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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3월 1일)은 그냥 집에서 뒹굴뒹굴 누워 쉬고 싶다. 그냥 책 읽으며 빈둥빈둥 고무줄처럼 시간을 늘였다 줄였다 마음대로 주물럭거리고 싶다. 어제 일기예보에선 분명 오늘 비가 온다고 했던 것 같은데 예상을 깨고 날씨는 아주 맑음이다. 예정대로 우리는 움직인다.

 

금정봉(쇠미산)

 

말로만 듣던 금정봉(쇠미산)에 오른다. 사직여중(원광사)에서부터 출발, 오전 10시 30분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산으로 향해 올라가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 쇠미 약수터에서 물을 담고 구민의 숲에 이르렀다. 구민의 숲은 산림욕하는 사람들로 발길이 잦다. 산림욕은 ‘일광욕원리와 마찬가지로 수목에 전신을 노출시켜 나무가 뿜어내는 정유물질, ‘피토치드’와 맑은 공기와 호흡하는 자연 건강법‘이다.

 

 ’피토치드란, 나무가 곰팡이, 해충, 병균 등을 지키기 위해 내뿜는 식물성살균물질 병원균 독소저해물질, 생산촉진물질 등이 포함되어 있다고 한다. 이곳엔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거나 길을 걸어가거나 운동을 하고 있거나 하고 있다. 마치 무슨 행사라도 하는 것처럼 보인다. 또한 길게 줄을 지어 어디론가 총총히 걸어가는 무리들을 본다.

 

어디로 가길래, 저렇게 많은 사람들이 한꺼번에 한 방향을 향해 길게 줄을 짓듯 걸어가는 것일까. 알고 보니 그들은 금정산을 향해 가는 길이라 한다. 우리는 그 반대방향으로 걷는다. 금정봉, 즉 쇠미산을 향해서 걷는다. 많은 사람들이 걸어가는 길이 아닌 한적하고 사람 드문 길을 택해 간다는 것은 가끔 지금 내가 가고 있는 길에 대한 의구심을 갖게 한다.

 

이 길을 가도 되는 것일까, 길을 잘못 선택한 것은 아닐까, 왜 지금 나는 이 길을 가고 있는 것일까 하고 말이다. 그래서 때로는 많은 사람들이 가는 길로 가고 싶다는 강한 유혹이 따르기도 한다. 지금이 바로 그런 순간이다. 하지만 우리가 처음 계획했던 대로 걷는다. 가끔 뒤 돌아 보면서. 걸어가면서도 ‘왜 이렇게 사람들이 적지?! 목적지를 잘못 정했나? 우리도 그냥 금정산으로 갈걸 그랬나?’ 하는 생각이 불쑥 불쑥 든다.

 

 

목적지대로 가다가 보니 한 사람, 두 사람, 여럿이서 먼저 올라갔다가 내려오는 사람들이 있다. 금정봉(쇠미산) 정상을 바로 앞두고 널찍한 바위가 보인다. 넓이가 80여 평이나 되는 이 바위를 ‘덕석바위’라고 부른다. 이 바위는 또 남편이 잘 아는 어떤 목사님이 이 바위 위에서 밤낮 부르짖으며 기도 했다는 바로 그 바위이기도 하다. 이 바위 아래에는 또한 동굴이 있다. 전해지는 말에 의하면 임진왜란 당시 여인들이 피난해서 군포를 짜서 전장에 가 있는 낭군을 도왔다는 이야기가 있다.

 

이 동굴을 ’베틀굴‘이라고 불려지고 있다는 것이다. 한편 그 뒤로부터 이 산을 ’생명산‘이라고 불리기도 했으며 이 산에 쇳물(철물)이 많이 나왔다고 해서 ’쇠미산‘이라고 했다는 설도 있다고 한다. 금정봉 산정에 서니 부산 시내가 가까이 보이고 고개를 돌려 보니 저 멀리 위풍당당한 금정산이 보였다.

