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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금 때문에 굉장히 열받으시죠?"

 

참여연대 안진걸 민생희망팀장의 우렁찬 목소리가 이화여대 캠퍼스에 울려퍼졌다. 점심식사를 하러 정문을 지나던 이화여대 학생들은 잠시 발걸음을 멈췄다.

 

이어 그를 비롯한 몇몇이 '특수 부대요원'을 연상케 하는 노란색 비닐 옷으로 갈아입고 '폭탄 제거반'으로 변신하자 학생들은 폭소를 자아냈다.

 

12일 정오. 서울 이화여대 정문 앞에 '폭탄 제거반'이 등장했다. '등록금 귀신'이 학생들에게 무차별 난사하고 있는 '등록금 폭탄'을 제거하기 위해서다.

 

이날 모인 사람들은 '등록금대책을 위한시민·사회단체전국네트워크'(이하 등록금 넷) 소속 회원들이다. 폭등하는 등록금 문제의 심각성에 공감하는 전국 각계각층의 학부모·시민들이 참여하여 만든 단체다.

 

개강 주간을 맞이하여 이화여대 정문 앞에서 등록금으로 고통받는 국민들을 위한 세 번째 퍼포먼스를 진행했다. 이날 회견과 퍼포먼스에는 이화여대 총학생회·전국대학생교육대책위·한국진보연대·참여연대 회원 등 30여명이 참석했다. 이날 행사는 전국 100여개의 대학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되었다.

 

한국진보연대 황순원 민주인권국장은 "등록금 문제는 사회양극화를 조장하는 주요요인으로 더 이상 학생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전 사회적인 문제다"라면서 "학생 학부모와 어깨 걸고 정부에 요구하기 위해 나왔다"며 이번 퍼포먼스의 취지를 설명했다.  

 

'등록금 폭탄' 학생들에게 날아오는데 정부·학교·재단은 '나 몰라라'

 

▲ 돈 잡아먹는 '등록금 귀신' 가만두지 않겠다! 등록금 대책을 위한 시민·사회단체 전국 네트워크는 12일 낮 이화여대 정문 앞에서 등록금 인하를 촉구하는 퍼포먼스를 벌였다.
ⓒ 문경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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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윽고 스크림 가면에 검은 망토를 두른 '등록금 귀신'이 등장했다. 그러고는 바닥에 놓여 있던 '등록금 폭탄'을 앞에 있던 취재진들과 학생들에게 마구 던지기 시작했다.

 

"'등록금 폭탄' 때문에 어떤 어머니는 자살을 합니다. 내 옆의 친구들은 쉴 새 없이 아르바이트를 해야 합니다. 심지어 자신의 장기까지 팔아서 폭등한 등록금을 마련하려 하는 것이 지금의 상황입니다."

 

"지금 교정은 따뜻한 봄이 와서 화사하지만 우리 학생에게는 아직 춥기만 한 겨울입니다. 겨울이 끝나면 봄이 와야 하는데 차가운 겨울이 더욱더 심해지고 있는 것만 같습니다."

 

이 광경을 보다 못한 '폭탄 제거반'이 무대에 등장했다. 이들은 사람 죽이는 '등록금 폭탄'이 학생들에게 날아오고 있는데 정부·학교·재단 모두 '나 몰라라'하고 있다며 가정집에서나 있을만한 진공청소기를 꺼내 들었다.

 

폭탄 제거반은 순식간에 '등록금 폭탄'을 청소기로 빨아들이고 '등록금 귀신'을 발밑에 눕혀버렸다. 길바닥에 자빠져버린 '등록금 귀신'을 수많은 피켓으로 포위한 이들은 지나가는 학생들에게 한마디 던졌다.

 

"'등록금 귀신'을 없애고 돈이 없어도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그런 행복한 세상을 만들겠습니다."

 

<개그 콘서트>를 연상시키는 재미난 퍼포먼스는 점심시간 학교 앞을 지나는 이들에게 가벼운 웃음을 선사했지만 행사를 지켜본 학생들이 느끼는 생각은 결코 가볍지 않아 보였다.

