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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금 준비 하셨습니까? 저희는 대출 준비합니다"라는 글귀가 가슴에 와닿는다.
 "등록금 준비 하셨습니까? 저희는 대출 준비합니다"라는 글귀가 가슴에 와닿는다.
ⓒ 조정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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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는 각종 매스컴을 통해 물가가 오른다는 보도를 보면서 물가 시세동향을 실감하곤 했는데 요즈음에는 얄팍한 지갑을 보며 오른 물가를 피부로 느끼고 있다.  물가 상승과 비례해 가계부는 적자를 면치 못하고 이제는 살기가 점점 힘들어져 뭔가 부업으로 살림에 보탤만한 일을 해야 하지 않나 라는 생각까지 하게 된다. 

대학 4학년인 아들과 3학년에 재학 중인 딸, 두 아이들을 대학에 보내고 있는 나로서는 걱정이 이만저만 아니다. 별도의 교육비를 제외하고도 1년에 1500만원 등록금이 든다.

우리 집 모든 재정을 혼자서 책임져온 남편 월급은 회사가 여의치 않아 4년간 동결 상태다. 물론 직장을 잃고 최저의 생활비로 힘들게 살아가는 사람들에 비하면 꼬박꼬박 나오는 월급이 있어서 다행이긴 하지만 하루가 다르게 오르는 물가에 비해 받아오는 임금은 한정되어 있으니 힘든 건 마찬가지다.

남편의 월급으로는 한 달 생활하기에도 빠듯하고 등록금이 나올 때마다 주택 담보 대출에 학자금 대출에 할 수 있는 대출이란 모두 다해서 아이들 등록금을 내왔다. 이런 사실을 알고 있는 아이들은 각자 나름대로 열심히 공부를 하여 장학금도 받고, 아르바이트를 해서 용돈을 충당하고 있다. 아이들이 고맙기도 하고 자랑스럽기도 하다.

한달 용돈 5만원 밖에 못 주지만...

저렴하고 쿠폰을 주는곳이기 때문에 자주 이용한다는 학교내에 있는 찻집, 새내기들을 위해 특별 이벤트도 있다.
 저렴하고 쿠폰을 주는곳이기 때문에 자주 이용한다는 학교내에 있는 찻집, 새내기들을 위해 특별 이벤트도 있다.
ⓒ 조정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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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내에 있는 찻집,싼값에 차를 마실수도 있고 쿠폰 적립도 해준다.
 학교내에 있는 찻집,싼값에 차를 마실수도 있고 쿠폰 적립도 해준다.
ⓒ 조정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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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은 10장이 넘는 각종 쿠폰을 모으고 있다. 용돈 절약하는 방법중에 하나다. 10회이상 도장을 찍으면 꽁짜로 한번 마시거나 먹을수 있단다.
 딸은 10장이 넘는 각종 쿠폰을 모으고 있다. 용돈 절약하는 방법중에 하나다. 10회이상 도장을 찍으면 꽁짜로 한번 마시거나 먹을수 있단다.
ⓒ 조정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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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과 나는 넉넉지 않은 살림인지라 아이들에게 용돈을 한 달에 5만원씩 주고 있다. 가끔 늦은 시간까지 도서관에서 공부를 하고 돌아오는 아들에게 밥값을 추가로 주기도 한다. 대학생이 5만원 가지고 한 달을 지낼 수 있을까 생각되기도 하지만 별 불만을 토로하지 않는 아이들에게 고마울 뿐이다.

대신 대학에 입학한날 교통비와 책을 사거나 꼭 필요한 곳이 있으면 쓰라는 다짐을 하고 신용카드를 만들어 주었다. 남편과 나의 생각은 아이들에게 책임감을 지워주면 스스로 과소비를 하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을 주기 위해 신용카드를 만들어주게 된 것이다.

그렇게 한 것이 아이들에게는 스스로 절제할 수 있는 능력을 심어주게 되었고, 쓸데없는 지출은 삼가고 꼭 필요한 것이 있으면 아빠와 상의한 다음 신용카드를 사용하곤 한다. 스스로 아껴쓰는 절약정신도 기르게 된 것이다. 그래도 아이들의 속사정을 알고 싶어 대학생 3학년인 딸에게 소비 생활에 대해서 진지하게 들어보기로 했다.

