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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고교 영어교사 출신인 김문희 씨는 "미국에서는 어려서부터 돈을 벌면 사회에 환원해야 한다는 점을 가르친다"며 "미국의 일부 경영대학에는 '기업인의 윤리'에 관한 과목이 필수 이수과목"이라고 말했다. 사진은 미국 보스톤에 위치한 하버드대학교 교정.
▲ "돈 벌면 사회 환원해야 한단다." 미국 고교 영어교사 출신인 김문희 씨는 "미국에서는 어려서부터 돈을 벌면 사회에 환원해야 한다는 점을 가르친다"며 "미국의 일부 경영대학에는 '기업인의 윤리'에 관한 과목이 필수 이수과목"이라고 말했다. 사진은 미국 보스톤에 위치한 하버드대학교 교정.
ⓒ 신향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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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세와 비자금 조성 의혹을 받고 있는) 삼성 이건희 회장이 잘못했다고 하지만 그는 잘못된 한국 교육의 희생자라고 할 수 있다. 빌 게이츠는 미국의 합리적인 교육을 받으면서 ‘돈을 벌면 사회에 환원해야 한다’고 배울 수 있었다. 그렇지만 이건희 회장은 어렸을 때부터 군사독재정권 밑에서 쉬쉬하고 비자금을 만들어 제공해야 하는 분위기 속에서 성장했다. 이 회장을 비판하기 전에 우리 사회에서 무엇이 잘못되고 있는가를 우리 모두 반성해야 한다. 물론 이 회장이 잘했다는 것이 아니지만 50% 정도는 우리 사회에도 책임이 있다. 그가 좋은 교육을 하는 나라에서 성장했다면 이런 일을 하지 않았을 수도 있다.”

‘미국의 글쓰기 교육, 그 현장을 찾아서’란 주제로 연재기사를 쓰기 위해 기자는 미국 고등학교 영어교사 출신인 김문희씨를 인터뷰했다. 그 과정에서 교육의 중요성을 새삼 느꼈다. 특히 글쓰기 공부(논술 교육)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얼마든지 민주시민을 양성할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김문희씨는 “(국어로든, 영어로든) 글쓰기 교육으로 우리 사회가 추구해야 할 가치관을 학생들에게 가르칠 수 있다”면서 한국과 미국 교육의 차이점을 분석했다. 김씨는 “한국은 기업인들이 한때 군사독재정권 밑에서 비자금을 만들어 제공해야 하는 상황에 있었지만, 미국에서는 학생들에게 ‘돈을 벌면 사회에 되돌려 주는 부자가 되어야지’라고 생각하도록 가르쳤다”고 말했다. 김씨는 이어 글쓰기 교육의 내용에 따라 학생들에게 우리가 지향해야 할 민주시민의 덕목을 갖추게 해 줄 수 있다고 강조했다.

“돈을 번 것은 혼자 번 것이 아니다. 기업들은 세금과 사회기반시설을 활용해서 돈을 번 것이다. 빌 게이츠 회장은 전 세계를 상대로 돈을 번 것이어서 WHO 등에 재산의 80%를 기부했다. 워렌 버핏 회장은 재산의 90% 이상을 빌 게이츠 재단에 기부했다. 빌 게이츠와 워렌 버핏 이전에 록펠러, 카네기나 석유 부자들, 포드 자동차 회장 같은 사람들도 재산을 사회에 환원했다. 미국에선 이같은 사람들의 위인전을 어렸을 때부터 읽는다. 학생들은 ‘아! 나도 돈을 벌면 사회에 되돌려 주는 부자가 되어야지’라고 생각한다.”

김씨는 “우리나라 기업가들이나 그의 가족, 임원들을 모아놓고 기업 윤리를 가르치면 좋겠다”면서 “경제인연합회 회원사들이 모여서 돈 이야기만 할 것이 아니라 돈을 벌면 어떻게 사회에 기여할 것인가를 논의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문희씨는 미국 칼스테이트 노스리지 언어학 석사로 미국 글랜부룩 중학교와 마운틴 디아블로 고등학교에서 영어 교사로 활동했다. 마운틴 디아블로 교육청의 글쓰기 교사 양성 프로그램 지원 교사와 교안 작성 개발원으로도 일했다. 영어 글쓰기교육을 연구하는 전문가로 명성을 떨치고 있으며 <미국의 교양을 읽는다>(휴머니스트 출판사)를 쓴 베스트 셀러 작가이기도 하다.

