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새 정부 조직개편 작업과 각료 인선이 마무리 되면서 이명박 대통령의 관심은 온통 여의도로 쏠려있다. 30일 앞으로 다가온 4·9 총선 결과에 따라 이명박 정부의 '장밋빛 청사진'의 성패가 결정되기 때문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새해 첫날 한나라당 신년인사회에 참석해 "대선의 압도적 승리가 4월 총선 승리로 이어져 국정을 성공적으로 수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만큼 총선 승리는 그에게 절박하다.

 

당장 지난달 27일 국회에서 한승수 총리 후보자 임명동의안 처리가 지연되자, 이 대통령은 "어쩔 수 없는 정치 현실이 가로막고 있지만 정치 안정을 위해서는 의회의 안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소수여당'이라는 현실적 벽에 부딪혀 새 정부 초대 총리 임명은 물론 국정공백이 불가피한 상황에 대한 아쉬움을 토로한 것이다.

 

특히 '어쩔 수 없는 정치 현실', '의회의 안정' 등을 언급해, 4월 총선에서의 과반 의석 확보를 강조했다. 장관 후보자 3명을 낙마시키는 초유의 사태를 감내한 것도 각료 인사 파문이 총선에서 악재가 될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다.

 

이 대통령은 4월 총선에서 '160석±α'라는 안정적 과반 의석을 확보하기 위해 '공천쇄신을 통한 물갈이'와 '서민경제 살리기 행보'라는 투(two) 트랙 전략을 쓰고 있다. 

 

 

[공천 물갈이] 측근 잇따라 청와대로 호출... 곳곳에서 이명박 입김

 

청와대 측은 "공천은 당 공천심사위원회에서 한다"며 한나라당 공천 작업에 일체 관여하지 않고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 대통령은 최측근들을 활용해 당내 공천 상황을 면밀히 점검하고 있다. 이미 지난 1월 안상수 원내대표가 "공천에 대통령(당선인)의 의중이 어느 정도는 존중돼야 한다"고 공개적으로 말해, 이 대통령이 공천에 관여할 것임을 시사했다.

 

이 대통령은 최근 외부 일정을 줄이고, 정두언·박형준 의원 등 측근 인사들을 차례로 청와대에 불러들였다. 당시 이들은 공천 과정에 대한 얘기를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6일에도 박재완 정무수석으로부터 경기지역 공천 결과 등에 대해 장시간 보고를 받았다고 한다.

 

정치에 염증을 느끼는 국민들의 시선을 잡아끌기 위해서는 대대적인 현역 의원 물갈이가 불가피하다고 이 대통령측은 보고 있다. 이 대통령과 측근 인사들이 짜놓은 밑그림을 현장에서 실행해 옮기는 '선봉대장' 역할은 이방호 사무총장이 맡았다. 앞서 이방호 총장이 "물갈이는 40%선에서 이루어질 것"이라고 말한 것도 이 대통령의 이러한 공천쇄신 기류를 반영하고 있다.

 

이 총장이 맡고 있는 총선기획단은 공천 권한을 가진 공천심사위 구성뿐 아니라 심사위원들에게 올라가는 공천자료를 다룬다는 점에서 공천에 적잖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총선기획단의 인적 구성 역시 친 이명박계 의원들이 상대적으로 다수(5 대 3 비율)를 차지하고 있다.

 

이 대통령의 '입김'은 공천 작업 곳곳에서 그 실체를 드러내고 있다. 정두언·임태희·주호영 의원, 정태근 전 서울시 정무부시장, 권택기 전 당선인 비서실 정무2팀장, 백성운 전 대통령직인수위 행정실장, 김해수 전 후보 비서실 부실장 등 이 대통령의 측근 그룹은 일찌감치 공천을 확정지었다. 윤진식 전 산자부 장관의 경우엔 공천 신청도 하지 않은 충북 충주에 '전략 공천'을 받았다.

 

지난 8일 추가로 발표한  공천 내정자 17명 가운데에서도 '친이'가 12명으로 압도적으로 많았고, '친박'은 2명, '중립'은 3명이었다. 또 전여옥 의원을 제외하면 모두 정치신인을 포함한 원외 인사들이다.

 

박근혜 앞 이명박... 등 돌리면 의석이 줄고, 손 잡으면 공천 그림에 상처

 

이런 추세라면 11일경 발표될 예정인 공천심사의 '화약고' 영남권 공천 과정에도 이른바 '이심(李心)'이 개입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특히 친박그룹 의원들이 지난 대선 때 거의 뛰지 않아 득표율이 예상외로 저조했던 일부 영남지역에선 '피바람'이 불 것이라는 얘기가 나돈다.

