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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촌진흥청 폐지 및 농림수산 연구기관 민영화 저지 결의대회 참가인들이 주장이 담긴 홍보물을 들어 보이고 있다.
 농촌진흥청 폐지 및 농림수산 연구기관 민영화 저지 결의대회 참가인들이 주장이 담긴 홍보물을 들어 보이고 있다.
ⓒ 이화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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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6일 오후 1시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앞에서 민주노총과 농민연합이 주최하고 전국공무원노동조합(아래 공무원노조)이 주관한 '농촌진흥청 폐지 및 농림수산 연구기관 민영화 저지 결의대회' 개최됐다.

이날 농민단체 회원들과 관계공무원 4500여명(경찰추산 2천600명)은 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아래 인수위)가 내놓은 정부조직개편안은 졸속행정이라고 비판했다. 특히 농촌진흥청과 수산과학원, 산림과학원 등의 폐지와 민영화 계획 철회를 강력하게 요구했다.

지난 16일 인수위가 발표한 정부조직 개편안에 따르면 ▲출연연구기관화 3086명 ▲규제개혁 부서 810명 ▲공통부서 감축 734명 ▲중복기능 686명 등 6951명의 공무원들이 구조조정 대상이다.

이중 농촌진흥청에서 2146명, 국립수산과학원 633명, 국립산림과학원 307명 등 전체 대상자 중 44.4%인 3086명이 1차 산업 관련 공무원들이다. 농촌진흥청의 경우 구조조정이 아닌 청 자체를 폐지한다는 것이다.

정부조직 개편안에 대한 논란의 목소리가 커지자 인수위는 이례적으로 지난 25일 하루 동안 ▲농촌진흥청 등을 출연 연구기관으로 전환하는 까닭 ▲정부 기능과 조직 개편 Q&A (농수산업분야) 등 두건의 보도 자료를 통해 적극적으로 해명에 나서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다양한 목소리] 농촌진흥청 돈 버는 곳 아니다

이날 행사를 주관한 손영태 공무원노조 위원장은 대회사를 하고 있다.
 이날 행사를 주관한 손영태 공무원노조 위원장은 대회사를 하고 있다.
ⓒ 이화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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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행사를 주관한 손영태 공무원노조 위원장은 대회사에서 "이명박 정부는 농업을 죽이기 위해 농촌진흥청을 폐지시키고 농림수산 연구기관 민영화 시키려는 것"이라고 못 박고 "공무원들이 앞장서 농토를 갈아엎어 대운하를 만들려는 음모를 막아내고, 생명산업인 농업을 지켜내자"고 강조했다.

윤요근 농촌지도자 중앙연합회장은 대회사를 통해 "농촌진흥청은 돈 버는 곳이 아니다"라며 "인수위는 대외경쟁력을 끌어 올리겠다는 명분으로 기초산업을 말살하려 하지만 우리는 농토를 지키고 농업을 사수하기 위해 현재의 조직이 존치 되도록 강력하게 투쟁해 나갈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허영구 민주노총 부위원장은 대회사에서 "이명박 정부는 취임도 하기 전에 정부출연기관이나 민영화 시키면 경쟁력이 높아진다는 사기를 치고 있다"며 "이는 우리농업을 문지르고 도시국가로 만들어 운하를 건설하고 산업단지와 골프장 등을 들여와 나라 경제를 재편하려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허 부위원장은 "28일 이명박 당선자가 민주노총을 방문한다는데 잘못된 생각을 버리지 않는다면 퇴진운동에 나설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연대사를 하고 있는 노회찬 민주노동당 국회의원
 연대사를 하고 있는 노회찬 민주노동당 국회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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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회찬 민주노동당 국회의원은 연대사에서 "선무당이 사람을 잡는데 그가 바로 이명박"이라며 "농업 다 때려잡고 임업, 수산업 다 때려잡고 있는데 농업을 포기할 바에는 이명박을 포기하겠다."고 날을 세웠다.

