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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 네 군데 시군을 여행하고 어제 돌아왔다. 일정은 3박 4일. 그런데 우리나라만 본 게 아니다. 세계를 두루두루 다 보고 왔다. 아프리카도 보고, 아메리카도 보고, 프랑스도 보고 왔다. 휘황찬란하게 펼쳐진 한 밤의 쇼. 그 네온사인 아래에는 각국의 유명한 관광 도시가 요란하게 반짝이고 있었다.

 

우리가 선호하는 곳은 민박. 그 중에서도 우린 콘도형 민박을 제일 좋아한다. 보통의 콘도식 민박은 깨끗하고, 숙박하면서 저녁과 아침을 해결할 수 있게 되어 있다. 그런데 이번엔 관광지가 아니어서인지 민박은 눈 씻고 찾아 봐도 없었다.

 

여행지에서 하룻밤 자는데 뭐, 모텔이면 어때서?

 

첫날은 온천에서 잤다. 6,70년대 부유층만 가는 신혼여행지에서. 리모델링을 해서 새롭게 꾸몄다고 홍보를 대단하게 하기에 한 번 가 봤다. 그러나 리모델링이라는 게 겉만 뻔지르하게 발랐지 속은 그대로였다. 특히 낡은 욕실이야 쉽게 바꿀 수 없다지만 욕실에서 신는 슬리퍼 만이라도 바꿨으면. 그래도 뒷날 잔 그 모텔들에 비하면 온천 모텔은 괜찮은 편에 속했다.

 

둘째 날, 이번엔 좀 문제가 있었다. 지방이지만 공단이 있는 곳이라서 도시 전체가 환락가였다. 그런데 가도가도 숙박시설이 나타나지 않았다. 어쩔 수 없이 차를 세우고 지나가는 사람에게 물었다. 그랬더니 이곳은 모텔이 시내에만 있다고 가르쳐준다. 지도를 보고 떠듬떠듬 그곳을 찾아갔다.

 

그 분 말에 의하면, '그곳 건물은 1,2층은 먹는 곳, 3층부터 몇 개층은 노는 곳, 그리고 그 위는 자는 곳'이란다. 어렵게 찾은 그 지역, 정말 화려했다. 도시 분위기를 싫어하는 우리지만 아무튼 잠은 자야 하니까, 돌고 돌아서 좀 깨끗해 보이는 모텔로 들어갔다. 하지만 물어만 보고 나오기는 곤란한 장소였다.

 

대부분은 1층에 주차장이 있고 안내실이 있어서 물어보고나서 짐을 들고 들어가도 되는데, 이곳은 모텔이 시작되는 상층부에 안내실이 있기 때문. 게다가 주차장은 가파른 지하실이었다. 그러니까 지하 주차장에 차를 세워놓고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 물어보고 다시 와서 짐을 들고 가야 할 상황이었다. 다니느라 지친 우리 그냥 짐을 들고 엘리베이터를 탔다.

 

"방 있나요?"

"주무실 건가요?"

"네!"

 

대답은 했지만 기분은 어째 묘했다. 그럼 잠자지 않으면 모 하나?

 

 

열쇠로 열고 들어간 방은 좁고 어두웠다. 소파도 없이 침대만 달랑 놓여 있고. 그런데 마침 TV에서는 숙박시설 청결에 대한 문제점을 보여 주었다. 우리가 앉아 있는 침대 시트 또한 불결하긴 마찬가지. 여기저기 머리칼이 눈에 띈다. 한 번 쓰고 나면 시트를 바꿔야 한다지만, TV에서는 불결하면 직접 불러서 바꾸라지만 그거야 취재하는 사람이나 가능한 이야기고. 이래저래 찝찝해서 하룻밤 겨우 자고 나왔다. 그래도 거기는 공단 지역이라 그랬다지만 셋째 날은 더했다.

 

 

그곳은 공단지역도 관광지도 아니었고, 더구나 도시 중심가도 아니었다. 국도를 타고 가다가 모텔이 많이 보이기에 자고 가자며 빠져 나왔다. 그리고 그 많은 모텔 중에 겉모습이 가장 깨끗해 보이는 곳을 골랐다. 이 집도 역시 똑같은 물음.

 

"주무실 건가요?"

 

그 의문은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면서 풀렸다. 물론 어느 정도 예상은 했지만 요즘 세상에도 여자 사진을 놓고 홍보를 하고 있었다. 엘리베이터 곳곳에 명함만한 크기의 여자 사진이 놓여 있었던 것. 수요가 있어야 공급이 있는 법. 참, 아직도 이런 식의 환락이 존재하고 있다니 놀라웠다.

 

모든 의문이 동시에 풀렸다. 짧은 시간 왔다가 가는 손님이 많으니 어찌 일일이 시트를 갈겠는가. 그러다보니 오는 손님마다 자고 갈거냐, 잠깐 있다 갈 거냐 묻는 게 당연한 거겠지. 아니 매매춘이 금지 된 게 언젠데 아직도 이럴까? '정말 한심한 대한민국이다' 소리가 저절로 나왔다.

 

'집 떠나면 고생이란 말'은 이런 때 쓰고 싶지 않았다. 찾아 다니느라, 또 잠자리가 바뀌어서 지치고 힘들 때 쓰고 싶었다. 그런데 이 잠자리 정말 불편했다. 지저분해도 여행객이나 가족이 와서 자고 간 잠자리라면 불결하게 느껴지지나 않지. 별 상상을 다 하면서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하룻밤을 때웠다.

 

 

아침 일찍 일어나 짐을 챙겨 들고 엘리베이터를 탔다. 1층에 내려서 주차장으로 통하는 문을 열고 내려서려다 또 놀랐다. 바로 발을 내려 디디려는 그 앞에 여자의 얼굴이 나란히 정렬해 있었던 것. 순간 모멸감이 들었다. 이런 식의 매매춘 과연 못막는 건가? 안 막는 건가? 정말 걱정스러웠다. 우리의 대한민국이.

 

 

어른세대에서 시작해 어른 세대가 가고 끝난다면, 굳이 막을 필요도 없겠다. 한평생 그렇게 살았는데 그 버릇 남주겠나 내버려두고. 그러나 우리 아이들 꼭 나쁜 것만 보고 배운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매매춘 근절한다고 매스컴까지 동원해가며 떠들어 댔다.

 

더구나 매매춘을 안 하니 숙박업소가 잘 안 되어 여관 매물이 쏟아지고 있다는 소문도 들렸었다. 그런데 그건 쇼였나, 아니면 잘못 들은 건가. 혹시 다시 부활한 건 아닐까? 그렇다면 이젠 더 강력한 단속을 주문해본다. 나쁜 행동이 아이들에게 전이 되지 않는 건전한 대한민국이 되도록 말이다.


태그:#매매춘, #숙박업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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