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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정부 인사 가운데서도 삼성으로부터 떡값 로비를 받은 인사가 있다'고 주장한 김용철 변호사 주장에 따라 천주교 정의구현사제단이 기자회견을 열어 추가 명단을 공개했다. 전종훈 대표신부가 5일 오후 서울 상계동 수락산 성당에서 삼성특검의 현 국면에 대한 사제단의 성명서를 발표하고 있다.
 '새 정부 인사 가운데서도 삼성으로부터 떡값 로비를 받은 인사가 있다'고 주장한 김용철 변호사 주장에 따라 천주교 정의구현사제단이 기자회견을 열어 추가 명단을 공개했다. 전종훈 대표신부가 5일 오후 서울 상계동 수락산 성당에서 삼성특검의 현 국면에 대한 사제단의 성명서를 발표하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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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대표 전종훈 신부, 이하 사제단)은 5일 서울 상계동 수락성당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종찬 청와대 민정수석, 김성호 국정원장 내정자가 삼성 측으로부터 정기적인 뇌물을 상납 받았다고 공개했다.

황영기 전 우리금융지주(이명박정부 인수위원) 회장은 삼성그룹 비자금 관리의 핵심 관계자로 차명계좌 개설과 관리를 주도해왔다고 밝혔다.

사제단은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이종찬 민정수석은 삼성의 관리대상으로 평소에 정기적으로 금품을 수수했다"며 "현직 고검장 신분으로 삼성그룹 부회장인 이학수의 사무실에 와서 여름휴가비를 직접 받아가 삼성 구조본(현 전략기획실) 직원들이 쑤군거린 일도 있다"고 전했다.

또한 사제단은 "김성호 국정원장 후보자도 삼성의 관리대상으로 김용철 변호사가 직접 금품을 전달한 사실도 있다"며 "불법행위를 저지른 사람이 금융기관이나 국가기관의 수장이 되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10월 사제단의 첫 번째 양심고백 기자회견 이후 5개월여 만에 추가로 '삼성 비자금 비리'에 연루된 3인의 명단이 공개됨에 따라 이들의 과거 행적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김성호] 비리척결 수비수, '불법로비' 대상명단에 올라

김성호 국정원장 내정자(자료사진).
 김성호 국정원장 내정자(자료사진).
ⓒ 오마이뉴스 장재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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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호(58, 사시 16회) 국정원장 내정자는 참여정부에서 법무장관을 지낸 인물이다. 그는 국가에서 '비리척결의 수비수' 역할을 담보해야 하는 국가청렴위원회와 부패방지위원회에서 사무처장을 지냈다. 모두 차관급이다.

그 전에는 대구지청·청주지청·춘천지청 검사장을 지냈다. 대검 중수부 과장도 역임했다. 96년에는 홍조근정훈장도 받았다. 2006년 법무장관 취임 당시 "경제 활성화를 위한 법류지원을 마련하겠다"며 '기업하기 좋은 나라'를 강조하기도 했다.

그가 친재벌적인 법률안을 마련하겠다고 나섰을 때 삼성과 연루돼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한 언론은 적다. 그러나 장관 퇴임 이후 기업활동 규제와 법령 개선을 위한 재단법인 '행복한 세상'을 만들어 활동하기 시작할 때부터 의심의 눈초리가 쏠리기도 했다. 김 내정자가 지난 대선 때 이명박캠프에서 직간접적으로 정책자문을 도운 것도 이 때부터라는 것이다.

김성호 내정자는 1976년 사법시험에 합격한 뒤로 25년간 검사만 했다. 그는 검사 시절 대검 중수부와 서울지검 특수부를 지낸 '특별수사 통'이다. 초임검사 시절부터 권력형비리를 다뤘던 그는 검사 재직 당시 ▲수서비리 ▲4000억원 비자금 사건 ▲노태우·전두환 전 대통령 비자금 사건 등을 직접 지휘했다.

특히 김 내정자는 95년 YS정부 시절 '전직 대통령 비자금 사건' 수사가 한창일 때 서울지검 특수3부장으로 재직했다. 이때 김용철 변호사가 김성호 부장팀에서 함께 비자금 수사를 했다. 아마도 김 변호사는 김 내정자와 한 팀으로 움직이며 많은 것을 봐왔을 가능성이 높다.

김 변호사는 지난 2005년 <신동아> 인터뷰를 통해 "전직 대통령 비자금 수사과정에서 쌍용그룹 김석원 회장이 관리하던 비자금 '사과상자'를 찾았을 때 검찰 고위관계자한테 '너 하나 죽이는 건 일도 아니다'라는 얘기를 들었다"고 밝혔으나, 당시 외압에 대해 김 내정자는 사실무근으로 받아쳤다.

김 내정자는 김 변호사의 주장에 "무슨 압력을 받았다는 건지 잘 모르겠다"며 "사과상자를 찾아냈을 때 격려했으며 비자금 수사는 김용철 혼자 한 게 아니라 여러 사람이 함께 한 것이고 수사과정에 특별한 문제가 없었다"고 반론한 바 있다.

