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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요즘은 이웃이 없는 시대다. 이웃보다 소중한 자식도 있으나, 자식이 없는 거나 마찬가지인 외로운 노인들이 많다. 가까운 친척보다 곁에 있는 이웃이 났다는 말처럼 멀리 있는 자식들보다는 가까이 있는 이웃들이 노인의 안부를 묻곤 한다. 이 풍경을 곁에서 보고 있자면, 너무 따뜻하다. 마치 바람에 나부끼는 동네 공동 빨랫줄에 걸려 있는 빨래들이 서로의 안부를 묻고 대답하듯이, 길가에서 만나는 노인들의 안부를 물어 주는 이웃들이 있어 마음이 훈훈하다. 
 
 
비가 와도 날씨가 추워도 더워도 늘 좌판 채소 장수를 하는 할머니, 가끔 안 보이면 걱정이 된다. 직접 찾아가서 안부를 물어 볼 수 없을 때는 동네 공동 빨랫줄에 널린 할머니 빨래보고 안심한다.
 
집집마다 세탁기 있고 손빨래 하는 일도 드문 요즘, 동네 한 가운데 이편 나뭇가지와 저편 나뭇가지에 매달아 놓은 빨랫줄은 보기만 해도 왠지 즐겁다. 그러나 빨랫줄에 빨래가 하나도 보이지 않을 때는 또 할머니들이 아프신가 걱정이 된다.  
 
 
유달리 혼자사는 독거노인이 많은 이웃동네. 설연휴가 너무 긴데도 자식들이 찾아오지 않는 한 할머니의 말씀, 가슴이 왠지 찡하다.
 
"자식들 있으면 뭐해. 다 소용 없어. 무 자식이 상팔자야…." 
 

할머니의 표정은 더 없이 쓸쓸하고 고독해 보이지만, 행여 반가운 자식들이 찾아올까, 버스 정류장을 서성이고 계시는 한 할머니 모습…. 그 모습이 가만히 생각하면 돌아가신 부모님 모습이다. 이제와 새삼 부모님 그리워하지만, 효도 할 길은 막막한 것이다.

 

 
해가 바뀌는 동안 더욱 백발이 된 이웃의 할머니들. 여기 와서 채소를 사는 이웃 아주머니들, 아저씨들은 늘 섬기는 부모처럼 살아가는 이야기며 어려운 문제 등등을 할머니들에게 하소연 하기도 한다. 그럴 때마다 연륜만큼 풍부한 경험과 지식, 정보 등으로 이웃들의 고민들을 해결사처럼 척척 풀어주시는 할머니들은 멀리 계신 부모님과 다름 없다.
 
효(孝)는 아무리 강조해도 좋은 일이건만, 효(孝)라는 단어에 왠지 먼저 의무감을 느끼는 사람이 많다. 효라는 것, 그리 큰 것이 아닐 터다. 서로 서로 빨랫줄에 널린 옥상 위의 빨래들이 안부를 물어주는 것처럼, "어머님, 잘 계시죠 ?" 묻는 며느리들의 전화 한 통화면, 요즘 같은 '며느리전성시대'에서는, 그야말로 생활 속의 실천하는 흐뭇한 '효'가 아닐까. 
 
 
사랑은 그리 큰 것이 아니라고 한다. 사랑하는 연인들이 매일 서로의 사랑을 문자메세지로 날리는 것처럼…. 어떤 사랑이든 사랑이 많은 따뜻한 사회는 효가 절로 많아지지 않을까.
새해의 많은 계획 중에 부모님에게 안부 묻기 하나를 보태는 것, 공자의 말씀처럼 "경서에 이르기를 오직 효도하며 형제와 우애함이 즉 정사를 시(施)함이라 하니 이 또한 위정이요, 어찌 참정만을 위정이라 하리오." 그 어떤 큰 일보다 큰 보람된 일이 아닐까. 

 
지난 날 부모님들은 제 자식보다 자신을 키운 부모님을 공경한 세대였지만, 지금 세대는 길고 긴 연휴 동안, 제 부모와 함께 지내려는 효보다는 단촐한 제 식구들과 즐기는 데 더 많은 계획과 시간과 경제를 투자하면서 신경을 쓴다. 누구나 부모가 되고, 부모가 되면 자식을 두게 되지만, 자신을 키운 부모의 은공을 까맣게 잊어버리며 산다.
 
그 옛날 '후한'의 '곽거'라는 사람은 몹시 가난해서, 그의 노모가 자라는 손자들의 배를 고프게 하지 않으려고 자신의 몫을 손자에게 주는 것을 보자, 곽거는 마음이 아파서 자식을 구덩이에 파 묻으려고 땅을 파다가, 금솥이 나왔다고 하는 이야기.
 
긴 명절 연휴에도 아직 부모님을 찾지 못한 이들에게는 새겨 볼만한 효가 아닐 수 없다. 아무리 효도를 하려고 해도, 부모님 떠난 후에는 되돌릴 수 없는 효…. 
 
효는 남루하기 짝이 없는 옷과 같지만, 바로 우리가 살아가면서 벗어내는 빨래처럼 일상이며, 생활이 아닐까.

태그:#빨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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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곧 인간이다고 한다. 지식은 곧 마음이라고 한다. 인간의 모두는 이러한 마음에 따라 그 지성이 나타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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