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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겨울들어 최근 맹추위가 기승을 부리더니, 이제 한풀 꺾인 모습입니다. 아마도 이 겨울을 아쉬워하는 마지막 몸부림이었던 듯합니다. 사계절 가운데 특히 겨울을 좋아하시는 분들이 더 많이 아쉬워하는 모습입니다.

그래서 겨울에 대한 아쉬움을 달래줄 헨드릭 아베르캄프(Hendrick Avercamp, 네덜란드, 1585-1634)의 즐거운 작품을 소개합니다. 이 겨울이 가기 전에 함께 감상하고 싶었던 정경들입니다. 오래 전부터 작품을 수집하고 그와 관련한 정보를 모아오던 것들을 이제 나누려고 합니다.

생동감 넘치는 즐거운 그림, 겨울 풍경화

시대별로 보면 아베르캄프도 카라바조(Michelangelo Merisi da Caravaggio, 이탈리아, 1573-1610)나 베르메르(Johannes Jan Vermeer, 네덜란드, 1632-1675)처럼, 바로크 시대의 화가입니다. 아베르캄프는 특히 네덜란드의 겨울풍경을 주제로 한 대표적인 풍경 화가로 알려져 있습니다.

아래 그림처럼 아베르캄프의 풍경화에는 사람들의 다양한 모습과 표정이 매우 정교하게 묘사되어 있습니다. 전체적으로 그 색채감이 풍부하고 화려하며 화폭 전체에서 살아 생동하는 기운을 공감할 수 있을 것입니다.

아베르캄프의 작품과 약력, 그에 대한 설명은 WikipediaArt Renewal Center, Web Gallery of Art, Webmuseum, 그리고 "Hendrik Avercamp als schilder van winters"(Albert Blankert 지음, Tableau 4, 1982)에서 발췌, 번역, 정리한 것입니다. 더 궁금하신 분들은 직접 살펴보시고 참고바랍니다.

Oil on canvas, Pinacoteca Ambrosiana, Milan, Italy
▲ 겨울 풍경(Winter Landscape), Oil on canvas, Pinacoteca Oil on canvas, Pinacoteca Ambrosiana, Milan, Italy
ⓒ Avercam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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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il on canvas, Kunsthistorisches Museum, Vienna, Austria
▲ 겨울 풍경(Winter Landscape), Oil on canvas, Kunsthistorisches Museum, Vienna, Austria
ⓒ Avercam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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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르캄프는 1585년 1월 27일, 네덜란드의 암스테르담(Amsterdam)에서 듣지 못하고 말하지 못하는 귀먹은 벙어리로 태어났으며 그 날 오래된 교회에서 세례도 받았습니다. 이는 말을 못하던 어머니의 가련한 병력에 더하여 듣지 못하는 유전형질을 이어받았기 때문이었습니다.

귀머거리, 벙어리 장애를 그림으로 극복하였던 아베르캄프

이런 이유로 사회적으로는 소외되어 살았던 것으로 보입니다. 다양한 기록에서 그의 이런 신체장애에 대한 내용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불구라는 이런 신체적 고난이 그의 생애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지는 못했던 것으로 보이며 그런 기록은 보이지 않습니다.

그가 태어난 암스테르담에서 예술적인 훈련을 위해 확실한 경력의 초상화가였던 피터 아이작(Pieter Isaacks, 덴마크, 1569-1625)과 함께 공부를 하였습니다. 이 수습기간 동안 플랑드르(Flanders, 북해에 접해 있던 중세의 국가) 지방에 살고 있던 풍경 화가들의 영향을 많이 받았습니다.

오늘 그림에서 확인할 수 있는 완성도 높은 사실주의의 화풍이나 필체가 바로 플랑드르 화가들에게 영향을 받은 증거입니다. 전경의 화려하고 풍부한 색채와 언덕에서 내려다보는 낮은 시각으로 통일된 관점을 사용하였습니다. 시종일관 뒷 배경의 지평선 너머로 시선을 사라지게 함으로써 원대한 공간감을 강조합니다.

그러나 오늘 그림에는 없지만, 1601년부터 시작된 그의 초기 작품에서는 브뢰겔(Pieter Bruegel, 네덜란드, 1525-1569)과 같은 선배화가의 영향을 받았습니다. 당시 암스테르담에서 유행하던 양식과는 관련 없는 개인적이고 독특한 방식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Oil on Woods, Toledo Museum of Art, Toledo, Ohio, USA
▲ 운하의 겨울 풍경(Winter Scene On A Canal) Oil on Woods, Toledo Museum of Art, Toledo, Ohio, USA
ⓒ Avercam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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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il on canvas, Rijksmuseum, Amsterdam, Holland ⓒ 2008
▲ 겨울(Winter), Oil on canvas, Rijksmuseum, Amsterdam, Oil on canvas, Rijksmuseum, Amsterdam, Holland ⓒ 2008
ⓒ Avercam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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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당시 네덜란드의 북쪽에는, 지금은 둑으로 바다와 차단되어 아이셀(Ijssel)호(湖)로 불리는 조이데르 해(Zuider Zee)가 있었습니다. 이 조이데르 만의 동쪽 해안에 위치한 지방이며 성벽으로 둘러싸인 작고 평화로운 도시, 캄펜(Kampen)이 있습니다.

