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한국인들이 많이 찾는 숙소가 다수 위치한 신이마미야 지역의 전철역사. JR과 난카이가 함께 정차하는 이곳에선 세월의 흔적이 보이는 건물이 특히 눈에 띈다.
▲ 오사카 신이마미야역 한국인들이 많이 찾는 숙소가 다수 위치한 신이마미야 지역의 전철역사. JR과 난카이가 함께 정차하는 이곳에선 세월의 흔적이 보이는 건물이 특히 눈에 띈다.
ⓒ 이준혁

관련사진보기


아직 한 번도 해외에 나가보지 않은 지인들 중 일부는 선진국의 대중교통시설이라고 하면, 막연하게 '깔끔', '쾌적', '첨단' 등의 긍정적 이미지를 갖고 있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선진국이라고 해서 더러운 것과 불쾌한 것 그리고 낡은 것이 없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88올림픽 이전에 개통된 서울지하철 1~4호선 혹은 부산지하철 1호선 등에 비해 역사, 부대시설, 객차 등 여러 측면에서 낡은 분위기가 느껴지는 경우도 흔하다.

이번 여행의 숙소였던 지팡호텔(Jipang Hotel)과 인접한 역인 신이마미야역이 그랬다. 간사이국제공항역과 마찬가지로 JR서일본과 난카이전철이 함께 쓰는 역으로, 워낙 깔끔하게 쓰고 끊임없이 보수했기에 별탈 없이 안전하게 운영하고 있는 듯했다. 하지만 크게 지저분해 보이지 않을 뿐, 전면 리모델링 등은 하지 않았기에 세월의 흔적은 숨길 수 없었다. 아마 앞서 언급한 지인들에게 신이마미야역을 찍은 사진을 보여주면 깜짝 놀랄 정도로 말이다.

적어도 신이마미야역은 한국인 배낭여행족들에게는 널리 알려진 곳이다. 한국인 배낭여행족들이 숙소로 삼는 저가호텔(사실 말이 좋아 '호텔'이지 여인숙으로 보는 것이 타당함)과 스파월드(오사카의 유명한 '찜질방' 관광지로서 약간의 추가요금으로 숙박이 가능하다)가 이곳에 위치해 있기 때문이다. 넉넉치 않은 비용으로 온 만큼 이곳에 숙소를 잡았다.

허름하지만 깔끔한 신이마미야역 인근 '저가' 숙소들

미도스지로(오사카시영지하철 미도스지선이 지나는 구간에 위치한 도로명)의 우측 블럭에서 미도스지로 한 블럭 안 쪽으로는 긴 아케이드가 형성되어 있는데 이곳이 '신사이바시 스지상점가'이다. '키티샵'을 비롯 의류, 악세사리, 팬시, 식품, 도서 등 다양한 물건을 파는 여러 상점들이 위치해 있는 이곳은 저녁 및 주말에는 사람들로 항상 붐빈다.
▲ 신사이바시 스지상점가 미도스지로(오사카시영지하철 미도스지선이 지나는 구간에 위치한 도로명)의 우측 블럭에서 미도스지로 한 블럭 안 쪽으로는 긴 아케이드가 형성되어 있는데 이곳이 '신사이바시 스지상점가'이다. '키티샵'을 비롯 의류, 악세사리, 팬시, 식품, 도서 등 다양한 물건을 파는 여러 상점들이 위치해 있는 이곳은 저녁 및 주말에는 사람들로 항상 붐빈다.
ⓒ 이준혁

관련사진보기


나는 '6차교육과정 세대'이고 고등학교 때 '자연계' 반을 택해 공부했다. 그랬기에 현 사회(지리) 교과목이 어떠한 과정으로 교육되고 있는지는 정확히 모른다. 하지만 적어도 나는 '도시가 팽창하면서, 도심부는 아니지만 도심부에 가까운 지역의 경우, 슬럼 지대가 형성되는 경우가 많다' 정도의 의미를 가진 내용을 배웠던 것으로 기억한다. 이는 현재도 유효한 도시 관련 이론으로 신도시가 아니라면 세계적으로도 통용되고 있는 것으로 안다.

신이마미야 일대는 이러한 이론에 적합한 곳이었다. 오사카의 양대 중심지 중 하나인 난바(미나미)와 가깝긴 하지만 일정 수준의 거리가 있는 곳으로 밤은 물론 낮에도 분위기가 매우 차가웠다.