"(등록금 때문에 허리가 휘는) 부모님의 허리를 지못미"라고 시작하는 딸과의 인터뷰는 나의 마음을 짠하게 만들었다. (처음부터 알아들을 수 없는 은어가 궁금하여 '지못미'가 뭐니? 했더니 '지켜주지 못해 미안합니다'란다. 코끝이 찡해진다.)

500원짜리 하나만으로도 사먹을 수 있었던 짭조름한 간식이 이제는 1000원을 내야 200원을 거슬러 받게 되었다며 투덜대며 대학생 딸은 지난 10일 학교를 찾은 엄마와 대화를 시작했다.

시대가 지나면서 물가가 오르는 것은 당연하건만, 시대가 지나가도 왜 주머니 사정은 제자리 걸음인걸까?  치솟는 등록금에 허리가 휘는 것은 부모들이지만, 용돈을 타쓰는 입장에서 대학생들 역시 마음이 편치만은 않을 것이다.

대학생이라고 해서 모두 자유로운 소비생활을 하는 것은 아닌 것 같다. 부모님께 받는 용돈에서 초과하거나 너무 무리해서 쓰는 경우 아르바이트로 용돈벌이를 하는 대학생이 많다고 한다. 나는 딸의 소비생활과 대학을 다니는 딸 친구들의 속사정을 알아보기로 했다.

교내식당에 있는 메뉴판,비교적 저렴한 가격이나 물가의 상승으로 인해 앞으로 식대를 올릴꺼란다. 학생들은 물론 반대한다.
 교내식당에 있는 메뉴판,비교적 저렴한 가격이나 물가의 상승으로 인해 앞으로 식대를 올릴꺼란다. 학생들은 물론 반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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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내식당에서 먹을수 있는 오늘의 메뉴다. 물가가 올라서인지 왠지 빈약해 보인다. 젊은 청춘들의 허기를 달래줄수 있을까
 교내식당에서 먹을수 있는 오늘의 메뉴다. 물가가 올라서인지 왠지 빈약해 보인다. 젊은 청춘들의 허기를 달래줄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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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비 써버려서 걸어다니는 사람도 많다"

- 한 달 용돈은 얼마나 받나?
"부모님께 받는 공식적인 5만원 +@(세뱃돈 남은 통장, 간간히 했던 아르바이트  비, 비공식적인 용돈)=10만원."

- 소비를 하는 주요 항목은.
"식비- 3만~3만 5천원, 쇼핑-옷·화장품·액세서리 등 3만원, 책값2만~3만원(새 학기의 경우에는 10만원정도), 기타(학용품·생활필수품 등)"

- 만족하나.
"많이 부족하다. 밥값도 최저로 측정한 건데, 학생식당이나 빵으로 때우는 경우도 많다. 가끔은 학교 앞에 음식점들도 이용하기도 하는데 학교 앞이다 보니 대부분의 음식점에는 학생가격으로 착한 메뉴판이 따로 있다. 나 같은 경우는 그나마 교통비는 용돈에 포함되지 않아서 다행이지만 친구들을 보면 교통비를 용돈에서 포함하는 경우가 많아서 교통비로 용돈을 써버리는 경우가 많다. 그러한 경우에는 어쩔 수 없이 걸어 다니거나 얻어타는 경우도 많다.

여학생의 경우에는 '지름신(소비욕구를 이겨내지 못하게 하는 신)'을 이겨내지 못해 한 달 용돈을 다 써버리는 경우도 종종 있다. 고등학교를 갓 졸업하고 대학교에 들어온 신입생 때는 물가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해 용돈을 분배해서 사용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학기 초에는 술값으로 용돈을 가장 많이 소비하기도 한다. 그런데 대학4년 혹은 그 이상을 지내면서 돈 쓰는 요령은 슬슬 터득해가고 더 나아가서는 자산관리까지 하는 경우도 있다. 알바해서 번 돈으로 투자를 하기도 하고 저축도 하기도 하고."

- 부족한 용돈 충당하는 방법은.
"가장 손쉽게 할 수 있는 방법은 아르바이트다. 첫째, 단기로도 하는 경우도 많고 학기 중에는 주로 주말에 하거나 수업이 끝나고 강행군으로 하는 친구들도 많다. 집안사정이 상당히 어려운 친구들은 용돈은커녕 등록금 때문에 학교를 휴학하면서까지 학비를 버는 친구들도 많은데 이러한 경우가 가장 안타깝다.

