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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의 생일을 맞아 동서가 직접 만들어 온 콩떡
 필자의 생일을 맞아 동서가 직접 만들어 온 콩떡
ⓒ 김정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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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기좋게 손질까지 해 온 조기
 먹기좋게 손질까지 해 온 조기
ⓒ 김정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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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목일이자 한식 그리고 필자의 생일이기도 했던 4월 5일, 며칠 전 삼 형제가 성묘 갈 약속을 위해 연락을 취하는데 인천 사는 둘째네가 평소보다 다소 늦은 시각인 12시쯤에나 도착을 한다기에 그 시간에 맞춰가기로 했다.

해마다 한식을 기점으로 아버님 묘 돌보기가 시작되는데 이때 하는 일은 봉분의 손실을 막기 위해 되도록 황토를 구해다 복토를 한다. 그래서 그런지 잔디가 무성하여 주변에 있는 다른 묘들과 비교가 될 정도로 보기가 좋다.

우린 시아버님 묘 1기뿐이라 굳이 여러 사람의 손을 빌릴 필요는 없지만 힘이 들어서가 아니라 형제들이 한 자리에 모여 함께 한다는 것에 의미를 두고 가급적 서로의 시간을 조절하여 마치 봄 소풍이라도 나온양 놀이를 즐기듯 작업을 한다. 

작업에 필요한 도구를 챙기기 위해 먼저 어머님 댁에 들러야 했다. 우리가 오는 걸 아시고  대문을 열어 놓으셨나보다. "저희들 왔어요~" 하며 집안을 들여다보니 뭘 하시는지 주방은 어수선하게 늘어져 있고 불편한 몸을 엉거주춤 일으키시며 반기신다.  

"뭘 그렇게 하세요~?"
"오늘이 그믐, 어멈 생일이잖아~  그래서 잡채나 좀 해 주려구~."

이미 잡채거리는 볶아서 식히느라 넓다란 스테인리스 그릇에 펼쳐져 있고 서너 가지 나물과 불고기 잰 것 그리고 갓 쪄낸 만두 등이 그릇 그릇 담겨 있었다.

"어머니~  힘드신데 뭐하러 이런 걸 하셨어요~."

늘 관절염 때문에 걸음걸이가 부자연스럽고 앉고 일어서는 것조차 힘겨워 하시는 어머니께서 며느리 생일상을 준비하시느라 불편한 걸음으로 가깝지도 않은 건너 동네까지 장을 보러 왔다 갔다 하셨을 생각을 하니 뭐라 형언할 수 없는 감정에 가슴이 뭉클해졌다. 

"이젠 늙어서 음식솜씨도 예전 같지가 않어~."

잡채는 산소에 다녀올 때쯤 무쳐놓을 테니 그때 먹으라시며 갓 쪄낸 따끈따끈한 만두와 새콤한 국물에 짠지를 얇게 썰어 띄운 것을 식탁에 차려 주시며 맛이 어떤지 먹어보라 권하신다.

아침을 먹고 왔음에도 만두가 꿀맛 같다. 어머니께서 만드신 음식의 특별한 맛은 아마도 자식사랑이란 양념이 더 가미되었기 때문이리라. 동생들보다 먼저 가야 한다는 생각에 어머니께서 싸 주신 간식거리를 챙겨들고 채비를 서둘렀다. 

가는 도중에 흙을 싣고 우리가 도착하자 둘째 셋째 네가 바로 뒤이어 왔다. 별일 없었냐며 서로의 안부를 물으며 인사를 나눈다. 동서는 날 보자마자 "형님~ 생일 축하드려요~" "고마워~ 용케 기억을 하고 있었네~."

그렇다. 생일이라고 해서 물질은 오가지 않았지만 결혼해서 지금까지 26년 동안 한 해도 거르지 않고 동서와 난 서로의 생일을 기억하고 축전 아니면 축하전화를 주고 받았기에 새삼스러운 일은 아니었다. 그런데 올핸 공교롭게도 성묘하러 가는 날과 겹치게 된 것이다. 

작업을 모두 끝내고 묘 주변을 깨끗이 정리한 후 아버님께 약주를 따라 올리며 큰절을 올리는 세 아들의 듬직한 모습을 보니 돌아가셨어도 호사를 누리시는 것 같아 참 복이 많으신 노인이란 생각이 들었다. 자식들에게 물려 준 재산은 없어도 그보다 더 소중한 형제간에 우애를 주셨으니 무엇을 더 바라겠는가.

성묘를 마치고 어머님 댁에 도착을 했을 땐 이미 때이른 저녁상이 차려지고 있었다. 동서는 준비해 온 이것저것을 꺼내 놓으며 첫 솜씨라 제대로 만들어지지 않았다며 콩떡이랑 찰밥 그리고 조기를 필자의 생일이라고 준비해 왔단다. 늦어진 이유가 다름 아닌 내 생일 때문이었다니. 고맙고도 따뜻한, 동서의 마음이 진하게 가슴에 와 닿는다.

일요일 아침, 먹기 좋게 손질까지 해 온 조기를 구우며 그리고 콩떡을 먹으면서 난 무엇으로 동서에게 감동을 줄까~ 생각을 해 본다.


태그:#콩떡, #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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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십니까~? 저는 글쓰기를 좋아하는 52세 주부입니다. 아직은 다듬어진 글이 아니라 여러분께 내놓기가 쑥스럽지만 좀 더 갈고 닦아 독자들의 가슴에 스며들 수 있는 혼이 담긴 글을 쓰고 싶습니다. 특히 사는이야기나 인물 여행정보에 대한 글에도 관심이 많습니다. 이곳에서 많을 것을 배울 수 있길 희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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