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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덕수 전 국무총리와 한승수 현 국무총리 내정자의 공통점은?

한덕수 전 총리는 노무현 정부, 한승수 내정자는 이명박 정부에서 중용됐지만, 두 사람 모두 '법조계의 삼성'으로 불리는 '법률사무소 김앤장'의 고문을 지냈다. 노무현 정부에 이어 이명박 정부에서도 김앤장 출신의 인사가 권력의 핵심부로 진입한 것이다. 

이를 두고 <법률사무소 김앤장>(후마니타스)의 공저자인 임종인 의원(무소속)은 "요즘 이명박 정부의 행태가 노무현 정부와 비슷하다고 해서 '노명박 정부'라는 말이 유행"이라며 "김앤장 고문출신인 한덕수씨에 이어 한승수씨까지 이명박 정부에서 총리로 중용된 걸 보니 노명박 정부는 김앤장 정부인 것 같다"고 꼬집었다.

임종인 의원과 투기자본감시센터는 21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법률사무소 김앤장, 무엇이 문제인가'토론회를 열었다.
 임종인 의원과 투기자본감시센터는 21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법률사무소 김앤장, 무엇이 문제인가'토론회를 열었다.
ⓒ 이종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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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들이 김앤장의 눈치를 안 볼 수 없다"

임종인 의원은 21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 소회의실에서 김앤장 관련 토론회를 열고 '법률권력'으로 떠오른 김앤장을 공론의 장으로 끌어왔다.

이날 사회자로 나선 임 의원은 "(김앤장 고문 출신이 노무현 정부와 이명박 정부의 총리로 임명된 걸 보면) 노무현 정부와 이명박 정부의 성격이 비슷할 수밖에 없다"며 "이미 노무현 정부가 (신자유주의의) 전형을 보여주지 않았나"라고 우려했다.

그는 "재벌과 외국투기자본을 도와주고 성장한 김앤장이 우리 사회를 지배하고 있는 한 비정규직과 중소기업, 자영업자는 더욱 살기 어려워 질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임 의원은 "이헌재씨는 금감위원장과 재경부장관을 하다가 퇴임해 김앤장 고문으로 갔고 다시 2년 만에 재경부 장관으로 돌아왔다"며 "또다른 김앤장 고문 출신인 한승수씨가 총리가 되니까 공무원들이 김앤장의 눈치를 안 볼 수 없다"고 꼬집었다.

특히 이날 토론자로 참석한 이찬근 인천대 교수(경제학, 투기자본감시센터 공동대표)는 아예 '한승수 총리 불가론'을 폈다.

이 교수는 "외국계 사모헤지펀드인 소버린이 SK주식회사의 주식을 매집해 경영권을 공격했을 때 한승수 내정자는 소버린측이 지명한 5명의 사외이사 중 한사람이었다"며 "이것이야말로 그가 국정을 맡으면 안된다는 엄청난 증거"라고 주장했다.

'법조계의 삼성' 김앤장의 인터넷 홈페이지. 토론회 참석자들은 "김앤장의 문제를 대중에게 드러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법조계의 삼성' 김앤장의 인터넷 홈페이지. 토론회 참석자들은 "김앤장의 문제를 대중에게 드러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 김앤장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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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롭게 등장한 '3각동맹'의 리더는 김앤장"

또한 이국운 한동대 교수(법학)는 "과거 관료-재벌-정당의 '철의 3각 동맹론'이 유행했는데 2000년 이후 여기에서 정당이 빠지고 '관료-투기자본-법률전문가'의 새로운 3각동맹이 등장했다"며 "정당이 아니라 김앤장이라는 법률전문회사가 (사회적) 의제를 설정하며 한국사회를 운영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고위공직자뿐만 아니라 중하위 공직자들도 김앤장에 체계적으로 영입되고 있다"며 "김앤장은 고문 등을 통해 우리 관료사회의 고위층는 물론 실무자들과도 요소요소 연결되고 있다"고 말했다. 