부모님 부담 덜어드리려고 하는 아르바이트지만 시급 3500원도 받지 못하고 하루 10시간 정도씩 주 5일을 일하면 방학 내내 일해도 300만원을 채 못 번다. 현재 등록금 인상률 같이 시급도 올라가야 하는 것 아닌가? 이런 친구들은 방학 내내 일해서 용돈은커녕 등록금내기도 빠듯하다. 
 
둘째로는 나 같은 경우인데 그냥 부모님께 진득하니(?) 기댄다. 자립심이 일체 없는 경우 이다.

셋째로는 집에서 밥을 먹고 나온다든지 최대한 싼 밥을 먹는다. 친구들 중에는 도시락을 싸가지고 다니기도 한다. 때문에 새 학기가 되면 시간표를 정하는 일이 신입생이든 재학생이든 모두의 화젯거리다. 누구는 주3파·주4파(주3일 등교하는 파, 주4일 등교하는 파) 등과 같은 이야기가 주를 이루는데 그 중에는 밥값과 교통비를 아끼려는 의도가 많다. 밖에서 밥을 먹는 횟수를 줄이는 게 관건이다."

- 용돈을 절약하는 방법이 있나?
"적립쿠폰이나 적립금이 있는 가게를 주로 가는 편이다. 대형이든 소형이든 테이크아웃 커피전문점, 가맹점이 있는 음식점 같은 경우에는 대부분 적립쿠폰이 있다. 특히 커피전문점은 열 잔당 한잔 무료라든가 다섯 잔에는 쿠키를 주는 '완소(완전 소중한)' 가게들이다.

때문에 항상 적립쿠폰을 들이미는 편이고 친구들과 함께 가서 먹을 때 매우 편리하다. 그러나 대형 테이크아웃 커피점 (별다방·콩다방 등)의 가격은 만만치 않기 때문에 학교주변에 있는 아담하고 저렴한 가게를 찾는 편이다. 맛에서도 친절 면에서도 전혀 뒤처지지 않는다. "

저렴한 가격이기때문에 학생들은 교내 식당을 많이 이용한다.앉을 틈이 없이 빼곡하다.
 저렴한 가격이기때문에 학생들은 교내 식당을 많이 이용한다.앉을 틈이 없이 빼곡하다.
ⓒ 조정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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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앞에서 5년째 토스트 포장마차를 하고 있는 할아버지,학생들의 가벼운 주머니 사정 때문에 값을 올릴수가 없어 5년동안 천원이란다.
 학교 앞에서 5년째 토스트 포장마차를 하고 있는 할아버지,학생들의 가벼운 주머니 사정 때문에 값을 올릴수가 없어 5년동안 천원이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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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기가 시작 되면서 학생들이 교내에 옹기종기 모여있다.아이들이 등록금 때문에 고민하지 않고 열심히 공부할수 있는 시대가 왔으면 좋겠다.
 학기가 시작 되면서 학생들이 교내에 옹기종기 모여있다.아이들이 등록금 때문에 고민하지 않고 열심히 공부할수 있는 시대가 왔으면 좋겠다.
ⓒ 조정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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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0원짜리 공기밥만 사먹는 아이들

부모님께 부담되지 않게 하기위해 나름대로 열심히 살고 있었다는 딸. 딸에게 고마운 마음을 느끼며 오랜만에 딸이 다니는 학교 교내식당을 찾아갔다. 부모님의 허리를 펴주게 하기위해 아이들은 아주 저렴한 학교 식당에서 점심을 해결하고 있었다.

학교 교내식당을 둘러보고 나오는데 예전에 딸의 친구가 점심시간에 밥값을 아끼기 위해 작은 참치캔 통조림을 하나 가져와 500원짜리 공기밥을 식당에서 산 다음 참치캔과 점심을 해결했다는 이야기가 생각났다. 치솟아 오르는 물가와 실업률 때문에 88만원 세대인 대학생들은 고단하다. 누가 그들에게 무거운 짐을 지게 하는 걸까?

"등록금 준비 하셨습니까? 저희는 대출 준비합니다" 라는 기사가 1면을 차지하고 있는 대학 학보를 보면서 무거운 발걸음을 옮긴다.


태그:#고물가 시대의 현명한 대처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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