평소 단면적인 것만 보고 모든 것을 지레 짐작·판단하는 것은 잘못된 일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낯선 곳으로의 여행이었기에 더 그랬는지 몰라도 오래된 건물, '무섭게 생긴 사람'(?) 만 다니는 거리 풍경, 낡은 도로 등을 보자 안전문제가 걱정되기 시작했다. 나뿐만 아니라 일행 5명 모두. 이는 '야경 구경' 혹은 '강행군 나들이' 등으로 밤 늦게 숙소로 돌아오는 스케줄을 많이 짰기에 더욱 그러했다.

일단 우리가 묵을 지팡호텔은 신이마미야역에서 멀지 않았다. 출구 번호는 기억나지 않지만 '동물원 방향'이었다. 이곳에는 가이드북 혹은 인터넷 일본여행 관련 카페 등에서 어렵지 않게 접할 수 있는 나름대로 익숙한 저가형 숙소가 많았다. 추오(Chuo), 선플라자(Sunplaza), 라이잔(Raizan) 등은 싱글룸 기준으로 2500엔 이하의 숙소들이었다. 꽤 낡은 외관이지만, 10층 규모의 큰 저가 비즈니스 호텔인 지팡도 이러한 숙소들과 인근에 위치해 있었다.

신사이바시 중앙을 가르는 미도스지로를 중심으로 서쪽은 아메리카무라가, 동쪽은 유럽도오리가 자리잡고 있다. 아메리카무라는 영화 상품샵, 구제 옷가게 등을 비롯 독특한 상점이 즐비하며 우리나라의 이태원과 같이 백인·흑인 등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유럽도리의 경우 신사이바시 스지상점가와 연결되어 많은 유동인구를 확보하고 있으며 패셔너블한 물건을 판매하는 상점이 많다.
▲ 아메리카무라와 유럽도리 신사이바시 중앙을 가르는 미도스지로를 중심으로 서쪽은 아메리카무라가, 동쪽은 유럽도오리가 자리잡고 있다. 아메리카무라는 영화 상품샵, 구제 옷가게 등을 비롯 독특한 상점이 즐비하며 우리나라의 이태원과 같이 백인·흑인 등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유럽도리의 경우 신사이바시 스지상점가와 연결되어 많은 유동인구를 확보하고 있으며 패셔너블한 물건을 판매하는 상점이 많다.
ⓒ 이준혁

관련사진보기


각자 개인시간을 보낸 3일차를 제외한 다른 날 내내 그랬지만, 여행 초반인 숙소 도착 때부터 함께 온 일본어에 능통한 친구들의 덕을 많이 봤다. 우리는 7월 말에 급하게 모든 예약을 잡았기에 숙소 또한 복잡하게 예약(1일차는 다다미방 3실과 침대방 2실을 사용하며, 나머지 3박은 다다미방 5실을 사용)했고 자정에 임박하여 숙소로 돌아올 일이 많아 질문 거리가 많았다. 하지만 숙소에 처음 도착했을 때 있던 종업원은 매우 친절하다는 인상을 받았지만 한국어는 물론 영어도 잘 못해 의사소통이 어려웠다. 만약 혼자 왔다면 많이 난처할 뻔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가호텔답게 숙소는 누추했지만 청결 상태만큼은 양호했다. 침대방 기준으로 설명하면 천정 높이의 진열장에 좌측은 위에서부터 에어콘, TV, 냉장고가 있고 우측에는 옷을 걸어둘 수 있는 시설(별도 옷걸이가 있었지만, 옷 3벌 걸어둘 정도로 작은 붙박이형 행거 수준으로, 적은 의류를 소지한 대부분의 여행객들에게는 큰 불편이 없다)이 있다. 방은 침대를 빼면 사람 한 명 누울 크기였다. 다다미방은 방 크기가 같지만 침대가 없을 뿐이다.

세면시설과 화장실은 층마다 있고 샤워시설은 1층에 2곳이 있을 뿐이었다. 샤워시설은 지정 시간에만 오픈하며 1곳에 1인이 들어가는 방식이라 많은 사람들이 일어날 시간에는 샤워를 포기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진다. 다행히도 우리는 (호텔 뒤 지하철역의 소음 때문에 자연스레(?) 일어나긴 했지만) 다들 일찍 일어나, 아침 샤워실 오픈 초반 샤워를 마칠 수 있었다. 물론, 당시 가격 기준으로 다다미방 중 옵션(관심이 없어 구체적으로 보지 않았음)이 없는 경우 1800엔이고, 옵션에 200원, 침대방에 200원이 추가됐다. 침대방에 옵션이 있는 경우는 2200엔인 것이다. 2만원 전후의 싼 가격이다.