임종인 의원과 투기자본감시센터는 21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법률사무소 김앤장, 무엇이 문제인가'토론회를 열었다.
 임종인 의원과 투기자본감시센터는 21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법률사무소 김앤장, 무엇이 문제인가'토론회를 열었다.
ⓒ 이종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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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돈과 권력, 법률가의 연결이 새로운 방식으로 이루어지고 있다"고 전제한 뒤, "과거 철의 3각 동맹에서 법률가는 사건만 수임하던 수동적 조언자였지만 지금은 쌍방대리까지 구사하는 능동적이고 적극적인 기획자"라며 "새롭게 등장한 3각동맹을 이끄는 진짜 리더는 관료나 투기자본이 아니라 김앤장"이라고 일갈했다.

또한 이 교수는 "김앤장은 국내 재벌, 해외투기자본 등으로부터 받은 거액의 수임료를 고위공직자들을 고문으로 모셔오는 밑돈으로 쓰고 있다"며 "정보나 문제해결 노하우가 그 고문들을 통해 김앤장으로 가고, 다시 투기자본으로 흐른다고 추론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한미 FTA에 따라 법률시장을 개방하면 미국의 로펌들은 가장 먼저 김앤장의 고문을 영입할 것"이라며 "(한국의 법률시장은) 해외 투기자본이나 미국 법률가의 공격 목표가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삼성과 김앤장의 권력화는 한국사회 몰락의 징후"

처음으로 김앤장의 실체를 해부한 <법률사무소 김앤장>.
 처음으로 김앤장의 실체를 해부한 <법률사무소 김앤장>.
ⓒ 후마니타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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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이찬근 교수는 김앤장이 '법률자문시장의 독과점'이라는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즉 "고수임료 자문시장에서의 독점적인 지위를 이용해 고객의 선택권과 협상력을 크게 제약하고 있다"는 것.

그는 "(독점적 지위를 이용해) 시간당 적정 수임료 수취라는 글로벌 스탠다드와 어긋나게 수임료를 과다 책정하고 있다"며 "김앤장 변호사들이 때때로 현찰로 성과급을 받는 경우가 있다는 설이 있는데 이는 재벌 등 고객이 비자금으로 지급한 음지성 성공보수가 원천이라고 볼 수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이 교수는 "자문과정에서 획득한 기업내부정보를 활용해 주식의 내부자 거래를 감행함으로써 불법이익을 추구할 수 있다"며 "자본시장에서는 증권사, 자산운용사에 김앤장 변호사들의 차명계좌가 있다는 루머가 돌고 있어 확인 조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최병모 변호사(전 민변 회장)는 삼성과 김앤장의 유사점을 언급하면서 이들이 한국의 민주주의를 위협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삼성은 경영권 승계과정이 문제가 됐지만 아직까지 제재를 받지 않았고 김앤장도 조직형태, 쌍방대리 등이 문제가 제기됐지만 법적 규제를 받아본 적이 없다"며 "우리 사회가 이런 삼성과 김앤장을 규제하지 못한다면 민주주의 국가로서 실패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IMF 이후 삼성이나 김앤장이 거대하게 자라 권력화되는 데서 이 사회가 몰락하고 있다는 징후를 본다"며 "그런 점에서 이번 삼성특검은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고 말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김앤장문제'를 해결하는 방안과 관련해 ▲ 로펌의 고위공직자 영입 엄격 제한 ▲ 변호사 보수 상한제 실시 ▲ 고문 등 직원 등록제 엄격 적용 ▲ 김앤장 특검법 도입 ▲ 김앤장을 로펌으로 인정해 동일한 규제 실시 ▲ 김앤장 조사 국회특위 설치 등이 제안됐다.

특히 이찬근 교수는 "김앤장의 사업화 모델은 재벌지배권의 취약성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재벌 지배권에 대한 근본 대책이 마련될 경우 김앤장과 같은 에이전트들의 부적절한 행동의 유인이 크게 축소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태그:#김앤장, #임종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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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 전남 강진 출생. 조대부고-고려대 국문과. 월간 <사회평론 길>과 <말>거쳐 현재 <오마이뉴스> 기자. 한국인터넷기자상과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2회) 수상. 저서 : <검사와 스폰서><시민을 고소하는 나라><한 조각의 진실><표창원, 보수의 품격><대한민국 진보 어디로 가는가><국세청은 정의로운가><나의 MB 재산 답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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