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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 때 국회는 한산하다. 총선을 앞두고는 더욱 그렇다. 그러나 올해는 사정이 다르다. 여야 가릴 것 없는 '물갈이' 때문이다.

 

선거인데도 유세장 대신 국회 의원회관을 지키는 의원들이 적잖다. '불출마'를 선언한 '실직 의원'들이다.

 

'한나라 Mr. 쓴소리' 김용갑, 책으로 의정활동 정리

 

"예전에는 그런 말 하는 사람이 적더니 내가 (국회를) 나간다니까 아쉬워하는 사람이 많아요. 하하."

 

3선으로 의원생활을 정리하기로 결정한 김용갑(경남 밀양·창녕) 의원. 김 의원은 요즘도 오전 9시에 의원회관으로 출근한다. 국회가 열릴 때는 오전 8시면 어김없이 의원실로 들어섰다. 국회 본회의와 상임위 전체회의 출석률에서 상위를 기록했던 그다.

 

불출마를 선언한 뒤 그는 현재 의정활동 12년을 정리하는 자서전 집필에 한창이다. 제목은 <굿바이 여의도 - 어느 보수주의자의 끝나지 않은 이야기(가제)>이다. '보수주의자'는 김 의원 자신이다. 김 의원은 보수정당인 한나라당 내에서도 가장 '오른쪽'에 있다고 일컬어질 정도로 분명한 이념 성향을 지녔다.

 

김 의원은 31일 통화에서 "적지 않은 의정활동 기간 동안 있었던 일화, 지키고자 했던 신념을 정리했다"며 "4월 중 책이 나오게 될 것"이라고 소개했다.

 

대선후보 경선 때 박근혜 전 대표를 지원한 그는 당내에서 이명박 대통령에게 쓴 소리를 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의원이다. 김 의원은 이 대통령에게 한반도 대운하와 공천 후폭풍 수습과 관련해 조언을 했다.

 

그는 "한반도 대운하는 국민 60% 이상이 반대하고 있는만큼 여론을 중시해 추진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며 "(보도되는 것처럼) 혹시라도 뒤에서 몰래 추진해서는 안될 일"이라고 우려했다.

 

또한 김 의원은 "공천 문제로 생긴 당에 분란이 생겨 보기에 너무 안타깝다"며 "(이 대통령이나 당 지도부가) 선거 결과에 상관없이 총선 후에는 탈당한 '친박' 의원들을 껴안는 포용의 정치력을 발휘하길 바란다"고 주문했다.

 

김재원 의원, '영원한 박근혜 서포터즈'로... 임기 뒤엔 유학

 

김재원 의원은 '영원한 박근혜맨'을 택했다. 김 의원은 공천 결과에 불복해 대거 탈당한 여느 친박 의원들과 달리 당에 남기로 결정한 바 있다. 30일 박근혜 전 대표의 지역구(대구 달성군 현풍면) 유세에 얼굴을 비치기도 한 그는 "당에 남아 박 전 대표의 서포터즈가 되겠다"고 밝혔다.

 

김 의원은 "세월이 빨리 지나가길 기다리는데 세월이 잘 안 간다"며 채 가시지 않은 공천 후유증도 토로했다. 김 의원은 "가족들도 생각보다 충격이 크더라"며 착잡한 속내를 드러냈다. 김 의원은 17대 국회의원 임기를 마친 후엔 미국으로 당분간 유학을 떠날 계획이다.

 

'이명박계'의 공천 충격도 만만찮다. 권철현 의원은 "(공천 탈락 후엔) 조용히 지내고 있다"며 "오늘(31일)은 오랜만에 국회에 나왔다"고 말했다.

 

총선 후 행보에 대해서는 "혼자만의 일이 아니어서 결정하기 쉽지 않다"며 "아직 마음을 달래고 있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낙천자 서포터즈'도 등장... 민주당 '화려한 부활 유세단' 떠

 

자신의 선거는 포기했지만, 남 돕기에 한창인 의원들도 있다. 통합민주당의 낙천 의원들이 중심이 된 '화려한 부활 유세단'이 대표적이다.

 

김민석 최고위원과 이화영·김형주 의원, 유종필 대변인이 주축이다. 장상 전 대표·정균환 최고위원은 유세단의 고문격.

 

김 최고위원은 "나야말로 나가서 내 선거를 해야 하는데 발이 묶였다"고 우스개를 하면서도 "당내에서는 선거 흥을 돋우는 데 성공한 것 같다"며 만족해했다.

 

단원도 늘고 있다. 한병도·이영호·이원영 의원이 뒤늦게 동참을 결정했다고 한다.

 

현장 분위기도 좋다. 김 최고위원은 "유세장에서 지지자들이 '멋진 결정'이라며 적잖이 추켜세워주더라"며 "당이 어려운 때 (불출마 의원들이) 헌신한만큼 좋은 결실을 맺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유세단의 별칭도 있다. 이름하여 '오리알파'다. '낙동강 오리알'을 연상시키지만, "미운오리새끼들이 언젠가는 반드시 백조가 되리라"는 뜻이 담겨있다는 게 김 최고위원의 풀이다.

 

고진화 의원, '대운하 저지 투사'로 당 불문 지원사격

 

낙천 뒤 불출마를 선언한 고진화 한나라당 의원은 '한반도 대운하 저지 투사'가 됐다. 고 의원은 요즘 당을 불문하고 '대운하 반대'를 외치는 후보라면 어디든 간다.

 

30일엔 춘천에서 최윤 통합민주당 후보 곁에서 마이크를 잡은 데 이어 이날은 문국현(은평을) 창조한국당 후보, 심상정(고양 덕양갑) 진보신당 후보의 지원유세를 했다.

 

그는 "'대운하 거수기 국회'를 막기 위해 대운하 반대의 뜻을 가진 후보가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지 가겠다"며 "총선 후에는 정치권과 시민사회를 연결해 '대운하 반대 천만인 서명운동'을 펴겠다"고 밝혔다.

 

고 의원은 정부의 대운하 비밀추진 논란과 관련해서도 "젊은이들 사이에서는 이명박 대통령의 '7·4·7' 공약을 놓고 '칠만한 사기는 다 치는 정부'라는 우스개가 나돈다"며 "7·4·7공약을 실현시키기 위한 핵심인 대운하 공약도 정부가 속으로는 추진하면서도 겉으로는 아닌 척 하는 것 아닌지 의구심이 드는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이계안 통합민주당 의원도 불출마 선언을 하고 자신의 지역구에 출사표를 던진 정동영(동작을) 후보를 돕고 있다. 첫 수도권 출마인 정 후보에게는 지역 사정을 꿰고 있는 이 의원이 누구보다 든든한 원군이다.

 

한나라 '낙천 중진'도 구원투수로 복귀

 

박희태·김덕룡 한나라당 의원도 씁쓸하지만, 총선 구원투수로 나섰다. 5선 중진인 이들은 경선 때에도 이명박캠프 공동선대위원장을 맡았다. 이번 공천에서 나란히 탈락해 충격을 토로했지만, 지난 29일 강재섭 대표의 권유를 받고 공동 중앙선대위원장으로 복귀했다.

 

김덕룡 의원은 "공천과 관련해서는 승복할 수 있는 입장이지만 당을 만드는 데 주도적으로 참여했던만큼 당에 도움이 될 수 있다면 할 역할을 하겠다"고 말했다. 박희태 의원도 "공천은 다 지나간 일"이라며 "모든 것을 뛰어넘고 정권교체를 완성시키자"고 밝혔다.


태그:#18대총선, #불출마, #낙천자유세단, #김용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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