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여기 세계인의 사랑을 받는 각국의 뜨거운 음료를 소개한 한 권의 레시피와 차에 얽힌 이야기가 있습니다. <나의 핫드링크 노트>는 유럽과 아시아, 아메리카에서 사랑 받는 대표적인 핫드링크가 소개돼 있습니다.

 

나폴레옹은 코르시카 섬 출신으로 프랑스 육군 사관학교를 졸업한 젊은 시절부터 전술의 천재로 주목받았던 인물이지요. 18세기 후반, 프랑스 혁명 이후 스스로 황제로 등극했지만, 워털루 전투에서 패배하고 세인트 헬레나 섬에 유배되어 그곳에서 생을 마친 그를 닮은 핫드링크가 있습니다.
 
'카페 루아얄'. 이 커피는 부르봉 왕가를 목표로 삼고 로얄 패밀리가 되기를 간절히 원했던 그가 유난히 좋아했던 음료라고 전해집니다. 카페 루아얄의 불꽃은 마치 혜성같이 나타났다가 사라진 나폴레옹을 닮은 것 같지요?

 

엄격한 이슬람 국가인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술은 법으로 금지됩니다. 커피를 시작으로 기호품 문화가 번창한 것도 그 때문입니다. 타인을 대접하는 것을 좋아하기로 세계에서 손꼽히는 아랍 사람들.
 
낯선 사람이나 여행자에게 주인이 먼저 말을 걸어 커피를 함께 마시며 이야기 꽃을 피웁니다. 그러면서 강하게 거절할 때까지 커피를 몇 잔이고 따라줍니다. …
 
카르다몸이나 바닐라를 더해 마시는 이 커피를 현지에서는 '가와'라고 부릅니다. 이렇게 향신료의 향이 풍부한 커피는 그 옛날 유목민이 여행자에게 하던 대접의 상징이었다고 전해집니다. (이 책 87쪽)

 

아랍인들은 사막 생활에서 중요한 수분을 나누기 위해 처음 만난 사이에도 몇 잔이고 차를 따라 준다고 합니다. 최소한으로 베푸는 최대의 배려인 셈이지요.

 

터키를 비롯해 아랍 지역에서 커피를 마시는 방법은 유럽과 많이 다르다고 합니다. 원두를 갈아서 물과 설탕 함께 뜨거운 물에 담갔다가 커피를 가라앉히거나 여과해 남은 물을 마시는데, 이를 침지법(浸漬法)이라고 부릅니다. 특별한 손님을 대접할 때 내는 차입니다.

 

터키에는 '쇠즈 케스메'라는 관습이 있습니다. 젊은 남녀가 결혼하기로 마음을 먹으면, 양가의 허락을 받고 상견례를 겸해 남자와 남자의 부모가 결혼에 필요한 물건을 가지고 여자네 집에 방문합니다. 서로 인사를 마치면 신부될 사람이 커피를 만들어 남자 쪽 부모님께 드리는데, 여기서 의례에 따라 제대로 커피를 만들 수 있어야 처음으로 한 사람의 성인으로 인정받는다고 합니다.

 

통과의례로서의 '터키시 커피'를 만드는 방법은 그리 어려워 보이지 않습니다만, 시간과 공을 들여야 하는 커피인 것 같습니다. 먼저 작은 냄비에 원두와 물을 넣고 끓이다가, 거품이 일기 시작하면 불을 줄이고 설탕과 향신료를 섞은 뒤 불에서 내립니다. 여기서 끝이면 굳이 제가 소개할 생각을 안했겠지요?

 

커피의 거품이 가라앉으면 다시 약한 불에 올립니다. 이렇게 거품이 일면 끄고, 식혔다가 거품이 가라앉으면 다시 약한 불에 올려 끓이기를 세 번이나 반복해야 한다는군요. 세 번 끓였다가 식힌 커피를 잔에 따라 커피가루가 밑으로 가라앉을 때까지 기다렸다가 마신다고 하네요. 커피 한 잔에 들이는 시간과 노력이 가상해서라도 커피 맛은 제쳐두고, 무조건 결혼 승낙해 주셔야 할 것 같습니다.