 

 

술자리에서 등록금 문제로 눈물 흘리는 새내기들

 

퍼포먼스를 지켜본 이화여대 초등교육과의 김보라(21)씨는 "이제까지 총학에서 등록금 문제로 투쟁하고 그러면 왜 저러나 싶기도 하고 그냥 지나치는 경우가 많았는데, 오늘 보니 이건 아닌가 싶다"면서 "나도 학자금 대출로 등록금 충당하는 입장에서 정말 앞으로 빚쟁이가 될까 봐 걱정된다"며 쓴웃음을 지었다.

 

이날 행사에 동참한 이화여대 총학생회장 강정주(23)씨는 "이제는 더 이상 '비싸다'는 말도 안 나오는 상황"이라며 말을 이었다. "이대는 등록금이 전국 1위 수준이다, 올해도 높은 곳은 40만원 정도 인상했다"면서 "단순히 얼마 깎고 안 깎고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 학생들이 돈 때문에 교육받지 못하는 상황에 대해 근본적으로 문제를 제기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강씨는 "이건 지금 대학을 다니는 사람들이 많이 부담해서 될 문제가 아니다, 대부분의 학생들이 대학 진학을 필수로 여기는 상황에서 이 문제는 모든 사람들의 문제"라며 "단순히 3월이라 관심을 쏟고 그치는 것이 아니라 계속해서 등록금 문제를 적극적으로 다루겠다"고 밝히며 장기적인 투쟁에 임할 것을 분명히 했다.

 

숭실대 총학생회장 용리브가씨도 "새내기들조차 술자리에서 등록금 문제로 눈물을 흘리며 고통스러워 하는 상황"이라면서 "나도 학자금 빚이 1000만원이 넘는데 지금 08학번 아이들은 얼마나 될지, 또 고등학생인 내 동생은 어떨지 두렵기만 하다"면서 되풀이되는 사회적 상황을 걱정했다.

 

살인적인 등록금 인상... 정치권에서도 본격적으로 다뤄야

 

이번 행사에 참여한 전국대학생교육대책위원회 학생들은 등록금 문제가 단지 학교만을 상대로 투쟁해 봐야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며 앞으로 전국의 여러 대학, 그리고 시민단체들과 연대하여 투쟁해 나갈 것임을 밝혔다. 이러한 연대의 일환으로 28일에 있을 '등록금 문제 완전 해결을 촉구하는 범국민대회'에 동참해 줄 것을 적극적으로 호소했다.

 

숭실대 총학생회장 용리브가씨는 "학교와 재단을 상대로 요구해야 할 부분이 많지만 지금 상황에서 학교 안에서만 싸워봐야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면서 "28일 범국민대회를 기점으로 해서 다음 달 9일 총선까지 여세를 몰아 정치권에서 이 문제를 적극적으로 검토하도록 압박하겠다"며 정치권의 움직임에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음을 드러냈다.

 

이 행사에는 민주노동당 비례대표 후보로 출마한 이주희씨도 참석해 살인적인 등록금 인상 문제를 정치권에서 본격적으로 다룰 것을 주장했다. 이씨는 "정치권에서는 한국사회는 자본주의 국가기 때문에 정부가 등록금 인상을 막는 것은 시장논리에 어긋난다는 말밖에 안한다"면서 "국민이 죽음으로까지 내몰리며 고통 받고 있는 상황에서 시장논리에 어긋난다는 말로 끝내는 작태에 화가 난다"며 정치권의 책임 있는 태도를 촉구했다.

 

'등록금 넷'에서는 이후에도 끊임없이 등록금 문제 해결을 위해 강한 여론몰이에 나설 예정이다. 오는 19일, 26일에는 학부모·학생·시민이 참여하는 촛불 시위를 준비하고 있고, 25일에는 전국 학부모 100여명이 모여 등록금과 사교육비에 대한 고통을 호소하는 기자회견을 갖는다.


태그:#등록금, #학생, #참여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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