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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종로구 수송동 국세청 건물.
 서울 종로구 수송동 국세청 건물.
ⓒ 오마이뉴스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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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조계의 삼성'이라고 불리우는 법률권력 김앤장이 97년 외환위기 이후 처음으로 국세청의 세무조사를 받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1일 MBC 보도에 따르면, 국세청은 지난 1월 30일 김앤장 본사 경리담당 이사를 만나 향후 세무조사 일정과 대상을 통보했다. 김앤장이 받고 있는 세무조사는 '국세청 심층조사'로 탈루세액이 많거나 금융추적조사가 필요한 경우 예고없이 실시되는 특별세무조사에 해당한다.

이에 따라 그동안 정확하게 알려지지 않았던 김앤장 소속 변호사들의 수임료, 성공보수 등 비공개수입이 투명하게 드러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하지만 국세청은 "국세기본법 등 관련법에 따라 세무조사 여부와 대상 등에 대해서는 확인해줄 수 없다"고 밝혔다.

국세청 조사팀은 왜 김앤장에 들어가지 못했나?

MBC는 이날 저녁 "국세청이 지난 화요일(1월 29일)부터 김앤장 합동법률사무소에 대한 세무조사에 착수했다"며 "10여명의 세무조사팀은 김앤장 소속 변호사들의 금융, 부동산 거래내역에 대한 사전조사를 이미 마친 상태"라고 보도했다.

특히 MBC는 세무조사 대상과 관련 "김앤장의 수임료, 성공보수 등 비공개 수입에 대한 국세청의 대대적인 세무조사가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러한 국세청의 세무조사는 김앤장이 지난해 국세청으로부터 성실납세자로 선정돼 2년간 세무조사를 유예받고 있는 상황에서 전격 실시돼 관심을 모으고 있다. 하지만 현재 실시하고 있는 세무조사의 강도가 약하다는 점을 두고 '면피성 조사'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국세청 세무조사팀은 지난 1월 29일 김앤장 사무실을 전격 방문했지만 사무실에 진입하지 못했다. 결국 조사팀은 다음날(1월 30일) 김앤장 본사 경리담당 이사를 사무실 밖에서 만나 세무조사 일정과 대상을 통보해주었다.

이는 외환은행 불법매각 의혹과 관련 국세청이 2시간여의 대치 끝에 론스타 한국사무실을 전격 압수수색했던 때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다.

김앤장에 국세청 전직 고위간부들이 대거 포진해 있다는 점도 국세청의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김앤장의 실체를 최초로 해부한 <법률사무소 김앤장(장화식·임종인, 후마니타스)>에 따르면 2007년 현재 김앤장에 근무하고 있는 국세청 전직 간부는 22명에 이른다.

서영택 전 국세청장, 황재성·이주석·전형수 전 서울지방국세청장, 최병철·장세원 전 부산지방국세청장, 박종화 전 중부지방국세청, 손태형 전 인천세무서장 등이 고문이나 전문위원으로 포진해 있다.

공저자인 장화식 투기자본감시센터 정책위원장은 "국세청 전직 고위간부들이 김앤장에 가 있기 때문에 국세청이 함부로 할 수 있겠느냐"며 "수박 겉햝기 조사에 머물거나 '실제 세무조사 해보니 김앤장은 깨끗하더라'고 면죄부를 줄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장화식 위원장 "압수수색도 못하는 세무조사? 뭔가 이상하다"

투기자본감시센터와 사무금융연맹 등은 지난 1월 17일 오전 서울 한남동 삼성특검 사무실 앞에서 "삼성의 불법비리에 관여한 김앤장 법률사무소를 수사하라"고 촉구했다.
 투기자본감시센터와 사무금융연맹 등은 지난 1월 17일 오전 서울 한남동 삼성특검 사무실 앞에서 "삼성의 불법비리에 관여한 김앤장 법률사무소를 수사하라"고 촉구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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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화식 위원장은 전격적인 김앤장 특별세무조사에 대해 "이상한 느낌이 든다"며 "김앤장을 세무조사한다면 사무실에 들어가 장부 등을 증거로 확보해야 하는데 언론보도를 보면 국세청이 김앤장에 '세무조사 할 거니까 대비하라'고 미리 경고해준 것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그는 "세무조사는 세금문제가 있어서 하는 것이기 때문에 통상적으로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해 장부를 가져와야 한다"며 "그런데 국세청은 김앤장에 갔다가 들어가지도 못하고 다음날 김앤장 직원을 사무실 밖에서 만난 것은 이상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장 위원장은 "지난해 성실납세자 표창을 받아 세무조사가 유예되고 있더라도 국세기본법 등에 의해 4년마다 한번씩 세무조사를 해야 하는데 김앤장은 한번도 세무조사를 받지 않았다"며 "특히 삼성특검이나 론스타문제와 관련 김앤장이 문제가 되니까 마지 못해 세무조사를 하고 있는 것 아닌가 싶다"고 분석했다.