‘글쓰기 공부가 왜 중요한지, 글쓰기 교육으로 학생들에게 어떤 생각을 심어줘야 하는지’ 김씨에게 들어봤다. 다음은 일문일답.

미국 고등학교 영어교사 출신으로 영어 글쓰기교육 전문가인 김문희 씨는 "국가의 재산에는 경제성장만이 아니라 지적 역량도 포함된다"며 "글쓰기와 같은 지적 활동으로 지도자가 될 수 있는 인재를 양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글쓰기 교육은 국가 경쟁력에도 큰 도움" 미국 고등학교 영어교사 출신으로 영어 글쓰기교육 전문가인 김문희 씨는 "국가의 재산에는 경제성장만이 아니라 지적 역량도 포함된다"며 "글쓰기와 같은 지적 활동으로 지도자가 될 수 있는 인재를 양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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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류학적 관점에서 글쓰기의 의의를 말한다면.
“글쓰기는 인류 최고의 지적 활동이다. 말은 누구나 할 수 있지만 글쓰기는 어느 정도 훈련이 필요하다. 컴퓨터 발명은 종이로 일처리하던 사회를 인터넷 사이버 공간에서 업무를 보는 사회로 발전시켰다.

컴퓨터를 사용하지 못하는 사람들에겐 인터넷이 오히려 불편할 것이다. 글쓰기도 마찬가지다. 글을 잘 쓸 수 있으면 영향력 있는 사람이 될 수 있다. 교사에서부터 신문기자, 정치인, 작가에 이르기까지 다른 사람들에게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지 않겠는가.”

- 그렇다면, 글쓰기 교육도 무척 중요하다는 말인데.
“글쓰기는 말하기와 마찬가지로 지도력(리더십)의 수준과 연관된다. 글을 잘 쓰고 말을 잘 하는 사람은 최고의 지도자가 되는 데 유리하다. 글쓰기와 말하기를 잘 하면 대중에게 자신의 주장을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치인은 물론이고 그 누구든지 다수의 청중을 대상으로 하는 경우에는 대본을 쓴 뒤에 이것을 바탕으로 연설하고 토론한다. 말을 잘 하기 위해서는 일단 글쓰기가 중요하다는 말이다.”

- 글쓰기 실력이 없으면 손해볼 수도 있다는 말인가.
“글쓰기를 잘 하지 못해 일을 그르친다면 시간적, 경제적으로 손해다. 글쓰기를 활용하면 기록으로 증거가 남기 때문에 좀더 진지하게 의사소통할 수 있다. 그래서 미국에서는 시간적, 경제적인 손해를 보지 않도록 하기 위해 글쓰기 교육에 신경쓴다. 실용적이기 때문에 정부가  글쓰기 교육을 적극 지원한다.”

- 글쓰기 교육의 또 다른 장점이 있다면.
“아이디어가 풍부해지도록 도와준다. 한 사회를 이끄는 것은 그 사회가 품고 있는 창의적인 생각이다. 그래서 미국은 창의력을 향상시키는 교육을 한다. 글쓰기 교육을 하면 창의력뿐만 아니라 국민의 의식과 사고 수준도 향상된다. 논리적으로 생각하여 합리적인 근거를 마련하고, 이를 바탕으로 설득력 있는 글쓰기를 하는 과정에서 이런 효과를 얻을 수 있다.”

- 글쓰기 교육으로 개인과 국가의 경쟁력을 키울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 글쓰기 공부가 인류 역사 발전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끼친다는 셈인데.
“그렇다. 글쓰기 교육은 창의적인 인간을 만들기 때문에 보이지 않는 무형의 재산을 생산하는 일이다. 인류 역사 발전이라는 측면에서 창의적인 생각을 고무하는 교육은 정말로 중요하다.”

