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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 눈이다.”

 

기쁘다. 을씨년스럽다는 생각은 조금도 들지 않는다. 밤 사이에 찾아온 손님이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다. 살금살금 다가오는 봄을 시샘하는 것일까? 그래도 조금도 싫지가 않다. 하얗게 변한 세상의 모습이 그렇게 아름다울 수가 없다. 가슴이 설레는 것이 뭔가 좋은 일이 있을 것만 같다.

 

 

손짓하는 하얀 눈의 유혹을 물리칠 수가 없었다. 마음이 동하니, 집 안에만 있을 수가 없었다. 카메라를 들고서 집을 나섰다. 목적지가 정해진 것은 아니었다. 생각할 이유도 없었다. 보이는 것 모두가 아름다우니, 그것으로 충분하였다. 아파트 주변의 아름다운 설경에 이끌려 자동차 시동을 걸었다.

 

탁 트인 도로를 선택하지 않았다. 눈꽃을 구경하기 위하여 좁은 길을 천천히 달렸다. 빨리 달릴 수가 없었다. 귓가에 들려오는 감미로운 이야기에 빠져들지 않을 수가 없었다. 가는 겨울을 아쉬워하고 있는 눈꽃들의 하소연을 물리칠 수가 없었다. 시나브로 빨려 들어가고 있었다. 여유를 만끽하면서 눈 세상에 젖어들었다.

 

방향이 자연스럽게 옥정호로 향하였다. 눈으로 치장한 호수의 풍광은 신선의 나라였다. 한 폭의 수채화보다도 더 우뚝하였다. 물빛과 어우러진 눈꽃의 돋보임은 그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빼어났다. 사람이 왜 겸손해야 하는지 생각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자연의 위대함을 감히 흉내조차 낼 수가 없었다.

 

서두르지 않는 나를 발견하고 놀란다. 살아오면서 나도 모르게 배어버린 습관에서 벗어나 있는 것이다. 어떻게 그리 될 수 있었는지 알 수가 없다. 몸에 정착되어버린 타성에서 벗어나기 위하여 온갖 방법을 다 동원하였었다. 그러나 그것은 마음일 뿐 행동하는 것을 확인하면서 난감해하곤 하였었다.

 

무엇이든 빨리 해야 하였다. 급한 일은 말할 것도 없고 급하지 않은 것도 마찬가지였다. 그렇게 서두르지 않으면 안정을 찾을 수 없었다. 어디 그뿐인가? 집중하지 않고는 일을 제대로 할 수가 없었다. 그러니 자연 짜증을 내면서 신경질 내는 것이 몸에 배어버린 것이다. 나의 일을 하면서 남들에게 피해를 주고 있는 것이다.

 

 

당연히 해야 하는 일을 하면서 다른 사람에게 불편을 주는 것은 분명 잘못된 것이다. 나를 위한 일을 하는 것이니, 다른 사람에게 도움이 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하고 있는 일에 매달리다 보니, 다른 사람을 배려할 수 없게 된 것이다. 배려하지 않음으로 서로의 감정을 상하게 되니, 문제가 되는 것이다.

 

옥정호 주변의 절벽에도 눈이 내려 있었다. 바위에 뿌리를 내린 소나무의 모습이 그렇게 아름다울 수가 없다. 바위와 소나무의 모습이 눈과 어우러져 한 폭의 그림을 연출해내고 있었다.

 

소나무는 바위에게 감사하고 있고, 바위는 미안해하고 있었다. 소나무는 뿌리를 내릴 수 있도록 터전을 준 것에 감사하고, 바위는 좋지 못한 환경을 제공한 것에 미안한 것이다.

 

눈 내린 소나무와 바위를 유연성과 다정함을 생각하게 한다. 유연한 사고를 가지게 되면 세상이 얼마나 아름다워질 수 있는지를 실감하게 된다.

 

아무리 어렵고 힘들어도 유창하게 대응하면 경이롭지 않은 것이 없다는 것을 실증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옥정호의 눈 내린 모습에서 세상 살아가는 지혜를 얻을 수 있다.

 

 

호수 안의 작은 섬에도 하얀 눈이 내렸다. 그 모습이 어찌나 아름다운지 저절로 감탄사가 나온다. 아름다움은 조화에서 나온다는 사실을 새삼 확인할 수 있다. 주변의 물과 나무 그리고 산과 섬이 하나 되어 정겨움을 연출해내고 있었다. 눈이 연출해내고 있는 멋스러움에 푹 빠져버렸다. 세상의 근심 걱정을 털어버리고 나도 설경 속의 하나가 되었다.<春城>

덧붙이는 글 | 사진은 전북 임실군에서 촬영(2008.2.26)


태그:#눈꽃, #설경, #조화, #겸손, #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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