 

만남의 광장

 

금정봉에서 다시 내려와 사거리를 만났다. 만덕, 성지곡수원지 등으로 갈라지는 사거리이다. 만남의 광장에 이르렀을 땐 12시 50분이다. 지난 번 백양산 등반했을 때 성지곡수원지 내려가는 길에 만남의 광장을 거쳐서 가려고 했지만 지쳐서 중도에 다시 내려간 곳이기도 하다. 해서 만남의 광장이 어떤 곳인지 궁금했었다.

 

 

만남의 숲은 말 그대로 만남의 장소이다. 사직동, 온천동, 당감동, 만덕동 등 곳곳에서 올라와 이 만남의 광장에서 만나 금정산, 백양산, 성지곡수원지 등 함께 목적지를 향해 가기에 좋은 곳이다. 만남의 광장은 여태껏 산행하면서 한번도 볼 수 없었던 특이한 현상을 보았다. 방공호 같은 흙구덩이가 여러 개 파져 있는데다 그 구멍 안에서 사람들은 여럿이서 점심 도시락을 먹고 있었다.

 

 

햇살이 따사롭게 내리는 삼월 초하루 낮 시간에 만남의 광장에 모여든 사람들은 삼삼오오 모여앉아서 즐거운 한 때를 보내고 있었다. 처음 대하는 이런 풍경에 웃음이 터져 나왔다. 비둘기들도 사람 많은 이곳에 모여 먹이를 쪼고 있고, 주인을 따라 함께 온 개도 보인다. 우리도 여기서 점심 도시락을 먹을까 생각했지만 많은 사람들 속에서 먹는 것 보다 좀 조용한 곳에서 먹고 싶어서 잠시 앉았다가 일어섰다.

 

쉼터(1쉼터~4쉼터)

 

만남의 광장에서 올려다 보이는 백양산을 눈도장만 찍고 우리는 산허리를 감싸고도는 길을 따라 걸어간다. 제1쉼터부터 4쉼터까지 중간 중간에는 쉼터가 있다. 이 길을 가다보니 혼자 등산 온 사람들도 더러 보인다.
 

조용한 길을 따라 걸으며 사색하기 좋다. 길을 걷다 누군가 가 바위에 고려시대 나옹선사(무학대사의스승)의 시를 새겨놓은 시 한 소절을 발견했다. 시 전문은 이렇다.

 

“청산은 나를 보고 말없이 살라하고 창공은 나를 보고 티없이 살라하네

말없이 살라하네 푸르른 저 산들은 티없이 살라하네 드높은 저 하늘은

탐욕도 벗어놓고 성냄도 벗어놓고 물같이 바람같이 살다가 가라하네

세월은 나를 보고 덧없다 하지 않고 우주는 나를보고 곳없다 하지않네

번뇌도 벗어놓고 욕심도 벗어놓고 강같이 구름같이 말없이 살라하네.“

 

4쉼터를 지나 너덜지대에서 늦은 점심을 먹었다. 3월의 시작이건만 아직은 좀 쌀쌀한 날씨다. 햇살이 잘 드는 곳에서 점심을 먹고 하산한다. 사거리에서 약수터, 약수터에서 양덕여자중학교, 보광사, 그리고 숙등역에서 지하철을 탔다.

 

산행수첩:

진행: 사직여중(원광사 10:30)-쇠미약수터(11:30)-구민의 숲(11:35)-금정봉정상(12:00)-사거리(만덕, 성지곡수원지)(12:35)-만남의 광장(12:50)-쉼터(1:15)-4쉼터(1:45)-식사후 하산(2:20)-사거리(2:35)-약수터(2:40)-양덕여자중학교.보광사(3:00)-숙등역(3:25)


태그:#금정봉, #만남의광장, #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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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상 기뻐하라 쉬지 말고 기도하라 범사에 감사하라 이는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너희를 향하신 하나님의 뜻이니라.'(데살전5:1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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