- 지도자가 되려면 글쓰기 공부를 열심히 해야 한다는 결론도 나올 수 있을 텐데.
“그렇다.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려면 글을 써야 한다. 글을 잘 쓰는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은 다른 사람들에게 영향력을 미치는 데 있어서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글쓰기로 논리적인 사고력을 키워 놓으면 좀 더 훌륭한 과학자, 정치인, 언론인, 작가, 예술가가 될 수 있지 않겠는가. 위인들의 일대기를 보면 논리적인 사고를 바탕으로 살았음을 알 수 있다. 그래서 글쓰기는 중요하다. 미국인들은 교육 현장에서 링컨의 게티츠버그 연설을 함께 읽으며, 마틴 루터의 명연설문 ‘I have a dream’ 을 되새겨 보기도 한다.”

- 글쓰기 교육이 정말 필요하다는 생각이 드는데.
“국가의 재산은 경제성장만이 아니다. 지적 역량도 여기에 포함된다. 글쓰기와 같은 지적 활동으로 지도자가 될 수 있는 한국인을 많이 양성해야 한다. 그것은 국가의 성장에 굉장히 이바지하는 것이다. 우리나라가 동북아시아의 지도국이 되는 것은 틀림없다. 지도국이 되려면 경제력을 바탕으로 하여 정신력도 있어야 한다. 대한민국 국민은 동북아시아에서 지도자가 될 수 있는 기회를 맞고 있다. 바로 경제성장을 이룩했기 때문이다.

중국과 북한은 정치 형태가 민주국가라고 할 수 없다. 우파들이 집권한 일본은 물갈이가 되지 않고 있어 반쪽의 민주주의에 불과하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5년에 한 번씩 정치 지도자를 선출함으로써 더욱 역동적인 민주사회를 만들 수 있다. 대통령을 헌정 질서 아래 민주적으로 선출하는 대한민국은 동북아시아에서 영향력을 끼칠 수 있는 정치적 경제적 성장을 이룬 것이다. 동북아시아에 어떤 국가가 민주주의 건설에 앞장을 설 것인가? 그것이 바로 우리나라다.”

- 글쓰기도 좋겠지만 수학도 논리적 사고능력을 키워주지 않을까.
“그렇지만 수학은 일상에서 사용하는 빈도나 기회가 적다. 그래서 아이들이 수학 교육을 확 받아들이지 못한다. 하지만 글쓰기는 논리적 사고력도 키워 줄 뿐더러 생각을 서로 나눠주게 한다. 자기 글을 읽는 것은 창피해 하더라도 남의 글을 읽어보게 하는 것은 좋지 않는가.”

- 학생 평가에서도 글쓰기가 중요할텐데.
“우리나라 대입 수능시험에 해당하는 SAT에서도 글쓰기를 평가한다. 캘리포니아 주립대(University of California)에서는 쓰기 점수가 680점 미만인 학생들은 입학 후에 작문 수업을 받고 신입생 글쓰기 시험에 통과해야 학부 교양 영어를 수강할 수 있다. 680점은 비교적 높은 점수임에도 불구하고 글쓰기 실력을 철저하게 점검하는 것이다. 2년제 지역대학(Community College)에서도 4년제 대학편입 프로그램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글쓰기 평가 시험에서 최소 점수 이상을 받아야 한다. 이 기준에 합격해야 학부에서 교양 영어를 이수할 수 있는 자격을 받는다.”

- 글을 잘 쓰면 대학 입학에도 유리한가.
“대학에도 글쓰기(에세이)를 잘해야 입학할 수 있다. 학교 대항 대회에서 우승한 학생은 주 대항 논쟁대회에 나갈 수 있다. 주 대항 대회에서 우승한 학생은 전국대회에 나갈 수 있다. 전국대회에서 입상한, 논쟁을 잘 하는 학생들은 특별전형으로 대학에 들어간다.”

- 미국에서 교사를 하면서 겪은 인상적인 사례를 소개한다면.
“미국 학생들은 참 합리적이다. 초등학교·중학교·고등학교에 들어가도 맨 처음에 하는 활동이 서로 인터뷰하기다. 마음에 드는 친구를 인터뷰해 오는 것이다. 자기가 자기를 소개하는 것이 아니라, 친구의 삶을 얘기해 준다. 그럼 서로 친구들에 대해 잘 알게 되고 대화하거나 인터뷰하는 기술을 습득하게 된다.”