또한 노 의원은 "정부출연기관인 대덕연구단지의 경우 비정규직 연구원들이 대부분이며 1~2년 근무하고 떠나고 있다"며 "연구를 하기보다 연구비를 따내기 위해 영업을 다니는 것이 현실이고 인수위안 대로 진행될 경우 이 기관(농촌진흥청, 수산과학원, 산림과학원)들도 악순환이 되풀이 될 것이 뻔해 경쟁력이 생기기보다 후퇴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노 의원은 "벼 품종 개발하는데 12~15년, 과수는 20년이 넘게 걸리는데 어떤 바보가 이윤이 불확실한 곳에 투자 하겠느냐"며 "인수위의 정부조직 개편안은 농업 포기 선언과 같은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도숙 전국농민회총연맹 의장은 "농업은 경쟁력을 확보하기 어려워 국가가 모자라는 부분을 채워줘야 하는데 그 중심에 농진청이 있었다."며 "농촌이 살기 위해서는 국가 재정으로 연구하고 지도사업을 꾸려나가야 하고, 우리경제를 살리기 위해선 반드시 농업이 살아야 한다"고 역설했다.

[인터뷰] 1만5000명 회원 있는 사과사랑동호회장 "큰절로 사과드립니다"

농촌진흥청 폐지 및 농림수산 연구기관 민영화 저지 결의대회 행사장에서 연대사를 하고 있는 홍성일 사과사랑동호회장
 농촌진흥청 폐지 및 농림수산 연구기관 민영화 저지 결의대회 행사장에서 연대사를 하고 있는 홍성일 사과사랑동호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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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100여명의 사과사랑동호회원들과 참석한 홍성일(53·경북 군위군 군위읍) 회장은 연대사를 하기 전 "제가 이명박씨가 대통령에 당선되는데 최선을 다한 것을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결의대회 참석인 들을 향해 큰절을 올렸다.

지난 26년 동안 과수 농사를 짓고 있는 홍 회장은 2만496㎡의 면적에 사과농사를 짓고 있으며 지난 2002년 경북도로부터 농업명장 1호로 선정될 만큼 지식인으로 평가 받고 있다.  27일 가진 전화인터뷰에서 홍 회장은 농업인으로 대구·경북지역에서 이명박 후보를 당선시키려 노력했던 것이 '내생에 최고 오점'이라고 표현할 만큼 허탈한 모습을 내보였다.

홍 회장은 선거 참여했던 부분에 대해선 언급을 꺼렸지만 이명박 당선인의 사조직인 '희망21산악회' 활동 등 맡은 분야에서 최선을 다했다고 털어놨다. 정부조직 개편안에 대해선 면밀한 검토가 없었고 전문가 집단의 검증도 없었으며 농업인단체 등 이해 당사자들과의 공청회 한번 거치지 않고 만들어졌다고 분개했다.

"심사숙고했어야 합니다. 농림부 국장 한사람 말만 믿고 농업을 비생산적인 부분으로 몰아붙였습니다. 인수위 조직개편안 대로라면 농업부문에 더 이상의 지성인을 양성하지 않겠다는 말과 같습니다."

지성인을 양성치 않겠다는 말이 무슨 말이냐고 묻자 홍 회장은 "농업관련 학과 학생들이 농업관련 회사나 교수, 공무원 등에 취업하기 전에 농촌진흥청에서 인턴을 거칩니다. 그나마 그들이 연구 활동을 통해 농업 부문에 부가가치를 창출했는데 농촌진흥청이 폐지되고 정부출연기관으로 전락하면 더 이상 지성인을 키울 수 있는 길이 없어지게 됩니다"고 답변했다.

사과사랑동호회원이 주장이 담긴 홍보물을 들고 있다.
 사과사랑동호회원이 주장이 담긴 홍보물을 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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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 회장은 인터뷰 중에 보조금 문제와 농가부채 등의 이유를 들어 농업부문에도 매스를 들이대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방법 면에서 보면 지금 인수위의 정부조직 개편안은 농업을 포기하고 가진 국민만 섬기겠다는 말과 같다며 분노를 쏟아냈다.