[이종찬] '청와대 왕수석'도 떡값 검사였나

이종찬 청와대 민정수석 비서관 내정자(자료사진).
 이종찬 청와대 민정수석 비서관 내정자(자료사진).
ⓒ 인터넷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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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찬(62, 사시 12회) 청와대 민정수석 또한 '특수부 검사'로 유명하다. 청와대 '왕수석'으로 통하는 그는 공안부를 거쳐 서울지검 특수 1·2·3부장과 3차장, 대검 중수부 수사기획관과 중수부장을 지냈다.

YS정부 출범 당시 대검 중수 1과장으로 재직하던 중에 '율곡비리사건'을 수사했으며, 서울지검 3차장 시절에는 미국FBI를 모델로 하는 특별수사본부를 창설하기도 했다. 80년 전두환 신군부가 일으킨 쿠데타 12·12사건과 5·18광주민중항쟁에 대해서도 직접 수사했다.

특히 대선 때는 한나라당 선거대책위원회의 상임특보를 맡아 'BBK 공세'를 방어하는 수비수 역할을 했다.

김성호 국정원장 내정자와는 고려대 선후배 사이로 검찰 시절부터 각별한 친분을 유지해왔다. 고려대 같은 선배인 이명박 대통령과도 막역한 사이로 알려져 있다. 실제 한나라당 대선후보 시절부터 법률고문을 맡길 정도였다.

[황영기] 이명박 경제 브레인이 차명계좌 개설관리의 핵심?

황영기 전 우리금융지주회사 회장(자료사진).
 황영기 전 우리금융지주회사 회장(자료사진).
ⓒ 우리은행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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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영기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은 '삼성그룹'과는 뗄 레야 뗄 수 없는 관계다. 그 자신 스스로 삼성출신이다. 김용철 변호사가 차명계좌를 보유 관리해온 핵심 대상으로 지목한 삼성증권 사장도 지냈다.

지난 대선과정에서는 한나라당 선거대책위원회 산하 경제살리기특위 부위원장을 맡아 역임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정권인수위원회 위원으로 참여했으며, 금융위원회 위원장 하마평에 오르고 있기도 하다.

그는 지난달 28일 중국 베이징에서 특파원 간담회를 열고 "기업이 권력로비를 위해 비자금을 조성한 사실이 있다면 자수할 기간을 정부가 줘야 한다"고 주장해 파문을 일으키기도 했다.

한국 기업들이 인허가 과정에서 어쩔 수 없이 권력에 로비를 하고, 이들 기업이 삼성 특검의 불똥이 확산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는 소문이 있는데, 그 소문이 사실이라면 해당기업들은 불안해하지 말고 비자금 조성 사실을 털어놓을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었다.

또한 그는 "기업이 과거 비자금 조성 사실을 자진 신고할 수 있는 기간을 정부가 줘야 한다"며 "그러면 정부는 이를 관대하게 처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삼성특검이 기업의 사기를 떨어뜨리는 일을 해서는 안 된다는 희망사항도 전달했다.

연루 의혹자들, 한 목소리로 "사실무근"

'이명박의 경제브레인'으로 통하는 황 전 회장은 이번 사제단의 발표에 적극 반발하면서 "삼성증권과 우리은행 재직 당시 차명계좌를 개설하고 관리하는 핵심 역할을 했다는 주장에 법적으로 대응하겠다"고 나섰다.

그는 이날 해명자료를 내고 "사제단의 주장은 허무맹랑한 것으로 경악을 금할 수 없다"며 "계좌의 개설은 영업점의 가장 기초적이고 실무적인 일이며 은행장이나 사장이 개입하거나 지시할 수 없다"고 피력했다.

황 전 회장은 "사제단의 주장은 근거 없이 명예를 심각하게 훼손하는 것으로 가능한 모든 법적 조치를 강구할 것"이라고 밝혀 사실상 향후 민형사상 조치를 취하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김성호 내정자도 국정원을 통해 "전혀 사실이 아니"라고 항변했다. 김 내정자는 "전혀 사실무근"이라며 "김용철은 물론 삼성측 관계자로부터 어떤 청탁이나 금품을 수수한 사실이 전혀 없다"고 주장했다.

또한 "이 점에 대해 공직자의 한 사람으로서 한 점 부끄럼이 없고 떳떳하다"며 "무책임하고 일방적인 허위주장이며 현재 관련사건에 대해 삼성특검 수사가 진행되고 있으므로 사실여부는 조만간 밝혀질 것"이라고 나섰다.

특검 결과 김용철 변호사의 주장이 허위로 밝혀질 경우 개인뿐만 아니라 법조계 사회 전체에 혼란을 초래한 점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종찬 청와대 민정수석도 "김용철 변호사의 주장은 전혀 사실 무근"이라며 "이 문제는 현재 삼성특검이 수사 중이므로 수사결과가 명명백백히 밝혀질 것"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막연한 소문이나 추측에 근거한 '폭로성' 주장이란 점에서 BBK 사건과 비슷하다"며 "이런 일은 우리 사회에서 정말 사라져야 할 악습"이라고 분개했다.


태그:#삼성특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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