- 글을 어떻게 써야 한다고 보는가.
“글을 잘 쓰는 사람은 독자를 배려하는 사람이다. 좋은 작가가 되려면 독자 입장을 배려해야 한다. 지식을 자랑하면 결코 좋은 작가가 아니다. 쉽고 간결하고 명료하게 독자가 알아들을 수 있게 글을 써야 한다. 어떤 지식인은 자기 지식을 자랑하려고 글을 쓴다. 지식을 자랑하려고 글을 쓰는 교수도 있다. 그런데 독자가 이해하기 어려운 글은 좋은 글이 아니다. 한국어로 쓴 글을 번역해 달라는 문의가 들어오는데 자세히 읽어보면 안타까울 정도로 논제를 논리적으로 발전시키는 것보다는 논제 주변을 빙빙 도는 식의 글이 많다.”

- 한국 학생들은 어떤가.
“명석하고 하라는 것을 열심히 하지만, ‘사회 현상’이라는 큰 그림을 보는 안목이 부족하다. 대조적으로 미국 학생들은 좀 어리숙해 보이지만, 논쟁점이 나오면 정치사회적 논점을 잡는 데 문제가 없다. 이들의 글을 보면 무엇이 요점인지 잘 드러난다.”

김문희 씨는 "기업은 혼자서가 아니라 세금과 사회기반시설을 활용해서 돈을 번다"면서 “학생들과 같이 토론하고 글쓰는 과정에서 우리 사회가 추구해야 하는 가치관은 어떤 것인가를 가르칠 수 있다"고 말했다. 김 씨는 또 "빌 게이츠 회장은 전 세계를 상대로 돈을 벌어 WHO 등에 재산의 80%를 기부했고 워렌 버핏 회장은 재산의 90% 이상을 빌 게이츠 재단에 기부했다"며 "미국에선 이 같은 사람들의 위인전을 어렸을 때부터 읽기 때문에 학생들이 ‘아! 나도 돈을 벌면 사회에 되돌려 주는 부자가 되어야지’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사진은 우리나라에서 부촌으로 소문난 서울 강남 도곡동의 타워팰리스.
▲ "글쓰기 교육으로 기업의 사회 환원을 가르쳐라!" 김문희 씨는 "기업은 혼자서가 아니라 세금과 사회기반시설을 활용해서 돈을 번다"면서 “학생들과 같이 토론하고 글쓰는 과정에서 우리 사회가 추구해야 하는 가치관은 어떤 것인가를 가르칠 수 있다"고 말했다. 김 씨는 또 "빌 게이츠 회장은 전 세계를 상대로 돈을 벌어 WHO 등에 재산의 80%를 기부했고 워렌 버핏 회장은 재산의 90% 이상을 빌 게이츠 재단에 기부했다"며 "미국에선 이 같은 사람들의 위인전을 어렸을 때부터 읽기 때문에 학생들이 ‘아! 나도 돈을 벌면 사회에 되돌려 주는 부자가 되어야지’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사진은 우리나라에서 부촌으로 소문난 서울 강남 도곡동의 타워팰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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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 교육의 문제점을 지적한다면.
“한국 사람들을 가르치면서 이들이 상당히 이기적이라는 점을 깨달았다(탈세하고 비자금 마련한). 삼성의 이건희 회장이 잘못했다고 하지만 그는 잘못된 한국 교육의 희생자라고 할 수 있다. 빌 게이츠는 미국의 합리적인 교육, 곧 잘된 교육을 받으면서 ‘돈을 벌면 사회에 환원해야 한다’는 점을 배울 수 있었다. 그렇지만 이건희 회장은 어렸을 때부터 군사독재정권 밑에서 쉬쉬하고 비자금을 만들어 제공해야 하는 분위기 속에서 성장했다. 이 회장 개인을 비난하기 전에 우리 사회에서 무엇이 잘못되고 있는가를 우리 모두 반성해야 한다. 물론 이 회장이 잘했다는 것이 아니지만 50% 정도는 우리 사회에도 책임이 있다는 것이다. 그가 좋은 교육을 하는 나라에서 성장했다면 이런 일을 하지 않았을 수도 있다. 우리 사회가 함께 공조한 것이다.”

