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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을 만들 때마다 파를 많이 먹는 편이다. 거의 날마다 해 먹는 된장찌개는 물론 콩나물국, 무국을 끓일 때도 파를 꼭 넣는다. 북어국을 만들 때는 파가 주재료일 정도로, 끓여놓고 보면 파 국에 북어가 양념이 될 정도다.

 

그런데 요즘 파 값이 만만치 않다. 마트에서는 대파 줄기 5개~6개정도 한 묶음에 2천원이다. 재래시장에서도 6개~7개 정도 더 올려놓고 2천원을 받는다. 그것도 가느다란 줄기로 말이다.

 

2천원 한 묶음을 사다 놓고 먹다보면 반찬을 할 때마다 요리조리 머리를 굴렸다. 비쌀 때는 좀 덜 먹고 값이 내려가면 그때 가서 먹어야지 생각했다. 근데 설 명절 지나 열흘이 넘었는데도 대파 값은 도무지 내려갈 낌새가 없다.

 

국이나 찌개는 물론 나물이나 계란말이 계란찜에도 파를 넣지 않으면 왠지 허전해 하는 우리 식구들. 자반고등어를 구워먹을 때도 비린내 때문에 대파를 깔고 구워먹다가, 어느 날 그냥 구웠더니 영 제 맛이 아니었다.

 

비싼 대파를 아껴먹느라 감질나던 차에 동네 단골로 오는 트럭아저씨가 대파를 잔뜩 싣고 왔다.

 

“한 다발에 오천 원, 오천 원!”

 

입담 좋은 아저씨가 흥얼대며 트럭에 있는 대파를 바닥에 내려놓았다. 사람들이 하나 둘 트럭 주변으로 모였다.

 

“이게 오천 원이여? 싸네!”

 

할머니 한 분이 파가 묶여진 단을 들었다 놨다 하면서 물건을 골랐다. 천천히 지나가던 승용차에서 사람이 내리더니 파 두 단을 달라고 했다. 아저씨 손은 점점 바빠졌다.

 

“아저씨 저두 한 단 주세요!”

 

 

대파는 뿌리가 있으니 흙이 담긴 고무대야에 심으면 될 일이었다. 한낮의 해가 제법 따뜻한데 심어놓고 흙 기운을 얻으면 새 잎이 날 것이다. 그때는 이파리 한 잎씩 재밌게 뜯어 먹으리라. 굵직하고 탐스런 대파를 다듬어 얼추 먹을 것은 신문지에 싸서 냉장고 넣고 심을 건 따로 모아 놨다.

 

 

대파 겉대를 한 꺼풀 벗기니 하얀 속살이 마치 아기엉덩이 같다. 고무대야에는 낑깡(감귤) 씨가 떨어져 언제 싹이 나고 자랐는지 손가락 한 뼘 정도 키로 자라고 있었다. 대파를 심어놓고 낑깡은 따로 화분에 옮겼다.

 

잘 생긴(?) 대파와 화분위의 깜찍한 감귤 이파리를 보고 있자니 한겨울 을씨년스러웠던 고무다라에 봄기운이 돈다. 싱싱한 대파 이파리에 내려앉은 봄. 새싹이 나고 봄바람이 분다는 우수(雨水)였다.

덧붙이는 글 | sbs u포터에도 송고합니다.


태그:#대파, #감귤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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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에게 가면을 줘보게, 그럼 진실을 말하게 될 테니까. 오스카와일드<거짓의 쇠락>p1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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