 

결국 박근혜 전 대표와 정면으로 부딪힐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미 이규택·한선교 의원 등 박 전 대표의 핵심 참모들이 공천을 받지 못하면서 박 전 대표 측의 반발이 고조되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의 고민이 시작되는 지점이다. 

 

박 전 대표가 공천 결과에 반발해 탈당하거나 최소한 총선에서 협조하지 않고 등을 돌린다면 '과반 의석 확보'라는 꿈은 물거품이 될 수 있다. 인수위 시절의 오락가락 정책 혼선에 이어 '강부자' 내각 등 인선 파동으로 인해 지지율이 50%대로 추락한 이 대통령으로서는 박 전 대표의 지원이 절실하다.

 

앞서 장관 인사 파동이 격화됐던 시점에 '협조'를 당부하러 국회에 간 류우익 청와대 비서실장은 강재섭 한나라당 대표가 아니라 박 전 대표를 만나고 돌아왔다. 박 전 대표의 '힘'을 의식한 조치다.

 

그렇다고 박 전 대표 측 요구를 모두 받아들였다가는 공천 쇄신의 그림이 훼손될 뿐 아니라 당 장악력 역시 상처를 입게 된다. 박 전 대표와 끝까지 함께 갈 지 아니면 결별을 해야 할 지, 결정을 해야 할 기로에 선 셈이다.

 

이와 관련, 이 대통령은 최근 박 전 대표의 명예 이학박사 학위 취득을 축하하는 뜻을 전하면서 식사 초대를 했다.

 

이 자리에서 이 대통령이 박 전 대표에게 모종의 제안과 설득을 하게 될 경우, 그 결과에 따라 당 공천의 향배가 결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물론 지난 7일부터 공천 결정에 반발, 삼성동 자택에서 칩거에 들어간 박 전 대표가 이 대통령의 '식사 초대'에 응할 지는 미지수다.

 

[서민경제] 마음은 '여의도'에 있어도 몸은 '민생현장'으로

 

이 대통령의 마음은 여의도에 가 있지만, 몸은 철저하게 민생 현장을 향하고 있다. 이 대통령은 새 정부 출범부터 '서민 경제 살리기' 정책에 집중하는 행보를 보였다.

 

앞서 인수위 시절에도 '총선을 앞둔 선심성 공약 남발, 포퓰리즘의 전형'이라는 비판에 불구하고 통신요금 20% 인하, 유류세 10% 인하, 신용불량자 구체 대책 방안 등을 무리하게 쏟아냈다가 역풍을 맞은 바 있다. 총선 전 어떤 식으로든 가시적인 성과물을 내보이겠다는 의지의 반영인 셈이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29일 확대 비서관회의를 주재하면서 "국민·현장과 격리돼서는 안된다"고 강조한 데 이어, 지난 3일 새 정부 첫 국무회의에서는 "바쁘겠지만 주 1회 정도 현장을 방문하면 현실적이고 실용적인 정책대안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주문했다.

 

 

이 대통령은 취임 후 두번째 주말인 8일 서울 양재동 농협 하나로마트와 자양동 재래시장인 '골목시장'을 잇따라 방문, 현장주의를 직접 실천했다. 정부가 '장바구니 물가'를 직접 챙기고 서민생활 안정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강한 의지의 표현인 셈이다.

 

기존 관행을 깨고 정부 각 부처의 업무보고를 청와대 밖에서 받기로 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 대통령은 10일부터 과천 정부청사에 위치한 기획재정부를 시작으로 다음달 초까지 지방의 관련 기관이나 산업현장을 직접 찾아 '출장 보고'를 받기로 했다.

 

토요일까지 업무보고를 받으며 일정을 앞당기는 것은 다음달 9일 총선 일정을 감안했기 때문이라는게 청와대 측 설명이다.

 

그러나 총선을 앞두고 지역을 방문, 구체적인 현안과 공약 실천 방안들을 쏟아낼 경우 어떤 식으로든 여론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선심성 공약'이라는 야당측의 반발도 예상된다.


태그:#이명박 대통령, #4.9 총선, #박근혜 전 대표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사실 너머의 진실을 보겠습니다. <오마이뉴스> 선임기자(지방자치팀)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