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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핵저지시민연대 등 '삼성 옹호 단체'들이 17일 오후 서울 한남동 삼성특검 앞에서 기자회견을 빙자한 시위를 열고 있다. 이들은 이건희 회장의 무혐의 처리를 요구했다.
 북핵저지시민연대 등 '삼성 옹호 단체'들이 17일 오후 서울 한남동 삼성특검 앞에서 기자회견을 빙자한 시위를 열고 있다. 이들은 이건희 회장의 무혐의 처리를 요구했다.
ⓒ 송주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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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비자금 의혹 등을 수사했던 조준웅 특별검사팀이 99일간의 수사활동을 종료한 17일. 서울 한남동 특검사무실 인근에서는 두 가지 진풍경이 벌어졌다. 한남동 특검사무실에서 벌어진 두 풍경을 지면에 담았다.

[장면 1] 특검반대 단체 "빨갱이가 수사하니 이 따위 결과"

"삼성 힘내라!"
"나라가 흔들리는데 경찰도 피켓 들고 우리와 동참하라!"
"경찰들이 우리를 막아서는 건 김대중, 노무현 빨갱이 편드는 것이다."

삼성 특검 수사결과 발표가 진행된 17일 오후 2시경 서울 한남동 특검 사무실 앞에는 삼성특검반대범국민연대 회원 30여명이 몰려와 격렬한 목소리로 '이건희 회장의 무혐의 처리'와 '특검 중단'을 요구하고 나섰다.
   
이들은 수사결과 발표에 앞서, 특검 사무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건희 회장을 무혐의 처분하고 경제위기를 극복하자"고 주장했다. 동시에 "한국 대표기업 삼성에 대한 특검은 경제손실 막대하다, 즉각 종료하라"는 구호를 외치기도 했다. 심한 욕설도 퍼부었다.

박찬성 대표는 "세계 최고의 기술을 보유한 삼성을 국가가 이렇게 옥죄는 것이 과연 나라경제를 생각하고 있는 것이냐"며 "삼성특검은 이건희 회장을 즉각 무혐의 처분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 대표의 옆에 서 있던 회원들도 "옳소!"라고 연호하며 그의 발언을 지지했다. 

이들은 특검팀에 대해서도 "김정일을 옹호하는 놈이니 이 따위 수사를 한다"고 외치고, "잡으라는 빨갱이는 안 잡고 국가경제를 이끄는 대기업 총수를 왜 잡나"라고 성토했다. 이들이 격분한 가운데 이 길을 지나던 택배기사도 졸지에 '빨갱이'로 몰렸다.

빨간 스카프를 두르고 있었던 게 화근이 됐다. 택배기사가 시위 현장을 지나가자 갑자기 회원들은 한 목소리로 "저놈 뭐야, 빨갱이 아니야"라고 떠들었다. 당황한 택배기사는 황급히 현장을 떠나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김용철은 '좌파와 연대한 빨갱이', 삼성은 '나라 살린 초일류 기업'

김용철 변호사도 이들에게는 김정일을 옹호하는 ‘빨갱이’에 불과했다. 이들은 "김일성, 김정일이가 이 나라를 이 꼴로 만들었는데 김용철도 똑같은 놈"이라며 "참여연대 민주노총 등 좌파세력과 연대한 그는 빨갱이"라고 욕설을 퍼부었다.

이들은 시위가 끝날 무렵 격한 퍼포먼스로 김 변호사를 규탄했다. 김 변호사가 담긴 피켓을 지팡이로 때리기도 하고, 발로 밟기도 하는 등의 극심한 행동으로 명예를 훼손했다.  그러나 이들은 삼성을 향해 "대한민국 대표기업 삼성을 이렇게 몰아세우면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시위를 끝낸 이들은 이날 오후 2시 30분경 삼삼오오 현장을 떠났다. 특검 결과에 대해서는 크게 궁금해 하는 기색도 없었다. 예상과 달리 경찰과의 충돌도 전혀 없었다. 조용한 모습이었다. 서로 등을 토닥이며 "20여일간 수고 많았다"고 위로했다.

조준웅 특검팀의 거부로 특검기자실에서 쫓겨난 박원석 참여연대 협동처장(좌측)과 김상조 한성대 교수(우측)가 특검 사무실 2층 로비에 놓인 촬영기자들의 의자에 앉아 기다리고 있다.
 조준웅 특검팀의 거부로 특검기자실에서 쫓겨난 박원석 참여연대 협동처장(좌측)과 김상조 한성대 교수(우측)가 특검 사무실 2층 로비에 놓인 촬영기자들의 의자에 앉아 기다리고 있다.
ⓒ 송주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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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면 2] 김상조 교수, 특검 기자실에서 쫓겨나다

김상조 한성대 교수와 박원석 참여연대 협동처장, 이덕우 변호사 등은 긴장된 표정으로 삼성특검의 기자회견 장면을 지켜보고 있었다. 이들은 특검 측이 기자회견을 마치면 곧이어 기자회견 성격의 대화를 할 예정이었으나, 특검팀이 이들을 이유로 '일문일답'에 그들이 참여하는 것을 반대했다.

이에 따라 이들은 그 상태로 특검 기자실에서 쫓겨나야 했다. 특검 측은 "고발인 단체가 있는 자리에서는 일문일답을 진행할 수 없다"며 이들의 참관을 거부했다. 김상조 교수는 "그렇다면 질문하지 않고 보고만 있겠다"고 요청했지만 끝내 '나가라'는 된서리를 맞았다.

결국 김 교수와 박 처장 등은 "그렇다면 저기 안 들리는 구석에 가 있겠다"고 구석 칸막이 뒤로 자리를 옮겼다. 그 뒤 한 3분 지났을까. 특검팀은 그 자리도 안 된다고 핀잔을 놔 불가피하게 또 자리를 옮겨야 하는 상황이 됐다. 김 교수 일행은 황당한 표정을 지으며 또 다시 자리를 옮겼는데, 표정이 썩 좋아보이지 않았다.

계란 던지려는 것도 아닌데... "특검팀 꺼림칙한 게 많다는 것 증명"

기자회견장을 나와 아래 층으로 내려가는 도중 김 교수는 "아직도 한국사회가 가야할 길이 멀다는 생각이 든다"며 혀를 찼다. 이어 "스스로 떳떳하지 못하니까 이러는 것 아니겠냐"며 "엄정하게 수사했다면 질문과 답변을 듣는 것에 전혀 거리낌이 없을텐데"라고 아쉬워했다.

박원석 처장도 "살다, 살다 이런 경우는 처음 당해본다"며 "우리가 난동 부리는 것도 아니고 계란 던지려는 것도 아닌데 정말 황당하다"고 씁쓸해했다.

이덕우 변호사도 "기자회견장이니까 기자만 있어야 한다고 말하는 논리는 좀 우습다"며 "우리를 밖으로 쫓아내는 것은 결국 꺼림칙한 게 많다는 얘기"라고 비판했다.

결국 이들은 특검 사무실 1층 복도에 쭈그리고 앉아 기자들의 일문일답 시간이 끝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삼성특검의 거부로 특검 기자실에서 쫓겨난 이덕우 변호사가 계단에 쭈그리고 앉아 창밖을 응시하고 있다.
 삼성특검의 거부로 특검 기자실에서 쫓겨난 이덕우 변호사가 계단에 쭈그리고 앉아 창밖을 응시하고 있다.
ⓒ 송주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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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삼성특검, #김상조, #박원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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