- 미국에서는 이런 일이 없나.
“내가 쓴 <미국의 교양을 읽는다>(휴머니스트 출판사)란 책에서 엔론 사건으로 기업 회장들이 중형을 받는 내용을 소개했다. 한 분은 심장마비로 죽고 한 분은 아직도 복역 중이다. 그들을 재판할 때 재판장이 ‘하바드 교육이 의심스럽다. 월튼 스쿨의 교육도 의심스럽다. 너희들은 최고의 학부를 나오고 남이 갖지 못하는 부와 지위를 가졌다. 그런데 그런 학교에서 너희와 같은 사람들을 만들어내다니 이것은 미국의 수치다’라고 말했다. 이들로 인해서 경영대학에는 윤리 과목이 필수 이수과목이 되었다. 우리가 이런 사례에서 교훈으로 삼을 게 있을 것이다.”

- 글쓰기 교육으로 위와 같은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겠는가.
“같이 토론하고 글쓰는 과정에서 우리 사회가 추구해야 하는 가치관은 어떤 것인가를 배울 수 있다. 돈을 번 것은 혼자 번 것이 아니다. 기업은 세금과 사회기반 시설을 활용해서 돈을 번 것이다. 빌 게이츠 회장은 전 세계를 상대로 돈을 벌어 WHO 등에 재산의 80%를 기부했다. 워렌 버핏 회장은 재산의 90% 이상을 빌 게이츠 재단에 기부했다.

빌 게이츠와 워렌 버핏 이전에 록펠러, 카네기나 석유 부자들, 포드 자동차 회장 같은 사람들도 재산을 사회에 환원했다. 미국에선 이 같은 사람들의 위인전을 어렸을 때부터 읽는다. 학생들은 ‘아! 나도 돈을 벌면 사회에 되돌려 주는 부자가 되어야지’라고 생각한다.

나는 서울에서 초·중·고·대학을 다녔는데 이런 것을 한 번도 교과서에서 배워본 적이 없다. 기업가들이나 그의 가족, 임원들을 모아놓고 기업가 윤리를 가르치면 좋겠다. 경제인연합회의 회원사들이 모여서 돈 이야기만 할 것이 아니라 돈을 벌면 어떻게 사회에 기여할 것인가를 논의하면 좋겠다.”

미국 고교 영어교사 출신인 김문희 씨는 "글쓰기 교육, 논술 교육으로 노블리스 오블리주(사회 지도층 인사들의 도덕적 책무)를 실천할 수 있는 학생들을 만들 수 있다"면서 글쓰기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사진은 고려대에 30억 원을 기부하여 화제가 된 유광사 씨를 소개한 2008년 2월 4일자 동아일보.
▲ "글쓰기 교육으로 노블리스 오블리주 실천하게 만들 수 있다" 미국 고교 영어교사 출신인 김문희 씨는 "글쓰기 교육, 논술 교육으로 노블리스 오블리주(사회 지도층 인사들의 도덕적 책무)를 실천할 수 있는 학생들을 만들 수 있다"면서 글쓰기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사진은 고려대에 30억 원을 기부하여 화제가 된 유광사 씨를 소개한 2008년 2월 4일자 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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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럼 우리나라에서는 존경하는 기업인이 없나?
“고 정주영 현대그룹 회장이 소를 끌고 자유의 다리를 건너는 것을 보고 감동받았다. 정 회장의 소떼 방북은 단순한 돈벌이가 아닌, 민족 화합이라는 차원에서 굉장히 가치 있는 용감한 행동이었다. 사실 금강산 개발로 돈벌이는 안 된다. 돈을 벌려면 통신사업에 뛰어 들었어야 했다. 그분의 업적을 한국 사회가 왜 제대로 인정해 주지 않는지 참 야속하다. 한국 사회가 이런 기업인을 인정해 줘야 좋은 기업인이 많이 나올 수 있다. 금강산 개발은 김대중, 노무현 대통령과 같은 정치 지도자가 잘 해서 된 것이 아니다.

정주영 회장의 행동은 기업가의 가치 있는 업적이다. 그 당시에는 대부분이 무모한 행동이라 평가했다. 몇 십 년 전에 떠나온 고향이 뭐가 그렇게 미련이 남아서 그런 일을 했겠는가. 정주영 회장은 아들에게까지 유언을 남겨 2대가 남북화합을 위해 노력하게 했다. 정말 높이 평가해야 할 일이다. 소떼 방북으로 분단된 조국의 휴전선을 이어주는 시도를 한 것은 한 기업인이 국가의 정치적인 미래를 어떻게 바꿀 수 있는가를 보여 준 예다.”