'겸손한 여행'을 이끈 작은 에피소드

여행 계획을 다 설정하지 못한 상태에서 우선 첫 날 저녁은 신사이바시와 도톤보리 등을 포함한 난바 일대에서 보내기로 했다. 그리고, 숙소로 올 때 난카이전철을 이용한 만큼, 이번에는 JR이건 오사카시영지하철이건 다른 대중교통수단을 이용해보자고 했다. 그 결과 난바까지 가는 데 이용하게 된 것이 JR이다.

당초 우리는 JR 오사카루프선을 타고 신이마미야역에서 난바역까지 어렵지 않게 찾아갈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갈아타지 않고 세 정거장뿐인 코스에, 일본어 능통자가 3명이나 있고 나름대로 동년배 중에 일본철도를 포함한 교통체계를 깊숙히 연구하는 나까지.

적어도 해외라고 해서 간사이에서 길 헤맬 일은 없을 것이라 당연히 여기고 있었다. 하지만 우리는 '원숭이도 나무에서 떨어진다'라는 속담을 되새기며 여행을 시작한다. 승차장소인 신이마미야역에서 난바역까지 오가는 데만 30분이 넘게 걸렸기 때문이다. 잘못 타고 또 잘못 타다보니 지쳐 '난카이센 타거나 걸어가자'라는 얘기가 나올 정도였으니 말이다.

우여곡절 끝에 난바(미나미) 북단에 위치한 신사이바시에 도착했다. 비록 힘들게 닿았지만 나름대로 교훈을 갖고 여행을 시작함에 우리 모두는 감사했다. 바로, '돌다리도 두드려보고 건너가라'라는, 이미 다 아는 얘기다. 하지만 이는 이번 여행의 지침이 됐고 성공적인 여행을 마치는 데 밑바탕이 되었다.

처음 닿은 곳은 다이마루백화점이다. 일본 북부의 삿포로(홋카이도)부터 남부의 후쿠오카(큐슈)까지, 웬만한 대도시라면 접할 수 있는 일본의 대표적인 전국 백화점 체인 중 하나로 오사카부에는 양대 중심지인 우메다와 난바에 각각 한 곳씩 위치하고 있다. 신사이바시에는 다이마루백화점 외에도 소고·타카시야마·마루이 등 다양한 백화점이 있으며 그 외 이번 여행에서 들른 '동키호테'를 비롯한 저가형 백화점(일명 '백엔샵')이 곳곳에 위치해 있었다(참고로, 우메다 또한 한큐·다이마루·한신 등 다양한 백화점과 쇼핑몰 등으로 인해 쇼핑하기 좋지만 우메다와 비교했을 때 난바는 '서민적 측면도 있는 곳'이 아닐까 싶다).

다이마루백화점, 아메리카무라, 마크도나르도

왼쪽 위 사진, 오른쪽 아래 사진이 화장품샵을 비롯 잡화점이 있는 지상 1층이며, 왼쪽 아래 사진, 오른쪽 위 사진이 식품 코너가 많은 지하 1층이다. 우리나라의 L백화점, S백화점, H백화점과 흡사한 형태로 전국 규모의 백화점이며 오사카에는 신사이바시점 외에 우메다점이 있다. 간사이 지역에서는 고베에서도 접할 수 있다.
▲ 다이마루백화점 신사이바시점 왼쪽 위 사진, 오른쪽 아래 사진이 화장품샵을 비롯 잡화점이 있는 지상 1층이며, 왼쪽 아래 사진, 오른쪽 위 사진이 식품 코너가 많은 지하 1층이다. 우리나라의 L백화점, S백화점, H백화점과 흡사한 형태로 전국 규모의 백화점이며 오사카에는 신사이바시점 외에 우메다점이 있다. 간사이 지역에서는 고베에서도 접할 수 있다.
ⓒ 이준혁

관련사진보기



지하철접속통로를 통해 다이마루백화점에 닿은 우리는 마치 우리나라의 L백화점이나 S백화점 본점과 같은 지하와 1층을 살펴보고 밖으로 나왔다. 그리고 향한 곳은 아메리카무라. 1970년대를 전후해 자연스레 형성된 이곳은 처음에는 미군부대에서 흘러나온 물건을 팔던 작은 거리였지만 지금은 오사카의 '패션 메카'로서 우리나라의 홍대·이태원 분위기가 난다.