그는 "김앤장은 에버랜드사건의 수임료를 삼성전자에게 받았고, 외국투기자본의 사건들을 수임해 성공보수를 얼마나 받았지 알 수 없는 것들이 문제"라며 "그런 문제들 때문에 김앤장은 한번쯤 세무조사를 받았어야 했다"고 말했다. 

그는 "결국 삼성문제와 론스타문제에 김앤장이 다 관련돼 있다"며 "(김앤장의 대표변호사인) 김영무 대표의 집무실이나 자택, 김앤장의 경리부를 조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독특한 이중조직 형태의 문제: 탈루 의혹과 쌍방대리문제

김앤장은 현재 법무법인(로펌)이 아닌 합동법률사무소라는 독특한 조직형태를 취하고 있다. 형식적으로는 개인변호사들의 연합체에 불과하지만 실질적으로는 로펌처럼 움직이고 있다.  

<법률사무소 김앤장>은 그 배경과 관련 "세금문제 해결과 쌍방대리를 하는 데 매우 용이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또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 회장을 지낸 최병모 변호사도 최근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김앤장은 법률상 로펌(법무법인)의 형식을 취하지 않고 있으면서 로펌으로 행동하고 있다"며 "(조직의) 법적 형식과 실질적 형식이 일치하지 않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최 변호사는 "조세문제 해결 등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확실한 것은 쌍방대리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점"이라며 "SK-소버린사건의 경우, 김앤장 소속 변호사가 SK를 자문했다가 나중에 상대방인 소버린을 변호하더라도 배임이 안된다고 얘기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유리한 측면에서는 김앤장을 하나의 회사처럼 취급하면서 쌍방대리문제 등 다른 측면에서는 다수 변호사의 집합으로 취급하는 것은 일관성이 없다"며 "쌍방대리문제에서도 김앤장을 하나의 로펌으로 취급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한 김앤장은 지금까지 국세청으로부터 네 차례(2000년, 2003년, 2004년, 2007년)에 걸쳐 성실납세자로 선정됐다. 성실납세자 우대관리 규정에 따라 '납세자의 날'(3월 3일)에 성실납세자 표창을 받는 법인이나 개인은 2년간 세무조사를 유예받는다.

김앤장은 법조계 안팎에서 이러한 우대관리 규정을 악용해 세무조사를 면제받아왔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최경환 한나라당 의원은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김앤장 법률사무소는 납세자의 날에 수상하는 방법으로 외환위기 이후 국세청의 세무조사를 단 한 차례도 받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최병모 변호사도 "국세청이 김앤장 소속 개별 변호사가 아닌 김앤장을 성실납세자로 표창하는 게 옳은 것인지, 또 표창을 했다고 해서 김앤장에 소속된 모든 변호사에 대해 세무조사를 면제한다는 것이 옳은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매출규모 알려지지 않아... 탈세 의혹 벗을 수 있을까

김앤장은 성실납세자 표창 등을 근거로 끊임없이 제기되는 탈세 의혹을 일축해왔다. 하지만  김앤장의 정확한 매출규모는 알려지지 않고 있다. 국회와 일부 언론이 건강보험공단자료 등을 토대로 매출액을 추정하고 있을 뿐이다.

KBS 시사프로그램인 <시사기획 쌈>에서 112명의 대표 변호사(2005년 기준)가 국세청에 신고한 소득을 기준으로 추정한 결과 김앤장의 매출액은 3700억원으로 나타났다. <조선일보>는 3500억∼3700억원으로 추정했다.

창업자인 김영무 대표변호사가 지난 2005년 연소득 570억원을 신고해 삼성권력의 총수 이건희 회장을 제치고 국내 소득 1위를 차지한 바 있다. 김앤장의 매출규모가 어느 정도인지 짐작케 하는 대목이다. 

특히 수임료는 물론이고 성공보수는 더 베일에 쌓여 있다. 김앤장의 자문·변호 목록에는 론스타, 골드만삭스, 소버린, 삼성, SK그룹, 진로그룹, LG그룹, 현대자동차그룹, 김승연(한화 회장), 박용성(전 두산 회장), 정몽구(현대차그룹 회장)  등 외국 투기자본이나 대기업이 즐비하다.

이들로부터 거액의 수임료뿐만 아니라 성공보수를 받았다는 것이 법조계의 정설이다. 하지만 이러한 비공개수입이 투명하게 공개되지 않아 탈세 의혹 등이 끊이지 않았다.


태그:#김앤장, #세무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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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 전남 강진 출생. 조대부고-고려대 국문과. 월간 <사회평론 길>과 <말>거쳐 현재 <오마이뉴스> 기자. 한국인터넷기자상과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2회) 수상. 저서 : <검사와 스폰서><시민을 고소하는 나라><한 조각의 진실><표창원, 보수의 품격><대한민국 진보 어디로 가는가><국세청은 정의로운가><나의 MB 재산 답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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