희라고 할지 모릅니다. 이것은 이건희 회장님이 하기 나름입니다.

 

오늘 집회에 참석했던 장인어른이 술에 취해 조금 전에 전화를 하셨습니다. “오늘 수고 했네. 다친 곳은 없지?”하시는데 왜 이리 서러운지 몰랐습니다. 요즘 태안사람들은 술을 안 마시면 잠을 못 이룰 정도입니다. 오늘 서울 도심 칼바람을 맞으면서도 목 놓아 소리친 것은 다름 아닌 ‘삼성과 이건희 회장님의 백배 사죄와 무한 책임을 약속하라’는 것입니다.

굳이 말하지 안 해도 이 회장님은 아실 것으로 믿습니다.

 

그런데 더 화가 나는 것은 삼성 본관 앞에 나온 삼성중공업 상무가 ‘죄송하다’ 한마디를 남기고는 우리 주민들의 결의와 공개서한을 대충 받아가지고는 경찰의 경호를 받으며 본관 뒤로 사라졌다는 것입니다. 더욱이 쫒아가는 저에게 회장님의 수하들은 ‘사유지에서는 사진 촬영이 안 된다’고 위협하더군요. 이것을 보고 이 회장님을 왜 ‘황제’라고 하는지 알았습니다.

 

이건희 황제님.

 

이제 그만 쓰려고 합니다. 왜 그런지는 이제는 회장님이 아실 것입니다. 오늘 상경 시위는 시작에 불과합니다. 저도 다음 상경 시위에는 손에 카메라 대신에 다른 것이 쥐어져 있을 것 같습니다.

 

이건희 회장님.

 

위협이 아니라 태안군민들의 마음을 하나로 담은 구호로 편지를 마칩니다.

‘내가 죽으면 너도 죽는다.’

 

- 아름다웠던 태안반도가 너무 그리운 태안신문 편집국장 신문웅 씀


태그:#태안반도 기름유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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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자치시대를 선도하는 태안신문 편집국장을 맡고 있으며 모두가 더불어 사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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