"경제논리로 따지면 농업이 밀리는 것은 당연합니다. 농업은 미래를 내다보고 국가안보 차원에서 접근해야지 단순한 경제논리로 따지면 안 됩니다. 또한 농업인이 전체 유권자의 3~4%밖에 되지 않는다고 이렇게 무시하면 되겠습니까? 가진 자만 섬기지 말고 민초들을 섬겨야 합니다"

지난 26년동안 농사를 지으면서도 집회에 처음 참여했다는 홍 회장은 자신이 집회현장에 나와 연대사를 하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단다. 아들이 군장교로 복무를 하고 있는데 제대를 하면 농업을 물려줄 생각이었는데 현실은 더욱 어려워지고 정부의 정책 또한 농민이 설자리를 더욱 좁아지게 하고 있어 걱정이라며 한숨을 토해냈다.

"10년 전 만해도 농촌진흥청의 사과시험장에 근무하는 연구원들이 28명이었으나 지금은 12명에 불과합니다. 또한 지방자치제가 되면서 시군의 농업기술센터를 통하기보다 직접 사과시험장으로 문의하는 경우가 많아 연구와 지도 업무를 함께 하게 됩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폭주하는 업무량 때문에 무슨 성과를 낼 수 있겠어요. 성과를 기대하는 자체가 무리죠."

"결론은 농업 정책이 주관 없이 수립되다 보니 이런 일이 발생하고 있는 겁니다. 또한 노무현 정부가 서민들 못살게 하니까 달라지겠지 생각하고 경제정부 손을 들어줬는데 농촌진흥청을 농업진흥청이라 부를 정도로 명칭조차 모르고 있는 사람이 개혁을 하겠다고요? 무슨 개혁이 되겠습니까?"

사과사랑동호회에서 준비해 집회현장에서 선보인 사과 캐릭터 인형
 사과사랑동호회에서 준비해 집회현장에서 선보인 사과 캐릭터 인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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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촌진흥청은 지나 62년 국가의 기본산업인 농업의 발전과 농업인의 복지향상을 도모하기 위하여 농업과학기술의 진흥을 위한 시험연구사업·농촌지도사업 및 농업관련인에 대한 교육훈련사업의 실시에 관하여 필요한 사항을 규정함을 목적으로 설립돼 운영돼 왔다. 지난 46년 동안 농업인들과 가장 가까운 거리에서 동거 동락하던 조직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 위기에 처해 있다.

폐지 반대의 목소리가 높은 만큼 폐지시키려는 인수위와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의 의지 또한 확고해 보인다. 폐지 반대를 주장하는 농민단체 등은 28일 오후 1시 서울 여의도에서 대규모 집회를 계획하고 있다. 양측이 입장차를 좁히지 못할 경우 파열음을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농민들이 기술을 바탕으로 자생력을 키워야 우리 농업을 지킬 힘이 생기는데 농촌진흥청 폐지되면 무식한 농민들이 언제 연구하고 기술 배워서 자생력 키우겠습니까?"

홍 회장의 인터뷰 마지막 말이다.

민중의례를 하고 있는 농촌진흥청 폐지 및 농림수산 연구기관 민영화 저지 결의대회 참가인들
 민중의례를 하고 있는 농촌진흥청 폐지 및 농림수산 연구기관 민영화 저지 결의대회 참가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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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들의 주장이 담긴 홍보물을 들어 보이고 있는 결의대회 참가인들
 자신들의 주장이 담긴 홍보물을 들어 보이고 있는 결의대회 참가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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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의대회에 참가인들이 '식량주권 사수하고 민족농업 지켜내자'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결의대회에 참가인들이 '식량주권 사수하고 민족농업 지켜내자'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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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농촌진흥청, #결의대회, #홍성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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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아이의 아빠입니다. 이 세 아이가 학벌과 시험성적으로 평가받는 국가가 아닌 인격으로 존중받는 나라에서 살게 하는 게 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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