아베르캄프는 그의 나이가 30살 되던 해인 1614년에, 아버지의 약제사업으로 먼저 이사와 이 곳 캄펜에 살고 있던 가족의 곁으로 돌아옵니다. 의학을 공부했던 형제와 약사로 일하던 아버지, 그의 가족이 이 도시에서 꽤 유명한 시민이었으므로 쉽게 정착할 수 있었습니다.

"캄펜의 말없는 자"란 별명으로 유명했던 화가

그는 1634년 5월에 사망할 때까지 그의 생애 대부분을 이 캄펜에서 보냈습니다. 그러나 캄펜에서의 작품활동은 네덜란드 예술과는 비교적 분리되어 있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이 곳이 그가 도움을 받을 수 있는 네덜란드 예술센터와는 거리가 먼 지역이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1620년대 이후인 그의 후기 작품세계는 당대의 시대풍조를 반영하고 있습니다. 관찰자가 높은 다소 먼 시계에서 내려다 보는 관점입니다. 화폭의 구성을 보면, 당시에 유행하던 낮은 지평선 위로 뒷 배경과 시야가 사라지는 철저한 원근법을 모든 그림에서 한결같이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는 그 곳의 겨울 풍경에 매료되기 시작했습니다. 특히 야외에서 하는 스포츠나 여가활동에 애정을 갖고 꼼꼼하게 관찰하였습니다. 하나하나 세밀하게 묘사하는 그런 풍경화에 거의 전적으로 헌신하며 남은 생애 동안 캄펜에서 보냈습니다.

그 곳 강이 꽁꽁 얼어버린 빙판 위에서 활기차게 움직이는 사람들의 모습을 담았고, 대부분 셀 수도 없는 수많은 군중을 그림으로 그려넣었습니다. 상상도 못 할 만큼 모든 연령대의 잡다한 많은 군중이 등장합니다.

이렇게 캄펜에서 본격적인 작품 활동을 시작하면서 점차 유명해졌습니다. 그가 본래 듣지 못하고 말하지 못하였기 때문에, 그는 "캄펜의 말없는 자(de stom van Kampen (the mute of Kampen))"로 불리워졌으며, 그렇게 널리 알려지기 시작했습니다.

Staatliches Museum, Schwerin, Mecklenburg, Germany
▲ 빙판 풍경(Ice Landscape) Staatliches Museum, Schwerin, Mecklenburg, Germany
ⓒ Avercam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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셀뮈덴의 겨울 풍경(Winter Scene At Yselmuiden), 1613, Musee d'Art et d'Histoire, Metz, Lorraine, France
▲ 셀뮈덴의 겨울 풍경(Winter Scene At Yselmuiden) 셀뮈덴의 겨울 풍경(Winter Scene At Yselmuiden), 1613, Musee d'Art et d'Histoire, Metz, Lorraine, France
ⓒ Avercam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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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와 아래의 그림들에서도 확인하는 것처럼, 화가는 풍경화의 주요한 구성 요소로 이 도시와 그 곳의 뛰어난 건축물들을 배경으로 등장시키고 있습니다. 1층이나 2층으로 지어진 집들이나 교회의 외형이 직선과 곡선으로 무척 아름답게 묘사되었고, 아치형의 다리도 그대로 생생하게 표현되었습니다.

도시의 건축물과 나무, 배경을 극사실적으로 묘사

또한 해변에 정박해 있던 큰 선박과 인근에서 고기잡는 작은 배들, 그리고 각 배에 달려 있는 각 도구들이나 물건을 옮길 때 쓰는 기구 등을 배경에 적절하게 배치하였습니다. 독자가 마치 현장에서 직접 바라보고 있는 것처럼, 가지가 부러진 오래된 나무나 고목의 모습도 매우 사실적이고 생기있게 그려졌습니다.

입증 자료로도 가치가 있을 만큼 매우 사실적이며, 사진을 보고 있는 것처럼 당시의 특징과 형태, 건축 양식이 잘 드러나 있습니다. 이런 배경과 원경이 그의 그림에 있어서 풍속화로서 실제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아베르캄프의 작품은 대부분 서민들의 모습을 담고 있어서 대중에게도 잘 팔렸습니다. 수채물감으로 엷게 색칠한 작품들이 특히 수집가들 사이에서 인기가 많았습니다. 그 가운데 한 사람이 엘리자베스 영국여왕(Queen Elizabeth II)이었는데, 지금도 영국의 윈저 대저택(Windsor Castle)에 남아 전해지고 있습니다.

