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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자율화 조치에 대한 설문결과 ( 여수 모중학교 3학년 64명)
 학교 자율화 조치에 대한 설문결과 ( 여수 모중학교 3학년 64명)
ⓒ 오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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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과학기술부가 15일 발표한 '학교자율화 추진계획' 관련, 학교 현장에서도 논란이 분분하다. 논란의 중심에는 ▲0교시 운영 ▲초·중·고 우열반 편성 전면 자율화 ▲방과후학교의 학원강사 초빙 ▲심야 자율학습 등이 있다. 

초점을 교육수요자인 학생에 두어야 하기 때문에 학생의 의견을 들어보기로 했다. 설문 조사는 고등학교 진학을 앞둔 중학교 3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삼았다. 질문은 '0교시 수업' '우열반 편성' '심야자율학습' 등 3가지를 던졌다. 현재 설문조사를 진행한 학교에선 방과후학교 활동에 논술과 예체능계 학원교사들이 직접 참여한 관계로 방과후학교 활동은 제외했다.

찬성-반대 이유는 제각각

0교시 수업에 찬성하는 학생은 조사에 응한 64명 중 4명에 불과했고 찬성한 이유에 대해 아무도 대답하지 않았다. 하지만 아침 일찍 등교하는 학생들 중엔 밥을 굶고 등교하는 사례가 있고, 밤 10시에 자율학습을 마친 학생이 새벽 0시에 학원을 마치고 새벽 6시 이전에 기상해 등교해야 하는 실정을 감안한다면, 학생의 건강권을 침해할 우려가 있다.  

우열반편성에 찬성한 상위권의 한 학생은 "(우열반을 편성하면) 잘하는 학생은 비슷한 실력을 가진 아이들과 경쟁하며 실력을 겨룰 수 있어 좋고 열반 학생은 수준에 맞춰 공부를 하니까 좋을 것"이라고 대답했다. 한편 하위권의 한 학생은 "잘하는 아이들 사이에 있을 때 틀리면 창피하다" "못한 반에 가면 내가 주목받을 수도 있다"는 현실적인 이유를 들어 찬성 표시를 했다.

우열반 편성을 반대한다는 학생은 "자존심 상한다"며 "잘하는 아이들은 잘할 수 있지만 못하는 아이들은 포기한다"고 대답했다. 열반에 속하는 학생들은 정신적 충격과 위화감으로 인한 박탈감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심야자율학습을 반대하는 한 학생은 "꽉 잡혀있는 게 싫다"고 답했다. 심야자율학습을 찬성하는 학생들은 어차피 학원에 가느니 학교에 있겠다는 뜻인 것으로 추정된다.

공부잘하는 아이를 둔 한 학부형은 "실력차이가 많이 나면 서로 손해를 본다"며 "우열반편성에 찬성한다"고 했다.

김도연 교육과학기술부 장관과 정진화 전교조 위원장이 16일 낮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오찬모임에서 '학교 자율화  추진 계획' 발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김도연 교육과학기술부 장관과 정진화 전교조 위원장이 16일 낮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오찬모임에서 '학교 자율화 추진 계획' 발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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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관련 강정희 여수성폭력상담소 소장은 "현장에서 비행청소년을 상담하다 보면, 학교현장이 경쟁만 조장하고, 서로 배려하고 협동하는 모습이 없다"며 "21세기 정보화시대를 맞아 창의성과 인성을 길러줘야 할 시기에 애들이 너무나 찌들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가 겪었던 힘든 경험을 또 다시 되돌리려는 모습이 안타깝고 애들이 너무 불쌍하다"고 덧붙였다.

0교시 수업을 반대한다는 김아무개 교사는 "외부 학원 강사의 방과후수업 활용 방안은 공교육의 근간을 무너뜨리는 것"이라며 "학습과 교육은 다르다, 학교는 학습만이 아닌 교육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학교가 학원을 따라 갈 경우 학교는 문을 닫아야 하며, 사교육시장의 폭발로 교육 양극화는 불 보듯 뻔하다"고 전했다.

한국에서 4년째 영어지도를 맡고 있는 캐나다출신의 한 원어민 영어교사는 "한국 학생들은 할일이 너무 많다"며 "심지어 초등과 중등학생들까지 피곤에 찌들어 있고 스트레스가 쌓여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야간 자율학습은 집안일을 경험할 시간을 더욱 줄이는 것이다.한국의 교육시스템은 일반적으로 '양은 질과 일치할 수 없다(Quantity does not equal quality)'라는 교훈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다"고 피력했다.  

중계동의 한 학원에 붙어 있는 현수막. 특목고에 입학한 아이들의 얼굴이 담겨 있다.
 중계동의 한 학원에 붙어 있는 현수막. 특목고에 입학한 아이들의 얼굴이 담겨 있다.
ⓒ 박상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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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9년 11월 20일 유엔총회에서는 전 세계 아동들의 생존, 보호, 발달을 위한 '아동의 권리에 관한 협약'을 만장일치로 채택했다. 협약의 주요원칙은 아동을 단순한 보호의 대상이 아니라 적극적인 권리의 주체로 인식하고 있다.

협약의 주된 내용인 '발달의 권리'는 교육, 놀이, 여가, 정보를 누릴 권리, 문화활동·사상·양심·종교의 자유를 누릴 권리를, '참여의 권리'는 자신의 의사를 표현할 자유와 자기 생활에 영향을 주는 일에 대하여 말할 권리를 말한다.

오전 7시 반에 등교하여 밤 10시까지 학교에만 매달려 있는 것은 하루의 ⅔를 학교에서 보내는 셈이다. 선진국을 지향하며 국제 규정을 준수하여 세계화를 부르짖는 이 마당에 유엔헌장은 종잇장에 불과한 것인가?     

덧붙이는 글 | u포터와 남해안신문에도 송고합니다



태그:#학교 자율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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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과 인권, 여행에 관심이 많다. 가진자들의 횡포에 놀랐을까? 인권을 무시하는 자들을 보면 속이 뒤틀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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