이곳을 잠시 둘러보던 우리는 '마크도나르도(マクドナルド)'에서 음료수와 버거를 먹으면서 잠시 쉬었다. 곧 저녁 식사를 하긴 하겠지만, 기내식 이후로 음료수 외에 아무 것도 못 먹어 힘이 빠진 상태였기 때문이다. '마크도나르도'라고 하면 '그냥 오사카 난바에 있는 가게 이름인가보다' 정도로 이해하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하지만 '맥도날드'라고 하면 '아, 거기?'라고 하며 다들 안다.

그렇다. '마크도나르도'는 세계적 패스트푸트 체인인 '맥도날드'의 일본식 발음인 것이다. 최근에는 일본인들도 영어를 많이 배워, '맥도날드'라는 원 명칭을 부르는 경우도 많다고 하지만 아직도 상당수의 일본인들은 '마크도나르도'가 더욱 익숙하다고 말한다. 아무튼 우리는 여기서 음료수와 싼 버거로 간에 기별을 보낸다.

다시 다이마루백화점이 위치한 블럭으로 너머와 블럭 안 쪽으로 들어가보면 유럽 스타일의 건물이 많은 '유럽도리'가 있다. 세련된 찻집, 깔끔한 꽃집, 온갖 캐릭터샵 등 파주 헤이리 건물들을 좁은 공간에 밀집시킨 듯, 예쁘고 아기자기한 혹은 담백하고 소박한 패셔너블한 건물이 자리 잡고 있었다. 이곳에서 우리는 각각의 볼 만한 건물·상품마다 사진도 찍고 가게도 들어가보고 일부 상품도 쥐었다 놨다 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아메리카무라는 이름 그대로 미국식 풍경을 지닌 거리를 형성코자 노력한 모습이 많이 보인다. 또 이곳에는 오른쪽 사진의 'BIG STEP'을 비롯, 크고 작은 아기자기한 건물들이 자리하고 있어 사진 찍기에도 좋다.
▲ 아메리카무라 거리 풍경 아메리카무라는 이름 그대로 미국식 풍경을 지닌 거리를 형성코자 노력한 모습이 많이 보인다. 또 이곳에는 오른쪽 사진의 'BIG STEP'을 비롯, 크고 작은 아기자기한 건물들이 자리하고 있어 사진 찍기에도 좋다.
ⓒ 이준혁

관련사진보기


아메리카무라와 유럽도리를 합쳐 신사이바시 일대에서 2시간 가까운 시간을 보냈다. 하지만 우리 손에 들린 것은 5명 다 합쳐 옷 2벌과 악세사리 1개뿐. 모두, '오늘은 첫 날이고 이곳은 오사카 중심으로 떠나기 전 들르기 어렵지 않으니, 이 상품은 놓치고 싶지 않다는 생각들 정도가 아니면 다음에 다시 들를 일이 있을 때 '사자'라는 생각이었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는, 곧바로 오사카를 떠날 것이 아니라면 이런 생각을 갖고 쇼핑에 임하는 것이 낫다고 본다. 난카이난바역(이하 '난')에서 신사이바시역(이하 '신')에 이르는 긴 구간에 아메리카무라(신 7번 출구), 유럽도리(신 5·6번 출구), 미나미센바(신 3번 출구), 명품브랜드숍거리(신 1번 출구), 소고백화점(신), 다이마루백화점(신), 다카시마야백화점(난), 난바파크스(난), 난바시티, 난난타운 등 다양한 쇼핑몰이 있기 때문이다.

더불어, 오사카 북부의 우메다와 고베·교토·나라 등을 합치면 '지름신이 강림하는' 곳은 간사이 지역 곳곳에 있다. 쇼핑은 신중해야 하지만 이곳은 더욱 그렇다. 사치품이라기보다 차, 케익, 의류 등 생활에서 쓰는 것이라 자기합리화가 쉽고 신용카드 아닌 한 한국에서처럼 수시로 출금할 수 없기 때문이다. 참고로 우리는 '먹고 타는' 데는 아끼지 않았다.


태그:#신이마미야, #오사카, #간사이, #난카이, #지팡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