1615, National Gallery, London, England
▲ 도시 근처의 빙판 풍경(A Scene On The Ice Near A Town) 1615, National Gallery, London, England
ⓒ Avercam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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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uritshuis, The Hague, Netherlands
▲ 빙판 풍경(Ice Scene) Mauritshuis, The Hague, Netherlands
ⓒ Avercam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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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전형적인 네덜란드 사람이었습니다. 겨울에 강과 운하가 얼면, 남녀노소, 빈부를 막론하고 모든 사람들이 즐거운 놀이를 찾아 밖으로 나갑니다. 아베르캄프는 겨울철의 놀이 장소로 이 마을의 얼어붙은 강과 운하를 선택하였습니다.

군중의 다양한 모습과 특징을 극사실적으로 묘사

바로 위 그림은 농장이나 건초가리, 풍차와 나무로 만든 도개교를 뒷 배경으로 구성하였습니다. 조그만 새들도 거의 모든 그림에 등장하는데, 얼음 바닥에서 모이를 쪼거나 나무에 앉아 쉬기도 하고 하늘을 나는 각각의 모습들입니다. 특히 멀리 하늘 공간의 넓이와 화폭의 깊이를 더해주기 위해 빠지지 않는 중요한 소재입니다.

또한 그의 그림에는 도시의 건축물이나 오래된 나무와 함께  다양한 사람들이 그림의 주인공으로 등장합니다. 세밀하게 묘사된 스케이트를 타는 사람과 썰매를 타는 사람, 물건을 어깨에 지거나 들고 지나가는 사람, 그리고 모자를 쓰고 구경나온 사람, 마주보며 담소를 나누는 사람 등 각양각색의 군중이 보입니다.

또한 얼음판의 위험한 모습까지도 생생하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스케이트를 타는 사람이 다리 앞과 곳곳에서 넘어져 있거나 주저앉아 있고, 엉덩이가 드러난 한 여자의 익살스런 모습까지, 영화의 한 장면을 보는 것처럼 강바닥의 한 순간을 완벽하게 포착하여 적나라하게 보여줍니다.

의상이나 옷 매무새가 같은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습니다. 어느 누구도 같은 행동이나 자태, 같은 손짓, 똑같은 발짓을 하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으며, 사람들의 다양한 모습을 통하여 그들의 얼굴과 표정을 보여줍니다. 심지어 나무에 앉아 있거나 하늘을 나는 새들도 그 고개짓과 날개짓이 모두 다 다른 모습이어서 무척 흥미롭고 재미있습니다.

민중의 삶과 북유럽의 풍습을 엿볼 수 있는 풍속화

17세기 네덜란드 예술학교의 첫 풍경화가들 가운데 한 사람이었던 아베르캄프는 겨울 풍경화를 전문으로 하는, 네덜란드 북부 최초의 화가였습니다. 16세기 말에는 플랑드르에서 대중적으로도 평판이 좋았으며, 그의 그림은 많은 감탄을 받았습니다.

그래서 그가 생존해 있던 당시에도 그의 작품들은 높은 가격에 판매되었습니다. 아베르캄프에게 직접 지도받는 제자는 없었지만, 그의 조카요 제자였던 바렌 아베르캄프(Barent Avercamp, 네덜란드, 1612-79)가 이런 화풍에 매료되어 그의 화법을 따랐다고 전해집니다.

위 여덟 작품에 등장하는 사람들 모두가 즐거운 놀이를 찾아 동참한 모습입니다. 구경을 나온 사람들도 마주보고 담소를 나누며 즐거운 시간을 보냅니다. 그래서 위 작품들은 바라보면 볼수록 시나브로 빠져들게 됩니다. 그림 속에 동화되어 있는 것처럼 저절로 얼굴에 미소가 번지며 활기찬 행복에 물들어 갑니다.

그러므로 오늘의 그림들은 조선 시대의 대표적인 화가인 단원 김홍도(1475-?)나 혜원 신윤복(1758(영조 34)-?)의 풍속화와 비교되곤 합니다. 이들의 풍속도가 우리 선조들의 해학스런 삶과 풍습을 이야기했던 것처럼, 위 아베르캄프의 겨울 풍경화를 통해 17세기 네덜란드와 북유럽의 생활양식과 익살스런 놀이문화도 엿볼 수 있었습니다.

이처럼 화가는 태생적으로 듣지도 실제로 말하지도 못 하였지만, 그의 손으로 직접 그리는 화필로써 생생한 이야기들을 들려줍니다. 300년이나 지난 후인 지금의 독자(관객)들에게도 당시의 일상이나 일화들을 말해주고 있으며, 아주 세밀하고 생생하게 하나하나 설명해주고 있는 것입니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뉴스앤조이, 기독신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아베르캄프, #AVERCAMP, #풍경화 , #겨울 , #빙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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