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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 콩탕으로 유명한 '도봉산 할머니 집' 할머닌 안 계시고 대신 아드님이  운영하고 있었다.
 생 콩탕으로 유명한 '도봉산 할머니 집' 할머닌 안 계시고 대신 아드님이 운영하고 있었다.
ⓒ 김정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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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봉산 입구 구매표소 바로 아래 즐비하게 늘어선 음식점들, 간판마다 독특한 문구로 등산객들의 발길을 유혹한다. 그 곳을 자주 찾는 이라면 먹자골목 안쪽에 위치한 ‘도봉산 할머니 집’을 오가다 본 적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간판과는 달리 할머니는 계시지 않고 대신 아드님이 음식 만들기부터 나르기까지 혼자서 운영하고 있다.    

안으로 들어서면 정면으로 보이는 메뉴판, 몇 번을 왔으면서도 필자가 알고 있는 메뉴는 딱 한 가지, 발음하기도 어려운 ‘생 콩탕’ 이다.

어느 날 지인이 말하기를 음식 맛이 일품인 유명한 집이 있는데 누구라도 생 콩탕을 먹어보면 그 맛을 쉽게 잊을 수가 없다며 마치 홍보대사라도 되는 양 장황하게 선전을 늘어놓았다. 도대체 어떤 집이기에 그럴까? 기대감으로 따라갔는데 막상 가보니 의외로 조촐한 곳이었다. 

실내를 휙 둘러보니 벽면엔 오래된 그림과 달력 그리고 메뉴판 등이 붙어있고  다른 한 쪽엔 앵글로 짜서 만든 선반에 과자며 술, 생수, 통조림이 있고 옛날 금고 주변엔 각종 영수증들이 어지럽게 흐트러져 있어 마치 시골 읍내에 있는 구멍가게를 연상케 했다. 스피커에선 70년대의 인기가요가 잔잔하게 흘러나와 더욱 옛스러운 분위기를 연출했다.  

앵글로 짠 선반 위에 옛날 금고와 각종 영수증과 과자 ,술병들이 아무렇게나 놓여 있다.
 앵글로 짠 선반 위에 옛날 금고와 각종 영수증과 과자 ,술병들이 아무렇게나 놓여 있다.
ⓒ 김정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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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손님들로 북적거리지는 않았지만 이미 다녀 간 사람들의 입소문을 통해 맛객들의 발길이 끊이질 않았다.

오늘이 세 번째, 마치 절친한 이웃집에 마실이라도 간 듯 서슴없이 안으로 들어섰다. 내 깐엔 단골이라 생각을 했는데 덤덤한 태도로 우리 일행을 맞는 아저씨의 굳은 표정은 영 단골손님을 반기는 기색이 아니었다. 

수많은 사람들이 다녀가서 기억을 못하시는 건지 아니면 그깟 세 번으론 단골손님 측에도 못 끼어서 인지.  어쨌거나 오는 동안 빈자리가 없으면 어쩌나 했는데 자리를 차지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다행이라 생각했다.     

필자가 처음 지인의 손에 이끌려 왔던 것처럼 일행에게도 생 콩탕 맛을 보여주기 위해 이리로 데려 온 것이다. 생 콩탕 큰 것을 주문하자 구닥다리 믹서가 요란한 소리를 내며 힘겹게 콩을 갈아낸다. 수명이 다 됐는지 제대로 작동이 되질 않아 코드를 꽂았다, 뽑았다를 반복하는 아저씨 손길이 몹시 분주해 보인다.    

음식을 기다리는 동안 심심한 입을 달래려고 진열대 위에서 내 집 물건 꺼내듯 허락도 없이 과자를 꺼내 먹는 것을 보시고도 아무런 말씀이 없으신 아저씨, 이 집을 찾는 이유는 콩탕 맛도 일품이지만 이렇듯 편안한 분위기도 한 몫을 한다. 

잠시 후 몇 가지 반찬이 먼저 나왔다. 빛깔고운 김치가 어찌나 먹음직스럽던지 주 메뉴가 나오기도 전에 김치접시를 비워버렸다.

미리 나온 반찬, 김치가 어찌나 맛있어 보이던지 주 메뉴가 나오기도 전에 접시를 비웠다. 가운데 놓인 것이 간을 하기 위한 양념장이다.
 미리 나온 반찬, 김치가 어찌나 맛있어 보이던지 주 메뉴가 나오기도 전에 접시를 비웠다. 가운데 놓인 것이 간을 하기 위한 양념장이다.
ⓒ 김정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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움푹한 개인접시에 담아 양념장으로 간을 해서 한 입 떠 넣으면 맛이 기가 막히다.
 움푹한 개인접시에 담아 양념장으로 간을 해서 한 입 떠 넣으면 맛이 기가 막히다.
ⓒ 김정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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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행동에 무관심한 듯 아무 말씀도 없으시더니 접시가 비워지자 주문도 하기 전에 바로 새 것으로 갖다 주셨다. 무뚝뚝하신 듯 해도 서비스는 그만이다.  

불린 생콩을 즉석에서 갈아 돼지고기 다진 것과 데친 배추를 숭숭 썰어 대파와 다진 마늘 넣고 미리 준비된 육수를 부어 한소끔 끓여 내면 바로 먹을 수가 있다. 이것을 식지 않도록 야외용 렌지에 옮겨 식탁으로 내온다.    

처음 온 일행은 호기심 어린 눈으로 각자 개인용기에 콩탕을 하나 가득씩 덜어 양념장으로 간을 하여 맛을 보고는 다양한 반응들을 보인다. 

"으음, 바로 이 맛이야!"
“담백해서 마냥 먹어도 질리지 않을 것 같네.”
“이게 바로 웰빙식이야.”

맛을 음미하며 ”도대체 뭐가 들어가서 이런 맛이 날까“ 하며 내용물을 분석하기도 했다. 셋이 먹기엔 과한 양을 우린 배가 부르다 하면서도 싹싹 비웠다.

전혀 꾸미지 않은 실내, 어쩜 이곳을 찾는 사람들은 자극적이지 않은 콩탕의 순수한 맛과 편안한 분위기를 즐기기 위해 오는지도 모른다.  그런 공통점 때문일까? 같은 공간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손님들이 금방 친숙하게 느껴졌다.   


태그:#생콩탕, #도봉산 할머니집, #양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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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십니까~? 저는 글쓰기를 좋아하는 52세 주부입니다. 아직은 다듬어진 글이 아니라 여러분께 내놓기가 쑥스럽지만 좀 더 갈고 닦아 독자들의 가슴에 스며들 수 있는 혼이 담긴 글을 쓰고 싶습니다. 특히 사는이야기나 인물 여행정보에 대한 글에도 관심이 많습니다. 이곳에서 많을 것을 배울 수 있길 희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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