- 그럼 우리나라 교육 현실은 어떤 상황이라고 보는가.
“자기가 만든 틀만 맞다고 주장하는 것이 우리나라 현실이 아닌지 모르겠다. 누가 틀린 말을 하면 ‘넌, 조용히 해. 선생님 말이 맞아. 무조건 따라해’라고 한다. 미국교육은 내가 가서 보니 이렇지 않다. 만약 어떤 선생님이 실제 이렇게 하면 바로 교장실로 불려가거나 학생이 교장 앞에서 불평을 말한다. 교장은 학생을 야단치지 않고 문제를 야기한 선생님을 불러 그렇게 하는 것은 교육에 좋지 않다고 얘기한다. 편협한 생각을 갖고 있는 교사들은 자신의 방식으로 밖에 제자들을 교육하지 못하기 때문에 세상을 제대로 보지 못한다.

사실 나도 이렇게 말하지만 미국 여자들과 말할 때 자존심이 부족하다는 걸 느낀다. 문화적인 차이가 한국인의 미국 사회생활을 힘들게 한다. 미국 여자들은 엄청나게 자기 주장이 강하고 고발정신도 대단하다. 한국 사람은 고발하면 나쁜 사람이 되지만 미국에서는 고발하는 사람이 잘 하는 사람이다. 사회를 정당하게 만드는 아주 훌륭한 사람으로 인정받는다.”

- 논리적으로 글을 쓰는 방법을 체계적으로 배우는 데 있어서 정주영 회장과 같은 분의 사례를 활용할 수도 있을텐데.
“내가 만약 글쓰기로 정주영 회장의 소몰이 방북을 소재로 삼아 에세이 쓰는 방법을 가르친다면 학생들은 좋은 영향을 받을 것이다. 누구나 어렸을 때 배운 것에서 많은 영향을 받는다. 교육은 우리 사회가 선호하는 사상을 가르친다. 그 다음 세대도 그 선호하는 세상에 순응하는 사람을 만들기 위해서 노력한다. 이것은 칼 마르크스의 이야기인데 맞는 얘기인 것 같다. 물론 미국  교과서에도 많은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즉 백인 우호사상을 가르치지 않기 위해 흑인 영웅이나 샤베스 같은 라틴 계통의 노동운동한 사람들을 교과서에 싣고 있다. 동양에 관한 이야기도 수록한다.

미국도 50년 전에는 백인 우호적인 역사만 가르쳤다. 우리나라는 남성우월사상이 지배하고 있어 여성 위인은 교과서에 별로 나오지 않는다. 유관순은 남자가 하지 못한 일을 해낸 대단한 여성이다. 신라에 훌륭한 여왕이 있었지만 그 얘기는 없고 모두 김춘추의 이야기뿐이다. 우리나라 5000년 역사에서 남성들의 업적만 칭송하고 있다. 여자라는 이유로 역사는 그들의 이름을 지워버린 것이다.

그런 왜곡된 교과서로 교육 받는 어린이들 또한 자연스럽게 남자가 우위에 있다는 것을 타당하게 받아들이게 된다. 그러면 그런 식의 사회로밖에 발전할 수 없다. 여자를 속박하는 무슬림 국가에서 남자들의 행동이 정당화될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모든 사회 현상이나 역사적 사건의 이해를 바탕으로 비판적으로 사고하고, 논리적 글쓰기 교육을 한다면 평등한 민주시민을 양성하는 데에 많은 도움이 된다.”


태그:#삼성, #이건희, #교육, #글쓰기, #논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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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출신 글쓰기 전문가. 스포츠조선에서 체육부 기자 역임. 월간조선, 주간조선, 경향신문 등에 글을 씀. 경희대, 경인교대, 한성대, 서울시립대, 인덕대 등서 강의. 연세대 석사 졸업 때 우수논문상 받은 '신문 글의 구성과 단락전개 연구'가 서울대 국어교재 ‘대학국어’에 모범예문 게재. ‘미국처럼 쓰고 일본처럼 읽어라’ ‘논술신공’ 등 저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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