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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보등록 당일에 공천자 확정하지 않나,

하루 만에 공천자 번복하지 않나...

 

바야흐로 '선거철'이다. '철'에는 '철새'가 날아드는 법. 이번 총선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어떤 정치인들은 "추운 곳에서 따뜻한 곳으로 날아가는 게 철새"라고 규정하면서 여당에서 야당으로 옮기는 자신은 '정치철새'가 아니라고 웅변하기도 했다. 하지만, 어찌 추운 곳에서 따뜻한 곳으로 이동하는 철새만 있으랴, 철이 되면 나타나 날아다니는 새를 우리 유권자들은 '철새'라 부른다는 것을 어찌 그대들만 모를까.

 

4·9 총선은 그 어느 선거보다도 '공천파동(?)'이 심각한 선거로 기록될 전망이다. 각 당은 '공천혁명'이라는 이름으로 '물갈이'를 시도했지만, 이에 수긍하지 못하는 공천신청자들은 당을 박차고 뛰쳐나왔다.

 

각 정당은 상대당 공천을 '계파공천', '밀실공천', '나눠먹기 공천', '특정계파 죽이기', '이삭줍기' 등으로 표현하면서 헐뜯기에 바빴다.

 

정책선거까지는 기대도 안 했지만, 최소한 누가 어느 정당 후보로 선거에 나서는지는 유권자들에게 정확히 알려줘야 할텐데, 후보등록 당일에야 공천자를 확정하지 않나, 하루 만에 공천자를 번복하지 않나, 유권자들은 한탄이 절로 나올 지경이다.

 

당을 뛰쳐나온 일부 후보들은 누구의 말대로 '살아서 돌아가겠다'는 각오로 무소속 출마를 하거나, 특정계파의 이름을 아예 당명으로 걸고 선거에 들어갔다. 또 다른 후보들은 이른 바 '이삭줍기'에 나선 정당의 '구원투수'로 화려하게 등장하기도 했다.

 

이러한 추세는 대전지역 선거에서 더욱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각 정당을 출입하는 정치부기자들마저 누가 어느 당 후보인지 헷갈릴 정도로 단 2주 만에 활발한 이동(?)이 있었다.

 

심지어 후보등록이 시작된 첫날, 신청서에 쓰인 정당이름을 보고서야 그 사람이 그 정당후보로 출마하는 것을 알게 된 일까지 일어나고 있으니, 이쯤에서 누가 어느 정당으로 옮겼는지 정리해 주는 것이 정치부 기자의 도리가 아닐까? 그래서 대전지역 공천 과정을 정리했다.

 

밀어낸 돌이 박힌 돌 또 밀어내고...

 

이번 공천정국에서 가장 반발이 컸던 지역구는 '유성구'로 꼽힌다. 통합민주당 현역의원인 이상민 의원이 공천에서 탈락하면서 파장이 일기 시작했다. 이 의원은 자유선진당에 영입됐고, 자유선진당 공천을 신청하고 날짜만 기다리던 7명의 공천신청자들은 하루아침에 '낙동강 오리알' 신세가 되고 말았다.

 

공천에서 탈락한 이병령 예비후보는 탈당 후 무소속 출마를 선언했고, 조영재 예비후보는 '친박연대'를 선택해 선거에 임하게 됐다. 이쪽에서 밀어낸 돌이 저 쪽으로 가서 박혀있던 돌을 또 밀어낸 셈이다.

 

유성 못지않게 시끄러웠던 지역구는 '서구을'이다. 지난 해 보궐선거에서 당선된 심대평 자유선진당 대표의 지역구로, 한 달 전까지만 해도 심 대표의 재선이 유력하던 지역이었다. 더욱이 심 대표가 '서구을' 출마를 공언하면서 이 지역구에서 공천을 받으려던 이현 변호사는 자유선진당을 떠나 통합민주당으로 공천을 신청했다. 결과는 낙천.

 

그런데 이번에는 한나라당에서 또 파장을 일으켰다. 시당위원장으로서 이 지역구에서 두 차례 당선한 적이 있는 이재선 예비후보가 공천에서 탈락한 것이다. 이 예비후보는 "박근혜계 죽이기"라고 반발하면서 자유선진당으로 당을 옮겼고, 충남 공주·연기로 자리를 옮겨 공천을 받은 심 대표는 "지역구를 비우고 떠났다"는 비난을 덜 받게 됐다.

 

또 서구갑에서는 한나라당 이영규 당협위원장이 지난 2004년 총선에서 자민련 후보로 출마해 자신에 이어 3위를 기록했던 한기온 예비후보에게 공천자 자리를 내주고 말았다.

 

이 예비후보는 탈당 후 거취를 고심하던 중 자유선진당으로부터 '공천자 내정자'로 확정됐다는 소식을 들었다. 부랴부랴 다음날 입당 기자회견을 한 이 예비후보에게 또 다시 비보가 전해졌다.

 

당 지도부가 '서구갑 공천 재심 청구'를 받아들여 공천자를 번복한 것. 결국 이 후보는 하루 만에 또 공천자 자리를 내줬고, 백운교 예비후보가 그 자리를 차지했다. 둘 다 하루 사이에 '천국과 지옥'을 오간 셈이다.

 

그 짧은 기간 동안 두 번의 낙천을 경험한 이 예비후보는 후보등록 첫날인 25일에 와서야 '친박연대'로 등록을 마치면서 진기한 기록을 남기게 됐다.

 

공천에 내정됐다는 소식에 입당했으나 또 탈락하고

 

동구도 예외는 아니었다. 자유선진당 공천심사위원회가 서종환 후보로 공천자를 내정했다는 소식이 들리면서 소란은 시작됐다. 이 소식을 들은 권선택 대전시당위원장은 중앙당으로 올라가 공천자 발표를 막았다는 후문이다.

 

심대평 대표마저 대전에서 빠져나갔기 때문에 동구청장 출신인 임영호 예비후보가 공천되어야 대전 전체 선거구도가 살아날 수 있다는 논리를 폈다는 것. 그리하여 공천발표가 지연되더니 결국 임 예비후보로 공천자가 확정됐다.

 

당연히 서종환 예비후보는 반발했고, 지지자들은 '권선택 위원장을 가만 두지 않겠다'며 권 위원장 선거사무소로 달려가기도 했다. 결국, 서 후보는 당을 떠났고, '친박연대' 후보로 출마를 선언했다. 다만, 지역구는 '동구'가 아닌 '서구을'로 옮겼다.

 

이처럼 수많은 후보들이 공천결과에 따라 당을 옮기면서 시의원, 구의원 등 지방정치인들도 당을 옮겼다. 지지자들의 동반이동도 뒤따랐다.

 

당을 옮긴 정치인들은 하나 같이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고 항변하고 있다. 그 이유가 타당한지, 아니 한지 판단은 유권자의 몫이다. 다만, 정당의 정체성과 자신의 정체성이 일치하는지, 그 정당의 정강정책에 동의하는지, 지역주민들의 뜻은 무엇인지는 안중에도 없이 '공천여부'와 '당선가능성'만을 최우선시 하는 행태에 대해서는 이번 만큼은 따끔한 일침을 놓아야 하지 않을까?


태그:#공천, #철새, #총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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