 

초콜릿의 어원은 멕시코 인디오의 말로 '쓴 물'이라는 초콜라틀(chocolatl)입니다.

 

고대 멕시코에서는 기원전 2000년경부터 초콜릿의 원료 카카오 열매를 화폐로 사용했는데, 당시에는 카카오를 으깨어 갈아만든 음료에 옥수수 가루를 더하거나 바닐라 같은 향신료를 더해 마셨습니다.

 

아스텍의 황제 몬테주마는 이것을 불로장수의 약으로 여겨 황금 잔에 따라 하루에 50잔이나 마셨다고 하네요.

 

다루는 지역이 방대하다보니, 우리나라 차로는 겨우 유자차 하나만 소개돼 있어 서운합니다. 일본에서 만든 책이라 그런지 다른 나라에 비해 유독 일본 차가 많습니다.

 

일본인들이 많이 마시는 뜨거운 음료는 오시루코(단팥죽), 쇼가 유(생강차), 핫 키나코 밀크(뜨거운 우유에 콩가루와 꿀을 넣은 음료), 아마자케(감주), 다마고 슈(청주에 달걀 노른자와 설탕을 넣은 음료), 귤차 등 다양하게 다루고 있습니다.

 

이 책이 전세계 여러 나라 말로 번역돼 출간된다면 우리나라의 다양한 차 문화가 너무 빈약하게 소개되어 아쉬움이 남습니다.

 

여러 나라의 따뜻한 음료에 얽힌 유래와 전통을 길지 않은 글로 소개하고, 그리 어렵지 않게 따라해 봄직한 레시피가 많이 있습니다. 곁에 두고 추운 겨울 내내 궁금한 맛부터 하나씩 만들어 마시면 좋을 책입니다. 

 

나의 핫드링크 노트 따라하기

 

# 카페 루아얄 (프랑스)

재료: 약간 진한 커피 150ml / 브랜디 20ml / 레몬과 오렌지 껍질 조금 / 각설탕 1개

(브랜디는 알코올 함량 37도 이상으로 고릅니다. 고급 브랜디일수록 불을 빨리 꺼트리는 것이 맛있게 마시는 요령입니다.)

만드는 방법

1. 브랜디를 미리 데워둡니다.

2. 잔에 커피를 따르고 레몬과 오렌지 껍질을 넣습니다. 잔의 입구에 숟가락을 걸치고 각설탕을 올려 놓습니다.

3. 브랜디를 각설탕에 뿌려 불을 붙입니다.

4. 파란 불꽃이 꺼진 후에 숟가락을 그대로 커피 안에 넣으면 완성.

 

# 고고릿 모고릿(벨로루시)

재료: 우유 150ml / 벌꿀 1Ts / 레몬주스 50ml / 달걀 노른자 1개 / 버터 적당량

(버터의 맛이 너무 강해 느끼하면 기호에 맞게 양을 조절해 주세요.)

만드는 방법

1. 우유를 작은 냄비에서 따뜻하게 데웁니다. 이때 끓기 전에 불에서 내려 레몬주스를 더합니다.

2. 1에 미리 풀어 놓은 노른자와 벌꿀을 더하고 마지막으로 기호에 맞게 버터를 띄워 완성.

 

# 모카 칼리엔테 자바네사(멕시코)

재료: 진하게 내린 커피 70ml / 마시멜로 5개 / 코코아 가루 1ts / 우유 70ml / 설탕 1ts

만드는 방법

1. 마시멜로, 커피 이외의 재료로 핫 코코아를 만듭니다.

2. 잔에 커피를 넣고 1의 핫 코코아를 따릅니다.

3. 마시멜로를 띄워 완성.

(마시멜로 대신 휘핑크림을 얹고 깎은 초콜릿을 뿌리면 더 진한 맛을 즐길 수 있습니다.)


나의 핫드링크 노트

프티그랑퍼블리싱 엮음, 박규리 옮김, 나비장책(2007)


태그:#나의 핫드링크 노트, #차, #핫드링크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